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열리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는 행렬이다. 서울~수원~화성을 이으며 222년 만에 최초로 애민(愛民)의 길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총거리 59.2㎞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 왕실 재현 퍼레이드다. 9개 지자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물론 국가적 프로젝트로 키워낼 희망을 보여줬다. 수도권을 하나로 연결하여 원형재현이 완벽하게 이뤄진 것도 뜻이 깊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의거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까지 진행됐다. 연도에 꽉 찬 시민들이 연호했다. 역사의 문을 새로 여는 완결판 왕실 재현 대형거리축제다. 문화축제는 시민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시민 참여를 이끈다. 전통과 문화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한다. 좋은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의 눈과 귀를 붙들어 놓는다. 전통과 문화를 한껏 살려 지역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정조의 화성원행은 반차도와 능행도가 전하듯 화려하기 그지없는 행차였다. 정조는 돈화문 앞에서 융복(戎服)을 입고 말을 타고 출발했다. 한강 배다리를 건너 노량행궁에서 군복(軍服)으로 갈아입었다. 시흥행궁, 사근참행궁(지금의 의왕), 미륵현(수원 지지대고개)을 거쳐 진목정(만석거 부근)에 도착했다. 총리대신 채제공이 길 왼편에서 어가를 맞이했다. 장용영 외영의 친군위(親軍衛)는 길에 늘어서서 어가를 맞이하며 고취를 연주하고 여령(女伶, 기생)이 나와서 대기했다. 행렬은 장안문을 몇 리 남겨놓았다. 이 때 정조가 병조판서 심환지에게 명을 내렸다. “어가가 화성 성문에 도착하면 군문(軍門)에 들어가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이니 경은 여러 장신(將臣)이 있는 영접소에 먼저 가 있으라”고 하였다. 정조가 갑옷과 투구를 갈아입고 장안문으로 들어가니 여러 장신과 화성유수 조심태가 장관 이하를 인솔하여 길 왼편에서 무릎을 꿇고 영접했다. 8일간의 수원화성행차를 간단히 설명한 대목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장안문으로 들어갈 때 정조가 입은 갑주(甲胄)다. 갑주는 갑옷와 투구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 장갑(裝甲)이라고도 한다. 날붙이나 사출무늬가 신체에 접촉하는 것을 막아준다. 정조가 실제로 착용했던 것으로 여겨진 황금갑주가 온양민속박물관에 수장되어 있다. 갑옷과 투구뿐만 아니라 그것을 넣어 보관하였던 갑주함까지 온전하게 보존되어있다. 사료가치가 매우 높아 충청남도 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육탄전을 벌이던 옛 전투에서 칼이나 화살을 막아내는 갑옷과 투구는 장수의 필수품이었다. 실전에 사용하지 않는 갑옷도 있었다. 갑주는 조선후기에 나타난 두정감의 일종이다. 두정감이란 물고기의 비늘 같은 쇠나 가죽조각을 의복 안에 대고 머리가 둥근 쇠못으로 고정시킨 형태의 갑옷이다. 하지만 정조의 황금갑주는 이러한 미늘이 붙어 있지 않다. 구름무늬가 있는 비단을 안감으로 하고 붉은 융을 겉감으로 댄 화려한 옷이다. 두정역시 금도금이 되어 있다. 정조가 입은 갑주는 비단으로 멋을 낸 의례용이다. 방어 기능이 없다. 어깨에는 용 문양 견장을 달아 임금의 갑옷임을 나타냈다. 투구는 무쇠에 은입사(銀入絲)로 당초문양을 새겼다. 용과 봉황을 대칭으로 장식해 왕의 권위를 드러냈다. 당시 조선의 왕도 군통수권자임을 상징하는 금감을 입었다. 보존상태가 좋은 왕의 갑주가 남아 있는 것은 현재 온양민속박물관이 유일하다. 빛깔이 바래거나 좀이 먹고 녹이 슬기 쉬운 갑주는 보존이 까다롭다. 진품은 항습시설이 완벽한 수장고에 있다. 복식연구가에 의해 복원된 갑주가 전시되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복식은 그 시대를 알린다. 정조의 도시, 수원에도 복원된 황금갑주가 갖춰져야 한다. 국내에서 황금갑주를 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연로한 복식연구가 몇 분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하는데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늦기 전에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이 나서야 할 이유다. 시민과 관광객,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교육 자료로서도 필요하다. 더욱이 무형문화유산을 추진하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에도 활용돼야 한다. 비록 복제된 황금갑주라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재위 20년이 되는 을묘년, 그 때 펼쳐진 조선 건국 이래 가장 화려한 퍼레이드에 정조가 입었던 황금갑주의 모습이 보고 싶다.
