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기도를 통해 기관지와 폐에 달라붙어 호흡곤란을 일으켜 열이 나면서 심한 통증을 가져온다. 바이러스를 옛날에는 벌레라고 하였다. 신약성경(마태, 마가복음)에 의하면 헤롯왕은 벌레에 물려 죽었다고 한다(사도행전 12장23절). 헤롯은 동생 빌립의 아내를 취한 음행을 지적한 세례 요한을 참혹하게 죽이는 악행을 저지르고 천벌을 받았으며, 기원전 2세기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말라리아에 희생되었고, 영국의 유명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신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인 단테도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다. 코로나19가 천재(天災)로서 인간의 입을 틀어막고 더욱 겸손하라는 싸인이 아닌가! 인류만큼 병을 많이 앓는 동물은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질병의 수는 약 1만2천400개나 된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치명적인 병은 광견병이고 가장 흔한 병은 잇몸 질환이다. 그런데 걸리고 싶지 않은 병은 혈관계 질환, 즉 혈액이 끈적끈적하여 혈관이 막히는 혈전이라는 질병이다. 중년 이후에는 혈전이 평균 40%까지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것이 60% 이상이면 병이 생기고, 혈전이 80%까지 늘어나면 사망에 이른다. 우리 몸속을 흐르는 피는 4개월이면 새로운 피로 바뀐다. 12만km에 이르는 혈관을 한 바퀴 도는데 불과 46초 걸린다. 이 피가 나쁜 생활습관에 의해 원활하지 못할 때 염증이 되고 이것을 방치하면 치매, 당뇨병, 비만 등 큰 병이 되어 이때부터 불행이 시작된다. 질병의 역사를 보면, 14세기에는 문둥병, 15세기에는 페스트, 16세기에는 매독, 17~18세기에는 천연두, 19세기에는 성홍열과 폐결핵이 만연하였고, 20세기에는 암, 당뇨병, 에이즈 등이 맹위를 떨쳤으나 지금은 이러한 질병들이 골동품처럼 되어버렸다. 현재는 아토피, 피부병, 우울증, 당뇨병, 비만, 뇌졸중, 동맥경화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질병을 현대 문명병이라고 한다. 이들 질병은 대부분 혈관계 질환이다. 성경 레위기(17장11절)에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했듯이 우리 몸속에 있는 피가 우리를 살아있게 하려면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적당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생활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4가지가 있다. 세균은 우리 몸속에 들어가 결핵, 장티푸스, 콜레라, 식중독, 폐렴을 일으키고, 바이러스는 독감, 감기, 소아마비, 황달, 수두, 홍역을 유발하며, 진균은 걸염과 무좀을 만들어내고, 기생충은 췌장염과 충수염(맹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영수증, 은행 번호표 등은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성분은 암을 일으키는데, 우리 몸속에 알게 모르게 침투하기 쉬운 물질이다. 화장품, 치약 등 화학물질도 독성이 있어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울증, 비만, 치매, 아토피,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은 대부분 스트레스와 미세먼지로 인하여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증후군(symptoms), 즉 현대 문명병이라고 한다. 현재 창궐하는 전염병은 정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나타나는 것이 있고, 새로운 질병들이 1980년 이래 에이즈를 비롯하여 30종 이상이 늘어났다.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끝없이 창궐하고 있다. 눈부신 문명의 발전과 현대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는 가을에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니 우리 모두 더욱 낮아지고 겸손해아 할 것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속 좁은 행태가 또 한번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개편 구상과 관련, 한국의 참여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됐다. 일본은 북한 및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의 졸장부 행태는 하루빨리 복원돼야 할 한일 관계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 따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열릴 예정이던 G7 정상회의를 9월쯤으로 연기하고, 규모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고 싶다는 뜻을 5월 말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G7이) 낡은 체제로, 현재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문 대통령의 의견..
