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2일째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의 입장에서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사고초기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숱한 문제들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사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의 절규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그의 심정에서 사퇴 결심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안고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도 보인다. 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진작 책임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사고 직후부터 사퇴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게다가 정부와 공직사회의 계속되는 혼선 등 무능하고 안일한 긴급대응 태세를 여지없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FC 감독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돌아온 노장 박종환 감독이 또다시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감독직을 자진사퇴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성남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6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성균관대의 연습경기 중 박종환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는 내용의 글이 실림으로써 표면화됐다. 성남 자체 조사결과 ‘신체적 접촉’이 확인됐다. 본보 보도(17일자 18면)에 의하면 박 전 감독은 구단 조사에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신체적인 접촉을 한 점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며 “구단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잘 하라는 의미로 이마에 꿀밤을 1∼2대씩 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이 일면서 22일 ‘선수들의 경기력을 독려하기 위함이었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
슬픔을 무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인간의 삶은 언제나 참기 어려운 아픔을 안고 역사를 이어간다. 아픔을 자신의 몫으로 떠안은 사람들에게 그 아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워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게 마련이지만…, 인간들은 그것으로 삶을 끝내지 않는다. 아니 끝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이 아픔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면 “산다”라는 사실뿐 아니라 “아프다”라는 사실조차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제 이 사회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실종자 수색의 연장과 선박인양 여부를 결정하고 수개월에 걸쳐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사고 책임을 져야할 기업에 대한 민·형사상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보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따르겠지만 사건 처리의 직접적인 과정은 아니다. 마침 지방선거가 목전이어서 여·야 간에 얼마간의 정치적인 멱살잡이도 예상되지만 이 또한 이 사건의 필요적인 처리 절차
나라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사고 당사자들은 지금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상태’다.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과 직·간접적 관련이 없는 안산시민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말이 없어졌다. 평소 흥청거리던 밤거리는 조용하다. 안산 중앙역 앞거리 등 시내 곳곳엔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안산 중앙역 앞 희망의 줄에 설치된 글귀가 가슴을 찌르고 눈물샘을 자극한다. ‘어두운 곳에 있게 해서 미안해. 부디 무사히 돌아와 줘. 수학여행 끝났으니까 어서와.’ 그렇다. 이 땅의 어른들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수학여행이 끝났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서 애타게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죄인일 뿐이다. 사고가 났지만 신속히 구조하지 못했다. 제일 먼저 승객들을 챙겼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은 승객보다 제일 먼저 안전하게 탈출했다. 오히려 나이어린 임시직 여성승무원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주는 등 끝까지 승객들을 챙기다 희생됐다. 젊은 여교사는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끝내 물에 갇혔다. 사고 발생 후 정
고교생의 뛰어난 감성과 아이디어가 기업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일은 긍정적이다. 이들의 타고난 자질과 미래를 향한 이상을 구현해 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창업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고교생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금년 상반기부터 청년 창업지원의 나이 제한을 완화하여 고교생도 정책금융기관의 지원금을 받아 창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일부 고교생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제도 개선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들이 금년 상반기부터 정책금융기관의 창업지원금을 받아서 창업할 수 있는 제도가 확립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교생 창업은 대학에 가지 않고 창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시책이다. 물론 여기에 따른 법률적 미성년자임을 고려하여 나이제한을 16세까지 낮추는 문제도 해결해 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교생의 적성과 취향을 고려하여 기업창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과감하게 지원해 줄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규를 개선해 가야한다. 현재 신보와 기보는 ‘청년 창업보증’ 대상자에게 3억원 이내에서 창업 및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과 사업장 임차자금…