중국의 제자백가 중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는 ‘세상 만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지닌 것으로 물’을 칭하며,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였다. 노자의 통찰에서 물(水)은 첫째, 대지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모든 생명체를 키우는 어머니와 같은 모성이다. 둘째, 만물을 키워내고도 가장 낮은 곳으로 위치하기 때문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이다. 그리고 바위를 뚫을 정도로 강함이 있지만, 산과 바위가 가로막으면 멀리 돌아가는 유연함으로 이것은 ‘부쟁(不爭, 다투지 않음)’이라 하였다. 시간을 초월한 물의 지혜와 노자의 통찰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또한 최근 전국이주인권단체의 성명문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이주노동자를 포함하여 250만 명이 체류 중이..
시행 1년이 지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에 응한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직장에서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관련 법의 미비도 문제지만, 직장문화를 혁신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이 즐겁지 않고 고통스럽기만 한 노동자들의 삶이 행복으로 연결될 수는 없다. 관계법 보완은 물론 직장문화를 선진화시키기 위한 신선한 사회운동이 시급하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주요 산업노동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변화 없음’이라는 응답이 무려 71.8%..
과거에는 곳곳에 순찰함이 설치되어 있어 경찰관들이 순찰함이 설치된 장소를 따라 코스를 돌며 순찰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동시에 사회를 겪어나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며 과거 순찰함 중심의 순찰방법은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CCTV의 확대와 맞물려 증가한 치안수요로 이어져 왔다. 2017년 10월 탄력순찰제가 도입되기 이전 각 지역의 지구대·파출소에서는 자체 순찰노선을 편성하여 차량과 도보를 이용하여 순찰을 하다가 탄력순찰 제도가 신설되고 시행 3년이 넘어가며 안정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탄력순찰이란 치안고객인 주민들이 순찰을 희망하는 시간대, 순찰 희망 장소를 요청하면 경찰에서 요청사항에 대하여 지역 특성, 위험도 등을 평가하고 이를 순찰노선에 반영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주민들이 요청하는 순찰 장소와 시간은 치안 빅데이터에 활용, 통계지표 산출 및 범죄 예방활동에 귀중한 자료로도 활용된다. 탄력순찰을 신청하려면 가까운 지역 경찰관서(지구대·파출소)에 방문해 탄력순찰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온라인 순찰신문고’(http://patrol.police.go.kr) 또는 ‘모바일 스마트 국민제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순찰 희망장소와 시간대를 지도 화면에 직접 선택하여 신청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경찰은 과거 치안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에서 수요자 편의성을 확대하며 국민의 곁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과 직접 참여하는 적극성을 통해 민·경이 함께 하는 ‘공동체 치안’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TV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 지사의 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고 벌금 300만 원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경기도 하늘에 장기간 끼어서 활기를 갉아 먹던 먹구름이 걷힘으로써 경기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12명 가운데 ‘무죄 취지 파기환송’ 다수의견은 7명이었다. 나머지 5명은 이재명 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항소심 판결을 확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보통 전원합의체는 13명으로 구성되지만, 김선수 대법관이 과거 이재명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
고양시가 앞으로 5년 내 관내 노선버스 330대를 ‘전기버스’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시가 지난 14일 발표한 ‘전기버스 5개년 전환계획’에 따르면 경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버스 대신 쾌적하고 매연발생 없는 전기버스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282.6톤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노선버스 330대를 전기버스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825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시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24억 4천만 원(약 27%)이다. 시는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미세먼지 저감과 업체 운영비 절감 효과, 그리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이용편의 향상 등을 생각하면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훨씬 크다고 내다본다. 특히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다. 환경부의 ‘경유버스 및 CNG버스 환경·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기준으로 계산할..
