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주인의식이 매우 높다. 뜨거운 피로 투표권을 얻어낸 민족이다. 밥이건 술이건 단골메뉴는 단연 정치다. 하지만 중앙이슈가 대부분이고 총선, 지선은 한참 못 미친다.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비중과 그로 인한 파급 때문만일까? 각종 투표에 대한 관심도는 투표율로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부터 보면 촛불대선이었던 2017년에 77.2%, 지난 3월 77.1%로 80%에 조금 모자란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국회의원 선거는 최근 세 번의 선거에서 각각 54.2%(2012), 58.0%(2016), 66.2%(2020)로 점점 높아지고는 있지만 대선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총선과 2년 터울로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어땠을까? 6회부터 8회까지 56.8%(2014), 60.2%(2018), 50.9%(2022)로 이번 경기도지사를 뽑을 때 100명 중 49명은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광역, 기초 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우리의 생활과 아이들의 교육에 너무나 중요한 선거이지만 관심도가 낮아도 너무 낮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국회의원 선거를 약 1년 남짓 앞둔 시점에서 곧 있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조합장선거, 지난 2019년 투표율은 자그마치 80.7%이다. 대선보다도 3%P 높은 투표율이다. 게다가 첫회였던 2015년 80.2%에 비해 0.5%P가 높아진 수치이다. 지방선거와 무려 30%P의 차이... 조합장은 뽑았지만 경기도지사, 수원시장은 안 뽑은 사람이 10에 3은 된다면 심할까?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특별히 선거참여가 높은 것일까? 만약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각급 선거 투표여부를 확인하는 연구결과가 없다면 사회과학분야 연구주제로 추천하고 싶다. 과연 비결이 무엇일까? 효능감이다. 나의 이익, 나의 소신과 직결된 이슈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합장선거의 높은 투표율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이해할만하다는 반응이다. “돈이 걸려있잖아”, “조합장 권력이 어마어마하다던데”, “혜택이 많잖아”... 앞의 두가지 반응은 후보가 적극적인 이유일 것이고 마지막 반응은 유권자에 대한 이유일 것이다. 이 둘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조합장 후보가 되려는 사람들은 4년간 차근차근 준비하며 조합원이 누구인지 정보들을 차곡차곡 모은다. 꾸준하게 찾아가 인사하고,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며 얼굴을 알리고 친분을 쌓는다. 공직선거와 다르게 어느날 갑자기 당에서 공천장 받아서 나타날 수도 없고, 언론에 얼굴 알려서 될 일도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조합원들은 어떨까? 그냥 표를 주지 않는다. 제아무리 인사 잘하고 친한 척 해도 뒤돌아서 계산기를 꼼꼼히 두들긴다. 누가 연말에 기프트카드를 더 주는지, 건강검진을 해주는지, 배당을 더 해준다는지 말이다. 나에게 도움되는 후보에게 표 던지러 투표장에 가고야 만다. 3선에 도전하는 조합장의 이야기이다. 그간 쌓아온 인맥과 신뢰로 조합의 자산규모도 키우고 혜택도 늘렸다고 했다. 무이자자금과 정부지원으로 산지유통센터를 만들고 여기저기에서 벤치마킹 올 정도라 하여 여유있는 승리를 예상했지만 여론은 정반대라고 했다. 농산물을 무작정 받을 수 없어 납품 조합원을 늘리지 못하니 실제로는 불만이 더 많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낙수효과보다도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게 더 서운하여 농림부 장관이나 군수의 극찬도 소용이 없다는 고민이었다. 조합장 선거의 높은 투표율은 손익계산서를 통해 결정된, 결국 투표의 효능감 덕분인 것이다. 조합장선거는 구성원 고령화로 인해 의료 혜택, 복지 사각지대 보완, 배당 등 경제적 혜택과 건물 신축, 리모델링 등 이용 편의 개선 등에 대한 공약이 주를 이루다보니 나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기꺼이 투표장으로 나선다. 어려운 경제 지표 속에서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정책들로 경쟁하는 선거가 된다면, 그래서 그 정책들로 내 삶이 나아진다면 투표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을지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도 청소년과 및 31개 시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등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된 도내 룸카페 신·변종 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룸카페들이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에다가 침대 등을 두고 청소년들까지 무차별로 받아 신체접촉 또는 성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뉴스는 경악을 부른다. 