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가 절로 실감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이다. 60세 모드에 맞춰져 있던 시대보다 물경 40년의 중년기 이후 새로운 삶이 덤으로 더 주어진 셈이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길다’는 희망의 콧노래가 흘러나옴직 하다. 2025년쯤에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50 베이비부머 중년세대들 은퇴 얘기가 주 관심사였다. 그런데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7080 시니어 세대들이다. 부쩍 젊어지고 활기찬 이른바 ‘꽃노년’ 7080에 이제 더 이상 ‘노인’이란 호칭이 반갑지 않다. 그들의 노익장 과시가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 1면에 ‘나이 70 벤처 못하란 법 있나요’라는 기사가 실렸다. 경기도 어느 지역의 평범한 어르신들이 모여 컴퓨터 공부를 했고, 이후 실천과 나눔활동으로 영정사진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성공적인 벤처 사회적 기업까지 일구게 되었다는 감동스러운 사연이다. 필자의 제자 중 이 사연을 소재로 7080 시니어들의 학습공동체와 사회적 기업가로의 성
‘혁신’ 하면 정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776년 등극하자마자 각종 적폐와 기득권 세력 혁파를 위해 규장각을 제일 먼저 설치했기 때문이다. 정조는 당쟁의 혼란 속에 아버지 장헌세자를 잃고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주위엔 오랜 기간 권력의 단맛에 젖은 무리들뿐이었다. 이들은 갖은 계략으로 정조의 신변을 위협하고 회유와 유혹의 손길을 보내왔다. 특히 정사에 일일이 간섭하며 조정을 농단하는 내척과 외척 세력들의 기세는 도를 넘을 지경이었다. 정조는 이러한 혼란의 조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첫 번째 조치로 규장각이라는 혁신기구를 설치한 것이다. 사실 규장각은 왕실도서관에서 출발시켰다. 그리고 학술 및 정책 연구기관으로 역대의 도서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학문의 중심기관 역할을 맡도록 했다. 그러나 설치 초기 정조의 더 큰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자신의 혁신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정치기관으로 키우려 한 게 그것이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추진했다. 정조가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인재 등용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그러자 규장각에는 인재가 모여들었다. 정조는 이들 중 당파나 신분에 구애 없이 젊고 참신한 능력 있는 젊은 인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바다 속에서 남·북한 해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점박이물범을 2014인천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한 바 있다. 점박이물범은 한 번도 다른 곳의 마스코트로 사용된 적이 없고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생겨 캐릭터화하기 쉬웠을 것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가 된 바라메(Barame), 비추온(Vichuon), 추므로(Chumuro) 등 점박이물범 삼남매는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서해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물범들은 북위 45도 이북의 북극권에서 생활하는 데 반해, 서해의 점박이물범은 1년 중 출산기를 제외하고는 북위 38도 이남인 백령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생활한다. 매년 11월쯤 북상하기 시작하여 보하이만(渤海灣)과 랴오둥만(遼東灣)의 차가운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는다. 출산 직후 곧바로 교미를 한 뒤 4월쯤 다시 회유지인 백령도로 이동하여 여름을 난다. 새끼는 수유(授乳)가 끝날 때쯤 털갈이를 시작하며, 성장하면서 검은 반점이 생긴다. 그래서 점박이물범이 되었다. 점박이물범은 동그란 눈망울을 굴리며 경계하는
세상의 모든 관계가 다 그렇다. 하늘과 땅이 있듯이, 남편과 아내가 있듯이, 부모와 자식이 있듯이, 입술이 없다면 이는 반드시 시리게 된다. 밥 먹는데 입술이 없다고 상상해보라. 반드시 못 먹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온전하게 먹을 수가 없다. 세상엔 있어야할 것은 반드시 다 있어야 한다고 어느 학자가 말한 바도 있지만, 꼭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다 잘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해 보자. 또 다 못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되는가. 못난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기에 잘난 사람이 드러나는 것이며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七步詩(칠보시)는 너무도 유명하다. ‘콩을 태워 콩을 삶으니(煮豆燃豆箕), 콩은 솥 속에서 울고 있네(豆在釜中泣), 본래 한 뿌리에서 나왔건만(本是同根生), 어찌 이다지도 괴롭히는가(相煎何太急)’. 콩을 삶으면서 꽁 깍지로 불을 땐다는 말이다. 무심코 넘길 수 있는 구절이지만 콩을 통해서 한 몸에서 태어난 형제간의 시샘을 읽을 수가 있다. ‘내 옆에서 지켜주는 당신이 있어 내 인생은 정말 따뜻합니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4년 전인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의 일이다. 여주시장 선거에 나섰던 원경희 후보는 현 김춘석 시장에게 3천여표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원경희 후보는 당시 패배의 쓰라린 상처를 뒤로 하고 당당히 무개차를 타고 시내 곳곳을 누비며 낙선사례를 했다. 당시 주민들은 “낙선한 후보가…”라며 안쓰러워했다. 낙선자들 대부분 의기소침 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낙선 인사를 하고 다녔다. 그는 “당락에 관계없이 꼭 인사를 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원경희 당선자는 당선자의 신분으로 좀 쉴 만도 하지만, 여전히 유세차를 타고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며 당선사례를 했다. 원 당선자의 부인인 주영숙 여사도 마찬가지. 지난 6일 시내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 여사는 나홀로 시민들에게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도록 내조 잘 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주 여사는 점퍼차림에 운동화를 싣고, 보통 주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설마 원 당선자 부인이겠어…” 했지만, 나중에 원 당선자의 부인이란 사실을 알고 “그 남편에 그…
