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언론을 통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 함은 개인이 사회적 관행이나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하고 선택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근거로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 제241조에 의한 간통죄가 62년만에 폐지되었다.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1953년 제정된 간통죄를 둘러싸고 존치론과 폐지론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었다. 존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함으로써 가정과 그 가정을 지키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간통죄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반면, 폐지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하며 사생활의 자유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주장해 왔다. 사실 간통죄의 합헌논의는 오래된 이야기다. 첫 헌법재판은 199
1995년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문화와 역사를 발굴하고 이를 축제프로그램이나 관광자원화 하는 노력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시대가 열렸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할 정도로 지방문화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이것이 해당 지역에 관한 학문적 성찰로 이어져 대학에 지역학 학과목이나 학과의 개설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학’이라고 하는 용어가 아직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한국학, 서울학, 인천학, 충남학, 천안학 등의 지역관련 학문이 확산되어 가는 중이고, 경기지역에서도 용인학, 성남학, 평택학, 안산학 등 지역 명칭을 사용한 학문체계가 정립되어 가고 있다. 지방문화원은 지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를 연구하고 활용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성남문화원은 22년 전, ‘향토문화연구소’를 개소하였고, 2014년에 ‘성남학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성남학’은 성남의 역사적 전통,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경제, 사회 등 우리 고장이 살기 좋은 복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모든 관심분야를
분식집을 하는 할머니의 사건을 상담한 적이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라 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느냐는 하소연이었다. 할머니가 흥분하고 서운해하는 부분은 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담당자가 술에 취한 기분에 서로 싸운 피의자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에 착안하고는 어디서 술을 마셨느냐며 그 술집을 확인하는 데까지 수사를 확대해 골목길에서 홀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할머니까지 정식 수사하여 이를 문제 삼은 까칠함 때문이었다. 한 번은 사무실 앞에서 단골식당 배달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쟁반을 머리에 올려놓은 채 경찰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보고 다가가 보니 무단횡단으로 범칙금을 부과당하고 있었다. 참 그곳에 하루종일 서 있으면 꽤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텐데 그 이후에는 그런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평생 한번 당할까 말까 한 불쾌한 일을 당한 아주머니의 심경을 어떠했을까? 요즘 성완종 리스트로 정국이 뜨겁다. 그 발단은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관련자의 공금유용, 대가성 금품 수령을 밝혀내어 처벌할 것을 관계 기관에 주문하면서 시작되었다. 계좌 추적이나 장부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면 순조롭게 수사 결과물을
중국인들은 ‘관시(關係)’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관시를 통하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안 되는 일이 없어서다.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고 넓히기 위해 필수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선물과 뇌물공세다. 우리는 이러한 공세를 사바사바라 부른다.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것을 속되게 표현할 때도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 있는 이 말은 원래 고등어의 일본말이다. 고등어가 지금은 흔하지만 일제강점기엔 꽤 비싼 생선이었다. 청탁할 때 유용했다. 고등어 한 손을 들고 일본인 순사를 찾아가면 ‘아! 사바사바’ 하고 반기며 일을 처리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검은 관행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중동에는 ‘와스타(wasta)’라는 게 있다. 인맥이란 뜻이다. 수수료와 뇌물,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지만 어디 뇌물을 이르는 말이 이들 나라에만 존재할까. 인류역사와 함께 했다는 게 뇌물이니 말이다. 기원 전 15세기 고대 이집트에선 공정한 재판을 왜곡한다며 뇌물을 단속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우리 역사에서도 뇌물 얘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뇌물공여 방법도 진화를 거듭, 법에서조차 가늠하
죽도시장 비린내 /문인수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람 반, 고기 반으로 붐빈다. ‘어류’와 ‘인류’가 한테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데, 후각을 자극하는 이 파장이 참 좋다. 사람들도 그 누구나 죽은 이들을 닮았으리. 아무튼 나는 죽도시장에만 오면 마음이 놓인다. 이것저것 속상할 틈도 없이 나도 금세 왁자지껄 섞인다. 여긴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어. 그것이 참 깨끗하다. -문인수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 창비시선 2015. 3. 누구에게나 죽음은 삶의 연속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죽은 이들을 닮았다고 시인은 짚어보는 것이다. 아직은 살아서 펄떡펄떡 온 몸으로 생을 뒤 흔드는 활어와 이미 죽었으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물고기들이 좌판에 누워있는 공간, 어류와 인류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어시장의 비린내가 코끝에 물큰 살아난다.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다고 살아내는 삶을 시인
