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글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후배가 어제 장문의 카톡을 보내왔다. ‘두 사람 다 건강한 양심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의 베끼기는 격렬하였다. 출판사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는 여자를 안타까워하다가도 원고를 달라며 여자를 채근하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 표절을 하고 두 달 뒤 남짓, 여자는 벌써 표절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순한 머릿속으로 문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젖어들었다. 그 문장은 글을 쓰는 여자의 원고지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표절을 하는 게 아니라 표절이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기뻐한 건 물론 출판사였다.’ 카톡을 보고 인터넷을 뒤지니 이런 패러디도 있었다. ‘무급 인턴이 된 지 한 달 남짓, 나의 몸은 벌써 열정 페이를 아는 몸이 되었다. 저속한 자기 합리화 속에서도 밥값이라도 주시는 게 어디냐는 온정은 풍요롭게 나의 몸에 스며들었다. 물론 나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것은 사장님이었다.’ 모두가 소설가 신경숙씨가 베낀 것으로 의심을 받는 단편소설 ‘전설’의 한 문단을 패러디한 것들이다. 사회적
경기도청 /정겸 초록 캠버스 위로 모네가 그린 ‘화강의 정원’ 보인다 다알리아, 사계장미, 능소화, 배롱나무들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꽃을 피우고 있다 팔달산 기슭에서 날아 온 동고비새는 고개 갸웃거리며 조심스레 세상 엿본다 하늬바람이 안개구름 몰고 오더니 여우비 살짝 뿌리며 지나간다 하롱거리며 떨어지는 꽃잎들 어느새 꽃비로 바뀌는 순간이다 청사 둔덕마다 쑥부쟁이꽃 순하게 피었다 그리움과 고단함에 지친 사람들 산벚나무 그늘 아래, 무거운 짐 벗어 놓으며 가슴속에서 추억 한 페이지 꺼내어 살짝 펼쳐본다 멧비둘기 울음소리 들리는 오후 3시 나는 부재와 존재의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이고 있다 - 시현실 2014년 가을호 경기도청이라는 관공서를 따뜻하고 평화로운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린 작품이다. 동고비새는 참새목에 속하는 조류로써 예로부터 힘없는 백성의 상징이다. 고단함에 지친 백성들이 경기도청을 찾아가서 무거운 짐을 토로할 때 저 꽃들처럼 따뜻하게 들어준다면 그곳은 꽃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바라는 것의 부재와 견뎌야 하는 존재의 갈림길에서 화자가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청이 정말 모네의 화강의 정원처럼 아름다운지 가보고 싶다. /신명옥 시인
경기북부경찰청의 신설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안에 경기북부경찰청이 꼭 신설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리경찰서장 재직 시절부터 기존 2청 체제의 불편함과 비효율을 느껴 경기 2청을 별도의 경찰청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치안총수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점을 피력한 것으로 주목된다. 현재 의정부에 있는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한강 이북 10개 시군의 치안을 담당하지만 수원에 있는 경기지방경찰청의 하부기관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인력 증원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조직 운영 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인구는 329만여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 경기남부, 부산, 경남 다음인 5위권이다. 신도시 입주가 완료되면 서울, 경기남부에 이어 3위가 되지만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는 634명으로 전국 1위다. 범죄 건수는 경기북부(10만5천154건)가 인천(9만4천276건)에 비해 1만여 건 더 많아 치안공백이 더 크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비무장지대 등 접경지역을 끼고 있어 남다른 지역 특성을 지니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의 신설이…
지난 19일자 본란을 통해 메르스 관련 의료진과 보건소 직원,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은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직격탄의 피해가 가장 큰 업주들의 단체인 수원시 위생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고생하는 분들의 사기를 북 돋우기 위해 위문품을 마련해 수원시 메르스 비상대책본부를 위로 방문하는 등 사회 각계에서 연일 미담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 의사회의 진료, 유아원이 휴업하자 맞벌이 이웃아이를 맡아 준 노부부, 수제 쿠키와 빵을 의료진에게 전달한 권선미씨 등은 정부보다 위대한 국민들이다. 루게릭병 환자를 응원하기 위해 확산됐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메르스 퇴치를 위한 의료진들에 대한 응원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정우택 위원장과 KB 국민은행 겸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 ‘피겨여왕’ 김연아 등이 동참하며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립 수원의료원 옆 공원에도 의료진들을 응원하는 현수막과 희망을 상징하는 1천여개의 연두빛 리본들이 걸렸다. 이런 응원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느라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도가 극심한 의료진들에게 약간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까지 병원 종사자 감염률
다행히도 메르스가 조금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남긴 상흔과 우울감은 금방 가실 것 같지 않다. 사망자가 20여명이나 발생한데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유족들의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메르스로 인해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와중이지만, 역설적으로 상처와 우울감이 가득한 사회를 달래줄 문화예술 콘텐츠가 간절해 보이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소마미술관에서 ‘프리다 칼로’전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다 칼로의 기구한 사연이 영화와 책으로 소개되어 팬들이 많이 형성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이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기대가 남달랐다. 익히 알려진 대로, 프리다 칼로는 학생 시절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여 뼈 곳곳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사고를 겪었다. 극적으로 수술에 성공했지만 불운의 사고는 평생에 신체적 고통을 안겨 주었고, 이후 힘든 수술을 여러 차례 더 해야 했다. 