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계절의 심장 같은 달이다. 민족의 역사적 의미 또한 그렇다. 여름을 거치지 않고 뜨거운 햇볕 속에서 영글지 못한 곡식이나 과일은 단물이 고이지 않는다. 가을이 되어도 숙과가 될 수 없다. 태양 아래의 뭇 생명은 용광로 같은 계절의 불볕 속에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생명력을 기를 수 있도록 창조주께서 마음 써 둔 것 같다. 한 가족 삶의 이력도 그렇고 나라의 역사적 궤적도 그런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다. 나는 결코 부유한 가정에서 환영받고 태어난 사람 아니다. 학교생활을 거의 자취하면서 약한 몸으로 보대껴야 했다. 그때 누군가가 네 꿈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아이들과 노래하며 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무렵 나는 문학을 만났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눈 뜨게 하려고 창조주께서는 고난의 길을 걷게 하며..
3년 전 탈북한 젊은 청년이 강화도 인근에서 황해도 개성으로 돌아갔다. 이에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상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북한내 유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개성지역을 전면 봉쇄하고 북한 전역에 비상방역체제를 최대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북한이 탈북민의 월북 사실을 보도한 것은 특이하며, 북한군 경계 소홀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들과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은 취약한 보건의료수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에 북한만이 청정국가처럼 확진 자가 없다고 선전하기 어려운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일부가 민간단체가 신청한 대북 위생방역물자 반출신청을 승인하였다. 앞으로 민간의 협력이 당국간 협력으로 이어져 비정치적이고 인도적인..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는 무엇이 다를까? 또 언제 주고받아야 할까? 오늘은 피드백과 피드포워드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피드백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 공군이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술용어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적군의 위치에 폭탄을 투하하려면 파일럿에게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주어야 하는데 이 때 서로 주고받으면서 경로를 조정하는 단어가 바로 피드백이다. 조직에서도 업무나 프로젝트가 끝나면 성과 평가를 하고, 앞으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여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하여 사용하고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피드백이야기’의 저자 리처드 윌리암스(Richard Williams)는 “모든 인간관계는 피드백으로 완성되고, 피드백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과 인생을 창출하는 에너지를 만든다”고 했다..
플라스틱 빨대로 인해 죽은 거북이 사진 한 장이 던진 반향은 컸다. 너도나도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텀블러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느새 플라스틱 프리 선언은 가장 힙한 지구적인 유행이 되어 버렸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과연 우리는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할 수 있을까? 이렇게 회의적으로 묻는 까닭은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러닉하게도 현재 거북이를 죽인다는 플라스틱은 코끼리와 거북이를 살리기 위해 발명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800년대 중반의 일이다. 당시 미국에선 당구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구에 필수적인 당구공은 전량 상아로 만들어졌다. 당구공뿐만이 아니었다. 피아노 건반, 체스말 등 상아에 대한..
지난 주말부터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도가 3일 오후 9시 산사태 취약지역인 용인시, 화성시, 광주시, 이천시, 안성시, 여주시, 시흥시, 양평군, 평택시, 남양주시, 양주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파주시, 연천군 등 16개 시·군에 주민대피 명령을 권고했다. 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2천237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앞으로도 300~700㎜의 호우가 예보돼 있어 산사태가 우려된다. 이미 도내 산사태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크다. 3일 오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 펜션을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토사가 덮쳤다. 이 사고로 펜션을 운영하는 65세 여성과 36세 딸, 26개월 된 손자가 숨졌다. 뉴질랜드 국적인 딸은 한국-뉴질랜드의 경제·문화 교류에 앞장섰던 인물로 어머니의 펜션 일도 돕고 아들을 한국에..
독일어에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 쌤통과 통하는 말로 ‘불행이 불행을 위로한다’는 심리가 담겨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 ‘인생 망가진 주인공’의 영화를 골라보는 내 심보를 이해하게 해주는 말이다. 어제 본 미국영화 ‘와일드(Wild/2014년 개봉)’도 그래서 골랐을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 이혼등으로 마약에 빠져 허우적대던 여주인공이 악마의 코스 4285㎞의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를 완주, 다시 살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인데 그녀가 힘든 고비마다 흥얼대던 노래가 귀에 남아있다. 팝 명곡인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그녀는 그 노래를 탄생 배경을 알고 부른 것이 아닐까. 지옥 같은 삶을 위로받고자 더 극악한 지옥을 살다 간 노래 주인공을 호출한 것 아니었을까. 1533년, 인구 수백..
