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포에 들다 /천양희 폭포 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정토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수궁水宮을 폭포 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소리 같은-바위들이 몰래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화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絶唱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 천양희 『마음의 수수밭 창비』 1994. 10. 초록이 숨어있는 길, 마른 잎들 가득한 산길을 걷는다. 바스락 거리며 내 곁을 지나가는 발걸음이 경쾌해 돌아다 봤다. 조그만 다람쥐녀석이 주위에 머물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 나무위로 달아나는 소리다. 나의 발자국 소리만큼 커다란 소리로 숲을 채운다. 크고 작은 살아있는 동물들과 나무들, 풀들이 지르는 소리, 골을 흘러내리는 물들의 소리가 숲이다. 그들이 내지르는 소리들의 어울림의 숲을 키운다. 그들의 노래는 모두가 절
이걸 어쩌면 좋을까? 경기북부 기초단체장이 잇따라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당선 무효 위기를 맞고 있다. 양주시와 구리시, 파주·포천·의정부시 등 북부지역은 어쩌면 모두 시장 선거를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서울고법은 지난 8일 박영순 구리시장(새정치연합)에 대해 선거법 위반혐의와 관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80만원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더 많은 벌금이 선고된 것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현삼식 양주시장(새누리)은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만약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박영순·현삼식 시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구리월드디자인센터 조성 추진과 관련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요건 충족 완료’ ‘2012년 국토부 승인 그린벨트 해제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시내에 내걸고 전광판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현 시장 역시 선거 도중 ‘희망재단 설립’, ‘지자체 중 유일하게 박물관·미술관·천문대 보유’ ‘국가재정사업 전환해 2천500억원 시 재정 절감’ 등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의 선거공보물을 유권자들에게 배포한 혐의다. 구리와 양주뿐 아
무주가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 대회에는 전 세계 160개국 2000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9일간 무주를 방문하며,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20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경주대회에 이어 7번째 세계대회를 열게 됐다. 무주대회 유치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 태권도 종주국의 자리를 지켰지만 보완해야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태권도가 그동안의 논란을 딛고 일어서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됐지만 태권도가 갖고 있는 무예적 진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온 게 사실이다. 태권도는 단조로운 경기방식과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해 각국이 중계를 꺼리기도 했다. 그러나 태권도가 퇴출위기를 딛고 2013년 2월 올림픽 영구종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태권도인들의 단합된 힘과 ‘중단 없는 개혁’의 결과였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종목이라 해도 태권도의 갈 길은 아직 험난하다. 첫째는 단체가 통합되어야 한다. ITF와 WTF로 갈라진 단체는 무도로서의 본질을 훼손시킬 뿐이다. 12일 첼랴빈스크에서 막을 올린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개회
어린이들에게는 삶 전체가 놀이다. 놀이를 통해서 모든 것을 배우고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는 그 생김새에 따라 아이들이 배움을 얻고 관계를 형성해 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놀이터에 예술적인 감성을 담아낸다면 그곳에서 노는 아이들 역시 예술적 감성을 키울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놀이터가 조형미술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여 단지 놀이기구로서의 최소한의 기능과 안전만을 고려한 채 어느 곳에 가나 똑같은 형태로 꾸며놓기가 일쑤이지만, 놀이터는 미술, 건축, 환경, 과학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작품이 될 수 있으며 근사하게 디자인만 된다면 랜드마크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 외국의 놀이터 디자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놀이터가 얼마나 근사하고 멋질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인의 알코벤다스 시의 갈라시아 공원에는 거대한 개미총 모양의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다. 개미들이 만든 길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동글동글하고 알록달록한 섹션들이 포도송이처럼 배치되어 있다. 그중 어떤 섹션들은 개미총 마냥 나지막한 잔디 언덕으로 되어 되어있고, 나머지 섹션들에는 놀이기구들이 특성별로 분류되어 배치되어 있다. 큰 아이들이 매
12일,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이사회가 열린다. 이번 이사회는 10일부터 20일 사이에 지급되는 4월분의 북한근로자 임금지급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조치로 촉발된 지난 3월분 최저임금분쟁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4월분 임금지급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시기에 맞춰 개성공단 사업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의 잔업 거부와 태업 사례가 일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개성공단기업들이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기업의 이윤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남측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두 기관은 지난달 최저임금인상문제 해결의 협의를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신경전을 전개하고 있다. 북측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 임금을 지급했지만 북측의 요구대로 최저임금 인상률(5.18%)을 적용하지 않은 기업, 북측 요구의 담보서에 사인하지 않은 기업 등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압박은 북한근로자들의 잔업 거부와 태업 사례로 노골화되고 있다. 이에 남측은 기업이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임
