미국에서 울려 퍼지는 K-팝, 일본을 가득 채운 K-영화, 유럽인이 찾는 K-드라마 촬영지. 전 세계 휩쓴 한류 열풍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진다. 외국인들이 찾는 한국은 대체 어떤 곳일까? 한류란 한국에 관한 것들이 한국 외의 나라에서 인기 있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로,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로 번지며 나타났다. 처음 아시아에서 드라마를 통해 일어난 물결은 중동, 중남미, 동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휩쓸고 북아메리카, 서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빠르게 흐르며 작은 나라의 기적을 펼치는 중이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한류는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을 넘어 패션, 화장품, 음식, 언어, 기술, 무술, 산업까지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장소를 기반으로 문화, 음식, 쇼핑을 포함하는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관광공사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를 ‘한류 성지순례’로 정하고, 여행사 대상 공모전을 통해 한류 대표코스 여행상품을 선정하는 등 한류와 여행을 접목하고 있다. ‘BTS 발자취만 5일 동안 함께하기’, ‘K-드라마와 함께하는 코리아 클라쓰’ 등의 한류 대표코스 여행상품은 한류에 푹 빠진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선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자신을 설레게 혹은 즐겁게 해준 화면 속 바로 그 장소, 또는 자신이 빠진 음악의 뮤비 촬영지를 찾아가며 K-콘텐츠 성지순례를 한다.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지를 방문하는 건 물론, 그들의 고향까지도 찾아간다. 또,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영화 드라마 세트장 투어를 예약하고, 먹방 투어, 전통시장 투어, 한복 입고 궁 투어 등 테마와 지역별로 나뉜 여행상품을 보며 고민한다. 그러나 K-팝을 듣고, K-드라마와 영화를 꿰고, 한글 티셔츠를 입는다고 한류를 다 안다고 할 수 없듯, 한복을 입고 김치를 먹고 한옥에서 자고 드라마 속 그 장소에 찾아간다고 한류 여행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반짝이는 순간은 금세 지나간다. 한류 열풍은 경제에 활력을 주고 국력을 키우지만 지속적으로 한국적인 것을 선보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전 세계에 한국의 매력과 위력이 알려지는 지금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인이 한국을 모르면 아무리 한류 열풍이 불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빠르게 흩어질 테고, 인기에만 연연해 무차별적인 개발을 하면 지속력이 떨어질 것이다. 좋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그 기반이 되는 지역과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인 스스로 자신의 지역과 문화를 사랑해야 가능한 일이다.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한 참신함과 한국의 고유한 매력이 자아내는 깊이가 함께할 때, 한국을 찾아오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한류 성지순례 코스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지금, 우리 스스로 자신 있게 드러낼 만한 한국의 아름다움이 무언지 고민해 보자.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수원의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지난 10일 기준 550건에 약 800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은행권의 안일한 대출 행태’ 문제를 제기한다. 은행들이 위험성을 알면서도 ‘쪼개기 대출(공동 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해주는 대출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깡통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이 특히 법인에 대해서 느슨하게 대출을 허가해주는 풍토를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부동산 법인을 통해 손쉽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고, 전세대출 또한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진행돼 피해를 키웠다며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원 전세 사기’ 피의자인 정씨 일가의 경우, 지난 2020년 5월부터 여러 개의..
지난 주, 직장의 인터넷 공지게시판에 정부에서 보낸 공문이 하나 떴다. 제목이 눈길을 확 끌었다. “빈대 정부합동본부 구성, 운영안”. 눈을 씻고 다시 봤다. 정말로 빈대 정부합동본부였다. 세부 내용은 이렇다. 11월 3일부터 별도 상황 해제 시까지 복지·질병·행안·교육·법무·국방·문체·고용·국토부 등 전 관계부처가 모여 평일 하루 한번 씩 회의를 열겠다는 거다. 그리고는 낮과 밤에 걸친 '빈대 발견방법'을 별도로 상세히 첨부해 놓았다. DDT 사용 이후로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나타났다.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해충이 사람들의 두려움 대상이 되고 있다. 그로 인한 건강악화와 불편 해소가 중요하니, 이렇듯 세심히 신경을 쓰는 걸 어찌 나쁘다 하겠는가. 하지만 공문 내용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천둥처럼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거였다. 159..
인공지능(AI)인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대필 및 표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제 중 하나이다. 챗GPT는 OpenAI가 개발한 언어 모델로, 사용자의 질문이나 요청에 따라 매우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생성하는 능력이 있다. 이는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업의 정직성에 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책 대필을 단순히 '표절'이나 '비윤리적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대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세계 3대 종교의 경전인 성경, 코란, 불교경전들은 여러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 집필한 것이다. 이들은 대필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종교 창시자들의 가르침을 충실히 기록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경기도가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겠다는 ‘경기RE100’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화성시와 ‘경기 RE100 산업단지(H-테크노밸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화성시 산업단지의 지붕과 유휴부지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첫 번째 ‘경기 RE100’ 산업단지이기도 하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석유화석연료 대신 풍력·태양광·바이오·풍력·수력·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날 경기도청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김근영 화성도시공사 사장, 신동진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장(대표)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협약식에서 김지사..
