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노동, 연금, 교육 부문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다. 말이 좋아 개혁이지, 적자 핑계로 공공부문 민영화, 법인세는 내리겠지만 복지는 축소할 것이며, 노동 시간은 주당 69시간까지 늘리겠다는 거다. 교육 자치도 폐지해서 교육감 선거는 지자체장과 러닝메이트 식으로 뽑겠다고 한다.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으니만큼 최악은 막아주길 바라지만, 이재명 보위가 최대 과제가 된 민주당을 보면 기대난망이다. 게다가 세계 경제는 악화일로라 하고, 금리는 치솟을 것이니, 서민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새해인데, 도무지 희망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울한 세밑이다. 작년 6월 조국이 쓴 책이 무려 10만 권이나 나갔다는 뉴스를 접하고, 정권은 넘어갔구나 싶었다. 조국 가족이 가혹한 처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국으로 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마음만 먹으면 다닐 수 있고 또 원하면 체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딱 한 지역인 38선 이북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여년 간 체류는커녕 이산가족들조차 자유롭게 서신교환을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실을 살아오고 있다. 과거 우리 민족은 외침을 받았더라도 분단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남북으로 국토가 두 동강 나고 거기에 미-소의 냉전정책이 겹치면서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지닌 민족끼리 관계 단절은 물론, 서로 적대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벌였다. 일제 강점기 내내 독립투쟁을 벌였고 일제 패망 직전에는 임시정부와 광복군, 그리고 만주의 무장투쟁 세력을 중심으로 조국의 해방과 광복을 위해 전쟁도 선포했다. 그러나 일제 패망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런 해방이 찾아오고 이어 미-소 양국군 주둔으로 인해 민족은 분단을 맞고 말았다. 미국은 전범 국가인 일본 대신 한반도를 분할해 남한 땅을 소련의 남하를 저지할 군사적 정치적 최전방 교두보 노릇을 우리 민족에게 강요한 것이다. 이런 적대관계는 국제법적으로 유례없는 ‘비정상 상태’ 일뿐 아니라 연합국 편에서 싸워 완전한 독립국가의 건설을 바라던 우리 민족에 대한 중대한 배신행위로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일제 앞잡이 노릇을 했던 반민족 세력들은 냉전을 틈타 남쪽에서 민족 주체세력에게 빨갱이 누명을 씌워 말살하고 기득 권력을 탈환하면서 남쪽을 극우 반공국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족국가 형성의 발목을 잡은 것과 관련해서는 냉전 전략을 한반도에 강요한 미국의 책임이 크다. 이렇게 형성된 반공정책은 민족 주체세력의 권력 담지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분단체제에서 민주주의의 진전과 인권 보장의 정상국가 건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제 이래 특권과 부를 챙기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붙어 재기했던 반민족 세력이 극우반공 통치를 이어온 것이 민주주의 발전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 동안 휴전 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못한 것도 이들의 기득권 유지와 미국 국익 중심의 냉전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런 ‘비정상적 민족 내부관계’는 이를 해소하려는 남북 간의 몇 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불구하고 당국자 간 정치적 이해관계나 외세의 간섭으로 그 극복이 좌절돼 왔다. 민주화가 퇴행을 거듭하는 요즘, 그 원인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민족사적 의미를 지닌다. 분단체제 극복은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화해뿐 아니라 남쪽 민주화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단체제의 극복이 이 땅의 민주화와 민족 화해, 나아가 세계 평화 증진에 필수적인 선행조건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1) 반헌법적 법 질서 2) 종속적 한-미 군사관계, 3) 미국은 과연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가, 4) 민중주도 통일운동의 가능성 등 4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반도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공유대학’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연간 1000여 명의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경기도 내 반도체 전문인력 수급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이번 계획은 신선한 발상이라는 평가다. ‘공유’ 개념은 필요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성이 높은 아이디어다. 반도체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유대학’은 반도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들과 기업이 대학을 구성해 교육과정과 실습설비를 공유하고 참여기업 인턴십을 제공하는 등 현장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개념이다. 도내에 있는 전공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위과정과 비전공대학생 및 현업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비학위과정으로 나눠 위탁 교육을..