누군가를 위한 노래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곡으로는 1985년에 발표되어 아프리카에서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인 USA for Africa -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가 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필두로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밥 딜런(Bob Dylan), 레이 찰스(Ray Charles),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 등 40여 명의 당시 최정상의 가수들과 프로듀서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한자리에 모여 외쳤던 ‘세계는 하나’는 역사상 가장 빨리 팔려나간 앨범이자 80년대를 장식한 최다 판매 싱글 음반이 되었고, 그로 인해 2억 달러가 모이게 된다. 이 곡 하나로 전 세계의 이목을 에티오피아로 집중시킨 것이다. ‘위 아 더 월드’에 코러스로 참여한 사람 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밥 겔도프(Bob Geldof)이다. 그는 2018년 개봉해 선풍적인 퀸(Queen) 신드롬을 몰고 왔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의 대미를 장식한 1985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의 공연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의 기획자이다. 이 공연의 기획은 한 해 전인 1984년 밥 겔도프를 위시한 영국과 아일랜드의 뮤지션들이 내놓았던 자선 싱글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서 시작되었는데, 1985년 7월 당시 영국과 미국 그리고 시드니와 모스크바 등에서 에티오피아 기아 대책 기금 마련을 위한 공연이 진행되었고, 전 세계 100여 개의 국가에서 TV 실황 중계를 하게 된다. 퀸과 더불어 유투(U2),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엘튼 존(Elton John),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등이 참여한 이 자선 공연은 당시 MBC에서 편집본이 방송되었다. 이 외에도 1991년 걸프전 당시 파병된 병사들의 안위와 세계 평화를 바라며 발표되었던 ‘보이시스 댓 케어(Voices that care)’가 있고, 위 앨범들과는 다르게 여러 아티스트들의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제작되어 코소보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 음반이었던 ‘노 바운더리스(No Boundaries-A Benefit for the Kosovar Refugees)’ 역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노래와 공연들이 다시 찾아오게 된다. 위 아 더 월드, 이 곡은 지난 2010년 아이티 지진이 계기가 되어 ‘We Are The World 25 For Haiti’로 25년 만에 다시 리메이크가 되었다.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아이티의 구호와 재건을 위한 곡으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핑크(Pink), 아담 리바인(Adam Levine), 셀린느 디온(Celine Dion),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등의 가수들이 모여 25년 전의 그 멜로디를 다시 불렀는데, 원곡 그대로가 아닌 스눕 독(Snoop Dogg), 윌 아이 엠(Will.i.am),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의 힙합 뮤지션들의 참가로 랩 파트가 추가되는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다. 이 곡은 80년대의 라인업과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었지만, 이슈와 시대가 주는 감성의 변화를 곡에 세련되게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올해 4월에도 자선 콘서트가 있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세계 보건기구 WHO, 글로벌 시티즌이 함께 주최하여 기획된 콘서트 ‘원 월드 : 투게더 앳 홈(One World : Together At Home)’이다. 21세기 라이브 에이드라 불리기도 한 이 콘서트는, 코로나19의 유행에 맞서 분전하고 있는 전 세계의 의료 종사자들을 응원하고 기금을 모으기 위하여 기획되었으며, 스티비 원더, 엘튼 존 등 과거 자선 콘서트에 참가했던 고참 뮤지션들과 더불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그리고 한국 팀으로는 슈퍼엠(SuperM) 등이 참여해 8시간 동안의 온라인 릴레이 콘서트로 진행되었다. 음악의 순기능 중 하나는 이런 따뜻한 공감대의 형성에 있다. 곡에 자극적 선동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그 안에 녹아있는 음악의 힘은 청자들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뮤지션에게 있어 곡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을 풀어놓는 행위일지 몰라도, 모든 스포츠의 찬가가 되어버린 퀸(Queen)의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의 경우와 같이, 해당 상황에 부합하는 청자들에게 객관적 청취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음악을 통한 이런 행보는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다. 누군가를 위한 노래는 결국 우리를 위한 노래가 되어 온다.
6·17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값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2%를 기록했다.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가 각각 0.15%, 0.12% 올랐다. 신도시가 0.04% 뛰면서 경기와 인천도 0.14%를 기록,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이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초조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돼 정부 대책이 헛발질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지난 2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6·22일 기준)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22% 상승하며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증가했다. 전세 가격도 0.14% 상승해 전주(0.12%)보다 올랐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발표한 ‘2020년 6월 경기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는..
