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마주치는 바람만큼은 따스하게 느껴지는 봄이다. 춘분과 경칩도 지나 겨울잠에 들어갔던 개구리들도 깨어났다. 광교산 등산로에서 만나는 나뭇가지에는 어김없이 새순이 돋고, 어린 싹들은 얼었던 땅을 비집고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봄은 왔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동토(凍土)다. 정치 경제 사회 대북관계 어느 곳을 들여다봐도 모두가 ‘동토(凍土)의 왕국’이다. 특히 요즘 보여주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는 연일 낯뜨겁다. 고질적인 패거리 싸움에다가 여야 모두가 서로 비방하느라 정신줄을 놓치고 있다. 국민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대명천지(大明天地)에 자기 사람 심기나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의리가 생명이라는 조직폭력배들보다도 의리가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시 ‘소군원(昭君怨)’에서 유래한다. 오랑캐의 왕비가 된 왕소군을 개탄한 노래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의미다. 한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허수경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 해가 빠지고 바람같이 장난같이 시시덕거리며 세월도 빠졌습니다 산들은 활처럼 둥글게 사라져버리고 이 실개천 꽃 다홍 주름이 어둠을 다림질하며 저만치 저만치 가버릴 때 바닥에서 스며드는 먹물, 저녁 해는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동생들이 누이를 가엾어 하는 상처의 실개천엔 누이들이 지는 해처럼 빠지는 내 상처의 실개천엔 세월도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 허수경시집 ‘혼자 가는 먼 집’ / 문학과지성사 큰물도 아닙니다. 개울물도 아닙니다. 졸졸 흐르는 실개천이랍니다. 실, 가느다란 목숨이라는 말씀이십니다. 우리는 어느 실개천에 목매어 살고 있을까요. 아니면 살아가려 몸부림 치고 있을까요. 우리들의 누이들 동생들 그 수많은 상처의 실개천을 우리는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애써 잊으려 돌아서는 길가에 바닥에서 스며드는 먹물, 우리들 작은 상처의 실개천은 아직도 피 흐르며. /조길성 시인
모기밥 /김경윤 지난여름 미황사에 며칠 묵을 땝니다 마침 멀리 서울에서 왔다는 손님이 있어 스님이 내려주는 차茶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글쎄, 모기 한 마리가 스님의 손등에 앉더라고요 잠시 생각더니 스님은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가 모기를 방생하고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는데 한참 후 모기란 놈이 내 발등에도 날아와 앉는 겁니다 생각 같아선 손바닥으로 탁! 쳐서 그놈을 잡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 쓴다고 절간에 앉아 있는 처지에 차마 살생을 할 수가 없어 나는 꼼짝없이 모기 밥이 되었지요 모기에게 피를 주고서야 공양이라는 말, 몸으로 새겼지요 - 김경윤 시집 ‘바람의 사원’ 누구나 한두 번쯤 모기에게 안 물려본 이는 없을 것이다. 물린 곳을 긁어대면 더 가려워지는 그 가려움증이 자판 위의 손등에까지 느껴진다. 산중의 모기는 더 독하지만 병을 옮기지 않는 모기라 다행이다. 스님의 방생과 꼼짝없이 모기 밥이 되고 있는 시인의 몸 공양. 모기 한 마리의 목숨까지 소중히 생각하는 실천이 요구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함께 공존하기를 원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만을 위해 이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모기떼가 백신도 치료제도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세금을 부담하며 살고 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할 때 등 여러 가지 소비행위에는 반드시 세금이 따라 붙는다. 막상 자신이 소비를 할 때 무슨 세금을 얼마나 부담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에 부과되는 세금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담배소비세가 있다. 그중에서도 부가가치세는 납세자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재정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호되고 있다. 2015년 총국세 세수 217조 9천억 원의 24.8%인 54조 2천억 원을 부가가치세가 차지하고 있으며 소득세 세수 60조 9천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세수를 기록하고 있다. 법인세는 45조원으로 3위를 차지한다. 점심으로 5천500원하는 설렁탕 한그릇을 먹더라도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 중에 500원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매일 생활하면서 일평균 3천원 정도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고 있다. 담세자는 소비자이지만 납세의무자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세부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
28일, 청와대는 북한의 잇단 대남도발위협과 관련해 수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 즉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 있다. 총선 정국에서 북한이 잇달아 대남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대북경고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의 후보등록 첫째 날인 지난 24일,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 대비 ‘전국경계태세’의 강화 지시와 함께 국민들에게도 유사시 비상상황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전날,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청와대를 타격대상으로 거론한 중대보도의 발표에 이어진 것이다. 지난 26일에도 박 대통령은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통해 “무모한 도발은 북한정권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력히 대북경고를 보냈다. 같은 날, 북한도 군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의 ‘최후통첩장’을 내고 우리군의 ‘북한핵심시설정밀타격훈련’ 등과 관련해 박대통령이 공개사과하지 않으면 청와대를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위
