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난 서슴없이 ‘부탄’이라 말한다. 그래서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번번이 미뤄져 벌써 여러 해째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집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 1순위로 여전히 남아있는 부탄. 그곳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몇 년 전 후배로부터 들었던 생생한 체험담이 크게 작용했다. ‘행복한 인생을 보고 싶을 때 부탄을 가라’는 지인의 권유로 어렵게 다녀왔다는 그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 중 느꼈던 많은 것을 전했다. 그것도 눈앞에 펼쳐졌던 이국적 풍경이 아니라 그 나라를 이루고 있는 국민들의 삶에 관한 것들이었다. 행복한 얼굴, 긍정적인 순수함, 무언가 여유롭고 안정적인 행동, 비록 풍요롭진 못하지만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여유, 만족감 등등. 그 후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나와는 무엇이 다른가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고 가보고 싶은 나라 부동의 1위가 됐다. 잘 알다시피 인구 100만의 부탄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재단(NEF)은 지난해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부탄은 1위를 차지했다. 1
“주말에 어떤 프로그램을 보아야 하나?” 지난 일요일 KBS 주말 대하 드라마 ‘정도전’이 끝나고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다. 마지막 장면 역시 권력욕에 빠진 잔인한 승부사인 정안군 이방원이 아니라 삼봉 정도전을 중심에 세웠으니 작가의 역사관 또한 민본(民本)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정안군이 삼봉을 베기 전 나눈 이야기는 두고두고 여운을 준다. 재상총재제도를 거둔다면 대업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방원의 꼬드김에 대한 삼봉의 일갈(一喝)이다. “이 나라의 성씨를 모두 합쳐 뭐라 하는지 아느냐? 백성이다! 왕은 하늘이 내리지만 재상은 백성이 내린다. 해서, 재상이 다스리는 나라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보다 백성에게 더 가깝고 더 이롭고 더 안전한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 이어 방원의 가슴 속에 깊이 묻고 있던 의문이 ‘조선의 군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쐐기를 박는다. “백성을 위한 도구니라.” 칼을 쥔 ‘소인배’와 목을 내놓은 ‘군자’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면이다. 군자와 소인배. 현대사회에도 유의미한 이들에 대해 조광조는 ‘군자소인지변(君子小人之辯)’에서 이렇게 말한다. “재앙이 되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소인이 군자를 모함하는
민선 6기 지방자치가 오늘 일제히 출범한다. 1995년 주민들의 손으로 단체장들을 직접 선출함으로써 부활한 지방자치는 벌써 20년째로 접어들었다. 이번에 취임하는 단체장들은 거의 대부분 취임식을 생략하는 분위기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1일 오전 현충탑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고, 별도의 취임 축하행사 없이 안전과 관련된 현장점검으로 대체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오전 안산 단원고를 방문한 뒤 오후에 토크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제3대 주민 직선 교육감의 취임 첫날 일정을 시작한다. 일선 시·군 역시 신임 단체장의 취임식이 최대한 검소하고 조용하게 치러진다. 고양 시흥 이천 등 5개 시·군은 별도의 취임식을 하지 않고 현장방문과 자원봉사를 실시한다. 용인과 부천 평택 등 7개 시·군은 취임식을 월례조회로 대체하는 등 간소화했다. 민선 6기에 바라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취임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외형에 치중하기보다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일단은 바람직한 일로 임기 내내 이 같은 초심을 간직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임기 4년 동안 오직 주민만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민선 지방자치가 1995년…
지금 나혜석 거리는 수원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0년 수원 팔달구 인계동에 조성된 나혜석거리는 인근 효원공원과 연계돼 있는데다 바닥분수 등의 휴식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다. 동쪽과 서쪽 입구에 나혜석 좌상과 입상, 그리고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이곳에는 주로 음식점과 호프집, 고기집들이 밀집돼 있는데 봄부터 가을철까지는 가게 주인들이 간이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한다. 특히 사람들이 집중되는 여름밤에는 자정까지 인파가 몰려 불야성을 이룬다. 어찌 보면 흥겨운 축제장과도 같다. 여기에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합세하면서 이제는 국제적인 명소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매년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도로까지 수백개의 야외 간이 테이블을 불법으로 설치해 놓고 손님을 받고 있어서 통행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소음과 취객들의 행동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관청의 입장으로 볼 때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민원, 그리고 행정기관의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였다. 절구에 직접 빻아 만든 것을 손톱에 얹어 주고 작은 비닐로 감싼 후 마무리를 해 준다. 하루가 지나야 봉숭아물이 잘 든단다. 그리곤 도종환 시인의 ‘봉숭아’를 읊조린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호사를 누리는 순간이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매탄동 산샘어린이 공원에서 수원여성회 영통지역분과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느티나무 벼룩시장’이 열린다. 산샘어린이 공원은 마을의 상징인 4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빼곡한 집들로 둘러 싸여 위치하고 있다. 아이와 여성이 중심이다 이른 아침잠이 덜 깬 아이는 속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장에 나온다. 인형을 사라고 목청 높인 아이의 발그레한 얼굴을 보며 500원을 주저 없이 건넨다. 큰돈에 익숙지 못해 거스름돈을 잘못 내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지우개, 연필깎이, 최신 만화책, 딱지 등 실용적인(?)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 소문을 듣고 나온 어느 주부는 여름신발과 옷가지를 한보따리 풀어 놓는다.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들이다. 아이를 낳은 후 옷과 신발이 맞지 않아 가지고 나왔다며 즐겁게 장사를 시작한다. 옆에는 친