이명박 정부가 시작부터 많은 국민들과 환경단체, 학계의 반대에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 안전성 문제, 녹조와 수질악화, 홍수감소 효과 미비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이미 4대강 사업 이전부터 환경전문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다. 게다가 부실공사와 비리입찰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환경파괴 문제는 심각하다. 획일적 준설 등으로 생물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장기적으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목표는 가뭄해소, 홍수저감, 수질개선, 수생태계 복원이었지만 특히 생태계 측면에서 쓸모없는 사업이 된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전 구간의 생태계가 회복 불능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홍수 저감과 가뭄해소의 타당성도 의문이 든다. 현실이 이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공과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10년 뒤에 평가할 일’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해 분노를 사고 있다. 사업이 완료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사업의 문제점이 발견돼 삼척동자도 4대강이 죽어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백
사랑과 신뢰를 구현해갈 때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다. 가족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정을 이뤄갈 때에 가능해진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구성원 간의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모,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간의 폭력은 인륜과 도덕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가정폭력의 근절은 국내외가정을 막론하고 철저하게 근절되어야한다. 최근 들어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외국인 가정의 가정폭력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여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일 시흥시 정왕동 자신의 원룸에서 중국인이 부인을 둔기로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후 토막낸 시신을 버린 사건은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도경은 가정폭력 재발을 우려하여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외국인 가정에 대한 관리기준을 만들어 도내 41개 경찰서에 지침을 전달했다. 외국인 가정의 경우 단 1차례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로 출동이 있었더라도 B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해간다. B등급으로 분류된 가정에 대해서는 2개월마다 1차례 방문하거나 또는 전화로 폭력사건이 재발했는지 6개월간 관찰한 뒤 문제가 없으면 등급을 해제한다. 그동안 외국인 가정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었던 기존의 지침은 최근 1년간 가정폭력으로 2차례 이상 신고로 경찰의 출동이…
한국은행은 매년 4회 당해 연도 및 익년도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포함하는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정부는 물론 국내 주요경제기관들도 비슷한 경제전망 자료를 발표하고 있으며 IMF나 OECD 등 국제경제기구도 전 세계의 경제전망 자료를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새로운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인 3.4%에서 3.1%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9%에서 0.9%로 낮추었다. 경제전망자료는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정책운용은 물론 기업들의 매출 및 생산 계획 등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망치가 사후적으로는 오차가 커 전망기관마다 곤혹스러운 때가 많이 있다. 왜 이렇게 경제전망에 오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전망 작업은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이를 단순화하여 살펴보면 국내외 경제여건 점검 및 경기지표 분석→전망의 전제여건 추정→경제모형을 통한 전망치 도출→전망담당자의 직관과 경험을 통한 종합적인 판단 등의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망과정을 감안할 때 경제전망에 오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주로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서 찾아볼…
봄은 4계절의 시작이고 희망, 새로움, 젊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4월도 마찬가지다. 무르익어가는 봄의 길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잔인한 달’을 떠올린다. 100여 년 전 시인 엘리어트가 ‘황무지’란 시에서 표현한 말이며 당시 황무지처럼 황폐화한 인간의 마음과 정신적 공황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한 것일 뿐인데도 4월만 되면 현재의 시대상을 빗댄 명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를 비롯 매해 4월만 되면 잔인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유이긴 하지만. 사실, 엘리어트가 잔인한 4월을 표현했던 것은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단순히 계절적인 의미를 넘어 1차 세계대전 후 황무지와 같이 삭막해진 서구인들의 정신상태를 상징했다. 사람들이 수없이 죽고 도시가 파괴된 전쟁의 비참함 속에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무한한 이기심과 탐욕의 실상이 어떠한가를 간접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4월의 정국,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4월은 더욱 잔인했다. 나라를 침몰시킨 거나 다름없을 정도의 고통을 동반했다. 사회 구석구석엔 잔인함이 할퀴고 간 상처가 여기저기 속살
취급주의질그릇으로의 사람 /정재분 내 안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삼킬 지경이라면 아들아! 잠시 도망하라 책 속으로 잠입하든지 여행을 떠나든지 영화를 내리 몇 편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만용을 부리는 몸을 고달프게 하여 무모에서 벗어나고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바르게 대하라 생의 비의를 간파했다면 슬플 것이다 해결이 요원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넘어도 산, 여전히 한계는 있다 누구에게나 복병이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지병을 한둘은 짊어지고 있음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길이 보일 터, 아픔과 인내로부터 도망하지 마라 그것은, 생명이 선택한 방법이니 - 2009년 시집〈그대를 듣는다〉 종려나무 첫아들이란 첫사랑이라 했던가, 아들에게 사랑을 몽땅 주었다, 어리석은 사랑 때문인지, 사춘기를 맞아 제멋대로 날뛰었다, 어쩔 줄 몰랐다. 순수한 사랑의 보답이 반항이라니, 하루하루 넘어도 산, 그릇이 깨질까봐 전전긍긍, 가슴을 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해야하는 숙명에 갇혔다. 기도를 했지만 아픔과 인내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폭풍 같은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우리가 함께 성장했다. 질그릇을 깨자 그 속에서 도자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