주꾸미는 묘한 습성이 있다. 밀폐 공간을 자신의 집으로 알고 거처로 삼는 버릇이다. 그래서 주꾸미를 잡을 때 그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빈 패류 껍데기를 더욱 많이 활용한다. 고둥 소라 전복 등의 껍데기를 몇 개씩 줄에 묶어서 바다 밑에 가라앉혀 놓으면 밤에 활동하던 주꾸미가 이 속에 들어가 있어서 그냥 건지면 되기 때문이다. 주꾸미의 이 같은 습성은 지난 2007년 수천 점의 고려청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주꾸미 잡이 통발에 고려청자가 달려 나온 것. 800년 만에 햇빛을 본 고려청자는 당시 강진에서 구워 개경으로 운반하던 도중 침몰한 선박에 실려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머리처럼 생긴 게 주꾸미 몸통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몸통에 붙은 다리는 8개로 같은 연체동물이라도 다리가 10개인 한치, 꼴뚜기 등과 확연히 구분된다. 주꾸미는 많은 이름이 있다. 비록 사투리지만 전라남도와 충청남도에서는 쭈깨미, 경상남도에서는 쭈게미, 그 외에 지역에서 쭈꾸미, 죽거미, 쯔그미 등으로도 불린다. 3월부터 4월까지가 산란기며 이때가 되면 알이 배고 살이 더욱 쫄깃쫄깃해 맛이 좋다. 뿐만 아니라 칼로리가 낮으며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
경기도가 최근 산하 공공기관 25곳에 대한 경영합리화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경기도문화의전당·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경기도청소년수련원·경기영어마을·경기농림진흥재단 등 6개 기관이 폐지 대상에 올랐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산학연지원 기능이 경기테크노파크와 중복되고 기초과학기술정책연구 기능은 경기연구원으로의 이관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기관 단체를 13개로 대폭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이같은 내용은 경기도연정실행위원회가 보고받은 내용으로서 경기도 산하기관의 경영합리화가 경기도 연정(聯政)의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실현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연정의 성공여부도 가늠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구조조정 및 통폐합 방안은 그 전에 제시된 것보다 합리적이고도 진일보한 것이어서 의지만 보인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경기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테크노파크 등 3개 기관에 대해 창업·판촉·통상지원 등 기능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경기경제산업진흥원을 신설해 통합한다든지, 경기도시공사와 경기평택항만공사를 합해 경기공사를 신설하는 방안, 경기문화재단이 한국도자재단을 흡수하는 방안 등은 설
지난 25일 도내 이천시 마장면의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함으로써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28일 AI 청정국 지위를 겨우 되찾았는데 1개월도 안 돼 도로 상실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11년 청정국이 됐지만 2014년 1월 전북 고창에서 AI가 발병해 지위를 잃은 바 있었다. AI는 조류독감이라고도 불리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데 닭, 오리, 야생 조류가 감염대상이지만 드물게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중국에서는 400명 이상이 감염된바 있으며 최근에도 중국 남부 심천지역의 한 여성이 조류독감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번에 이천시에서 발생한 AI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AI의 전파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오리농가에서 발병했지만 닭을 사육하는 양계장으로 전염될 경우 큰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판정되면서 사육하던 오리 1만 1천여 마리를 모두 매몰 처분했다고 한다. 아울러 도내 농장 115개소, 도축장 2개소, 사료공장 12개소, 관련 차량 등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경복궁 야간관람은 그동안 경회루까지만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왕의 사무실인 ‘사정전’과 왕의 침전인 ‘강녕전’ 그리고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까지 확대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시간여행도 구중궁궐 깊숙한 곳까지 이어서 떠나보기로 하자. 궁궐은 크게 왕이 신하들과 일을 하는 공간인 외전과 가족들과 생활하는 내전 영역으로 나뉜다. 지난 번 외전영역을 여행한 것에 이어 오늘은 내전 영역으로 출발해보자. 내전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강녕전’이다. 강녕전은 왕의 침실이다. 하루 종일 정무에 시달렸던 왕이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생활하는 사적인 공간인 셈이다. ‘강녕(康寧)’이라는 이름은 오복 중 하나로 왕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기를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원은 강녕전 뒤뜰에 있는 굴뚝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강녕전 굴뚝은 무심코 지나치면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 강녕전과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을 구분하는 담장에 기대어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담장의 일부로 착각하게 만든다. 교태전으로 들어가는 문 양옆으로 각각 1개의 굴뚝이 있는데 굴뚝에는 ‘만수무강(萬壽無疆)’ ‘천세만세(千世萬歲)’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강녕전 굴뚝을 지나 왕비의 침전인 교태
경기도 의왕시를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이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에 적극 나섰다. 국립 철도박물관은 2021년 말 개관을 목표로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철도문화역사관을 비롯해 철도산업과학기술관, 어린이철도테마파크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이를 유치하기 위해 일부 지역의 경우 ‘사활을 걸었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토부에 유치를 신청한 도시는 경기 의왕시, 대전시와 울산시와 세종시, 충북 청주시, 경남 창원시, 전북 군산시, 강원 원주시와 춘천시, 전남 나주시와 곡성군 등이다. 이 가운데 의왕시는 수도권에 속해 있어 위치적으로 이점이 크다. 수도권 전철이 연결돼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철도산업과 관련된 시설이 많은 철도도시다. 의왕시는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부터 수도권 남부의 철도 거점지역이었으며 지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립한국교통대학, 코레일인재개발원, 철도박물관 등 수 많은 철도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거나 연계돼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 철도의 과거·현재·미래가 있는 도시인 것이다. 의왕시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는 도시는 대전시다. 대전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철도문화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