“연말 대목 썰렁한 호프집…” 얼어붙은 소비 동향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중앙, 12.26자). 다행인 것은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 예산이 국회에서 3525억 증액됐다는 전언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제 어려움 속에서 민생과 취약계층을 지키는데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 지역화폐는 이미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지만, 앞으로 추경 등을 통해 수요에 맞춰 추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경기신문, 12.26자). 지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목하 매출 부진과 부채 상환에 정신 줄을 놓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겐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경제가 잘 돌아가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면, 국민의 소비가 늘면서 자영업자도 덩달아 신바람이 날 것이다. 그러나 경기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긴장해야 한다. 지역화폐로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지 못하면 종국엔 국가를 지킬 수 없게 된다. 통화량은 정해져 있는데 지역주민이 대기업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게 되면, 지역의 돈은 중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의 눈물은 마를 겨를이 없다. 이런 것 막아보자는 게 지역화폐다. 우리나라엔 편의성이 좋은 화폐 지불 시스템이 많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는 것은, 지역화폐가 실핏줄 경제를 살릴 희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방살이가 고달프면, 서울로 향한다. 그 방지책 중 하나가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사용자(소비자와 가맹점)의 혜택이 넘쳐 서울살이 고달픈 사람들이 지방으로 향하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지역에서 창출한 소득이 그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하는 것은 중앙권력 중심의 정치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다. 지역화폐는 이웃 간의 품앗이다. 골목상권을 살려내는 네트워크 운동이다. 다행하게도 국민은 지역화폐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제는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야 한다. 언론도 적극 나서야 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공기업방송인 YTN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앞장서야 한다. 경제 살리기는 언론도 일정부분 감당해야 할 영역이다. 지역언론도 글로컬라이제이션(국제화와 지방화의 합성어)을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대중성이다. 정책수단을 아무리 동원해도 소비자가 무관심하면 경제는 순환하지 않는다. 온라인 세대와 오프라인 세대가 고르게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소규모 제조업, 슈퍼, 음식점, 여행사, 학교, 공공기관, 금융기관, 핀테크기업, 생산자 및 소비자단체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지역화폐 권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활이다. 다만, 정부는 지역화폐 난립에 따른 발행비 증가, 지방재정 부담 증가를 감안해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의 조화로운 운용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를 사용할 때 불편이 없도록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지역상권을 살리자는 지역화폐의 좋은 취지에 여야 정치권이 따로 움직여선 안 된다. 적어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울리는 정치로는 미래 권력을 획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제도권에서 동 떨어져 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마치 ‘지옥의 전사’처럼 살아간다. 그들에게 평화를 안겨 줄 수 있는 솔루션은 지역화폐다. 국가경제와 함께 실핏줄 경제를 살리는 일, 위정자의 책무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얼어붙어 가는 분위기를 녹여내야 한다.
나는 드라마(응답하라1994)에서 소환되었던 94학번이다. 첫 번째 실시된 수능을 보았던 세대. 그해는 X-세대마케팅의 시작인 태평양의 트윈엑스의 광고가 시작되던 해였다. 대학생활이 자유로왔는지 그때 누리는 게 특별한지 그 당시는 몰랐다. 마치 충분한 산소가 있는 공기의 가치는 없어졌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듯이.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처음시작한 병원생활이 그랬다. 인턴시절은 놀라웠다. 레지던트가 오더를 내리면 인턴은 기계처럼 수행해야 했다. 8명이었던 인턴 중 한 명이 실수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았다. 한 번은 담당레지던트한테 엄청나게 혼났었는데.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하라면 하지 무슨 질문으로 토를 다느냐는 논조였다. 바로 윗년차 레지던트 중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병원이 군대보다 더 빡세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경험했던 문화가 한국조직사회 전반에 스며들어있다는 걸 후에 알게 되었다. 남녀의 차이는 없었다. 병동에 주치의로서 근무를 할 때는 오히려 환자들이 나를 더 따랐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진료를 잘 봐준다고 다른 주치의를 거부해 나를 커버해준 남자선배가 무안해진 일도 있었다. 