동영상의 발명은 에디슨에 의한 것이지만 영화의 기원은 프랑스의 루미에르 형제가 그랑 카페(Gran Cafe)라는 상영장, 바꾸어 말하면 극장에서 단편 다큐멘터리들을 상영한 1895년 2월 28일이다. 그리고 여행가 겸 영화제작자인 버튼 홈즈가 내한하여 한국의 여러 풍광을 촬영한 시기가 1899년이다. 1903년에는 한성전기회사 창고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근대식 공연장인 종로의 단성사가 건립된 것이 1907년, 우미관이 건립된 것이 1912년이다. 단성사는 1918년 활동사진(영화) 전용 상설관으로 바꾸어 재개장한다. 당시의 극장 시설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외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고 전숙희 작가에 들은 바로는 극장 바닥에 가마니가 깔려 있어 거기에 앉아서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1919년 10월 27일에 드디어 한국영화 사상 첫 영화인 다큐멘터리 ‘경성전시의 경(京城全市─景)’이 상영된다. 그리고 김도산, 이경환, 윤혁이 출연한 연쇄극 ‘의리적구토(義理的仇討)’가 공연되며 극중 스크린에 야외 촬영 장면이 상영되며 한국영화의 기점이 되었다. ‘경성전시의 경’은 연쇄극을 촬영하며 제작한 서울의 명소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로 한강철교, 장충단, 청량리, 영미교, 남대문 정차장, 독도(뚝섬), 전곶교(살곶이 다리), 전차, 기차, 자동차, 노량진, 공원 등이 소개되었다. 연쇄극은 연극 공연 중 그 일부 야외장면을 촬영하여 영사막(스크린)을 내려 상영하는 형식이다. 이를 영화로 볼 것이냐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그러나 이 날 한국영화 사상 첫 다큐멘터리인 ‘경성전시의 경’이 상영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영화의 기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1966년, 영화계 원로들의 제안을 공보부가 받아들여 이것을 기점으로 1919년이 한국영화의 출발점으로 정하여진다. 이후부터 ‘의리적구토’가 공연된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초창기 필름들은 현존하지 않고 모두가 신문자료, 잡지자료를 인용한 연구들뿐이다. 하다못해 한국영화를 조선영화로 호칭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에 일본인들이 조선인, 조선어, 조선영화로 차별하여 불렀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쓰기를 한 결과이다. 물론 조선총독부, 조선은행 등 고유명사는 어쩔 수 없지만 한국영화를 조선영화로 불러서는 안되는 일이다. 일제의 용어인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꿔 부르고 있지 않은가? 이는 향후 연구자들에 의해 차차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1919년 3·1운동 이후 1920년 6월에는 봉오동 전투가 있었다. 당시 독일에서는 표현주의 영화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 개봉되었다. 세계는 재즈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션의 문화시대가 만개하였다. ‘암살’, ‘항거’ 등 한국영화의 시대 배경이 된 해이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연쇄극으로 박승필 제작, 김도산 감독, 미야가와 소우노스케(宮川早之助) 촬영 편집의 ‘의적(義賊)’, 이기세 제작 각본 감독, 이필우 촬영 편집의 ‘지기(知己)’, 이기세 제작 감독의 ‘장한몽’이 있다. 큰 성공을 거둔 ‘장한몽’은 오자키 고요(尾崎紅葉)의 ‘금색야차’를 원작으로 만들었으며 이후 6차례나 리메이크 된 한국영화의 단골소재이다. 2020년 새로운 한 세기를 맞아하는 해에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다. 한국영화 및 극장가에 위기감을 조성하는데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그 작고 가여운 배에 구멍을 내고 지금도 투석 중인 아가의 가족’이 올린 사진과 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안산시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증상으로 입원해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안산 유치원생의 큰아버지가 쓴 ‘안산 소재 유치원 햄버거병 발병사고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는 글이다. 이 글에는 아이의 옆구리를 뚫고 호스를 연결해 투석치료 중인 사진도 함께 들어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아이나 부모와 일면식도 없는 우리의 마음도 이리 안타까운데 아이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그저 치료가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이 수심에 차 있는 가운데 도내 안산시 상록구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다. 햄버거병 증상..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직원 직접 고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정치권에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고용절벽 시대에 신음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제로섬 게임’이 빚어내는 갈등 요인을 제거할 묘책이 필요하다. 지난 22일 인국공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서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요원 1천900여 명을 공사 직고용 형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인권위에 진정을 낸 사준모는 “비정규직 중 일부의 청원경찰 직접 고용 행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비정규직 간, 비정규직..