지난 달 4일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이후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 등 일련의 북한 행보와 담화 발표 내용, 지난 9일 미국 비건 국무부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후 트럼프 미대통령 및 폼페이오 미국무부장관의 발언내용의 근저에 흐르는 한가지 사실은 양측 모두 대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정부도 새로운 안보외교진영을 갖추고 심기일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 청문회가 끝나면 바로 액션프로그램에 돌입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마디로 남·북·미 모두 대화협상을 희구하고 있으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남북관계는 여러가지 문제로 가다서다를 반복한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북한의 행태를 참고한다면 나름 지금의 대화재개 방안 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북한을 설득하여 대화재개 테이블에 불러들임이 마치 연인사이에서 삐친 상대를 달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이나 순진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행태에 토를 달 필요는 없다. 미국의 현 정국을 활용하기 위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을 역설할 필요도 없다. 함께 ‘우리’라는 생각을 다시 떠 올리게 하는 자연스러운 만남 자리를 만들면서 대화 분위기를 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일에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나서면 어떨가 생각을 해 본다. 대북전단 살포문제로 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접경지역으로 대북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경기도, 남북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많은 기금을 준비한 선각자, 무엇보다 이런 일을 추진하기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도지사와 교육감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한다.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으로 전쟁분위기로 휩싸였던 상황에서 그해 12월 중국 쿤밍에서 남북체육교류협회와 강원도가 주관한 제3회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남북의 체육관계자들을 포함, 당국인사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약속을 하고, 이듬해 북한은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남이 이끄는 동계올림픽대표단이 참가하게 된다. 민간단체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남북관계가 재개되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게 된다. 지금의 정체된 남북관계, 북미관계도 경기도와 민간단체(남북체육교류협회 등)의 노력으로 재개될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경기도의 중고등학생들이 북한의 역사도시이며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을 체험학습하는 사업을 북한에 제안함이 어떻까.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서 왕궁터인 만월대, 왕건릉, 공민왕릉, 선죽교, 성균관 등 많은 역사유적 유물이 있고, 개성공단이라는 남북경제협력의 산 증거가 있는 곳이다. 또한 남북불교교류협력의 전범이라 일컷는 복원된 영통사가 있기도 하다. 우리 경기도 학생들이 휴전선을 넘어 이런 역사적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민족의 통합을 꿈꾸게 하는 사업 제안에 북한도 긍정적으로 답해올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체험학습 제안과 함께 말라리아 방역과 코로나19 방역관련 물품 제공의사를 전하는 것도 북한측 마음을 녹이는데 한 몫 할 것이다. 말라리라 방역은 사실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방문하는 우리 학생들이 북녘 친구들에게 학용품 등 선물도 준비할 것이란 사실도 꼭 전했으면 한다. 경기도 학생들이 같은 역사를 공유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함께 살아야 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비전을 갖게 하는 사업, 이 일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 모드로 돌아서고 서로 경제협력을 논의하면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는 보통 삶의 단계를 구별할 때 유년기(0~20세) 성년기(20~60세) 노년기(60세 이상)으로 생각해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의 단계 기준을 간단하게 보더라도 노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긴 구간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백세시대에는 노년기도 이제는 젊은 노인(60대) 노인(70대) 고령노인(80대) 초 고령노인(90대 이상)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이제는 백세시대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결코 장년의 문제만이 아닌 중년의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중?장년들은 백세시대의 사전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나이가 어리고 생각이 짧을수록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이 최고라고 여기는 법이며, 나이가 들고 지혜가 자랄수록 정신적인 삶을 최고로 여기는 법이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나이 들어 보인다. 늙어 보인다’가 욕이고 ‘어려 보인다. 젊어 보인다’가 칭찬의 말이다. 왜 우리는 ‘나이 들어 보인다. 늙어 보인다’는 말에 불쾌할까? 젊음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나이 들어 보인다’라든가 ‘늙어 보인다’는 말은 그만큼 가치가 없거나,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젊고 아름다운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젊음과 아름다움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다 젊고 외적으로 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강박적으로 ‘나이 들어감, 늙어 감’은 재난(?)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거나 늙어간다’는 것은 엄연한 자연의 이치이자 섭리인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혜롭게 나이 들기 위한 지적여정은 무엇들이 있는가? 첫째, 삶이라는 모험의 동반자인 친구와의 우정은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둘째, 주름살이 매력적일 수는 없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것,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하고 가꿀 것인가? 셋째, 지난날을 돌아보며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후회대신 어떻게 만족한 삶을 살 것인가? 넷째, 통제권을 상실할 준비와 유산분배와 상속, 그리고 돌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고 지불할 것인가? 다섯째, 강제 은퇴는 반대하더라도 자발적 은퇴 시기는 언제로 할 것인가? 여섯째, 장년, 노년이 되어도 사랑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여섯째, 인간의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본 불평등과 빈곤은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일곱째, 나눔의 역설과 나름의 해결책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여덟째, 중병이 들었을 때 어느 선까지 의료도움과 기계적 도움을 받을 것인가? 