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라는 것이 있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통합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체 ‘집단지성’의 힘이 더 많은 것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이들의 통합된 능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것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집단지성’으로서의 합의되어진 실천의지에 의해 지역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지칭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지역사회에 있어서의 ‘집단지성’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일본 전통사회에서는 인간에 대한 사회교육으로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것이 있다. 마을 공동체 공동규칙을 어겨서 남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피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아주 최소한의 배려와 지원만을 했다. 마을 공동체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게 된다. 일본의 ‘마쓰리’는 지역 공동체 축제다. 지역의 연례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념하거나 축하나 선전 등을 위해 개최하는 집단적인 행사를 가리키는 경우를 통칭해
기억에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24시간이 지나면 들었던 것의 80%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이것은 단기 기억에 해당된다. 또 반복적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잊어버리지 않고 평생 기억하는 것은 장기 기억에 속한다. 어렸을 때 외운 구구단을 나이가 들어도 외울 수 있는 것은 구구단 공식이 장기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보거나 들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기억해 내는 것일까? 바다 달팽이인 ‘군소(Aplysia)’를 재료로 학습과 기억의 세포 메커니즘을 규명해 지난 2000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캔델’ 박사는 뇌에 있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의 역할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이 단백질의 역할에 따라 과거와 새로운 기억 형성이 촉진될 수 있다는 사실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억상실이 가장 큰 원인인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도 아직까지 개발 못하고 있다. 나이든 모든 이들의 고민 중 가장 큰 것이 기억력 감퇴다. 그리고 장기 기억보다 단기 기억력이 더하다. 옛날 일은 또렷이 기억하고 어제 일은 까맣게 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입시를 앞둔 학생에서부터 취업을…
소파 /이화영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파와 나뿐 섬뜩 등에 꽂히는 시선을 느끼고 돌아 봤을 때 나를 노리는 우묵한 그의 눈을 보고 말았다 그 날 이후 나는 쉬이 그에게 내 몸을 눕히지 못했다 그에게 옆구리를 대고 깜빡 잠이든 날 나를 분해해 아삭 아삭 씹어 먹고 살이 발린 뼈를 추스려 재조립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가를 훔치며 그는 나를 무릎에 올려놓았다 내 몸이 정말 내 몸인가 싶어 더듬어보는데 트림을 하는지 소파가 삐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소파의 뱃속에, 내 피 냄새 살 냄새 자욱할 텐데 쉿! 그날 이후 소파에 앉을 때마다 나는 숨소리를 죽였다 소파는 현대인의 필수 물품이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의 모습이 명징하게 떠오르는 것은 소파와 TV와 현대인이 이룬 삼각구도로 안전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 현대인은 소파가 던져주는 평안함에 중독되었다. 꽃 앞에 쪼그려 앉아 꽃을 보기 전에 강가에 앉아 강물에 떠가는 꽃잎이나 구름을 보기 전에 먼 바다로 가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키우기 전에 소파에 앉아 소파가 주는 아늑함에 파묻혀 간다. 그러다가 때때로 소파가 내 영혼의 무덤이고 소파가 나를 삼킨 아가리고 소파
기업의 자동화와 경제의 어려움으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신분의 보장과 높은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미취업은 사회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격변하는 글로벌시대를 예측하여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자신의 역량에 합당한 영역에서 일하며 미래에 대처해가야 할 때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힘들고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취업을 하지 않는다. 동남아 등지의 외국인이 일을 담당해가고 있다. 중소기업체도 인력구하기에 고통이 심하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실정에 합당한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이미지 향상과 종업원에 대한 복지지수를 높여가야 된다. 최근 과천시는 일자리센터를 통해 현재까지 1천700명의 취업을 도와주었다. 17일 시일자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올 7월 말 현재 2천494개 업체가 구인의뢰를 하였다. 이중 2천478명을 대상으로 상담 및 알선, 일자리 발굴, 동행면접 지원을 해주었다. 경기도가 제시한 2016년 취업목표인원 달성에는 무리가 없다. 취업자의 성별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요즘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정부의 ‘취업수당’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은 정부의 취업 수당에 대해 “박 시장이 하면 퍼주기고 정부가 하면 제대로 된 복지정책이냐”라고 비판한다. 굳이 서울시 청년수당과 정부 취업수당을 놓고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것이 좋은 정책이고 나쁜 정책이라고 가려서 지적하고 싶지 않다. 둘 다 청년들에게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최호(평택1) 대표의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의무적으로 줄이거나 고용을 의무화하는 정책, 경기도의 ‘일하는 청년통장’ 사업의 확대와 보완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자격증 응시료 감면, 대학생 대중교통비 할인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비록 서울시, 성남시의 청년 수당이나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의 ‘경기도형 청년수당’ 정책 비판이 기조를 이루고 있지만 그의 대안은 타당성이 있다. 그가 얘기한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사업은 근로청년이 매달 10만원씩 저금하면 3년 후 1천만 원의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도는 취업 중심의 기
