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칙(鐵則)으로 여겨야 할 수학 교과서의 공식 적용을 싫어하고 그 강요를 혐오하는 중학생이 있다. 다른 방법 찾기를 즐긴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공식만 염두에 두었던 수학교사가 틀렸다고 채점한 걸 보고 그렇지 않다는 걸 기어이 증명해 보여주기도 했다. 실험·관찰도 즐긴다. 교육청 영재반에도 들었다. 고민은 엉뚱한 데서 드러났다. 아이를 면담해본 이른 바 특목고 대비 학원 강사가 말했다. “두뇌는 비범하다. 공부하는 방법도 좋다. 다만 이렇게 푸는 것이 좋은지 저렇게 푸는 것이 좋은지 따질 것 없이, 문제를 보는 순간 숨 쉴 겨를 없이 기계적으로 풀기 시작해야 하고, 단 한 문제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대입수능고사에서는 불리하다. 당연하다.” 그 강사가 이야기하는 그런 공부를 우리는 ‘입시위주 학습’이라고 한다. 그런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말이 ‘학습’이지 ‘자기 주도적 학습’이니 ‘사고력 신장’이니 하며 ‘학습다운 학습’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게 과연 학습이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입시
지난달 30일 경기도청 신청사를 복합개발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경기도의 로드맵이 발표됐다. 남경필 도지사와 강득구 도의회 의장도 참석한 이날 ‘경기도 신청사 건립사업 설명회’에는 당연히 광교주민들도 참석했다. 도는 올해 하반기에 조경공사를 먼저 착공하고 내년 하반기에 건물을 착공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빚 내지 않고 건립 재원을 마련하고, 광교 입주민이 바라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통과 개방을 표방하며 도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을 추진 기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의 계획은 전체 행정타운 부지 12만㎡ 중 2만6천㎡를 복합개발하면서 발생하는 이익금 1천500억 원을 신청사 건립재원으로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 개발이익금과 청사매각대금, 공유재산매각대금, 손실보상금을 합쳐 총 5천600억원으로 짓겠다는 것인데, 복합시설 개발에 따라 6만㎡였던 도 신청사 건립부지는 3만3천㎡ 로 축소되고 건립비용도 당초 4천270억원에서 3천630억원으로 줄어들어 2천100억원의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그동안 심각한 재정위기 속에서 신청사 이전건립을 요구하는 주민시위 등 민원에 골머리를 앓아온 경기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히 ‘묘수’라고 할
요즘 사람들에게 총을 쏘는 것이 무예라고 하면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조선시대에는 조총을 쏘는 것이 무예의 한 종목으로 인정되었다. 대표적으로 조선후기 무관을 뽑는 무예시험에서 조총을 쏘는 방포술은 핵심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이는 당시 총을 만드는 기술이 부족해서 총기 자체의 성능보다는 이를 다루는 사람의 능력을 더 중요시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몇 명이서 함께 조를 이뤄 쏘는 총통(대포)과는 달리 개개인이 조총을 가지고 빠르게 사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했기에 무예로서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움직이지 않는 허수아비나 표적을 쏘는 것은 기본이고 일정 정도 거리에 있는 참새를 쏘아 맞추는 시험을 군영에서 진행했을 정도로 실제 사격능력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당시 사격에 활용한 화약제조법에 대해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시대에는 화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질산칼륨)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는 흙에서 얻는 것으로 당시에는 취토법(取土法)이라고 해서 특수한 흙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흙에도 맛이 있다. 그 중 화약에 사용하는 흙은 그저 맹맹한 일반 흙이 아니라, 일정한 숙성 과정을 거친 짠 흙(일명 함토)과 매운 흙
수학적 개념들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약 3만 년 전에 만들어진 55개의 깊은 칼자국이 있는 어린 늑대 뼈가 발견되면서 선사시대에 이미 수 개념이 존재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수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고대 시대 바빌로니아인들과 이집트인들은 경제 활동에 필요한 계산을 위해, 또 농경 생활을 위한 천문 관찰 및 측량 등을 위해 산술, 대수, 그리고 기하를 활용하면서 수학을 발전시켰다. 수학이 학문 또는 과학으로 자리잡은 것은 그리스 시대다. 이 시기는 수학이 삶에서의 직접적인 이유가 아닌 사유를 위한 대상이었다. 특히 그리스는 인류최초 수학의 방정식에서 변수를 문자로 쓴 나라다. 그 중심에는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아폴로니오스’ 등이 있었다. 이밖에 고대 수학을 크게 발전시킨 나라로는 이집트, 인도, 중국 등이 있다. 3차 방정식이 규명된 16세기와 17세기 과학혁명을 겪으면서 천문학과 물리학이 발달했고 수학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갈릴레오 갈리레이등 걸출한 수학자들도 배출해 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
군용종이비행기 /박완호 아이가 군용비행기 몇 대를 군사우편으로 보내왔다 편지지 활주로에 가지런히 정렬된, 날아오르기 직전의 비행기들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었을까, 무작정 이륙하고픈 마음의 갈피를 접고 또 접어가며 제가 꿈꾸는 누군가에게로 어떻게든 가 닿고 싶었던 걸까, 팔순 장모가 날린 비행기가 이 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앳된 이등병의 근황을 수런수런 부려놓는다, 멀고 먼 은하로부터 날아든 꽃별 같은, 눈물 나게 예쁜 군용종이비행기들 - 박완호 시집 - 『너무 많은 당신』 중에서 군인아저씨께 라고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쓴 시절에는 군인들을 보면 늠름하고 씩씩한 남자라고 느꼈는데, 지금 군인들을 보면 앳된 모습들이다. 공군에 입대한 이등병 아들이 안부편지를 쓰고 마음의 갈피를 접고 접었을 종이비행기. 아버지는 아들이 군용비행기 몇 대를 보냈다고 과장을 하고 있다. 그 비행기들이 어찌 은하의 꽃별 같지 않겠는가. 군부대 사건사고가 많아 마음이 한시도 편할 리 없는 가족들. 아들의 근황을 접한 가족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아이가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김명은 시인