“내 나이는 육십, 네 나이는 삼십인데/부자간의 깊은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아직도 한적한 절에 책 읽으러 간 것 같은데/한 줌 흙이 어찌하여 네 눈 속에 있단 말이냐.” 이 시는 영조 때 대제학과 이조판서를 지낸 문정공 이덕수 선생의 작품이다. 그는 서른 살 아들을 떠나보낸 심정을 ‘죽은 아이의 묘를 돌아보면서’라는 시에서 이처럼 표현했다. 시인은 애절한 슬픔을 육십 세의 삶에 고스란히 담겼다. 옛 선비들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애통함을 이렇게 시로 담았다. 이를 ‘곡자시(哭子詩)’라고 한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 부모가 살아서 자식의 죽음을 보는 것만큼 ‘참혹한 근심’, 즉 ‘참척(慘慽)’이라 한다. 동서고금에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라도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후세에 지나친 행동이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는 아들을 잃고 눈물을 계속 흘리다 심지어는 눈이 멀었다. 이순신 장군이 자식 죽음 앞에서 하늘을 원망하면서 통곡을 한 기록도 남아 있다.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에 대한 보복으로
아름답게 꽃이 피는 계절의 시작인 봄은 춥고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게 해준다. 봄이 되면 활동이 많아지고 밖에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이러한 자연적인 욕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조금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우리는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불안전으로 인하여 일상의 개인적 또는 사회적 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자기 자신으로서는 확보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지속된다면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 중 후천적 장애가 90% 이상이라는 통계로 볼 때 취약한 환경과 노화 등으로 언제든지 장애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 우리 모두는 ‘예비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4월은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면서 지난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팽배해 있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선입견들로 인해 사회통합에 장애가 되고 있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성숙한 시민의 바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장애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자신이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이자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꼭 열흘 전이다. 아침 편집회의를 마치자 안산지역 기자로부터 정보보고가 떴다. 대형 사고란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을 태운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 중에 있다는 거다. 현지의 급박한 상황을, 통신사는 속보 형태로, 방송사는 생중계로 보도하고 있었다. 이어 ‘전원 구출’이란 자막이 떴다. 최초 여객선이 기운 상태로 보아 ‘그렇지, 좌초인데’ 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안도였다. 하지만, 안도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대형 인명 피해를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할 거란, 여객선 규모로 보아 그리 빨리 침몰할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언론의 생명인 정보보고는 계속 됐다. 기자는 조심스럽다고 운을 떼며, 한 여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단다. 단원고 학부모들이 사고 현장인 진도로 떠난다는 내용과 함께, 민감한 사안이라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실 확인 과정에 있다고 했다. 방송을 통해 접한 현지 장면과 달리 불길함이 엄습한다. 실시간 속보를 검색하면서는 점차 우려가 현실로 이어져서다. <속보> 승객 1명 사망, <속보> 승객 2명 사망…. 전원 구출했다던 2시
절망에 빠졌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위로하고 힘을 보태 주면 거기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용기를 북돋워주고 삶의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때론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 사는 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수상록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우리가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간 줄을 알거니와, 사랑하지 않는 자는 사망에 거하느니라.” 하느님의 ‘몽당연필’을 자처한 테레사 수녀는 평생 사랑과 봉사를 실천한 인물이다. 그래서 ‘테레사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몇 년 전 미국 미시간주에서 시민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절반가량 낮았다. 또 테레사 수녀의 전기를 읽게 한 후 인체 변화를 측정했더니 생명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이렇게 봉사활동에 대한 직간접 체험만으로 면역기능이 높아지는 현상을 ‘테레사 효과’라고 한다. 사랑과 봉사가 정신뿐 아니라 육체의 긍정적 변화까지 이끌어 낸다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이름 없는 천사들의 활동, 자원봉사는
봄나물과 보리밥은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단짝이다. 갓 지은 보리밥에 향긋한 봄나물을 잔뜩 넣고 참기름 한 방울을 더하면 고소한 참기름 향이 맴돌아 밥을 채 다 비비기도 전에 입에 고인 침이 꿀떡 넘어간다. 고추장을 넣고 슥슥 잘 비빈 보리밥을 입에 넣으면 보리밥 알갱이 하나하나가 탱글탱글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보리밥은 수북하게 떠 볼이 미어터질 듯 입에 밀어 넣어야 제 맛이다. 이게 진짜 보리밥의 맛이다. 언제 먹어도 맛이 좋지만 중요한 모임을 앞두고 보리밥을 먹을 때면 늘 긴장하게 된다. 바로 보리방귀 때문이다. 보리밥을 먹은 날의 방귀소리는 왜 또 그리 용감무쌍한지 얼굴이 발그레해지기 일쑤다. 그래서 애써 참거나 궁둥이를 살짝 들고 소리 없이 뀌려고 내심 신경을 쓰게 된다.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보리에 많은 식이섬유가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급속히 발효되면서 여러 가지 휘발성 물질을 만들고, 이것이 장 내 가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변비가 있는 사람들에게 약 대신 권할 정도로 보리의 섬유질은 장에 좋다. 또한 보리에는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 비타민B, 섬유질 무기질과 성인병과 암 예방에 좋은 베타글루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