대학교 때는 여학생회가 불필요하니 폐지하자는데 논의가 모아지기도 했다. 논의 끝에 여학생회가 소모임으로 대체되었던 그로부터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 결혼생활에서 가부장의 실체를 톡톡히 경험하게 되었고 20년 후에 세상에 발표된 82년생 김지영과 미투운동의 그들은 또 다른 나였다. 최근의 유전자연구는 인간은 빈서판 위에 새겨진 존재가 아니라 기질적 특성을 타고나는 것과 동시에 후생유전학연구는 유전적 특성조차 환경에 의해 가변적임을 말한다. 우리의 많은 특성들이 사회 속에서의 경험에 따라 구성되어진다. 건강 역시 그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가 바라는 틀 안에서 순응하려고 노력했던 시간은 극심한 우울을 수반했다.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 많은 공부와 훈련 그리고 나 홀로가 아닌 너와 나가 필요했다. 한의원에서 종종 만나는 이들도 디테일은 다르지만 큰 골격은 비슷한 경우를 본다. 그녀는 신체화장애로 치료받고 있다. 불면, 불안으로 여러 병원의 치료에도 낫지 않아 내원했는데 호전 중이던 어느 날 다시 잠을 잘 못 자 살펴보니 대학생이 된 딸이 학기 초부터 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또 꺼내어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대화를 나누었지만 딸은 엄마가 자신의 말을 잘 안 들어준다고 서운해하며 방문을 닫고 안 나온다고 하였다. 그녀는 “판단분별하지 않는 공감적 대화”를 못했다며 자책했다. 그녀에게 “부모님과 공감적 대화를 해보시거나 배우고 훈련받은 적이 있어요? 하니 없다고 한다. ”받아본 적이 없고 배운 적도 훈련해본 적도 없는 것을 책에서 혹은 누군가의 말을 몇 마디 들었다고 안 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마치 글로 배우는 연애 같다고 할까요? 며칠 후면 70년 대생들 역시 한해 더 나이를 먹는다.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좋은 것을 주려면 무엇을 배우고 훈련해야 할까.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지난 23일은 내가 30년 철도기관사생활을 끝내고 마지막 열차를 운행하는 날이었다. 이제 연말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유급휴일이다. 퇴근하며 주변사람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데 후배인 모팀장이 잔뜩 미안한 얼굴로 말을 건넨다. “형님, 저.. 내일 혹시 승무가능하십니까?” 사연인즉 며칠전 사무소에 코로나환자가 5명이나 발생하여 인력이 태부족이란다. “아무리 짜내도 탈 사람이 형님밖에 없습니다” 애원하는 후배의 말에 차라리 웃으며 답했다. “그래, 퇴직하면 실컷 놀건데 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나는 부산신항만으로 출근해 33량 컨테이너열차를 경부선으로 끌고 나갔다. 등뒤에서 쿵쿵거리는 디젤기관차의 엔진소리가 정겹다. 기관차위에서 흰머리소년이 될 때까지 보낸 지난 세월처럼 남성현터널 주변에는 흰 눈이 쌓여있다. 돌아보면 대한민국의 역사만큼 철도도 격변의 시기였다. 124년의 철도역사를 거슬러 100년 동안 바뀐 것보다 최근 20년 동안 바뀐게 더 크다고 할 정도였으니.. 처음 입사했을 때는 한 달에 온전한 휴일 하루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군대막사 같은 곳에서 잠시 눈 붙이고 근무 나가기 일쑤였던 처지에서 지금은 매월 8~10일의 휴일이 보장된다. 고속철도가 씽씽 달리고 낡은 선로도 새 노선으로 바뀌었으니 천지개벽이 따로 없다. 그런데 이런 철도를 등지고 나오는 마음이 천근이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철도구조조정 공세가 드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내내 철도민영화에 맞서 싸우다 나가는데 다시 차기 철도공사 사장에 분할민영화론의 선두주자나 전임 경찰청장출신까지 거론된다고 한다. 후배들은 또 얼마나 길바닥 위에서 외쳐야할 것인지 짐작마저 아득하다. 인사가 실제 그리된다면 정부는 철도노동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래서 더욱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정부는 화물연대파업을 진압하면서 노동자들과 전쟁을 치르면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계산법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디 철도뿐이랴? 국회 앞에서는 이 엄동설한에 노동법2조,3조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단식이 27일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주도한 하청노동자 5명에 제기한 손배청구액수 470억원은 시급1만원 남짓인 하청노동자 약1900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노동법2조 개정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함이고 3조 개정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청구를 제한하기 위한 방편이다. 윤석열정부는 한사코 이 법의 개정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들은 법인세 신고 대상 90만 개중 상위 0.01%에 해당하는 103개 법인의 법인세를 3% 깎아주는데는 진심인 반면 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제압해야 지지율이 오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울한 세밑이다. 한해 내내 대한민국은 정부가 나서서 계급계층간 갈등을 부추겨왔다. 검찰공화국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북한 때리기와 노동자 때리기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갈등은 이어질 것이다. 희망은 한 가지 뿐이다. 12월 북극한파와 기록적 폭설이 한반도를 휩쓸지만 광화문을 위시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행진이 주말마다 이어진다. 이태원역에는 추모집회가 불을 밝힌다.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가 된다”고 토머스제퍼슨이 말했듯이 거리의 저항이 얼마나 확대되는가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좌우될 것이다. 시간 많은 퇴직백수 주말마다 할 일이 생겼다.
