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윤흥길의 대표적 소설 ‘완장’에는 저수지 감시원 종술이가 등장한다. 1980년대 초 전북 익산의 시골 농부 최씨는 땅 투기로 큰 돈을 벌어 떵떵거리며 관공서에까지 줄을 댈 수 있게 된다. 최씨는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동네 건달인 임종술에게 관리를 맡긴다. 노란색 완장을 찬 종술은 무단으로 낚시질하던 도시에서 온 남녀들에게 기합을 주고, 한밤에 몰래 물고기를 잡던 친구와 그 아들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이 맛에 신이 난 종술은 읍내에 갈 때조차 완장을 두르고 활보하면서 완장의 힘과 권력을 실컷 만끽한다. 마침내 완장의 힘에 도취된 나머지 고용주 일행의 낚시까지 막으려다 결국 쫓겨난다. 그러나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술은 여전히 완장을 놓지 못한다. 가뭄이 들어 저수지의 물을 빼야 하는데도 수리조합 직원들과 충돌하게 된다. 술집 작부 부월이는 “진정한 권력자는 완장을 차지 않는다”며 권력(?)은 허망한 것임을 일깨워주자 완장을 저수지에 내던지고 부월이와 함께 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불현듯 &lsquo
나무시집 /김길나 한때, 견고했고 불꽃이기도 했던 몸들이 녹아 흐르는 물, 삶과 죽음의 소용돌이를 걸러낸 물, 걸러진 고요 속에서 푸른 힘을 뽑아 올린 물, 그 물을 내부로 빨아들이며 나무들이 시를 쓴다 수없이 잎을 지우고 꽃을 넘어온 과육 씨알로 되돌아올 줄 아는 시는, 그러므로 죽지 않는다 나무가 된 시인의 시집을 나는 혀로 읽어 삼켰다 시인이 시 안에 살고 있는 시를 - 김길나 시집 ‘시간의 천국’ 좋은 시 쓰기란 쉽지 않다. 시는 이 세상 온갖 삼라만상이 들어앉아 있는 시인의 깊은 내면에서 잉태되고 발아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 그 속에서 때로 어느 순간 종소리처럼 울려 나와 시인에게 한 편의 시를 자동기술 하게도 하지만 많은 시가 시인의 깊은 사색과 몰입의 시간에 의해 완성된다. 독자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시,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주는 한 그릇 밥이 되는 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절대 죽지 않는 시, 그러한 시 한 편 쓰기란 이토록 어려운 일이니 하물며 좋은 시집을 내는 일이란 시인이 시안에 온통 살아야 한다. 그동안 여러 권의 시집을 내며 이러한 점을 체득한 시인은 타인의 시집을 혀로 읽어 삼킨다. 단어 하나 문장
추위와 더불어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때이다. 십시일반의 미덕으로 추운 겨울을 극복해 가는데 참여해야 된다. 과거농경사회에서 이웃끼리 서로 나누고 도우면서 생활해 왔던 문화를 다시 복원시켜가야 한다. 어느 부부가 착한가게에 가입하여 8년 간 정성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있다.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매월 매출액의 일부를 기부하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 정기 기부를 결심하였다. 모친은 생활이 어려운 공단 근로자, 독거노인, 쪽방촌 거주자들을 도와주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쉴 때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연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만들어 보육원에 찾아가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려 한다. 자신의 사정에 맞는 기부생활의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착한가게에 가입해 올해로 8년 째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부부처럼 나눔과 기부는 일상생활 속에서 정착되어 가야 한다. 수산시장의 상인처럼 지속 가능한 정기기부자들이 모이면 더 큰 나눔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실천해 가야 한다. 장애인이나 200만 명이
경기도농업기술원이 2010~2015년 수도권 가구의 쌀 구입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가구당 연평균 쌀 구입액이 18만4천523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쌀 구입자인 주부들의 연령층에 따라 구입액도 달랐다. 30대 이하 14만여 원, 40대 17만여 원, 50대 22만여 원, 60대 이상 21만여 원으로 50~60대 주부 연령층 가정에서의 쌀 소비가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점차 감소하는 쌀 구입액이다. 2010년 가구당 평균 17만4천27원이었던 것이 2015년엔 16만4천667원으로 감소했다. 개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엔 62.9㎏이었는데 이는 1970년의 136.4㎏에 비해 무려 73.5㎏(54%), 2000년의 93.6㎏에 비해 약 31㎏(33%)이나 감소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국민소득이 낮았고 쌀 외엔 먹을거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밥심’이란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당시보다 국민소득이 크게 증가했고 먹을거리가 다양해졌으며 입맛도 변했다. 게다가 탄수화물 식습관이 비만이나 과체중 등을 유발한다며 쌀밥을 기피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함께 우리 몸
2016년 9월28일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여 2015년 3월27일 제정된 것으로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시민이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던 접대, 홍보성 선물 등이 사라지고 있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평소 불편해하던 청탁, 부탁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고 업무추진비나 홍보비의 지출이 금지되거나 지출방식이 크게 변하여 당분간 업무수행에 불편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강연 등을 빌미로 한 과도한 강연료, 원고료 등의 지출이 줄고 대상 범위도 대폭 축소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공공부문의 대변혁은 공정한 사회,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는 좋은 기회라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제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정착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소통과 인적 네트워킹, 즉, 인간관계의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접대와 선물 등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 혹은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수직적…