아홉째 나잇대 별로 신변정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의연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등이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는 잊고 있지만 사람은 모두 다 늙으며, 언젠가는 늙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20세에 소중한 것은 의지, 30세에는 기지, 40세는 판단이다”고 말했고 쇼펜하우어는 “인생 처음 40년은 본문이고, 나머지는 주석이다”고 말했으며 오슬러는 “스물다섯까지 배우고 마흔까지 연구하고 예순까지 성취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칠십부터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나름대로의 설계와 준비의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가는 법을 알고 준비하는 것은 ‘지혜의 걸작’이며 ‘위대한 삶의 예술’ 중 가장 어려운 장(章)에 속한다. 여기서 루소의 명언 하나를 더 인용하고자 한다. “가장 장수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 아닌 가장 뜻 깊은 인생을 체험한 사람인 것이다.” 끝으로 한권의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철학자이자 수필가이신 김형석교수(1920년생으로 현재 100세)의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을 것을 권한다. 전대미문의 백세시대를 맞아 우리는 설레고 기쁘기보다는 불안하고 허둥대기 바쁘다. 남은 인생을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겪어봐야 깨닫는다’고 한다. 먼저 백세인생을 사신 분의 경험과 지혜를 빌려 앞으로 자신의 삶이 조금도 명확해 지고 향기로워 지도록 주도면밀하게 사전 준비해 두고, 그러고 나서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진로 및 대학교 학과 선택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경제학과 경영학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필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가 떠오른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당시 상경계열 학과를 지망하면서도 나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이야 경영학 전공자로서 분명한 차이가 보이지만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외관상 경영학과 경제학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같은 상경계열로써 비슷할 것이라 오인하기 쉽다. 우선, 경제학과 경영학을 묶어서 상경계라고 부르고 비슷하게 보는 경향은 왜 생긴 것일까. 이는 두 전공 모두 ‘경제’라는 것에서 파생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경제학이 경제 주체 전반에 관심을 두는 영역이라면, 그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경영학의 관심이다. 따라서 경영학의 많은 부분들이 경제학의 학문적 기초를 바탕으로 발전하였다. 때문에 경제학과 경영학을 칼로 무 자르듯이 딱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둘의 정확한 차이는 무엇일까. 경제학과 경영학은 분석 대상과 방법에서 차이점을 나타낸다. 먼저 경제학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그 원리를 탐구한다. 따라서 우리가 살면서 매일하고 있는 경제활동을 연구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학문이다. 또한 경제학은 한 국가의 경제 전체를 분석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나라 전체의 경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제, 국민소득에 대해 연구하는 거시경제학과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경제를 연구하는 미시경제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거시경제학은 경제 규모가 확대되었는지 축소됐는지, 지금까지의 추이는 어떠했는지 등을 분석한다. 예를 들면,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기준금리 등이 이 분야에서 다루는 주제다. 미시경제학은 국가 전체보다는 경제 주체 사이의 선택 문제와 가격 결정 원리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 또한 미시경제학은 가계, 기업, 정부의 경제활동 등 경제주체의 시장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수요의 가격 탄력성, 정보 비대칭성, 게임이론 등이 이 분야에 속한다. 반면 경영학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다. 보통 경영학에서 말하는 조직은 기업이고,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조직유형이 기업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운영하는 방법을 찾는 학문이다. 따라서 경영학은 철저하게 기업의 경제 행위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이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잘 운영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게 주요한 관심사이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일할 직원을 뽑고 월급을 지급한다. 기업이 만든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마케팅도 잘 해야 하고,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트렌드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손실을 내지 않고 이익을 내기위해 손익계산도 잘하고 통계를 내야 할 것들도 많다. 그래서 인사·조직관리, 마케팅, 재무관리, 회계, 생산운영관리, 경영정보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연구해야 한다. 이것들을 통틀어서 경영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경영학은 다양한 학문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기업의 형태가 등장한 이래로, 기업이 진행하는 기본적인 경제 활동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의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두 학문은 서로 다르면서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경제학이 좀 더 사회과학에 가까운 이론 중심의 학문이라면, 경영학은 실용적인 기술에 가까운 응용학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알아야 하고, 경제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시장 주체인 기업을 알기 위해 경영학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경제관념과 경영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균형적인 이해와 사고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회 이창균 의원(더불어민주당·남양주5)이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밝힌 입장에 공감하는 도민들이 많을 것이다. 이 의원은 13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훼손지 정비사업’이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훼손지 정비사업은 그린벨트에서 동·식물 관련시설로 허가를 얻은 후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 토지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물류창고로 용도변경을 해 주는 사업이다. 이행 강제금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훼손된 토지 중 최소 30% 이상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 채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효하다. 하지만 자체부지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은 토지소유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추진절차와 환경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규정 등으로 도내에서 훼손지 정비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