6·4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13명의 진보성향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후보자의 기호가 없어지고 교호순번제(순환배열방식)가 도입됐다. 지난 선거에서 기호 1, 2번을 뽑은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로또선거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투표구 별로 후보자의 순서를 다르게 배열해 공정성을 기하고, 인물 위주의 선거를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누구는 기호가 몇 번이냐, 어느 당으로 출마했느냐 하는 질문이 이어져 아직도 교육감 선거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과정에서도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상대방 헐뜯기와 이념논쟁이 주를 이뤘다. 인지도에 따른 인기가 지지도를 좌우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지지도 1위를 줄곧 달리던 고승덕 후보가 미국에 있는 친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로 단박에 3위로 내려앉았다. “자녀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교육감 될 자격이 없다”는 글이 고 후보에게 직격탄이 된 것이다.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이재정 후보도 선거운동 기간과 토론회 내내 친북 또는 종북이라는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상대 후보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교
우리나라엔 육아휴직급여라는 제도가 있다. 육아휴직 개시일 기준 월 통상임금의 40%를 지원(상한액 월 100만원, 하한액 월 50만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 중 85%를 매월 받고 나머지 15%(통상임금의 6%)는 육아휴직 종료 후 직장에 복귀해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경우에만 일시불로 지급 받는다. 이 제도는 육아휴직자의 경제적 도움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런데 15%를 직장에 복귀한 후 합산 지급한다는 것은 애초의 취지와 안 맞는다. 복직 후보다는 육아휴직 기간에 더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도 있다. 미혼자가 아이를 출생했을 때 아이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 현행 제도다. 미혼부는 혼인외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출산 후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딱한 경우도 많다.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는 엄마가 집을 나가버려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규정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경우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다.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친자임이 확실할 경우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경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데 있다. 특히 대학교육과 연구를 통해 나온 창조적 아이디어나 사업성이 탁월한 기술특허를 창업으로 연계시켜 보자는 전략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는 취업 및 창업에 막대한 정부지원금을 받는 대학들의 산학협력 기능이 얼마나 활성화 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과 대학의 접점인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산학교육진흥법에 따라 출범한 지 10년이 된 지금, 제도 및 기능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기업과 대학의 협력활동이 저조하고 정부지원 연구개발(R&D)사업 의존도가 높다. 산학협력단의 수입 중 정부지원 연구개발 수익이 4조4천344억원(79.4%)이다. 산학협력단 자체 자체수익금은 9천200억원으로 정부지원 수입의 20%선에 머물러 있다. 대학이 기업의 연구개발비를 유치해 산학협력을 확대하려면 대학교수 평가 시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게재실적 보다 산학협력에 대한 배점을 확대하고, 정부지원사업 선정 때도 특허실적, 기술의 사업화, 기술이전 실적 등에 대한 평가항목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이공계에 치중된 산학협력 지원을 비이공계(인문사
시험은 가장 우수한 사람을 뽑는 절차이다. 그러나 선거는 가장 대표성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는 절차이다. 우리는 선출된 공직자로부터 가장 우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행동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정신을 읽어내고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의 일을 처리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전문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시험, 면접 등의 다른 방법을 통해 선발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6·4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져진 메시지를 읽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개혁 명분·기회 부여한 유권자 많은 전문가들이 세월호 참사에 따른 현 국정 책임자들의 책임론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유권자들이 현 국정 운영자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 비슷한 수준의 책임을 묻고 있다. IMF 외환위기에 정권 교체가 있었던 것과는 구분되었다. 1997년과 2002년의 대선에서는 1970년 이후의 개발 연대에 수행하여온 국정 수행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국민은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보수에서 진보로의 권력 이동이 있었다. 그러나 2014년의 참사에서는 적절한 경고는 했지만, 완전한 불신임으로 이어
투명인간이 되는 꿈을 한두 번 꿔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가 보이지 않게 된다면 얼마나 신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이 빚어낸 ‘희망사항’ 중 하나다. 우리에게 투명인간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진 것은 1897년 영국의 작가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가 ‘투명인간’이라는 소설을 발표한 이후다. 소설 줄거리는 주인공 과학자가 인체의 세포를 투명하게 만드는 약, 즉 투명체를 개발, 자신을 대상으로 투명인간 실험을 성공시키고 투명인간이 된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차츰 인간의 착한 본성을 잃고 미쳐 가기 시작한다. 결국 주인공은 투명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이 같은 살인으로 세상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이 소설은 1933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투명인간은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눈 위에 발자국을 남겨 결국 사살되고 만다. 인간을 투명하게 만드는 투명체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신화 속 영웅 페르세우스가 자신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는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