돈암서원의 강당인 응도당에서 정회당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정회당은 응도당과 같은 라인에 있지만 정회당이 입덕문을 향해 살짝 축을 틀어 앉아 있는 모습이다. 특별한 꾸밈없이 정직하게 쓰여진 정회당 편액은 기둥머리에 걸려있다. 정회당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아버지인 김계휘 선생의 서재로 대둔산 고운사 경내에 있었다. ‘정회당’이라는 편액을 건 김계휘 선생은 이곳에서 강학을 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정면4칸, 측면 2칸의 건물은 전면 1열과 좌우 1칸씩은 문이 달리지 않은 마루이다. 좌우 1칸끝의 머름은 설치하되 문은 달지 않아 개방된 느낌을 준다. 반면에 정면 가운데 2칸, 후면1칸에는 벽과 문을 달아 방을 만들어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 건물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단층의 기단 위는 사방으로 전돌을 깔아 다른 건물과는 조금 다른 격을 느낄 수 있다. 정회당은 건물 기둥의 색이 조금씩 다르다. 건물 앞뒤로 주춧돌 위의 기둥 다리부분이 색이 다른데, 이는 빗물에 기둥 아래 부분이 삭아서 교체를 했기 때문이다. 건물 한 바퀴를 빙둘러 색이 다른 기둥들을 보니 건물의 세월이 느껴진다. 정회당은 약 460여년 된 건물로 고운사 터에서 1954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비교적 작은 한옥이지만 김장생 선생의 부친인 김계휘 선생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다. 정회당 옆으로는 오래된 향나무 한그루가 지지대를 받치고 서있다. 향나무 뒤로는 장판각이 자리해 있다. 장판각은 목판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서원에서 책을 찍어낼 수 있는 목판은 서원의 가장 중요한 재산 중 하나이다. 이 목판은 ‘사계전서’, ‘황강실기’, ‘신독재전서’ 등 김장생 선생과 아버지 김계휘, 아들 김집의 문집들을 인쇄한 목판으로 돈암서원의 보물이다. 장판각은 삼면이 벽으로 막혀 있고 정면에 출입문이 달려있다. 출입문은 열쇠로 단단히 잠겨있는 모습이다. 장판각 바로 앞에 자리한 양성당으로 가보자. 형식적인 강당의 역할을 하는 양성당은 앞에 자리한 비석 하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돈암서원 원정비다. 양성당 중심에 자리한 돈암서원 원정비는 받침대와 내용이 적힌 몸체, 그리고 머리부분으로 나뉜다. 받침대는 사각형으로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전체적으로 희끗희끗한 부분과 녹색, 검은색이 뒤섞여 한눈에도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몸체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이 원정비는 돈암서원이 이곳으로 옮겨 지어질 때 함께 옮겨온 것이다. 이 원정비가 처음 세워진 것은 현종10년(1669)이다. 비문은 송시열이 지었고, 글씨는 송준길이 썼는데, 앞부분의 전서체 제목은 김만기가 쓴 것이다. 내용은 돈암서원을 세운 이유와 사계 김장생 선생과 그의 아들인 김집의 학문과 업적들을 적었다. 원정비를 벗어나니 비로소 양성당의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편액은 양성당의 마루 가운데 매달려있다. 양성당이라는 편액 글씨는 묘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체이다. 양성당은 정면 5칸 측면2칸으로 모두 10칸짜리 건물이다. 가운데 3칸이 마루로 되어 있는데 중간에 문을 달았다. 양성당은 유생들이 모여 강학하던 서재로 돈암서원이 이곳으로 이전해올 때 당시 강당이었던 응도당을 옮겨오지 못하고 대신 이 양성당을 옮겨와 강당으로 사용했다. 나중에 응도당이 옮겨오면서 강당의 자리는 내주었지만 김장생 선생의 채취가 담겨 있어 양성당 자체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양성당은 사계 김장생이 낙향한 후 정회당 근처에 지은 서당이다. 김장생은 이 곳에서 30여년간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에 힘쓰다 83세의 나이로 별세하였다. 마루에 걸터앉아 양성당과 김장생 선생을 생각해본다. 김장생 선생에게 있어 양성당은 어떤 의미였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양성당과 같은 각자의 삶을 담아 방점을 찍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최근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9세 남아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하는가하면, 경남 창녕에선 같은 나이의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한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수원시가 7월부터 학대 피해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결정할 때 심리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아동 이익 중심의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학대 피해 아동이 가정으로 복귀한 뒤 재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대 피해를 당한 아동은 보호시설 등으로 인도돼 응급조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다. 보호자가 가정복귀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아동의 가정 복귀를 신청하면 지방정부가 복귀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 아동들이 모진 학대를 당하거나 숨지는..
