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극적으로 합의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쳤으나 일부 정치권이 반대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미뤄서는 안 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매사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만 헤아리는 정치권의 고질병 때문에 지지부진 끌어온 세월이 길다. 합리적인 비판은 얼마든지 수렴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논의와 협상을 지속해 ‘구조개혁’까지 말끔히 완성해내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다. 개정안은 우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 높이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하자는 것이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내년부터 43%로 올린다.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아질 계획이었다.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인정(크레딧)은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 내 실제 복무기간을 추가 가입 기간으로 산입해 늘리기로 했다.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도 첫째와 둘
그럴 때 있습니까. 숨을 쉬고 있는데도 숨이 막힐 때. 발가벗겨진 것 같아 숨고 싶을 때. 당신도 나처럼, 놓아버리고 싶은 적 있습니까. 말짱한 세상이 싫어서 취해버린 적 있습니까. 나처럼 당신도, 엉망진창에 누운 적 있습니까. 아마도 없겠지요. 참 쪼잔합니다. 나라는 사람 말입니다. 빨았다 뱉으면 그만인 한 모금 담배 연기 같달까요. 그렇잖습니까. 담배 연기란 게 형체만 요란하고 쓸모없는 것이라서. 훅 뱉어버리면 그뿐, 그립거나 보고파 할 대상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여운은 남는다고요? 웬걸요. 남아봐야 반지하 단칸셋방에 널린 빨래 같아서, 바람 따라 흘려보내고 싶은걸요. 흘러 흘러 먼바다에 가 닿으면 부끄러움도 그만큼 옅어질 테니까요. 그럴 때 있습니까. 통 크게 쏘고 싶을 때. 가격표 보지 않고 사주고 싶을 때. 당신도 나처럼, 주머니만 뒤적이다 돌아선 적 있습니까. 한 번쯤 서고 싶은데, 한 번은 서야 할 텐데. 사람 노릇이 왜 이리 고달픈지. 달력에 표시된 기념일을 볼 때마다 서지 못하고 넘어지는 내가 어쭙잖아서. 하, 이러고도 사내랄 수 있을까. 이리 생겨 먹어도 어른이랄 수 있을까. 친구고 형제고 가족이랄 수 있을까. 쓴물 삼키는 나처럼 당신도,…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5일 열린 최고회의에서 “극우 성향 커뮤니티나 극우 집회 등에서 내란을 선동하거나 유력 정치인에 대한 테러를 예고하는 자들이 준동하고 있다”며 폭력과 테러를 부추기는 자들과 테러를 예비하는 자들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의 말처럼 총기 구입, 폭탄테러, 살해 등 소름이 끼치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길 건너편에서 날아온 날달걀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는 일이 발생했다. 윤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달걀과 바나나 등을 던지자 경찰이 우산을 펼치며 막으려 했지만 미처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범을 즉각 체포해 엄중히 처벌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관련 기사:경기신문 21일자 2면, ‘백혜련, 尹 파면 시위 중 달걀 봉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도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투척자를 추적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귀령 대변인의 논평처럼 달걀이 아닌 흉기였다면 어땠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다. 만약에 돌이나
최근 한류(韓流. Hallyu)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엄청나다. 한국문화·역사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K-드라마‧예능‧영화‧음악‧애니메이션‧출판‧웹툰‧게임‧패션‧뷰티‧음식 등을 즐기는 지구촌 한류 동아리가 112개국 1,748개이고, 한류 팬은 2억2497만 명이라고 한다(한국국제교류재단, 2023). 적극적 참여자를 기준으로 이 정도면 소극적 한류 향유자·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적어도 3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글로벌 한류 현상의 저변에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인 전 세계 180개국 재외동포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국내 거주 다문화·외국인·유학생은 물론 해외진출 한국기업 종사자, 내·외국인 관광객, 심지어 북한동포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류 팬덤(fandom)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와 같은 기존의 담론(談論) 수준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한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리 각자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민간차원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인 해외출국자는 2872만 명이었다. 외국인 국내 입국자도 1696만 명에 달했다. 국내 총인구 516
검색의 시대, 클릭 몇 번으로 세상 일 다 알고 해결 가능하다 여겼나. 허나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경험한다. ‘앞으로 어찌 될까?’ 또한 마찬가지. 클릭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유와 다음에 오게 될 세상을 짐작하는 것에도 클릭은 역시 무능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클릭 밖에는 방법을 가지지 못한 것인가. 스마트폰이 대신 해준다고 여겼겠다. 뭐든 치면 나오지 않던가. 이제 인공지능(AI)까지 ‘거인의 어깨’를 가볍게 밟고 날아오르는 듯, 심지어 그걸 만든 이들마저 당황하는 모양새다. 어떤 낱말이 어찌하여 저런 뜻을 가지게 됐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저 스마트한 장치들이 어원풀이도 꽤 하더라만, 한계 있더라. 기왕의 자료를 긁어모아 해(解 풀이)와 답(答 대답)을 내는 것이니 아직은 불가피하리라. ‘짐작’을 예로 들자.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리는 것’이 사전의 풀이다. 15세기 옛 문헌에서 그 활용의 초기 사례가 보이는 한국어인 짐작은 왜 저런 뜻을 갖게 됐을까? ‘짐작’에 ‘한국어’란 앞말을 붙인 건 ‘한자를 속뜻으로 하는 우리말(어휘)의 한 갈래인 한자어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수원시 일원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장 공급의 한계로 주차 공간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공서 주차장을 효과적으로 무료 개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또 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차공유사업’도 홍보 강화·주차장 정보공유 시스템 도입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자가용이 생필품인 시대에 시민들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지금보다 더 혁신돼야 한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기준 수원시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총 57만 5769대로, 54만 세대(인구수 123만 명)와 비교하면 세대당 1대 이상의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관내 민간 위탁 주차장의 경우 5개소 총 727면, 공영주차장 48개소 총 8635면이 조성돼 있지만, 등록 자동차 수 대비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주차 문제와 관련하여 시정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에 시청과 구청 등 행정기관의 주차장을 무료로 전환해 개방해야 한다는 제안이 등장했다. 현재 관내 행정기관 주차장의 경우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제외한 시청과 4개 구청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영통구청과 권선구청은 민원인에 한해 1시간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후보자를 머슴쯤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여러 후보자 가운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을 더 잘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선거 기간 20일 남짓 동안은 머슴으로 오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마다 자기가 나랏일을 가장 잘하는 머슴이라면서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내걸기에 더욱 헷갈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를 살펴보면 국민이 주권자임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는 이 나라의 주권자는 다름이 아닌 국민임을 밝히는 법 조항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도 부합한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간략하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은 독특하다.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관세 폭탄 정책을 통해 미국 이익을 추구하려고 든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방식을 좋아했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K-배터리 3사, 현대차그룹 등 한국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립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관세 폭탄으로 설정하였으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관계를 포기하는 대신, 고관세 투척을 통해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미국 내 지지 세력을 위한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IRA 폐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4배 높다. 공정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반도체지원법 폐지 의사도 피력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