이런 변태 영업은 절대로 묵인돼선 안 된다. ‘특별단속’이 아닌 강력한 ‘상시 단속’ 시스템을 갖춰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는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을 나누고 침대 등을 둔 영업시설 등은 청소년 출입·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 제한 내용을 표시하지 않은 업소는 지자체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에도 불구하고 ‘기는 법 위에 나는 범죄’가 설치듯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변종 청소년유해업소 ‘룸카페’는 우후죽순 번지고 있다. 24시간 운영 형식의 업소 입구에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업소’라는 팻말을 붙이기는 하지만 허울뿐이다. 외양만으로 청소년 여부를 구분하기란 불가능한 시대에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제한 규정이란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침대와 화장실이 내부에 있는 ‘모텔형’이 아니라고 해도 성업 중인 룸카페는 대개 출입문 유리에 시트지를 붙여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밀실 형태로 돼 있다. 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알 수가 없게 돼 있는 구조 자체가 이미 일탈을 유혹하는 무대장치다. 최소한 푹신한 매트와 담요, 쿠션 등을 구비하고 있어서 사실상 유사 숙박업소처럼 운영되고 있다. 대략 3.3㎡(1평) 정도 규모의 작은방으로 꾸며지는 만큼 웬만하면 룸이 수십 개씩이다. 혼자서 여러 개의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사용료도 매우 저렴하다. 1만 원 정도 하는 음료수 한 잔이면 3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아이들에게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변종 업소다. 종사자들은 노골적으로 “교복만 안 입으면 출입이 자유롭다”고 말한다. 룸카페는 신고나 허가 대상도 아니어서 ‘공간 임대업’이나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별다른 단속을 받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 청소년들에게 무제한으로 열린 변칙 일탈 공간을 지금처럼 방치할 수는 없다. 온 세상에 널려있는 폭력물과 일그러진 성문화 속에서 날마다 시시각각 유혹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유희와 도락에 빠져 퇴폐 방탕한 습성에 물드는 현상을 방관한다면 우리 사회,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방책을 서둘러야 한다. 불법 영업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법을 엄격하게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변칙 영업이 일체 불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상시 단속’ 시스템도 구축해내야 한다. 논란이 일 때마다 찔끔 단속하는 척하다가 흐지부지하고 마는 대증 요법 정도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이들이 비뚤어진 길로 빨려 들어가는 유혹의 블랙홀을 그냥 둔 채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멀쩡하길 바라는 어리석음은 타파돼야 한다. ‘청소년 모텔’이라니,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1. 정의연(정의기억연대) 관련 기부금 전용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속칭 윤미향 사건이다. 온 나라를 활활 불태운 마녀사냥, 그 불길이 사그라들고 팩트가 모습을 드러낸 게다. 늘 그러하듯 검찰이 장작에 기름을 붓고, 타오르는 광란의 불길 앞에서 언론이 칼춤을 췄다. 검찰은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준사기, 업무상 배임, 업무상 횡령,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8개 혐의에 대한 기소를 감행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부는 이 중 7개 혐의에 무죄를, 10년 동안 1700만원을 가져다 썼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에만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살펴보면 유죄판결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다대하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지출 항목에서 영수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등 회계관리 부실이 이유였다. 일반 기업에 비..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면 할수록 그가 선 자리는 불안해지고, 반대로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그가 선 자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강해지려면 물과 같이 되어야 한다. 물은 가로막는 것이 없으면 흐르고, 둑이 있으면 멈춘다. 그러다 둑이 터지면 다시 흐른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그처럼 부드럽고 막힘이 없는 유연함으로 인해 물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강한 것이 된다. (노자) 물이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듯, 선덕 또한 자신을 높이는 사람들에게 머물지 않고 오직 겸허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탈무드) 사람은 내면을 깊이 성찰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이 하찮은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예지에 이르는 첫걸음이다. 