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한 후인 2004년 최초 재난관리 전담기구로 만들어졌다. 당시 소방관들은 소방방재청이 생기자 매우 기뻐했다. 특히 부족한 인력과 노후화된 장비 걱정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후화된 장비와 부족한 인력 문제는 소방관들을 괴롭힌다. 여기에 출동한 119 대원들을 폭행하는 못된 사람들도 있어 ‘매 맞는 소방관’이란 자탄마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소방관을 신뢰하고 사랑한다. 이번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이나 장성 요양병원 사고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화재는 순식간에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재앙이다. 공포스러운 유독가스와 불길을 피하지 않고 맞서 제압하려는 소방관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사투(死鬪)다. 또 119 구조대는 위기상황에 처한 국민들을 헌신적으로 구조한다. 다른 직종 공무원보다 소방관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소방을 국가안전처의 본부 체제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위험한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소방공
2014년도 절반이 다가왔다. 아직도 나머지 절반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는데 경쟁사회에 찌든 몸은 무겁기만 하고 정신은 더욱 혼미해진다. 앞으로 남은 반년이라는 나날을 어떻게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실종자까지 모두 찾아야 하는데 시간은 하릴없이 흐른다. 슬슬 잊힐만도 한데 아직도 어머니는 팽목항 부두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만은 꼭 들어줄 것 같은 신(神)도 무심하다. 팽목항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눈물의 팽목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비극 이후 어머니들은 전율하며 분노했다. 매일매일 ‘공부 공부’하며 아이를 닦달했던 엄마들의 열정도 꺾였다. 평화롭고 느슨하게 아이들을 놀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저 내 곁에 있다는 것으로도 신께 감사하면서. 이처럼 세월호 참사가 국민에게 끼친 영향은 막중했다. 그런데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상대를 비난하고 원망한다. 국민적 집단 트
최근, 계모가 전처의 아이를 학대하여 사망하게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울산에서 여덟 살 아이가 계모에게 맞아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숨졌고, 경북 칠곡에서도 같은 나이의 아이가 계모의 구타로 인한 내장파열로 숨졌다. 인면수심의 두 계모에 대한 분노가 온 나라에 들끓고 있다. 징역 15년형을 받은 울산 계모와 10년형을 받은 칠곡 계모, 두 사건 모두 형량이 낮다며 검찰이 항소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모는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전형으로 생각되어, 전래동화 속에서도 악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도록 하는 팥쥐 엄마, 낙태하였다는 거짓말로 장화를 연못에 빠트려 죽이는 계모 허씨, 재산을 빼돌린 심청의 계모 뺑덕어멈 등이 있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의 서양동화에도 전처 자식을 학대하는 나쁜 계모들이 등장한다. 이런 설화는 세계적으로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TV드라마에서도 새엄마는 대부분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계모가 악하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좋은 계모에 의해 잘 자란 사례도 무수히 많다. 9세 때 어머니를 잃은 링컨 대통령의, 새어머니였던 사라부시는 착한 계모의 전형으로 꼽힌다. 링컨을 사랑으로 키우
안대희 총리 지명자가 그제(28일) 사퇴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당당하게 수락 기자회견 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하다”고 머리 숙인 뒤 담담한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떠났다. 엿새 만이다.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소상히 해명하겠다던 인사청문회는 서보지도 못했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긴급 수혈된 그가 낙마함으로써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현 난국을 쇄신 인사로 돌파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복안도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엿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쇄신 인사의 최적임자였다. 김대중 정부 당시 설계 감리 비리수사를 지휘하다 정권 실세의 눈 밖에 나 한때 좌천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장에 중임됐다. 직언을 서슴지 않던 그의 강직한 성품 덕이다. 이후 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등을 수사하며 ‘안짱’이란 호칭까지 얻었다. 국민이 바라는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책임총리&rsquo
세계적으로 ‘국기’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는 나라는 약 90개국이다. 이들 대부분의 국가는 타국의 국기를 상호 존중·보호해야 할 의무도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882년 박영효가 일본에 수신사로 가면서 태극도안의 기를 사용한 것이 국기 사용의 효시다. 그리고 태극도안의 태극기가 국기로서 공식화된 것은 이듬해인 1883년 1월이다. 그 과정을 보면,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국기 제정문제가 논의되다가, 1882년 박영효가 고안한 태극무늬의 기를 고종이 ‘태극 주위에 4괘(四卦)를 배(配)한다’고 공포함으로써 정식 국기로 채택됐다. 하지만 고종의 공포 당시 태극기의 규격이나 형태에 관한 정확한 명시가 없었다. 따라서 태극기는 각양각색의 형태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인 1949년 2월 국기시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규격과 문양의 통일이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현재 쓰고 있는 국기이다. 국기는 나라의 상징물이다. 때문에 그 존엄성의 유지를 위하여 법률로써 관련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4년 2월21일 제정한 ‘대한민국국기에 관한 규정’에서 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특정 종교집단이나 정치집단이 이런
