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회천3동엔 국숫집이 하나 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아침부터 다시마, 북어, 무 등 각종 재료를 푸짐하게 넣은 육수를 뽑고 이어 국수를 삶아내느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국숫집이 있는 곳은 회천3동 주민자치센터. 이 가게의 주인은 회천3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장협의회, 새마을남녀지도자회, 포순이어머니회, 2단지부녀회, 행전교회, 적십자봉사회 등 7개 단체다. 손님에 대한 제한도 있다. 기초수급자, 장애인, 유공자, 노인 등 자칫 끼니를 거르기 쉬운 이웃들이 주 고객이다. 그리고 국수값은 받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마다 문을 여는 이 국숫집이 시작된 것이 2004년 6월부터니 벌써 10년이 가까워 온다. ‘한분 두분 그렇게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분들이 늘어날 쯤 배식을 하는데 정말 맛있게 드실 때 행복감으로 피로를 잊는다. 부자도 오시고, 아들딸 모두 잘되신 그 분도 나오시고, 혼자 사는 605동 할머니도 그리고 할아버지도 나오신다. 국수 한 그릇이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서 또한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그렇게 어르신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국수 배식시간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한 봉사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노인층은 경
계사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새해는 갑오년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진화한다. 과거를 미루어보면 현재를 살필 수 있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육십갑자로 계산하면 120년 전은 1894년 갑오년으로 우리 근대사에 중요한 기점이다. 당시 19개월 동안 지속되어온 갑오경장은 외세에 의해 좌절된 개혁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조선 후기의 실학에서부터 갑신정변과 동학농민운동에 이르는 변혁의 연속선상에 있다. 갑오경장은 내재적 개혁의지가 충분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새해 갑오년에는 전국동시 지방선거(6월 4일)가 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미래의 희망이 되는 온전한 개혁을 기다린다. 60년 전의 1954년 갑오년, 월드컵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에 국민의 삶은 비참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70달러였고, 수출액은 2천400만 달러, 무역액은 2억4천200만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그렇게 삶이 힘들어도 스포츠에 대한 희망은 놓치지 않았다. 바로 월드컵이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출전한 월드컵은 스위스에서 열렸다. 지역예선을 뚫고 온 16개의 국가들은 본선에서 각 4개의 조로 나눠 8강 진출을 다투었다. 당시 한국 축구선수
올해 1월1일의 첫 해돋이를 보며 두 손 모아 한 해를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때가 왔다. 아무쪼록 보람된 한 해를 마무리 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올해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출범하는 등 시작부터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던 한해였다. 한편으로는 노인 빈곤율 OECD회원국 중 1위, 우리나라 인구 6명 중 1명은 가구 소득 1천만원 이하 빈곤층이라는 어두운 이슈들도 많았다. 이렇듯 급변하고 어두운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큰 횡재보다는 ‘건강’이나 ‘힐링’ 같은 소박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이나 ‘힐링’은 멀리 있지 않다. 비싼 음식이라든지 해외여행만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처럼 이러한 작은 소망들을 풀어가는 열쇠는 다름 아닌 이웃은 아닐까? 우리 주변의 이웃을 도우며 우리들은 삶의 깊은 보람을 찾을 수 있고 평온한 정신건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나눔의 온기가 손에 손으로 이어져 우리 마을, 우리나라, 나아가 전 세계를 따뜻하게 만들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21세기의 이웃은 비단 옆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구촌 모두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기업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의 전부나 일부를 다른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거래를 늘려가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가 고도화되고 발전함에 따라 기업 간 수·위탁거래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위탁거래 비중의 증가는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가 증대된 것을 나타내는 것이며,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수·위탁거래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근래 이러한 대·중소기업 간 수·위탁거래는 분업에 의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의 긍정적인 면보다 ‘갑을’관계와 같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비쳐지고 있다. 대기업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소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부당인하, 일방적인 발주 취소, 부당한 반품행위 등 다양한 유형으로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어, 많은 중소기업이 이를 개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공정한 수·위탁거래 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정착시키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중소기업과 대
경기도체육회가 지난 24일 제44회 경기도체육상 시상식 및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봉납식을 끝으로 사실상 올 한해 체육 행정을 마무리 했다. 경기체육은 지난 2월 강원도 등지에서 열린 제94회 전국동계체전과 지난 10월 인천광역시 일원에서 열린 제94회 전국체전에서 각각 종합우승 12연패를 달성했으며 전국장애인체전 8년 연속 종합우승, 전국생활체육대축전 13년 연속 최다종목 우승 등 엘리트체육은 물론 생활체육, 장애인체육 등 모든 체육분야에서 웅도(雄道)의 명성을 이어갔다. 제44회 경기도체육상 시상식은 지난 1년 동안 값진 땀방울로 경기체육을 빛낸 선수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체육인도 있다. 그들은 바로 올해를 끝으로 팀이 해체돼 더 이상 경기도를 대표해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 선수와 지도자들이다. 경기도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전국동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체육웅도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0년 용인시와 성남시가 직장운동경기부를 무더기로 해체하겠다고 밝혀 도내 체육계를 술렁이게 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1년에도 도내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악화와 성정 미달 등을 이유로 운영