지난 2017년 5월 27일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묘역과 경기창작센터 일대에서 선감학원 희생자 공식 위령제와 추모문화제가 열린 바 있다. 이 자리에는 이곳에 수용됐다가 탈출, 승려가 된 혜법 스님도 참석했다. 8살 때인 1969년 밖에서 놀다가 잡혀왔다고 했다. 가족은 아버지와 한쪽다리를 절던 어머니, 형 2명, 누나 1명이 있었고 잡혀가던 그날 엄마가 쌍둥이 동생을 출산했다는 당시 기억을 갖고 있다. 수원 집에서 성곽이 보였고, 근처에 저수지가 있었다. 문둥이 마을도 있었던 기억이 있고, 동네 학교가 산위에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혜법스님은 선감학원에서의 아픔과 복수의 마음을 잊기 위해 출가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수원시가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적극 나섰다. 기록물 전수조사와 홍보, 노인대상 집중 탐문 활동을 펼쳤지만 아직 찾았다..
집의 기본개념이 ‘거주’에서 ‘투자’로 바뀐 세월이 짧지 않은 나라에서 주택을 둘러싼 새로운 ‘흑백’ 논리, ‘선악’ 편견의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은연중에 1주택이나 무주택자는 선(善)이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악(惡)이라는 이미지를 떡칠하는 데 여념이 없다. 노출되지 않는 천문학적 현금이나 주식 부자는 용서해줄 만하고, 두 채 이상 집을 가진 ‘집 부자’는 용서 못 할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이율배반적 여론재판이 판을 친다. 우리 사회에서 집은 ‘얼마나 빨리 소유하고, 어떻게 부의 축적과 확장으로 연결해 나가느냐’는 개념의, 이른바 퀘스트(Quest·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임무 또는 행동)로 존재한다는 해석이 있다. 집 평수를 더 늘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최종 퀘스트는..
아파트 부지의 내 도로의 도보 이용은 차량 진출입과 달리 자유롭다. 그런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던 아파트 부지 내 도로의 통행을 막아 차량은 물론 도보 통행까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는 어떠할까.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카합2 통행방해금지 사건에서 아파트 인근 주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하던 아파트 부지 내에 있는 도로에 대하여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쓰레기 투척, 기물파손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통행을 막기로 의결하고 철문을 폐쇄, 철문 위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막아 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아파트 인근 주민들은 ‘통행의 자유와 그에 기한 방해금지청구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철조망의 철거 등을 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도로로 제공된 토지의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권에 기하여 어느 특정인만이 아니라 그 도로를 이용한 모든 타인의 통행을 막은 경우에는 그와 같은 소유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통행의 자유에 기하여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위 사례와 같이 인근 주민들이 타인의 사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민법 제219조 제1항의 ‘주위토지통행권’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아파트 인근 주민들이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이 아닌 헌법상 인격권의 일종으로서 통행의 자유를 들면서 그에 기한 방해금지청구권으로서 토지를 통행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판례 문면상 드러나지는 않으나 아마도 이 사건에서는 아파트 도로 외에 통행이 가능한 다른 우회로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듯 주위토지통행권 혹은 통행의 자유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주장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주위토지통행권과 사유지에 대한 민법상 소유권, 아파트의 경우 집합건물법상 구분소유권이 상호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어떠한 토지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는 상태에 있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통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통행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하여 당연히 지장물등의 제거 등을 포함하여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행의 방해가 특정인에 대하여만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때와 같이 통행방해 행위가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위법한 침해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그 금지를 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3. 2. 14. 자 2012마1417 결정 참조)”라고 하여, 타인의 주위토지통행권을 통해 사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결국 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보다는 사유재산제도의 기초인 개인의 ‘(구분)소유권’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 판단 기준의 하나로 사유지 소유자가 그 소유권의 행사로서 ‘모든 타인의 통행을 막았는지 혹은 특정인의 통행만을 막았는지 여부’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싸워도 죽고 싸우지 않아도 죽는다. 차라리 한번 싸워 사생을 결단해야 한다”는 서애 유성룡의 말처럼 지도층은 죽음 앞에서도 품격을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왜군의 선단이 나타나자 경상 좌수사 박홍, 우수사 원균은 화살 한 발 쏘지 않고 도망쳤다. 동래부사 송상현 같은 관리가 있어 그나마 적의 진격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었다. 전국에서 처음 의병을 일으킨 홍의장군 곽재우는 적과 싸우지 않고 도망친 경상감사 김수 처단을 자신의 첫째 임무로 삼았다. “네가 조금이라도 신하된 자로서 의리를 안다면 너의 군관으로 하여금 너의 머리를 베게 하여 천하 후세에 사죄해야 마땅하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장차 너의 머리를 베어 신인(神人)의 분노를 씻겠다.” 이 말을 들은 김수가 ‘역적 곽재우’라고 하면서 곽재우가 순수한 충정으로 의병을 일으킨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