세월호 참사 이후 꽃피고 훈풍 부는 봄철인데도 국민들은 흡사 자신들도 깊고 추운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듯 몸을 움츠리고 살았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도 심한 추위에 떨고 있다. 여행업과 음식업 등에 종사하는 국민들은 추위를 더 탔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경영난에 빠진 도내 관광사업체와 전세버스운송사업체, 청소년수련시설을 대상으로 육성자금 200억원을 특별 배정해 지원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 와중에 세월호 참사 이후 화재 사고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모두 인재라곤 하지만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가? 28일 새벽에 발생한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로 간호조무사 1명과 노인환자 20명 등 총 21명이 숨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전에 발생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지하철 방화 사고도 비록 인명피해가 없었다곤 하나, 11년 전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를 연상케 하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보다 앞서 27일엔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인근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부상자 1명이 발생했다. 지난 26일엔 고양시 시외버스종합터미널 지하 1층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현재까지 8명이 숨졌다. 이번 장성요양병원
사계절의 특성과 오랜 역사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명나는 우리민족의 기질 또한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휴전선과 조선시대의 유적지 그리고 서해안을 찾아 국민들이 관광을 즐겨왔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로 경기도지역의 관광업계가 경영난에 빠지게 되었다. 도당국은 관광업계에 200억원의 특별경영자금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시적인 예산지원에 앞서 장기적인 차원에서 관광활성화대책을 수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의 개발과 더불어 인근 관련 지자체와 협력하는 공동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새로운 관광산업개발에 전력할 때이다. 교통안전망의 구축을 위한 업계의 철저한 규칙이행도 중요하다. 관광업계와 더불어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153곳의 청소년수련시설 프로그램 미 시행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도내 관광사업체 1천813곳과 전세버스운송조합 482곳, 청소수련시설 등 한 개소 당 최대 5억원을 1년 거치 2년 상환조건으로 지원해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 예약취소 및 예약률 저조로 인해 관광업계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와 관련된 운송업, 음식업, 숙박업, 이에 관련된 종사자의 복리증진
10남매의 장남인 아버지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어릴 적 기억인데, 아버지 월급으로는 스무 명 가까운 식구들 쌀을 사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린 삼촌과 고모들이 이따금 보잘 것 없는 돈을 보태서 간신히 나머지를 해결하곤 했다. 그래도 때로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어머니는 돈을 빌리러 다녔다. 장손인 형은 기를 세워주느라 제쳐두고, 둘째인 나를 늘 데리고 다녔다. 집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조용한 어머니의 예법으로는 점잖은 집에서 여성이 혼자 나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니 1970년대 초반의 일이다. 모두들 가난했지만, 그래도 좀 부유한 집들이 있었다. 그 집 마루나 방에 앉아 어머니의 긴장한 얼굴을 보면서 난 어렴풋이 알았다. 가난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이웃 동네의 먼 친척이거나, 한 동네의 부유한 이웃들 집에서 난 빈부의 차이를 처음 깨달았다. 가난한 집 산골 소년인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보상심리였다. 어머니가 돈을 빌린 집의 아이들보다는 무조건 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주눅 들지 않으려 했다. 비록 가난한 부모를 만나 돈은 없지만, 공부는 내가 훨
옛날에 어리석은 부자가 있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갔다가 집이 이층집인 것을 보고 배가 아팠다. ‘내 집이 친구 집만 못하다니, 당장 삼층집을 지어야지.’ 부자는 곧 목수를 불러 삼층집을 짓도록 하였다. 목수는 인부를 데려다 땅을 깊게 파기 시작했다. 부자는 인부들이 일하는 걸 보고 물었다. “집은 짓지 않고 왜 땅을 파는가?” “땅을 파고 돌을 묻어 밑을 탄탄히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집이 튼튼히 설 수 있습니다.” 며칠 후, 아래층부터 벽돌을 차곡차곡 쌓는 걸 보고 또 부자가 말했다. “내가 바라는 건 삼층일세, 그러니 아래층은 대충하고 빨리 삼층을 올리게.” “주인님, 어찌 그렇게 집을 지을 수 있습니까? 기초가 튼튼해야….” “글쎄 아래층은 별것 아니래도, 삼층만 잘 지으라니까.” 결국 목수는 부자의 성화에 못 이겨 아래층은 아무렇게나 하고 삼층만 잘 꾸몄다. 하지만 그 집은 얼마 못가서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조금 과장되었겠지만 실제 있었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의 붕괴사고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조용하게 오월이 지나고 있다. 산과 들이 생기발랄하게 연둣빛을 굳히고 환영을 받으며 지나는 오월이다. 그리고 초세를 진초록으로 확장하며 유월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오월이 노동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청소년의 날, 성년의 날, 부처님 오신 날까지 있어서 기념을 하고 지났다면 유월은 가족 구성원들이 잔잔하게 소설 줄거리처럼 일상을 풀어내는 달일 것이다. 가족이 살아내는 일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주인공이 누구인가, 라고 물으면 누가 뭐래도 가정의 안주인인 어머니, 아내가 맞을 것이다. 아내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집안의 해’라는 풀이가 들어있다. 세심하게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관심을 주고 잡다한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가족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따뜻한 해인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넓은 세상 속에서 각기 제 할 몫을 파릇파릇 살아내곤 저녁이면 지친 몸으로 돌아와 따뜻한 해의 자양분을 섭취하고 생기를 얻어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가정은 가족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구조가 어긋나게 되면 순조로운 읽기가 어렵게 된다. 아내가 가족 구성요소들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날마다 화사한 웃음으로 내비칠 때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