‘욕심’을 불교용어로 욕(欲)이라 한다. 욕(欲)은 탐욕(貪欲)의 줄임말로서, 탐(貪)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해서 바른 노력 없이 쉽게 얻으려는 욕구, 즉 탐(貪)의 마음작용이 욕심이며 바라고, 구하고, 하고자 할 때 동반되는 것이어서 지나치면 반드시 화(禍)를 부른다고 했다. 거어지탄(車魚之歎). ‘사람의 욕심에는 한이 없다’는 표현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고사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현명하고 학식이 깊어 그의 집에는 문하생이 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때문에 수천명의 유능한 식객들을 거느리게 됐다. 이런 식객 중에 풍훤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풍훤은 하는 일도 없이 늘 빈둥거리며 지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대접해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맹상군은 그를 아꼈다. 어느 날 풍훤은 생선이 없다고 불평했고 며칠 후에는 자신이 타고 다닐 수레가 없다고 탄식했다. 맹상군은 곧바로 그를 위해 생선과 수레를 마련해 주었다. 이후에도 풍훤은 많은 불평을 했지만 맹상군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들어주었고 이에 감복한…
겨울눈이 풀풀 내리는 세모의 거리 풍경이 서글프게 느껴짐은 왜일까? 2013년을 보내며 우리 사회의 지금 모습이 마치 이 겨울날처럼 스산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거리를 지나치는 힘겨워 보이는 시민들의 일상 모습들에서 ‘청 말의 해’라 하는 2014년을 겨눈 힘찬 역동이 그리 실감나게 느껴지지 못함은 왜일까? 비단 혹한의 날씨 탓만은 아니리라.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휘감아 도는 위기사회, 갈등사회, 과격사회, 고위험사회의 징후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파다하게 퍼져 나가는 안녕 대자보 파동,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북한의 심상치 않은 위태로운 정변 상황, 국토 대동맥 철도 파업의 힘겨운 대치 상황, 여야의 벼랑 끝 대치 정국들 모두가 세모를 맞는 우리네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잘사는 대한민국 우리의 행복지수가 고작 세계 90위란다. 하루에 평균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률과 우리 국민의 스트레스지수가 불행하게도 세계 최고란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떠오른다. 깊은 어두움의 터널을 빠져 나가고 싶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문득 다시 드는 생각은 ‘절망의 접
고백은 어렵다. 그것이 사랑이라도 그렇다. 특히 맨 처음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눈치만 살피다가 1년 2년 3년’이 지나갈 정도니 말이다. 사랑고백도 이럴진대 자신의 신상에 대한 고백이나 조상에 대한 고백은 힘들기가 갑절이다. 더욱이 그것이 못나거나 추한 경우라면 더더욱. 휴일 아침 오래된 시집들을 뒤적이다 놀라운 대목을 발견하곤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송수권 시인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이 자신을 미워하거나 가여워하는 수준이라면 송 시인의 자화상은 너무 솔직해서 읽는 이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든다. 일부를 공유하면 이렇다. ‘…/봉수대가 허물어진 그 골짜기에는 우리 웃대 先親 한 분 잠/들어 계시다/한양이라 시구문 밖 소문난 망나니로 씽씽 칼바람을/내며 가셨다 하니/그 무덤 속엔 당대에서도 잘 들던 칼 몇 자루/녹슬어 있지 않았을까./어느 해 한식날이던가 성묘 길에서 아버님은/ 나를 인도하시고, 그 무덤을 비껴가며/ 족보에도 없는 무덤이니라 힘 주어 말씀하시었으니/…/ 우리 先親 소문난 칼 솜씨 칠월 장마에/풋모과 떨구듯/나도 한
조류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AI(조류인플루엔자)가 최근 들어 파주 등 경기도 지역에 확산되고 있어 종합대책이 절실하다. AI의 전염은 정도가 매우 심각하며, 발병한 양계농가는 전량을 매몰해야 되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매년 겨울철이면 철새 도래와 함께 AI 발생을 걱정하게 된다. 현재 검출된 AI는 저병원성이나 언제든지 고병원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서 도내 1천400여 양계농가와 방역당국이 초비상이다. 최근 들어 AI 검출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커다란 피해가 우려된다. 수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양계농가들의 보호를 위한 철저한 단속과 함께 만일에 대비한 정부의 지원과 보험제도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 가야한다. 외지인에 대한 양계장의 출입통제와 더불어 AI 예방과 치료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가축질병연구와 더불어 AI발병 방지에 대한 연구를 강화시켜 가야한다. 최근 환경부의 전국 야생조류 분변분석 결과를 보면 상반기보다 11배나 증가하여 피해발생 시 양계농가의 커다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 조사대상 400건 중 36건에서 AI가 검출되었다. 특히 겨울철새가 도래하는 화성시 남양만과 고양시, 김포시 내 한강하
수원북부민자도로(이하 북수원민자도로) 건설을 놓고 도로건설을 할 수밖에 없다는 수원시와 이를 반대하는 수원 광교초·중학교 학부모, 시민단체간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수원시청을 항의 방문한 예비학부모가 북수원민자도로 건설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본보(24일자 23면)에 보도된 삭발장면 사진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원래 삭발은 불가에서 속세의 잡다한 인연과 탐진치(貪瞋癡:탐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를 끊고 용맹정진하기 위해 출가하는 스님들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속세에서도 집단이나 개인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삭발을 하는 경우는 많다. 시위나 농성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남성들이긴 하지만 이번엔 여성 학부모가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했다. 북수원민자도로에 대한 광교초·중학교 학부모들의 우려와 반감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지난 17일에도 현장학습이란 명분으로 광교초등학교 학생 400여명과 학부모, 시민단체 등 500여명이 수원시청을 항의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수원민자도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