현명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겸허해지자. 그러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채닝) 어진 사람은 선을 행하는 데 있어서, 이를 행할 힘이 부족한 것을 한탄할지언정,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거나 잘못된 비판에 대해 한탄하지 않는다. (중국 금언) 선량하고 총명한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자신은 아는 것이 조금밖에 없으며 자신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남을 가르치기보다 남에게서 듣고 배우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지배하려 하려는 사람은 결코 잘 가르칠 수도 지배할 수도 없다. (존 러스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알려고 애쓰라. 그리고 이를 과소평가할지언정 결코 과대평가하지 말라. 현대인의 한 특색은 그 양심이 대단히 안이해진 것입니다. 양심이라 말하면 곧 가책이란 말을 붙여 생각하게 되는데, 오늘날 사람에게는 가책이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옛날 사람으로 하면 부르르 떨 만한 일을 능히 태연한 맘으로 하고, 남이 하는 것을 보아도 별로 분개도 미워도 않고 안연(安然)히 보고 있습니다. 양심이 마비된 것입니다. 양심이 점점 더 예민해지는 것을 인류의 향상이라고 한다면 현대는 그 질적 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퇴보의 시대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함석헌)/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남한산성 안에 있었던 여러 누정(樓亭)들이 모두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 지수당(地水堂)과 관어정(觀魚亭)은 연못과 함께 있어서 다른 정자들과는 다른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사시에 성을 지키려면 무엇보다도 물이 매우 중요한 것인데 남한산성에는 여러 곳에 샘이 나오고 연못은 행궁 안에 한 곳, 지수당 옆으로 3개가 나란히 있었는데 지금은 행궁 안과 지수당 옆의 2개만 남아 있다. 정조 3년에 효종 임금 승하 120주년을 맞아 여주에 있는 영릉(寧陵)을 참배하러 오가는 길에 남한산성에 들렀는데, 이 해가 기해년(1779)이라 기해주필(己亥駐蹕)이라 부른다. 동문 밖 계곡에 좌의정 김종수의 글씨로 己亥駐蹕이라 새긴 바위가 있는데,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임금이 8월 7일 지수당에 행차해서 백성들이 고생스러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청취하였다. 임금이 이천에서부터 가마를 타고 경안역에 도착하여 쉬고, 남한산성의 좌익문(左翼門, 동문)에 이르러 갑옷으로 갈아 입었다. 임금이 행차하는 길가에는 사람들이 늙은이를 부축하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모여들어 길에 가득 찼는데, 심지어는 멀리 강원도에서 행차 구경을 온 사람도 있었다. 이어서 지수당에 나아가 말에서 내려 당(堂)에 올랐다. 임금이 "승지, 사관, 대신, 수어사만 입시하라."고 명하니, 영의정 김상철(金尙喆), 좌의정 서명선(徐命善), 수어사 서명응(徐命膺)이 나와서 엎드렸다. 임금이 이르기를, "경들은 말을 타고 달린 뒤끝에 연이어 탈이 없는가? 영상은 연세가 높으나 근력의 굳세고 튼튼함이 오히려 좌상보다 낫다." 하니, 김상철이 아뢰기를, "신들이 다행히 넘어짐을 면한 것은 모두 전하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하고 임금의 컨디션은 어떠냐고 하니, 정조 임금이 "피곤한 줄 모르겠다."하였다. 이 때 김상철의 나이가 68세였고, 서명선은 51세였다. 기해주필이 끝나고 다음 달에 천둥이 치는 기상이변이 있어 둘 다 사임하게 되지만 서명선이 김상철의 후임으로 영의정이 되었다. 정조 임금이 지수당에 들른 것은 군사들이 잠시 휴식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임금이 이르기를 "이곳에 들른 것은 군병으로 하여금 잠시 휴식하게 하고자 한 것인데, 이 당(堂)은 사면이 지수(池水)로 둘러져 있어 군병들도 갈증을 풀기에 충분할 것이니 매우 다행이다." 하고 어느 해에 세운 것인지 물으니 수어사 서명응이 대답하기를 현종(顯宗) 13년(1672)에 부윤 이세화(李世華)가 세운 것이라고 하였다. 또 임금이 말하기를, "지수라는 이름은 ‘땅속의 물은 병중(兵衆)이다. 노성(老成)한 사람이라야 길하다.’라는 뜻에서 딴 것인가?"하매, 서명응이 "그렇습니다."하였다. 즉, 백성을 용납하고 무리를 기른다는 뜻이 담겼다. 지수당의 건축에 사용한 목재는 동문 밖 엄고개에 주정소(晝停所)를 새로 지으면서 나온 폐목재를 재활용한 것이다. 지수당 앞에 이세화 선정비가 있다. 정조 임금은 백성들이 늘 굶주림과 추위에 괴로운 걱정을 면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구중궁궐이 비록 깊숙하다고는 하나 백성들이 유랑하며 몹시 괴로운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어떻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편안하겠냐고 말하고, 산성 주민들의 부채탕감과 특별 과거시험 등을 치르는 일을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행행(行幸)’이라고 하는 것은 백성이 임금의 행차를 다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임금이 이르는 곳은 반드시 백성에게 은택이 미치므로 백성들이 모두 이것을 다행으로 여겨서 그런 것이다. 이제 나의 가마가 이곳에 이르렀으니, 저 백성들이 어찌 바라는 마음이 없겠는가? 행행의 의미를 내가 실천한 뒤에야 스스로 마음에 부끄러움을 면하게 될 것이다."하고 백성들의 부채를 탕감해 준 것이다. 