경기도 내 공공기관의 부정채용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채용실태 특별감사에서는 매년 상당수의 사례가 계속 적발되는 상황이다. 민관을 불문하고 채용은 철저하게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채용은 더욱 엄정해야 마땅하다. 수년래 이 나라가 입시부정, 채용 비리 문제로 얼마나 시끄러웠나. 공공기관의 부정채용은 철저한 관리와 감시 감독을 통해 일소하는 게 옳다. 경기도가 지난 7월 18일~8월 말까지 경기연구원 등 도내 2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실태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19개 기관에서 총 25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기관경고 1건을 포함해 행정상 처분 25건, 7건 13명에 대해 신분상 처분이 이뤄졌다. 도의 채용실태 특별감사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현..
1964년,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절해의 고도 로벤섬 감옥에 투옥되었다. 감옥은 다리 뻗고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좁았으며, 변기로 사용되는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만이 감방 구석에 있었을 뿐이었다. 면회와 편지는 6개월에 한 번 허락되었고 교도관들은 그의 전향을 강요하기 위해 견딜 수 없는 모욕과 강제노역 그리고 고문을 가하는 등 폭력은 일상적으로 가해졌다. 사회에서 변호사로서 받았던 인간의 품격은 상실된 지 오래되었다. 그가 감옥에 갇히자 가족들은 살던 집을 빼앗기고 흑인들이 모여 사는 변두리 지역으로 쫓겨났다. 수감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장례식 참석은 허락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결혼한 큰딸이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면회를 와서 아기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그때 그가 손자에게 지어준 이름이 ‘아즈위(Azwie)’였다. ‘희망’이라는 글자였다. 로벤섬에서의 27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어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희망없이 살아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며 공포에 떨던 백인들에게도 오히려 흑인과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의 이름을 ‘마디바 만델라(Madiba Mandela)’라고 불렀다. 존경하는 어른 만델라라는 의미이다. 그리스 신화에 최초의 여인으로 등장하는 판도라는 지혜와 미모를 가진 남부럽지 않은 존재였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그녀에게 절대로 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상자 하나를 주었다. 어느 날 호기심을 참지 못한 판도라는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 순간 상자 안에 있었던 온갖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쏟아져 나와 세상에 퍼졌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급히 상자를 닫았으나 이미 전부 빠져나온 뒤였다. 평화롭던 세상은 금세 험악해지고 갈등투성이로 변했다. 그러나 상자 안에는 ‘희망’이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세상의 온갖 악에 괴롭힘을 당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만은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2022년도 마무리되어 간다. 어느 해치고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다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이 많이 들었다. 희망적이기보다는 실망스러운 한 해였다. 연일 오르는 물가와 연료비 인상, 수출 부진 등 경제난 소식에 연말의 강추위 압박이 더욱더 거세다. 가장 힘든 일은 아무래도 정치의 부재로 인한 결과였다.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갈라진 틈새를 메우고 화합시켜 통합을 이루는 것이 정치이건만 모두의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할 이유는 2023년이 오기 때문이다. 신년은 나아질 것이라는, 국가 사회도, 내 생활도 좋게 나아질 것이고 무엇보다도 정치가 복원되어 역할을 다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말이다. 만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위대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아즈위’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미네소타주가 영하 48도라는 뉴스가 전해진다.. 미네소타라면 미시간 5대호 옆에 붙어 있는 미국 최북단 도시이다. 워낙 추운 곳이긴 해도 영하 48도는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화됐다는 얘기다. 물론 ‘투모로우’가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을 그린 내용만은 아니다. 내 기억엔 이 영화는 부상(父性)의 가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메릴랜드 워싱턴D.C. 밑으로 밑으로 피난을 가려할 때 아버지 잭(데니스 퀘이드)은 아들 샘(제니크 질렌할)을 구하기 위해 뉴욕주의 뉴욕인지(컬럼비아 대학이었는지) 매사츄세츠의 보스턴인지(보스턴 대학이었는지)로, 그러니까 북으로 북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이다. 잭의 아내인 의사 루시(셀라 워드)는 그의 북상이 죽으러 가는 길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남편을 떠나보낸다. 아들을 꼭 구해 올 것을 믿는다면서. (가서 우리 아들 구해와!, 하는 것 같았다.) 난 그 옛날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 장면이 꽤나 의미심장하게 보였다. 