코로나19 사태는 학교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3월에는 모든 학교가 개학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교사와 학생은 온라인을 통해 처음 만났다. 이후 학교급과 학년에 따라 순차적으로 등교개학을 시작하면서 지난 6월 8일 드디어 전국의 학생들이 학교에 갔다. 학생들의 등교는 사회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첨예한 문제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종식되지 않았고 새로운 지역확진자와 해외 유입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때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부터 폭발적인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의 하나라도 학교에서 감염이 시작된다면 기하급수적인 감염 상황도 예상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이는 학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우려 속에서 학생들은 학교로 갔고, 안타깝지만 단위학교에서 지엽적으로 발생하는 감염 사례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6월 22일 현재 전국 49개교에서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는 전체 2만902개 유·초·중·고교 가운데 0.2%에 이르는 수치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학교를 통한 대규모 확산 감염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인과 방역 관계자들 못지않게 헌신하는 교사와 교육공무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최은경 교사는(안산초) 온라인수업 초창기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학교에서는 웹캠, 마이크와 스탠드, 영상 편집 프로그램, 수업용 개인 마이크 등 필요한 기기는 요청하는 대로 신속하게 구입했다. (중략) 디지털에 익숙한 선생님들은 밤늦게까지 남아 수업을 촬영하고 만들었다. 교실마다 ‘녹화중’이라는 푯말이 붙었다.” 가르침을 지속하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과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단순히 지식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교육의 본질에 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최 교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를 익히는 것’으로 표현하는 인성 교육에 대한 책무가 그것이다. 같은 학술대회에서, ‘교사가 있지만 교사가 없다’라는 정은균 교사(군산 영광중)의 발제문 또한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수업에서는 발현하기 어려운 수업의 교육적 가치와 의미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등교를 맞이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학생들은 교사의 교육철학적 고민과는 달리 현실적인 두려움이 더 커 보인다. 같은 세션에서 발제한 김정빈 학생(광주 전남공고)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갖게 된 가장 큰 고민은 대학입시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러면서 등교를 하게 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감염되어서 우리 가족의 목숨까지도 위험 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훨씬 컸다.” 김정빈 학생은 등교 수업보다는 차라리 온라인 수업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김하늘 학생(대전 둔원고)은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편함’이라고 하였다. 아침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었고, 편한 복장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단점은 장점보다 더 많았는데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움, 주체적 활동을 할 수 없는 아쉬움,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온라인수업과 순차등교까지, 교사와 학생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 동안 학교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운용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대응 방식을 구현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를 ‘자치 효능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기회에 단위학교의 자치권 확대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지역적 상황과 각 학교의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전환시키기 위한 교육계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헌신과 열정에 더해 그들의 톡톡 튀는 민주적 아이디어는 새로운 학교상을 구현하기에 차고도 넘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