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이문재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의 제목이 오래 전에 상영했던 영화 제목처럼 가볍다. 그러나 결코 가벼운 시가 아니다. 시인과 그 시인이 쓴 시가 일치가 된 경우가 문단에서 드물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시는 좋은데 사람이 형편없다거나 사람은 괜찮은데 시는 영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문재 시인은 좋은 시를 쓰는 좋은 시인, 시와 시인이 한 몸이다. 예술가나 지식인이나 성인보다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풀 한 포기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시인은 사람만을 위한 세상보다 사람과 새와 풀 한 포기와 함께 공존하는 지구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사랑하며 자존감을 갖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출발은 항상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시를 통해서 자책하고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나들가게 매출액과 지원 신청이 시들해지고 있다. 게다가 문을 닫고 있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지만 관할 관청은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나들가게로 선정된 점포는 1만528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1천404개가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1천826개 점포가 있는 경기도내에서만 폐업한 나들가게는 지난 2013년 93개소, 2014년 98개소, 올 들어서도 27개 소등 255개나 문을 닫았다. 전국에서는 1천 곳이 넘는다. 그나마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내 1천571개 나들가게도 경영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나들가게는 기업형 수퍼마켓(SSM), 대형마트 등의 골목상권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슈퍼마켓이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원 정책이다. ‘정이 있어 내집같이 편하고, 나들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고 싶은 가게’라는 뜻으로 지난 2010년 5월 시작돼 만 5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나들가게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주무관청의 사후관리 부실과 경영악화다. 그래서 동네 골목수퍼를 살리겠다던 정부의 나들가게 지원사업이 점차 시들
인구 120만명이 살고 있는 ‘광역시급 기초지자체’인 수원시에는 음식점과 중소기업이 많고 인근지역에 공장과 농축산시설이 밀집해 있어 늘 외국인 근로자들로 북적인다. 주말에 수원역 근처에 가보면 ‘한국인 반 외국인 반’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들 외국인에 의한 범죄도 자주 발생한다. 전 국민을 경악시킨 중국인 오원춘·박춘봉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다. 수원시민이 아닌 이들이 저지른 엽기적 사건으로 인해 수원시민들은 범죄도시에 산다는 억울한 소리를 듣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은 밤이면 인적이 끊기고 집값까지 떨어질 정도다. 이 사건이 벌어진 지역의 주민들은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낙후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이런 사건마저 발생해 유·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이 지역에 대한 순찰이 강화되고 CCTV가 증설됐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남경필경기도지사-염태영수원시장-김종양 경기지방경찰청이 1일 오후 2시 수원시 도시안전통합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안전시범도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 협약은 지난 4월 수원 지동 일대에서 야간순찰을 한 남경필 지사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협약에 따라 CCTV…
현대인이 힘들 때 본인의 종교시설을 찾아 기도하는 것처럼, 조선의 국왕들도 힘들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종교시설인 종묘를 찾아 조상신에게 기도를 하였다. 정조는 종묘보다는 경모궁(사도세자 사당)을 더 많이 찾았고 편하게 이곳을 가기위해 담장을 허물고 문을 새로 만들었다. 창경궁 쪽은 월근문이고 경모궁 쪽은 일첨문인데 경모궁이 없어지면서 일첨문도 없어지고 현재는 월근문만이 남아 정조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있다. 월근문은 정문(正門)이 아닌 부문(副門)이지만 국왕이 사용하는 중요한 문이다. 형태는 2칸(間)으로 각 칸의 크기와 높이가 다르게 구성되어 보는 사람의 의구심을 잦아낸다. 궁궐도(북궐도, 동궐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왕과 왕비가 머무는 집(전-殿)의 전문(殿門)은 3칸이고, 왕세자(동궁)가 머무는 집(당-堂)의 문은 2칸으로 되어있다. 그 외 궁궐의 여러 곳에도 2칸의 문이 보이는데 외부로 통하는 담장의 위치에 있고 또 대보단 등의 제사시설에서 보인다. 그러므로 2칸 문은 동궁의 영역과 나라의 중요 의례가 아닌 경우 국왕이 사용 한 문으로 볼 수 있다. 월근문의 지붕높이는 약 5.4m(18척)이고 서측 칸(외부에서 볼 때 왼쪽 칸)이 동측 칸(외부에서…
해방 후 1948년 5월10일 총선거를 통해 제헌 국회가 탄생했다. 대한민국의 1대 국회인 셈이다. 당시 회기는 1948년 5월31일부터 동년 12월18일까지 총 203일간이었다. 회기 동안 198명의 국회의원이 헌법을 제정하고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을 선출했다. 또한 정부조직법을 비롯하여, 친일파 처벌을 목적으로 한 반민족행위처벌법, 농가 양곡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한 양곡매입법안, 사상범 단속을 위한 국가보안법안 등 20여 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입법부에서 이송된 법률안 중 양곡 매입법안 등 모두 14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3권 분립에 따라 행정부의 입법부 견제 차원에서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 후 2대 국회에선 이보다 두 배가량 많은 25건의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고 지금까지 모두 68건의 법률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됐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던 때는 2013년 1월이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법안이 모두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거부권이