우리가 사먹는 농산물은 주로 수확 후 가공된 상태가 아닌, 신선한 상태로 시장에 출하된다. 조리나 냉동 등 가공 전까지는 살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관환경에 따라 신선한 상태로 유지되거나 품질이 급격히 변화하여 상품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포장된 농산물의 유통기간은 호흡률에 반비례한다. 농산물의 품질변화는 농산물이 호흡하면서 공기 중 산소를 소비하고 이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되면서 일어난다. 이때 농산물을 더 숙성시키거나 물러지게 만드는 에틸렌이 발생하기도 한다.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시키면 신선도 유지는 물론 유통기간도 늘릴 수 있다.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저온에 보관·저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산물을 포장하여 포장 내 산소 농도는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여 저장하는 방법이다. 저장온도가 10℃씩 올라 갈수록 호흡률은 3~4배 정도 증가하는데,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 적용하면 호흡을 억제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다. 농산물을 상온 20~25℃에서 보관할 때보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해 적정 기체를 조성하면 일반 공기 중에서 보다 품질보존기간이 2배 정도 길어진
일전에 슬하에 5자매를 둔 어느 할머니가 따님들을 데리고 세금 상담을 하러왔다. 할머니는 젊을 때부터 열심히 일해 부동산을 전국 여기저기에 사두었는데 이제는 상당한 재산이 되어 자녀들에게 넘겨주고 싶은데 가급적 세금을 줄이면서 넘겨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물어온 적이 있었다. 절세 컨설팅을 하면서 가끔 기성세대의 재산이 자녀, 손자, 손녀에 순조롭게 증여되어 경제활동에 투입된다면 우리 젊은 세대는 훨씬 창의적이고 도전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세대와 달리 집값도 비싸고, 집을 사더라도 자산가치 상승 혜택도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비용을 많이 들이고도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어, 과거 어떤 세대보다 사회 진출하여 능력을 발휘할 무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의 청년실업률은 연 8.7%를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p 증가하는 등 젊은 세대들의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다. 반면 우리경제 고도성장기에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여 재산을 축적한 베이비붐 및 그 이전 세대는 2·3세에의 사전 증여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되
북한은 어제(30일)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특별제안>을 발표했다. 이 제안에는 오는 4일 0시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 인천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남북한 교류와 접촉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취소, 남북 간 상호 비방 및 심리전 중단 등이 담겨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이번 북한의 제안은 ‘7·4 남북공동성명’의 발표 42주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직전 서명한 통일문건 작성 20주년(7월7일), 오는 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앞두고 나왔다. 또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시기,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9·19∼10·4) 등과 맞물려 제안된 것이다. 내용적으로 볼 때에도 이번 북한의 특별제안 내용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월16일에도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 조치를 취하자고 제의했다. 이와 같이 시기적, 내용적으로 보면…
‘막’이란 글자가 들어간 것 중에서 좋은 이미지는 별로 없다. 막사발이니 막장, 막말 등등 거친 내용을 함축하는 뜻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수와 만나면 내용은 달라진다. 미각을 자극하고 침이 고이게 해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철엔 더욱 그렇다. ‘막 부서져서 막 먹는 국수’ 혹은 ‘방금 만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 ‘막국수’는 화전민들이 주로 먹던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6·25를 거치면서 이를 파는 식당이 등장하고, 1970년대 초 완전 정리된 화전민들이 세상에 들고 나오면서 대중화 반열에 올랐다. 강원도의 막국수는 다양하다. 크게 나누면 강릉·원주 등 영동지역의 겉껍질과 속메밀을 섞어 뽑은 ‘겉메밀 면발’과 춘천·동해 등 영서지역의 ‘속메밀 면발’로 구분된다. 막국수란 이름이 생긴 이유도 이같이 면말을 만들면서 겉껍질과 속메밀을 섞은 ‘마구’란 뜻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제철인 막국수 하면 강원도다. 그중에서도 춘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막국수의 메카다. 역사도 오래다. 1930년대 이미 춘천 요선동 소양고갯길 마루턱에 ‘방씨막국수’ 같은 집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막국수 전문점만 100개가 넘는다. 막국수를 직접 만들고…
29일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계기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열린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신상 털기 위주 등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서인지 업무수행능력과 자질에 관한 질문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시작전권, 미사일 방어, 병영문화 개선, 전력증강 방안 등 정책적인 것이 주를 이뤘지만 아직도 개인의 재산과 가족의 신상에 관한 질문도 일부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 제도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4개월 만에 무려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정수행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인사청문회의 벽이 두려워 공직을 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