한편 지수당에 인접하여 관어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았다. 1804년(순조4)에 광주유수 김재찬(金載瓚)이 지었다. 흔히들 물고기 낚시를 즐기던 곳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제갈공명이 위나라 군사 10만 대군과 대치하였던 옛일과 관련이 있다. 적군이 쳐들어오는데 제갈량은 정자에 앉아서 물고기 떼의 이동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유비가 힐책하였더니 물고기들의 이동을 보며 적군의 이동을 생각하고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뜻이 김재찬의 ‘관어정소지(觀魚亭小識)’에 언급돼 있다. 이 정자에 올라 ‘관어정’ 이름을 따라서 경계할 줄 몰라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관어정을 건축한 김재찬이 남긴 글을 통해서 연못은 기존에 3개로 알려진 것과 달리 4개인 것으로 기록돼있다. 네 연못 가운데에 지수당이 있고 곧바로 당의 서쪽 첫 번째 연못에 작은 섬이 있는데, 그 위에 한 정자를 세웠고, 단풍과 버들이 둘러 있었다. 위는 띠풀 지붕이고 아래에는 난간이 있으며, 지수당과 서로 마주하였다. 기둥이 6개라고 했으니 6각정이었다. 작은 거룻배를 두고 왕래하였다. 선선한 바람에 구름은 연못 속에서 흐르고, 잔잔한 물결 속에 물고기 떼 노닌다. 바람과 구름의 만남(風雲之會), 물과 물고기의 어울림(水魚之交), 모든 것이 제자리가 있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각자 자기 직분에 충실하면 평안한 세상이 될 것이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등이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 세계 관광객이 한국문화의 매력을 만끽, 여행에 즐거움을 더하도록 선정한 100가지 관광이벤트다. 외국인 관광객이 문화, 예술, 콘텐츠, 스포츠, 게임, 음식,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매력적인 K-컬처를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선정했다. “K-컬처와 관광을 융합한 매력적인 관광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재외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해외 지사, 세종학당 등 K-컬처 전진기지를 활용, 한국방문의 해를 집중 홍보하고 확산해 한국 여행을 세계인의 버킷리스트로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박..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1일 김포시를 50만 대도시로 공고했다. 1998년 4월 1일 시승격 이래 25년 만에 대도시로 지정되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50만 대도시라는 감격적 타이틀을 거머쥔 김포시는 김포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그리고 더 좋은 ’행정서비스 제공‘과 ’시민 편의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김포시 도의원 4명도 김포발전을 위해 합심하여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한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4명에서 국민의힘 3명과 더불어민주당 1명으로 정당별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지만, 김포발전을 위한 우리의 마음은 한결같다. 당이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우선 필자는 ’김포시 수도권매립지‘의 부당성을 제기하여, 2023년 인천광역시로부터 82억을 배정받는다. 앞으로도 수도권 매립지에 대하여 지속적..
옷깃 여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필이란 글 항아리 한 점 가슴속에서 구워낼 요량으로_. 한평생 문학이란 통증과 ‘잘 써야 할 과제’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홀로 있는 공허한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훈련으로써 글 읽고 쓰는 것만이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루하루의 삶을 돌이켜 보았다. 무엇을 하며 누구를 만나며 어디에 시간을 썼는가? 그 안에서 ‘참다운 나’를 위한 것이 얼마나 있었던가. 250년 전 살다간 조선의 문인 이용휴(李用休)는 그의 글에 썼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은 작품에 담지 않으려 했고, 남다른 생각을 던짐으로써 독자가 당연시 해 온 통념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했다.’ 라고. 아홉 권 분량의 『고요한 돈강』을 쓰는데 저자로서의 솔로 호프는 15년을 바쳤다. 박경리 선생은 『토지』를 쓰는 데 이십오 년, 황석영 씨는 열 권의 『장길산』을 쓰는 데 십이 년이 걸렸다. 그런가 하면 조정래 씨는 열두 권짜리 『아리랑』을 쓰는데 사 년 팔 개월이 결렸다. 사 년에 끝내려 했는데, 팔 개월이 더 걸린 것은 『태백산맥』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우익단체가 검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실랑이 하느라고 늦어졌다고 했다. 임중도원(任重道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맡은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논어 태백(泰伯)에도 나오는 문구인데, 증자가 말하길 ‘선비는 가히 넓고 굳세지 못할지니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을 머니’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독립운동 하는 분들이 즐겨 쓰는 문자라고 읽어왔다. 