당시 2004년은 9·11 테러 여파가 심했을 때였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이 '얼척(어처구니)없는' 상업재난영화를 통해 놀랍게도 '아들을 구하는 아버지=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지도자(대통령)'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진짜 아버지. 진짜 지도자란 어때야 하는 가를. 한 마디로 부시 대통령을 ‘돌려 까기’로 비판한 셈이다. 우리가 주로 할리우드 영화만을 편향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을 때(지금은 넷플릭스 같은 OTT 때문에 아이슬란드 영화, 남아공 영화, 베트남 영화, 아르헨티나 영화 등등을 그들의 자국어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에조차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정치적 올바름을 지닌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대형 자본주의 국가이긴 해도(예컨대 트럼프 같은 인물을 배출한 나라이긴 해도) 미국이 200년 넘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숙성시켜 온 나라인 만큼 자본만 우대하는 내용의 영화보다는 그 자본이 낮은 계급에게도 나뉘어질 수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그리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 온 덕이다. 당연히 지배계급, 지배층의 도덕성과 그 ‘지배계급 다움’에 대해 얘기하는, 곧 우파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것이야 말로 바로 할리우드의 진짜 힘이다. 랜달 월레스 감독이 만든 2002년 영화 ‘위 워 솔저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미군이 최초로 남베트남에 지상군을 파견, 첫 전투를 치르는 이야기다. 1965년 북베트남 정규군의 지원을 받는 베트남 남측 게릴라(흔히 베트콩이라 불리는)와 벌어진 전투였고(아이드랑 계곡 전투) 미국이 서서히 베트남 전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미군은 할 무어 중령(멜 깁슨)까지 395명, 베트콩은 2천명에 육박했지만 서로의 일전을 제대로 겨룬 전투였다. 영화에서도 할 무어와 베트콩의 지휘관은 서로의 전투 실력, 병력 운영 및 전술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서로는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깨달으며 이 전쟁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다. 영화는 양측 지휘관에 대한 그 톤앤매너가 특출한 작품이었다. 국가 간 전쟁에서든 삶의 전반적 영역에서든 ‘아버지 같은 지휘관=지도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역시 당시의 부시 대통령을 ‘돌려 까기’하고 있음을 드러낸 영화였다. 할 무어 중령이 전투에 투입되기 직전 연병장에 병사들을 모아 놓고 연설을 하는 대목은 이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의 힘 유승민 의원이 지난 대선 경선 때 써먹어서 어떤 이들은 속으로 ‘기특하다’고까지 생각했었다고 한다. 보좌관이 나쁘지 않군, 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할 무어는 연설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여러분보다 전장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딜 것이고 여러분 보다 전장에서 가장 나중에 발을 뗄 것이다.” 지도자의 연설은 이쯤이 돼야 한다. 육화(肉化)된, 체화된 이념과 정신이 있어야 꽤나 감동스러운 어휘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가 있는 법이다. 이런 영화들을 생각하면 작금의 한국은 기가 막힌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이태원에서 애들이 안타깝게 참사를 당한 걸 가지고도 ‘애들 시체팔이 해서 돈벌려고 한다’는 극우 파시스트들의 난동에 가까운 시위가 이어진다. 게다가 그들을 은근히 지원하는 지도층, 지도자 부부가 득실거린다. 미국이 현재 실제로 영하 48도이긴 해도 한국은 체감 영하 48도인 곳이라는 얘기다. 그게 더 춥다. 시쳇말로 피타고라스의 명언이 그런 게 있다는 것처럼 현재 한국은 답이 없는 나라가 됐다. 할 무어처럼 잘나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할 무어처럼 하바드 석사 출신의 지적인 지휘관이나 지도자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레귤레이션이다” 같은 말은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흔히들 보그체(패션잡지 보그의 기사가 영어가 뒤섞여 쓰일 때가 많아 생긴 신조어)라고 하는데 신세대들은 아예 ‘보그병신체’라 부르는 모양이다. 일국의 지도자가 이런 비아냥을 들으면 되겠는가. 아 춥다. 정말 추운 나라이다. 차라리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가 되는 것이 낫겠다. 웬 ‘보그병신체’ 같은 글이란 말인가.
수원시의회가 지난 20일 열린 제372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3조 508억원 규모의 내년도 본예산을 의결했다. 시가 제출한 원안에서 212억원이 삭감된 것이다. 삭감 내용은 주민참여 예산 48억여원 중 41억원,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216억원 중 40억원, 군공항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와 소음피해 및 주민건강 영향 실태조사비도 전액이다. 손바닥 정원 프로젝트 예산도 13억 3500만원 중 70% 상당을 삭감했다. 이 가운데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사용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주민은 누구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을 해소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예산 편성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를 법적·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