정부가 해도 참 너무한다. 가라앉는 세월호에서 자신들은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아이들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김초원(당시 26세)·이지혜(당시 31세)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순직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일까? 두 교사 유족은 인사혁신처에 순직인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심사대상에조차 올리지 않고 지난달 2일자로 사실상 반려 통보했다. 이에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는 지난달 1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거부 인사혁신위 규탄, 재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조계종 노동위도 같은 날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1천배 정진을 가졌으며, 23일에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촉구법회를 열었다. 경기도교육청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두 교사의 순직심사를 해달라는 공문을 21일 인사혁신처에 보냈다. 김초원·이지혜 교사 유가족은 지난 6월23일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인사혁신처에 전달했지만 두 사람이 기간제 교사라 순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류심사조차 배제하고 반려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는
행자부는 지자체의 구조개혁촉진을 위한 시스템을 강화시켜야 한다. 지자체의 구조개혁을 통해서 주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공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해가는 데 있어서 절대 필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를 개최하여 1단계로 지방공기업 구조개혁 방안을 확정했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문화재단, 강화고려역사재단 등 시 산하 공기업이 10곳으로 가장 많으며 이를 3개로 통·폐합해간다. 행자부는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9개 광역지자체 소속 공기업 60여 곳의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방만한 지방공기업은 많은 혈세를 낭비해왔다.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주민복지 향상을 위해서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혁을 하여야 한다. 행자부의 구조개혁 방안에 따르면 인천·광주 등 5개 지자체 소속 21개 공기업이 8개로 통폐합 되는데 이중 인천 소속 공기업이 10곳으로 가장 많다. 인천은 유사 기능 기관을 검토한 후 경제·연구·관광 등 3개 분야로 개혁할 예정이다. 경제통상진흥원·신용보증재단·테크노파크·정보산업진흥원 등 4개 기관은 경제 분야로, 인천발전연구원·인천문화재단·강화고려역사재단 등 3개 기관은 연구 분야로 각각 통폐합한다. 국제교류
정책은 세워지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공(功), 과(過)가 상호 존재한다. 관광 또한 마찬가지다. 양적성장을 국가정책 목적으로 설정했던 시기, 관광은 외화획득을 위한 중요수단으로 인식되어 ‘전략산업’, ‘관광입국’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관광을 국가정책으로 설정하여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관광의 붐을 조성시킨 점은 공(功)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정책개념 설정의 잘못, 관광이 복지실현 수단이 아닌 ‘외화벌이’ 수단으로 설정은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는 과(過)에 해당할 수 있다. 관광개발 또한 관광정책에 대한 철학과 개념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정책목표 실현을 위한 하위목표 설정과 수단 선택에 있어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관광개발에서 표현되는 개발은 발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양적 확장만을 의미하는 성장과는 달리, 발전은 의도되고 계획된 상향적 변화로 사회체계의 양적·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의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제반활동 또는 과정이 개발이라 할 수 있다. 관광개발의 목표는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자원관리측면에서는 관광자원의 고유성 보존과 가치증
정부가 이틀전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자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우리나라에 몰려오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는 메르스로 인한 피해 대책을 세부적으로 세우고 메르스로 상처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이제 8월이다. 본격 휴가철이 된 것이다. 이미 많은이들이 휴가를 떠났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메르스로 인해 휴가는커녕 변변한 나들이 한번 못한 채 몇 달을 움츠리고 보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해서 8월이 시작되는 다음주부턴 본격 휴가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선 ‘8월에는 시엥과 시누아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프랑스어로 시엥(chien)은 강아지, 시누아(chinois)는 중국인을 가리킨다.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거리에 애완견과 중국 관광객만 북적댄다는 얘기다. 우리는 지금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누가 어떤 정보를 얼마나 빨리 내 것으로 만드는가에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시대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스피드를 원하고 있고 빠르게 움직이고 행동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시대이다.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편지를 주고 받을 수도…
야반도주하듯이(양봉일지7) /이종만 벌은 야반도주하듯이 옮겨야 한다 남의 것 떼어먹고 도망치는 사람처럼 그러나 나는 꽃 속에 사는 사람 꽃 속으로 떠나야 하는 사람이다 벌통을 옮기는 정해진 날이 없다 점심 먹다가도 꽃 피었다는 소식이 오면 첫 별 머리에 이고 어둠 속으로 스미듯 달려간다 어떤 날은 구름을 읽고 서둘러 떠나기도 한다 여기는 남쪽 바람은 남은 아카시아 꽃을 떨군다 충청도 아카시아 꽃이 급히 오라는 전갈이 왔다 -이종만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에서 자연의 개념을 인간적 측면에서 좀 더 세부적으로 해부해 본다면 하늘은 정신이요, 산은 육체가 되며 강과 바다는 어머니의 양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종만의 시를 읽다보면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연 속으로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 꿈꾸어 왔던 자기만의 유토피아를 만나게 된다. 태양, 별, 산, 강, 바다, 섬을 만나고 꽃, 풀, 비, 구름, 새벽, 아침, 뱀, 벌 등 다양한 식구들을 만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천국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