등 /박일만 기대오는 온기가 넓다 인파에 쏠려 밀착돼 오는 편편한 뼈에서 피돌기가 살아난다 등도 맞대면 포옹보다 뜨겁다는 마주보며 찔러대는 삿대질보다 미쁘다는 이 어색한 풍경의 간격 치장으로 얼룩진 앞면보다야 뒷모습이 오히려 큰사람을 품고 있다 피를 잘 버무려 골고루 온기를 건네는 등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두 다리를 대신해 필사적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사람과 사람의 등 비틀거리는 전철이 따뜻한 언덕을 만드는 낯설게 기대지만 의자보다 편안한 그대, 사람의 등 -박일만 시집 〈사람의 무늬〉 우리는 간혹 기댈 곳이 필요하다. 너럭바위처럼 온몸 받아주는 크고 편안한 무엇인가 그립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먼 거리의 사람보다 가까운 사이였을 때가 더 많다. 그것은 마주 보는 사람의 앞면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다. 온갖 치장으로 얼룩진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에 비하면 등은 민낯과 같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그 가식 없는 뒷모습이 마음 큰 사람인 양 믿음이 간다. 전철 안 수많은 인파에 밀려 서로 밀착될 때가 있다. 우리는 그때마다 내 한 몸 끼어 앉을 자리가, 잠시라도 기대고 싶은 기둥이 얼마나 필요한가. 그리하여 어찌할 수…
의왕시 왕곡동에 법무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의왕시-찬성주민-반대주민들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반대 측 주민들은 김성제 시장 주민소환 등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이지만 단체장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유권자 15% 이상 서명을 받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이어 투표에서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된다. 안양교도소 이전반대 주민들은 김성제 의왕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운동에 들어가는가 하면, 사회단체장들로 구성된 법무타운 및 도시개발사업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찬성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올해 초 의왕시가 왕곡동 일대에 교정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비롯됐다. 법무타운, IT 벤처타운 등의 조성을 위해 안양교도소를 받아들이는 대신 예비군 훈련장 군부대를 안양시 박달동으로 이전하는 지자체 간 ‘빅딜’을 추진해 온 것이다. 의왕시는 이들 시설이 들어서면 지역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법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르다. 얼굴 모양이나 키와 같이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능력과 같은 내적인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그 다름을 우리는 ‘차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속한 사회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간의 배려를 통해 안정화를 찾는다. 마치 다양한 형태의 퍼즐조각을 맞춰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듯 작은 한 조각이라도 제 쓰임이 맞는 곳에 배치되면 의미성을 찾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억지로 동일한 모양으로 재단하여 끼워 맞춘다면 그 조립과정은 쉽겠지만, 다양성이나 창조성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조선의 22대 국왕인 정조(正祖)는 그의 문집에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모양이 얼굴빛과 다르고 눈이 마음과 다른 자가 있는가 하면 트인 자, 막힌 자, 강한 자, 유한 자, 바보 같은 자, 어리석은 자, 소견이 좁은 자, 얕은 자, 용감한 자, 겁이 많은 자, 현명한 자, 교활한 자, 뜻만 높고 실행이 따르지 않는 자, 생각은 부족하나 고집스럽게 자신의 지조를 지키는 자, 모난 자, 원만한 자, 활달한 자, 대범하고 무게가 있는 자, 말을 아끼는 자, 말재주를 부리는 자, 엄
평택축협이 추진 중인 축산분뇨처리장은 지난 2012년 1월1일부로 국제협약에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금지 되면서 정부가 지난 2007년부터 육상처리 기반 구축과 자원화 촉진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평택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은 지난 2013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 사업대상자로 선정되어 1일 100t 처리 규모로 사업비 45억을 지원받아 추진돼 왔다. 이후 축협이 자체예산 35억을 추가로 투자해 오성면 안화리 일원에 총 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모든 시설의 지하화 설치를 계획하고 추진 중에 있으나 사업장 인근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이 시설이 필요한 축산농가와 농가 인근 주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산농가와 인근 지역민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시설이 들어설 인근 지역 일부 주민들이 악취에 따른 피해와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이 들어서면 축산농가 주변 환경은 더욱 개선되는데도 말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누군가에게 듣는 말과 상식적인 생각보다는 직접 보고 듣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현실은 &lsqu
내년 2월 신분당선 연장 개통을 앞두고 역 이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신분당선 연장선 1단계 구간은 정자역에서 수지를 지나 광교신도시까지 연결되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SB01~SB05, SB05-1 등 총 6개의 역사가 신설된다. 이 중 수원 관할 2개 역 가운데 가칭 경기대역(SB05-1)이 문제다. 당초 경기대역으로 불리던 ‘SB05-1역’ 이름을 수원시가 지난 2월 시민배심법정 평결을 통해 광교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대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들이 연일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신분당선 사업을 발표하면서 경기대 부지 인근에 철도차량기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았다.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경기대 측은 즉각 반대했으나 국토부, 경기도와의 협의를 거쳐 설치를 받아들였다. 대신 경기대 역명 사용을 요청했다. 500여평이 넘는 학교부지도 차량기지 설치에 수용당하기도 했다. 건설교통부장관은 그해 12월18일 ‘기본계획에 경기대역(SB05-1)을 이미 반영했다’는 공문을 경기대대책위에 보냈다. 그런데 최근 ‘경기대역’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경기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차량기지는 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