최근 금리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사태 등이 겹쳐서 주식 시장이 많이 침체되고 투자자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손해를 보고 있으니 나만 힘들지는 않다는 생각이나 팔지 않으면 실현된 것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정신승리(?)하고는 있지만 속은 이미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절세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것이 주식 증여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 또는 증여세 과세 기준이 되는 해당 재산 평가의 대원칙은 시가주의이다. 상장 주식에 대해서도 이 원칙이 적용되는데 특이한 점은 평가일 현재의 종가 기준이 아니라 평가 기준이 이전, 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주식 거래소 최종 시세의 평균액으로 평가를 한다는 점이다. 평가에 있어서 자의성을 배제하고 객관..
마돈나 주연의 1997년 영화 ‘에비타’는 뮤지컬 영화였다. 마돈나의 빼어난 가창력으로 ‘돈 크라이 포 미 알젠티나’라는 영화 삽입곡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 노래 덕에, 아니 노래 탓에 에비타, 곧 에바 페론이라는 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의 동정심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본명이 에바 마리아 두테르테였던 에바 페론은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났고 나이트 클럽의 댄서 등 힘든 삶을 살아 오다 노동부 장관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나 대통령 영부인의 자리까지 올라 온 여인이었다. 그녀의 삶은 꽤나 격정적이었는데 그건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33살이라는 아주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 에바 페론은 남편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만큼 자신만의 정치력을 과시했으며 그만한 인맥도 지니고 있..
어제 이탄희 의원 등 민주당 국회의원 30명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현재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법률안은 5개가 입법 대기 상태에 있다. 민주당 의원들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 들이 제출한 방안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확정된 직후 거대양당이 한 석이라도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전력에 비추어 볼 때, 위성정당 방지법이 마련되더라도 거대양당은 결국 그것마저 형해화시키는 꼼수를 만들어 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반드시..
보어(Niels Bohr)는 주역(周易)의 음양사상에서 상보성 원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주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는바 원자는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핵력)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원자의 세계가, 세상은 음과 양의 상보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역의 원리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서양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동양은 자연을 본받을 대상으로 인식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함으로써 자연을 정복해 인류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런 사고방식이 서양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한동안은 자본주의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본받는 게 된다(人法自然). 노장사상의 핵심인 동시에 공자의 세계관이요 유교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연의 질서는 중(中)을 지향한다. 서양의 종교는 신을 섬기지만, 동양의 종교는 상상의 신을 섬기지 않고 자연에서 지혜를 터득해 실천한다. 유교는 중용을 강조하고, 불교는 중도를 강조한다. 여기서 중은 대립하는 양자 사이에서 어느 편도 아닌 기계적 중립(medium)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진리를 의미한다. 정치인들이 흔히 말하는 중도보수니 중도개혁이니 하는 말은 표를 의식하는 레토릭이지 철학과는 무관하다. 공자의 중용(中庸)은 자연을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 덕(德)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불교에서 중은 원래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불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인다. 한편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해탈한 경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원효의 화쟁(和爭) 사상이 가리키고 있는 것도 중이다. 무엇보다도 중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성의 사유에 의지했지만, 지금은 과학이 그 역할을 한다. 보어가 심취한 주역의 음양사상도 음과 양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는 가운데 다양하게 전개되는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조화를 이루어 만물의 근원이 된다. 음과 양이 서로 배척한다고 해서 음이나 양 만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공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주의 섭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중성자의 역할이 원자 상태의 안정을 담보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는 원자핵을 무리하게 떼어놓을 때, 원자는 핵분열에 의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공할 폭발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만행은 원자핵 분열과 같은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 평화적 공존 대신에 이분법의 사고로 홀로 군림하려고 하는 제국의 욕망을 제어해야 한다.
‘살아갈수록 외롭습니다. 인간이기에/ 진실할수록 힘이 듭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러나 가야 할 운명의 길이라면/ 편안한 모습으로 살아갑시다.…’ 이 시는 내가 만들어 애용하는 우편엽서에 새긴 문장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루살이에겐 비가 고통이요 평생의 불행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사한 마음으로 견디며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깨달음을 준다고 한다. 의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내 삶이 그렇다고 생각될 때는 씁쓸하기만 하다. 자기 운명을 깨닫고 노력하는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난 복 있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는 논리 앞에서는 ‘그래 그렇겠지’ 하고 승복하면서도 뒷머리가 썰렁해진다. 살아온 날을 생각하다 기억에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