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사소한 일도 뒤로 미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서두를 때가 있다. 조금만 있다가 해야지 하다가 하루 물림이 열흘 물림이 되기도 한다. 어쩌다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가 마음에 들어 하루만 더 있다가 지운다고 하다가 끝이 달아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머리 염색을 할 시기가 돌아오는 것을 알면서도 내일은 꼭 해야지 하고 또 며칠이 금방 지나 남들에게 게으름을 들키는 것 같아 찔끔하기도 한다. 악마가 인간을 유혹하는 가장 달콤한 속삭임이 바로 내일부터라는 말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작심삼일이라고도 하지만 작심 수십 년이 되어 버린 일도 많다. 그 중에도 무언가를 배우고 싶기도 했고, 국토종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던 적도 있다. 공인중개사 붐이 일면서 내 마음도 여지없이 바람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예상보다 만만치 않았고 주위의 얘기로는 결심이 섰으면 학원을 등록해서 제대로 하지 않을 바에는 꿈도 꾸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1차 합격을 하고 2차 준비하는 사람의 책을 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꽤 열심히 들여다보는 척도 해보았다. 점점 힘이 빠지고 꽁무니를 빼기 위한 핑계를 열거했다. 우선 시간이 없고 하는 일이 힘들어 피곤하고 학원도 너
회갑이 지나도록 살아오면서 자식으로 인해 짧은 순간이지만 이렇게 가슴이 에려본 적이 없었다. 일 년 전 딸애를 시집보내고 집에 돌아와 자기 짐을 챙겨 나간 텅 빈 그 애 방을 볼 때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 불혹에 얻게 된 녀석이 지난 춘삼월 초, 황사가 일던 날 전방으로 입대하는 데 동행했다. 늦밤 집에 돌아와 여전히 텅 빈 딸애 방과는 다르게 잠자리에서 막 튀어나온 채로 출가한 흐트러진 그놈의 방을 보는 순간 그랬다. 아내는 방바닥에 널려져 있는 그놈 옷 냄새를 맡으며 소리죽여 울었다. 자식을 전방에 보내는 모든 엄마들이 운다는 얘기를 들었다. 철원지방이 춥다지만 그나마 봄날에 입대해서 낫다는 남편의 위로는 순간 사라지고, 아내의 숨죽이는 흐느낌 소리로 인해 남편의 가슴이 에려오는 것이 분명했다. 모든 애비들도 다 그럴 것이다. 얼마 전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수련회 때 건물붕괴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경은 어땠을까? 꼭 십년 전, 역주행해서 내려오던 트럭에 받혀 반신불수가 될 고비를 넘긴 사고를 겪으면서 몸이 수용할 수 있는 극한의 통점을 겪었다. 고통 안에는 무겁고 날카로운 것도 있었으며, 언어의 한계로 표현할 수 없는 다채로운 통증의 증상들이 있었다. 그
나무관세음보살 /강중훈 나무꿈, 꾸는나무숲, 이말라버린나무잎, 지는나무뿌리, 드러낸나무관세음보, 살고죽고통스런산, 고겪는나의어머니모습으로일어나 새벽산, 머리에이고산, 아래골목길내리고계신나무, 관세음 -다층동인지 <녹색손톱> 중 강중훈 시 삶이나 죽음에 초연한 나무의 관세음보살 같은 모습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어머니에게로 연결하여 어머니의 존재를 다시 관세음보살화 했다. 어머니의 위대함은 차라리 인간을 뛰어넘는 경지이다. 그것은 어머니가 곧 나라는 존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신은 죽지 않는 존재이지만 나무나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유한한 시간 사이에서 어떤 존재들은 마치 우리에게 신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비정상적인 문장 쓰기로 재미와 재치를 뽐낸 시다. /장종권 시인
베스트셀러는 글자 그대로 ‘가장 잘 팔리는 책’을 말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런 베스트셀러 선정에 있어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매체 중 하나다. 1947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의 목록을 매주 신문에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1895년 미국 문학저널 ‘북맨’ 잡지가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목록을 게재하면서 생겨났다. 북맨은 현재 ‘퍼블리셔스 위클리’라는 서평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베스트셀러를 선정, 발표하는 대표적 잡지로서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10월 출판사 설립 자유화 조치 이후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주로 대형서점들이 주축이 돼 순위매기기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엔 인터넷 서점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은 일반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구매 욕구도 자극한다. 특히 상위권에 오르기만 하면 이 목록을 보고 호기심에 끌려 책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이른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곧바로 판매와 연결되고 숫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베스트
돌 /김왕노 뒹굴던 돌에겐 온몸으로 읽은 세상의 이야기가 온 몸에 스며들어 있으리라. 뒹굴던 돌이 물에 반쯤 잠겨 있으니 저 돌을 읽거나 저 돌이 품은 세상의 이야기를 줄줄이 풀어낸다고 물이 밤새 돌을 졸졸졸, 졸졸졸 읽으면서 흘러간다. 물이 살아있다는 것은 저 돌을 졸졸졸 읽는 것 돌이 살아있다는 것도 물에게 이야기를 졸졸졸 푸는 것 때로는 채 들러주지 못한 이야기가 파란 물이끼로 돌에게 돋아나고 그 이야기를 온몸으로 읽는다고 버들치 서너 마리 이끼를 끝없이 스쳐대는 것이다. 모두는 공생 관계에 있다. 어둠과 빛도 공생관계다. 서로를 인정해 주기 위해서 그믐이 있고 그믐을 틈 타 더욱 빛나는 별이 있다. 개울에 가서 돌을 스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세상의 이야기가 다 들린다. 구르는 돌이 품고 온 이야기를 물이 다 읽어주는 것 같다. 물에 절반 쯤 잠긴 돌과 그 사이를 흘러가는 물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면서 아무 때가 묻지 않는 청정지역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아름답다. 살아있음을 진저리치게 해준다. 나도 그 누군가의 가슴에 절반 쯤 잠겨 있으면 밤새 그가 나를 읽어주리 라는 희망마저 가져다준다. 이 여름 생각해 보라. 녹음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밤새 생각해봐도 ‘비겁한 변명’이다. 씁쓸했다. 엊그제 팩스로 날아온 소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입장’ 이야기다. 