끝날 줄 모르는 불볕더위에다가 가뭄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고통과 걱정이 더 심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녹조 공포’다. 가장 대표적으로 녹조 공포를 겪는 곳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4대강이다. 낙동강과 금강 등 4대강에 퍼져있는 녹조는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끔찍하다. 특히 금강 대청호, 낙동강 강정고령보, 창녕함안보는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곳인데도 조류경보제가 발령됐다. 학계에서는 낙동강 수계의 경우 4대강 사업 이후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 현상이 더욱 빈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의 어류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대강의 녹조현상이 얼마나 심각하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가 강 상류에 설치된 다목적댐을 대량 방류해 녹조를 밀어내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올까? 지속되는 가뭄과 폭염으로 수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런데 한강 하류에서도 녹조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크다. 조류경보제가 발령될 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폭염으로 인해 남조류 번식이 왕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에 의하면 이틀 전부터 행주대교 아래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가뭄이 계속돼 수도권 2천5
건전한 가정경제는 사회 안정의 기본이다. 불안한 가정경제는 이혼과 파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 가계부채가 없어야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다양한 요인으로 부채를 지게 된다. 부채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해결이 어렵게 될 때에 파탄을 맞게 된다. 경기지역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10조원을 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 가계부채가 급증한 결과이다. 16일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2016년 6월중 경기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도내 예금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의 상반기 중 총여신이 15조7천767억 원으로 늘면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규모가 4.7배나 확대되었다. 이 중 가계대출은 10조985억 원으로 늘어나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경기도민들은 가계부채 속에 어려운 경제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금융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되었다. 비은행금융기관도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2월 5천835억 원에서 3월 1조956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후 4월 1조2천980억 원, 5월 1조5천245억 원, 6월 1조6천801억 원으로 4개월 연
오늘은 8월17일이다. 오늘로부터 276년 전인 1740년 8월17일은 베네딕토 14세가 교황에 승좌한 날이다. 교황이 되기 전에 그는 교황청의 기적감별 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이 있다. 교황이 되기 전에 로마대학을 발전시키고 문화재 보존에 힘을 썼던 것으로 보아 교육과 문화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즈음 유럽의 문화적인 분위기는 로코코 풍이었고,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났으며, 감리교 창시의 시발점이 된 영국국교회(성공회)의 웨슬리신부가 형제들과 함께 부흥운동을 하던 시기였다. 이 때 교회의 기적감별 판단이란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는데, 담당자는 보고를 받은 기적사건이 진정으로 신의 현현에 의한 것인지를 조사하고 판단하여 통보를 해주어야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특임판사와 유사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판결에 따라 기적을 행한 사람은 자칫하면 이단이 되거나 정신병자로 몰리고, 한편 신에 의한 기적이라는 판결을 받으면 복권에 당첨된 것 이상의 효과를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꿈에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는 사람의 내용이 기적으로 판결받게 되면 그 사람은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어 유럽각지에서 그를 만나기 위해 몰려오
“허허, 뛰지 마세요.” “이곳에서는 뛰는 거 아니에요. 그냥 천천히 오세요.” 순환버스 기사 아저씨의 묵직한 목소리에 달려오던 아저씨도 겸연쩍게 웃으시며 천천히 걸어오신다. 슬로우시티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섬 청산도. 섬에 도착하자마자 순환버스 티켓을 구입한 나는 버스가 멈춰서는 곳곳에 내려 천천히 섬을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 섬이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한 그 ‘천천히’의 의미를 음미해보고 싶었다. 도청항 뒤로 하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오르자 애잔한 진도아리랑이 출렁거린다. ‘사람이 살면은 몇 백 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한 서린 목청을 돋을 수는 없었지만 걷는 내내 어깨춤을 들썩이며 진도아리랑에 취하고 말았다. 저만큼 바다에서 한 발 한 발 걸어 나왔을 게 몇 마리조차 풀숲 그늘에 숨어 덩달아 기우뚱거리니 바람 더불어 이보다 더 멋진 춤판이 있을까 했다. 온갖 서러움 다 풀어냈을 그 옛날 노랫가락을 거쳐 소나무 한 그루 곁에 세우고
1937년 독일에서는 112명의 작가의 작품 1만7천여점이 처형되어버리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다. 히틀러는 독일 내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압수한 다음 비독일적이고 타락했다는 죄목을 씌어 ‘퇴폐미술전’이라는 전람회에 걸어두었다가, 순회전이 끝난 후 이를 소각시켜버렸다. 운 좋게 경매를 통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 작품도 일부 있었다. 당시 독일에 위치하고 있었던 전위적인 모든 작품이 탄핵의 대상이 되었으며, 퇴폐미술가로 지목된 작가들 중에는 피카소, 샤갈, 코코슈카, 칸딘스키, 뭉크, 클레, 마르크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술이 정치에 봉사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극단적인 판단 하에 행해진 이 사건은 그토록 많은 명작이 유실되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수많은 고결한 인격이 일시에 순교에 처해지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미술사에 남겼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39년 뉴욕에서는 현대미술관(MOMA)이 필립 구드윈과 에드워드 스톤이 설계한 새로운 개념의 건물을 새로 얻게 된다. 전시기획에 따라 가벽을 이동시키며 공간을 구획시킬 수 있는 유동적인 형태의 화이트큐브였다. 그전에 모마는 독일의 퇴폐미술전 경매에 부쳐진 작품 2천점을 획득하는 행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