Q:현재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데 회사에 취직하면 연금은 어떻게 되나요? A:월 평균소득금액이 210만5천482원을 초과하면 ‘연금수급개시연령+5세’가 될 때까지 연금지급이 정지되거나 감액됨. 그 이후부터는 소득액에 상관없이 전액 지급. 월평균소득금액이 일정금액(2016년 현재 210만5천482원)을 초과하면 연금지급이 정지되거나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연금을 받고 계시는 분의 월평균소득금액이 ‘최근 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사업장 및 지역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의 평균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연금 지급이 정지되거나 감액됩니다. 국민연금에서는 이 기준금액을 ‘A값’이라고 하며, 2016년도 A값은 210만5천482원입니다. 만약 2016년도의 사업소득금액(필요경비 공제 후 금액)과 근로소득금액(근로소득공제 후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당해 연도 근무월수로 나눴을 때 210만5천482원을 초과하면 연금지급이 정지되거나 감액된 연금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15년 현재 58세인 조기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소득금액이 204만4천756원을 초과하면 연금지급이 정지되고 국민연금에 재가입을 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게 됩니다. 반면, 2015년 7월29일 이
관정장학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회장을 최근 뵐 기회가 있었다. 이 회장은 빌딩·호텔·골프장 등의 대부분 자신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하여 1조원 규모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300~400명의 학생들에게 매년 200억 원 이상의 국내·국외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본인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여 유망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나라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신다. 노블리스 오브리제 실천의 산 증인인 것이다. 큰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점심식사는 검소하기 그지없고, 지방의 사업장 갈 때도 이코노미 항공편만 이용한다. 현재 93세 인데도 사업에 대한 감각과 열정이 대단하고 운동·재즈피아노 연주·영어 공부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하신다. 이 회장이야말로 열심히 일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시대 어른의 표상으로 생각되어진다. 보통 50~60세에 은퇴하여 일을 포기하고 소일하는 삶에 안주하려는 베이비붐 세대 및 그 이전 세대에 이 회장의 삶은 경종을 울리는 것 아닌가 한다. 큰 부를 이루기 어렵고, 큰 돈을 나누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열심히 일하
요새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기자회견 중 갑자기 울컥했다. 그리고 최순실씨도 영장실질심사 때 법원에서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울먹였다. 일반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이렇다. 우선 어떤 사안이 너무나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가족과 같은 존재가 세상을 등진 경우 흘리는 눈물을 들 수 있다. 다른 경우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억울함을 상대에게 호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와 자신이 너무나 억울한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가장 호소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의도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 세 사람의 울먹임은 과연 어디에 해당될까? 먼저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경우를 보자.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역사 얘기를 하
왕조시대의 가장 무서운 정치적 형벌은 멸족(滅族)이었다. 반역을 꾀하거나 왕권에 도전하는 불경(不敬)을 저지를 경우 ‘부모·형제·처자’ 또는 ‘친가·외가·처가’ 3족(三族)은 물론 ‘부계 4친족’ ‘모계 3친족’ ‘처가 2친족’ 등 9족이 참혹한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안에 따라 10족이라 해서 죄인의 스승이나 문하생을 포함하기도 했으니 ‘씨를 말리는 공포의 형벌’ 그 자체였다. 하지만 9족이나 10족을 멸했다는 사례는 중국 이외에 고려·조선시대엔 찾기가 어렵다. 대신 3족을 극형에 처하거나 참수했다는 기록은 여럿 남아 있다. 이는 당시 적었던 인구분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정에서 웬만한 벼슬을 차지한 가문이면 친인척 관계가 워낙 복잡한 데다 형을 집행할 경우 인재를 다 죽일 판인데, 집행이 쉽지 않아 그랬을 것이다. 해서 멸족을 대신해 내린 형벌이 폐족형(廢族刑)이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 목숨만은 살려주고, 후손이 대대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1980년 폐지한 ‘연좌제(連坐制 : 한 사람의 죄에 대하여 특정 범위의 사람이 연대책임을 지고…
가을 기도문 /박주택 나뭇잎 떨어지는 날에는 집에 있겠습니다 쓸쓸히 집에 남아 도저히 밤이라면 허공에 눈동자를 박겠습니다 하여 밤을 노래할 것 아니겠습니까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가을 또한 못지 않았으니 겨울마저 위대하다면 찾지 않는 집에 햇살이 빛나고 이것이 생의 곡절이어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면 그저 웃으며 이렇게 무릎을 꿇고 두 손에 바친 눈알을 가을에게 드리겠습니다 - 박주택 시집 ‘시간의 동공’ / 문학과 지성사 내 몸을 죽여 가는 화살촉으로 날아가고 싶었던 시인(시인의 말)은, 떨어지는 나뭇잎과도 같이 쓸쓸한 날 그 외로운 밤을 노래하기 위해 허공에 눈동자를 박고 집에 있겠다고 한다. 그의 눈동자는 어떤 눈동자일까. 그 눈동자는 겨울마저 위대한 집으로 만드는 고독의 눈동자, 기도의 눈동자이다. 쓸쓸한 밤을 지새우며 가을을 노래하고 그 가을로 해서 겨울마저 빛날 수 있다면, 춥고 텅 비었던 겨울도 여름과 가을 못지않은 햇살로 빛날 것이다.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 해도 지나온 생의 곡절이어니 그저 웃을 것이다. 불면의 밤, 무릎 꿇고 허공을 향해 들렸던 눈동자를 가을에게 드리겠다고 한다. 허공에 붉은 단풍 가득하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