문학을 하면서부터는 동양 문학에 빠져들었고, 작가라는 이름을 걸고 글을 써오면서는 ‘작가의 가는 길’ 또한 임중도원임을 깨닫고 나의 게으름을 탓할 때 푸념같이 입술에 얹어본 글귀다. 2월의 캘린더(calendar)는 꽁지 빠진 새 같다, 28일이 끝이다. 나머지는 여백이다. 그 여백 속에는 대한독립 만세와 동학농민군으로서 죽창부대의 함성과 근세 촛불집회의 불빛이 일렁이는 것 같다. 2월은 짧다. 인생도 짧다. 한해가 시작되어 달려온 지도 한참 지났다. 새해 꿈꾸었던 계획이 실행단계를 지나 열을 받아 탄력적으로 달려가야 할 때이다. 2월의 캘린더를 보고 있으면 어머님 말씀이 떠오른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추측하지 말고 증명해 정확성을 확고히 하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이 내 글쓰기의 원초적 본능과 결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는 생각이요. 우주로 가는 우리나라의 누리호를 만들어내는 과학자들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내 아버지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벼 가마니를 수레에 가득 싣고 소달구지 몰아 공판장으로 갔다. 그곳 농산물검사소 직원이 매겨주는 등급에 따라 벼 값을 받고 귀가할 때는 빈 수레였다. 그때 나는 빈 수레의 아버지 곁으로 바짝 다가가 앉아 있을 때가 행복했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아버지에겐 그 수레가 운명의 멍에요. 숙명이었던 선한 농부요 고을의 봉사자이었다는 생각이다. 낙엽 지는 게 어찌 나무뿐이며, 수레를 몰던 아버지만 세월의 물결 따라 저 세상으로 갔겠는가. 나는 지금 아버지 대신 수레꾼 되어 에세이라는 멍에를 메고 글 수레를 끌면서 슬퍼할 틈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자기 삶의 고독한 수레꾼인 것처럼.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 사상자 규모가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지는 등 새해들어 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고. 특히 러시아군이 침공 1년이 되는 오는 24일을 기점으로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장기전으로 흐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사국들의 생존 문제를 넘어 전 세계로 핵무기를 능가하는 경제적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LNG가격은 폭등했고, 지구촌 전체가 고물가에 이은 고금리 공포로 휘청거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은 오리무중이다. 북반구 날씨가 봄을 향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존하는 국제 질서에서 언제든지 제2, 3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고, 그럴 경우 그것을 쉽게 제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더러운 육체적 욕망, 독으로 가득 찬 그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온갖 고뇌가 뿌리 없는 덩굴풀처럼 달라붙는다. 그 욕망을 이겨낸 사람은 마치 연꽃잎에서 빗방울이 굴러 떨어지듯이 모든 고뇌가 사라진다. (부처)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힘보다 자신의 욕망의 힘 자체를 더 자랑한다. 이 얼마나 해괴한 미망(迷妄)인가? 지금은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많은 일들이 과거에는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 일인지를 생각해보라. 지금 너를 혼란 속에 빠트리고 있는 욕망도 마찬가지이다. 또 네가 여태까지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다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상기해보라.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네 욕망을 달래고 가라앉혀라. 그것이 가장 유익한 일이고, 또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삶은 먼저 맞춤(適應)이다. 살았다 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터전을 보게 된다. 삶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둘러쌌기 때문에 환경이라 한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무도 이것이 왜 변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산 것은 그 변함을 무시할 수 없고 그 변한 환경에 맞추어가야만 한다. 둘째 생명은 대듦(拒否)이다. 맞춰감으로만 보면 생명은 순전히 수동적이다. 그러나 생명은 결코 수동이 아니다. 맞추어간다는 것은 밖에서 오는 힘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는 힘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변하는 가운데서 변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생명이다. 생명은 자기 주장이다. 나는 나대로 하자는 힘이 생명이다. 셋째, 생명은 지어냄(創造)이다. 맞춤 뒤에 대듦이 있듯이 대드는 바탈(性) 뒤에는 끊임없이 새 것을 지어내려는 줄기찬 힘이 움직이고 있다. 생명은 자람이요, 피어남이요, 낳음이요, 만듦이요, 지어냄이요, 이루잠이다. (함석헌)/ 주요 출처: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