조선의 역대 왕 중 정조만큼 기록을 많이 남긴 왕은 없다. 특히 일기(日記)에 관한한 독보적이다. 대표적인 게 존현각일기(尊賢閣日記)다. 정조는 1759년 왕세손으로 책봉된 뒤 경희궁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14년을 그 곳에서 생활했다. 당시 정조가 머물던 건물의 2층을 주합루(宙合樓), 1층을 존현각이라 불렀는데 정조가 8세 때인 1760년부터 이곳에서 쓴 일기다. 지금도 일기란 그날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고 반성하고자 하는 뜻에서 쓰는 것이지만 큰일이 없으면 쓰지 않기도 하고 쓰다가 중도에 포기도 한다. 그러나 정조는 안 그랬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을 남겼다. 그것도 자신의 사소한 것부터 신상의 위협을 받는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정조는 왕에 오른 후에도 일기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신하들에게는 이런 글도 남겼다.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 일찍이 하나의 벽(癖)이 됐다. 아무리 바쁘고 번거로운 일이 있을 때라도 반드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록해 날마다 세 가지로 내 몸을 살핀다는 뜻을 담았으니 이는 성찰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심력을 살펴보려는 것이어서 지금까지 그만두지 않고 있다.’ 정조는 한 발 더 나아가 그 일기를 ‘승정원일기’와 구별
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박일환 김포공원묘지 183번 한하운 시인의 묘지 앞에 진달래 한 그루 난만히 피어 붉은데 생전에 먼저 떨어져나가 함께 묻히지 못한 발가락과 손가락들의 안부를 떠올리다 잠시 올려다본 하늘 저편 파랑새 날아간 자국 희미하고 그 아래 이끼 덮인 봉분은 그저 묵묵하다 코앞에 있는 장릉공단 자그마한 공장들 그 안에도 있을 것만 같은 손가락 잘린 이주노동자 떨어져 내린 진달래 붉은 꽃잎처럼 아득한 천형天刑의 삶들이 밟힌다, 술 한 잔 올리지 못한 채 돌아 나오는 길 손가락 발가락 모두 무사한 내 육신은 무장 가렵기만 하고 - 박일환시집 〈지는 싸움/애지시선〉 보리피리 불며 필- 닐니리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개 없다던 문둥이시인의 아픈 삶이 잠든 천주교 공원묘지이다. 십여 년 전 한하운선생의 묘지를 찾았다고 지인들이 설레이는 목소리로 전해주던 날을 기억한다. 언제나 아픈 사람들 억압받고 손해 보는 사람들 곁에서 시를 찾고 몸으로 시를 쓰는 박일환시인이 한하운시인을 찾은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의 시집 제목만 봐도 그렇다. ‘지는 싸움’이라니 지치지 말고 무릎 꿇지 말자고 나직이…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사회는 퇴직 후에도 30년 이상의 여생을 보내는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이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하여 크지 않은 금액이라도 일정한 소득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믿음직한 것은 연금이라 하겠다. 공적연금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제도적으로 성숙해 가는 단계에 있어 아직 풍족한 수준은 아니므로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사적연금에 가입하여 각자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소득 과세제도는 납입 및 운용단계에서는 비과세 하고 급부단계에서 과세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사용자의 부담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를 비과세하며, 공적연금 관련법에 따른 기여금 또는 개인부담금은 전액 소득공제 해준다. 그리고 거주자가 연금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은 사적연금과 개인퇴직연금(IRP)를 합해서 소득공제를 받는데, 그 한도가 올해부터는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늘어, 세액공제 환급액도 52만8천원에서 39만6천원이 추가되면서 연간 최대 92만4천원까지 늘었다. 지급받는 연금
인간이 무기를 만들고 갑옷을 입은 최초의 이유는 자연과의 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바로 사냥이다. 석기시대에 돌을 깨거나, 돌을 갈아서 창날을 만들고 화살촉을 만든 이유가 인간보다 강한 동물을 사냥해서 생존의 방편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고, 동물들을 직접 키우는 방식으로 삶의 형태가 전환되면서 사냥은 전투를 대신하는 군사·정치적인 목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특히 국가라는 인간들의 거대한 조직체를 만들고 군대라는 합법적인 무장집단을 양성하면서 사냥은 그들을 집단화시키고 훈련시킬 수 있는 최고의 무예수련 장이었다. 화약무기가 전장을 휩쓸기 전까지 말을 탄 기병은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한 병종이었다. 순간의 강력한 돌파력 그리고 적의 머리 위에서 직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상의 장점, 그것은 기병만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적에게는 엄청난 공포심까지 유발시킬 수 있었기에 기병은 전장의 꽃이자, 전투력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기병은 늘 말과 함께 움직여야 했기에 평시에도 자신들이 타던 전투마와 호흡을 맞춰야만 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평상시 기병들이 자신의 전투마와 함께 진행한 사냥은 실전 무예훈련의…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신도시에 통 큰 투자를 했다. 지난 7일 평택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을 가진 삼성전자는 이 부지에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1기를 건설하고 오는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천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평택 반도체단지는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평, 축구장 약 400개 넓이)로,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화성 단지를 합한 면적(91만평)과 맞먹는 규모다. 이 같은 국내 굴지 대기업의 통 큰 투자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컸다. 국토교통부는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안을 발빠르게 승인해주었다.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겨 2017년부터 고덕 산업단지에 최첨단 반도체라인을 가동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공재광 평택시장 등 지방자치단체도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고품격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했다.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고덕 국제화지구가 우리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선도하는 모범적인 동반성장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