지난 24일 전국 8개 지역 언론들은 ‘한국언론재단, 지역언론 차별 심각’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기사를 실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4년 반 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재경언론에 40억6천900만원을 지원한 반면 지역 언론에는 고작 7천400만원만 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엄연한 편파지원’이라는 요지다. 비율로 보면 재경 언론 98.2%, 지역 언론 1.8%다. 그리고 ‘이 같은 비정상적인 지원행태는 언론진흥재단 경영진과 심사위원들이 몸담고 있는 재경 언론 단체와 협회 등에 지원이 무더기다. 편파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1차 단체지원 사업도 재경 단체들이 평균 3~4건씩 수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게다가 모 심사위원이 몸 담고 있는 단체 6곳이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반면 매년 40% 이상 광고를 언론진흥재단에 바치는(?) 지역 소재 언론단체는 겨우 1곳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재단의 &lsquo
뇌졸중은 사전에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치료 후에도 후유증과 재발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무서운 병으로 암, 심장질환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주요 사망 원인을 이루고 있습니다. 뇌졸중의 발생을 사전에 알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뇌졸중의 병력, 흡연, 고령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에서 기온의 변화가 심한 환절기나 추운 겨울철에 발생빈도가 높습니다. 어르신들이 치매와 더불어 가장 두려워하는 뇌졸중(腦卒中)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의 일부분에 갑작스러운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병입니다. 뇌혈관이 막히는 경우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경우는 뇌출혈이라고 합니다. 뇌졸중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자기 몸의 반신에 힘이 약해지거나 감각이 무뎌지며 말이 어눌해지고 입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발생 부위에 따라 실어증, 이상 행동, 인지 기능의 저하, 시야 장애, 청각 장애, 연하 장애 등도 뇌졸중의 증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어지럼증, 복시, 메스꺼움, 구토, 몸의 불균형 내지는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두통 등도 뇌졸중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에 유념하여야 합니다. 간혹 의식저하를…
오늘은 최근 인천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홍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홍어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맛도 앞선다. 따라서 가격도 암컷이 두배가량 비싸다. 때문에 뱃사람들은 수컷이 잡히면 몸 밖으로 나와 있는 그 수컷의 ‘거시기’를 순식간에 잘라버린다. 암컷처럼 변신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생겨난 속담이 만만한 사람과 상황을 빗대어 하는 우스갯소리 ‘홍어거시기로 아나’다. 암컷에 비해 모든 게 모자란 수컷의 비애가 숨어있는 홍어만큼 미식(美食) 마니아층이 두터운 생선도 드물다. 삭혀 먹는다는 특이한 섭취방법도 방법이지만 맛 또한 특별해서다. 홍어는 보통 항아리 속에서 삭힌다. 3~4일, 길면 6~7일 짚과 함께 넣어두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눈이 맵고 코가 싸해 재채기가 날 정도가 되면 잘 삭혀진 것으로 가늠한다. 이런 홍어를 항아리에서 꺼내 마른 수건으로 손질한 다음 회무침, 찌개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회는 날개 부분을 주로 쓴다. 또 입에 넣는 순간 시큼하고 다소 역한 냄새가 나야 제 맛으로 치는데 잘 씹어 넘길라치면 목이 후끈거려야 최고로 여긴다. 이럴 때 시원한 막걸리 한
날로 더해가는 기업경쟁을 강화시키기 위한 경영성과 증진을 위해서 관련기관들이 중지를 모아서 경쟁력을 향상시켜 가야한다. 첨단과학기술에 의한 신상품 개발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 판매영역을 확대해 가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24일 산하 5개 공공기관장과 경영성과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성과창출 경쟁에 나서기로 하여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창업진흥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은 협약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 이행계획서를 통해 중·장기적인 기관의 지속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단기 성과중심의 평가에서 탈피하여 지속적인 중장기사업을 추진해간다는 데 의미가 크다. 그동안 중소기업 관련 기관장들은 자신의 임기를 채우기에 급급하여 무사 안일한 근무행태를 보여 왔다. 이제는 정부의 강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발맞춰서 경기도가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물론 경기도는 30년간 지속된 수도권 억제정책으로 국제경쟁력이 크게 악화되고 있으나 풍부한 연구기관수, 수출액 규모, 외국인 투자기업수, 공장등록수, 등의 산업인프라가 우리나라 경제중심지 역할을 충분하게 담
오늘(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날이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탄 3발을 명중시킨 후 만세를 부르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후 뤼순감옥으로 옮겨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1910년 2월14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한달 후인 1910년 3월26일 뤼순감옥에서 사형을 당했다. 지난 2월14일에도 근본 없는 밸렌타인데이 대신 안 의사의 숭고한 의거와 애국 애민 정신을 생각하자는 뜻있는 인터넷 누리꾼들 의견이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건 안 의사의 의거는 세월이 가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분은 바로 모친 조마리아 여사다. 아들의 사형선고 소식을 접한 조 여사는 편지를 남겼다.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라며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고 썼다. 어느 어머니가 죽음을 앞둔 자식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조 여사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