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 4월 기준 대학의 학위과정이나 어학연수 과정에서 수학 중인 유학생은 20만8962명으로, 이는 국내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재학 중인 전체 학생 233만 명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시아 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이 전체 유학생의 90.8%를 차지하며, 그 뒤를 유럽(5.1%), 북미(25), 아프리카(1.4%), 남미(0.5%) 등이 잇고 있다. 국적 분포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 34.5%로 가장 많고, 베트남(26.8%), 몽골(5.9%), 우즈베키스탄(5.8%)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정부의 본격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Study Korea Project)’가 처음 시행되었던 것은 2004년이다. 그보다 앞서 1967년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사업(GKS, Global Korea Scholarship)이 시작되었지만 당시 정책 기조는 지금과 많이 달랐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유학생’이라 하면 해외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을 지칭하는 말로 주로 사용되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어가 담아내는 의미와 내용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교육부는 20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웃고 있는 조카의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찍은 것이었다. 사진을 보며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을 떠올렸다. 학교 건물 벽에는 반과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벽보가 붙어있었다. 우리는 반이 표시된 운동장의 깃발 아래로 모였다. 나란히 줄을 맞추느라,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몇 걸음씩 우르르 옮기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의 운동장에서, 코를 훌쩍이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입학식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쓸 줄 아는 글자는 겨우 내 이름뿐이었다. 자음과 모음의 순서도 모르고 쓰는 글씨는, 그림에 가까운 상형문자였을 것이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따라 읽고, 공책의 네모 칸을 한 글자씩 채우며,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는 ‘받아쓰기경시대회’라는 것을 했고, 나는 백점을 맞았다. 선생님은 상 받을 몇 명의 아이를 호명하며 교탁 앞에 세웠다. 그리고 우리를 한 명씩 돌아가며 업어 주셨다. 이름밖에 쓰지 못했던 나를 보고는 더 기뻐하셨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우리는 매일
생성 인공지능(AI)이 던진 충격은 언론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 크기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생성 AI는 지식정보 콘텐츠를 정리하고 만드는 데 특화된 기술이다. 뉴스는 지식정보 콘텐츠의 대표격이다. 콘텐츠 생산에서 언론사와 생성 AI 서비스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언론사가 대중을 위한 지식정보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생성 AI 서비스는 개인이 대상이다. 얼마 전까지 생성 AI 서비스의 최대 단점으로 실시간 정보 반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를 언론사 뉴스와 생성 AI 서비스 콘텐츠의 결정적 차이로 봤다. 지금은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생성 AI 서비스가 적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예의 기술은 언제나처럼 축적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초기, 기자들은 자신의 직업 안정성과 전문직주의에 큰 위협을 느꼈다. 이 기술이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생성 AI가 내놓은 일부 결과물이 거짓 정보를 그럴싸하게 창조하거나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대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었다. 대신 많은 사례에서 생성 AI가 저널리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훌륭
만수천은 1990년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지역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복개됐다. 이로 인해 주차난은 일부 해소됐다고 하지만 녹지공간은 콘크리트로 덮여 사라졌고 도시는 삭막한 풍경으로 변했다. 이에 원도심의 자연환경 복원을 통한 휴식‧녹지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활기찬 도시 공간 조성을 위해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만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수천 복원사업은 박종효 남동구청장의 1호 공약이자 민선8기 역점사업이다. 박 구청장은 “만수천을 서울 청계천에 버금가는 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천을 복원해 친수공간으로 만들고 주변 환경 개선사업을 마치면 인구가 유입되고 침체한 원도심 상권에도 활력이 되살아난다는 것이 박 구청장의 주장이다. 그런데 박구청장의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수원시의 경우 관선시장 시절인 1991년부터 수원시 중심가의 교통체증 및 주차난을 해소하고 수원천변의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원천 복개 사업을 추진했다. 매교-지동교 간 780m가 복개됐다. 그러나 공정이 30% 정도 진행되던 1996년, 시민들의 복개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문화재와 자연이 이루는 살아 있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무죄, 유죄, 무죄. 지난해 말부터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다. 그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국민의힘은 환호를 질렀다. 반면 무죄가 선고되면 어김없이 잘못된 판결이라며 악다구니를 부렸다. 판사 개인에 대한 색깔론 공격도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윤상현 의원은 "좌파 사법 카르텔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걱정스럽고 참담한 마음"이라며 재판부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대장동·위례동·백현동·성남 FC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이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3~4년은 족히 더 걸릴 것이다. 물론 조기 대선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에 따라 들썩거려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이 입장을 내고 개별 의원들이 성토하고 모든 언론이 도배하듯 기사를 쏟아내는 현상은 분명 정상은 아닐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있으면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이지 이렇듯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그 누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렇듯 온 나라가 괴이한 현상에 빠진 데는 검찰과 사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음으로써 민주당과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로부터 한 숨 돌리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2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협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패널의 질문에 대한 전체 답변 중 일부”일 뿐, "'김문기와 골프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호주 출장 당시 사진에 대해서는 ‘조작된 사진’으로 규정하며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진은)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자료로 제시된 건데, 원본은 해외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직장에서 업무하는 중에, 집에서 식구들에게도 내 뜻을 말하며 설득하는 상황들에 직면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협상 테이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최근 뉴스를 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을 위한 상호관세 결정을 앞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한 막판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의대생 복귀를 위해 대학은 계속 ‘설득작업’을 했지만, 마감시한까지 등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결국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하게 되었다. 그러자 제적을 앞둔 의대생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향해 의대협과 진심으로 ‘소통’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여야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보험료율(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으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1.5%에서 43%로 올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는데, 「재정 안정화」와 「보장성 강화」라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애초부터 힘든 일이었나 보다. 이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당장 내년부터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