유달리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그녀는 고통에 눈물겨워 하는 자신의 모습도 많이 남겼다.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에서 그녀의 온 몸은 압박 붕대로 감겨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방만한 지역문화예술축제 지원 기준을 마련하며 축제 등급에 따라 지원여부, 지원 항목, 지원액 등을 구분할 수 있도록 축제 평가심사위원회를 구성,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산시는 이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외면 속에 내실없는 축제만 늘리며 모방, 형식적 축제를 지속하고 있다. 오산시는 지난달 16일 자전거를 테마로 한 ‘오산천 두 바퀴축제’가 1만 여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며 언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것은 축제를 준비한 문화재단이 자기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방패막이었음이 여실이 드러났다. 이날 참석한 시민들은 고작 2천명에서 많게는 3천여 명에 불과했고 그것도 축제 진행자 및 공무원들을 빼면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고작 1천여 명에 불과한 셈이다. 행사 당일 공무원들 조차 오후에 대다수 빠져버려 오산천은 그야말로 텅텅 비었다고 시민들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산시 문화재단은 성공한 축제였다고 자축하며 허위적인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는 뻔뻔함을 보여주고 있다. 재단은 시민의 피땀 어린 혈세 1억 원을 오산천에 뿌린 결과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시는 이번에…
우리나라 거주자 소득에 대한 과세는 종합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소득이 장기간 집적·형성된 퇴직소득 및 양도소득은 결집효과 완화를 위해 해당 소득단위로 분류과세 하고 있다. 종합소득에는 이자소득·배당소득·사업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 및 기타소득이 포함된다. 기타소득이란 5가지 종합소득 유형에 속하지 아니하는 소득으로서, 일시·우발적 성격을 가지며 소득세법 제21조에 25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상금·현상금·포상금, 복권·경품권·승마투표권, 슬롯머신 당첨금품, 저작권·영화필름·광업권의 양도·사용대가, 위약금과 배상금, 원고료, 사례금, 일시적 인적용역 대가, 무주물 취득자산, 뇌물·알선수재·배임수재에 따라 받는 금품, 서화·골동품의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 등이 기타소득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과세대상이 되는 기타소득금액은 총수입금액에서 수입금액에 대응하여 지출된 필요경비를 공제하여 계산한다. 예로 승마투표권 환급금, 슬롯머신의 당첨금품 등은 당첨 당시 투입한 금액을 공제
정치란 일종의 보여주는 과정이다. 국민들을 위해 보여줄 필요가 있을 때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모습만이 아니라 때로는 가식이라도 서슴없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정치에서 보여주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정치란 소통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들의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정치권 혹은 정부가 움직여주기를 바랄 때, 그 여론에 호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은 말과 행동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권의 말과 행동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요새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나치게 한자를 많이 쓴다는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말이란 국민들이 쉽게 알아듣는 것을 고민해서 골라 써야 하는데, 요새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오는 말들을 보면 어떻게든 쉬운 얘기를 어렵게 사용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조국 교수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을 쓰더니 문재인 대표도 덩달아 자신의 혁신에 대한 각오를 이 단어를 쓰면서 표현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이대도강’이라는 사자성어가 등장했다. 그랬더니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우산지목(牛山之木)’이라는 사자성어로 화답했다. 그리고 김상곤 위원
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서두를 한 장의 도판으로 시작한다.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가 그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 마디의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확실하게 자신의 뜻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머리와 땅을 나타내는 몸, 그리고 이 둘을 인체의 척추가 연결하는 심오한 뜻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우주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의철학(醫哲學)을 도출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동의보감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조선 의학의 전통을 정리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의서며 세계 최초의 대중들을 위한 의학 서적이다.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도 인정했다. 2009년 ‘한국적인 요소를 강하게 지닌 동시에 일반 대중이 쉽게 사용 가능한 의학지식을 편집한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의서’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처방에 필요한 약재 대부분을 우리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로 소개하고 있어서다. 이름 또한 의원들이 쓰는 전문 이름과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 이름으로 함께 기재해 놓았다. 누구라도 쉽게 약재를…
개 같은 사랑 /최광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그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간의 생을 더듬어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 최광임 시집 『도요새 요리』중에서 언젠가 육교 아래에서 흘레를 하고 있는 개 한 쌍을 보았다. 개들은 쉽게 몸을 떼어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못 본 채 흘깃거리며 지났던 그 장면은 아직도 내게 선명하다. 왕좌를 버린 영국의 왕 에드워드8세. 윈저공이라 불렸던 남자와 심프슨 부인은 현실 불가능한 사랑을 선택했다. 명작이라는 작품에는 불륜이나 대부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소재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