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정치용어인 ‘386’이 사라지고, ‘586’으로 대치중이다. 1980년 후반 정치민주화의 기류를 타고 개혁세력으로 정치권에 진입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生)’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은 것이다. 이들 ‘386’과 호흡을 함께 해온 이들 역시 자연연령에 따라 50대 초반의 나이가 됐다. 보궐선거 뒤풀이 가운데 50대(代)의 적극적 투표행위가 또다시 관심거리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처음 50대의 투표율에 놀랐던 전문가들은 “50대가 정년퇴직과 실버세대로의 진입을 앞둔 위기감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투표장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각종 복지정책에서 소외되거나 여론주도권을 20~30대에게 빼앗겼다는 자괴감도 50대의 투표율을 끌어 올렸다”는 댓글이다. 그런데 이는 수박 겉만 핥는 ‘분석을 위한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면 50대 중반을 중심으로 전후가 정치·사회적 의식에서 매우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50대 초반의 나이는 민주화와 경제중흥을 모두 만끽한 세대다. 20대 젊은 시절,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는 흥분을 맛봤다.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한 번쯤은 체제에 저항하는 데모에 참가한 경
지난주 가왕 조용필이 화려하게 왕좌에 복귀했다.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2만장이 순식간에 동났다. 수록곡은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지난 23일 열린 쇼 케이스엔 남녀노소 3천명이 모여 열광했다. 추억을 팔아먹는 ‘전설’은 많아도, 조용필처럼 신화를 다시 쓰는 스타는 드물다. 19집 <헬로>는 세대를 아우르는 감수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0대 아이돌들이 “선생님 노래를 들으면 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라고 열광한다. 중장년 팬들도 <바운스>와 <어느 날 귀로에서>를 반긴다. 세대 분할이 뚜렷한 가요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신화다. 비결은 그가 최신 팝의 흐름을 꿰뚫어 자신의 음색과 서정성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세월이 무려 10년. 강산이 한 번 변하고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도전이야말로 ‘조용필 코드’의 핵심이다. 사실 예전에도 도전은 조용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의 히트작을 몇 곡만 떠올려 보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한오백년> <
배우이자 탤런트인 이시영 선수(31)가 복싱 국가대표가 됐다. 인천시청 소속인 이 선수의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여자 48kg급 결승경기는 공중파 방송이 생중계에 나설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30대라는 나이를 극복하고, 연예인이라는 바쁜 생활 속에 이룬 쾌거여서 연일 화제다. 그런데 경기를 지켜본 사람 중에는 판정결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미녀배우의 국가대표 선발이라는 화제로 시작된 관심이 편파판정 시비로 얼룩지고 있다. 당장 상대인김다솜 선수(19) 측이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에 정식으로 항의할 뜻을 밝혔다. “‘편파판정’으로 태극마크를 빼앗겼다”는 억울함이 깔려있다. 김 선수 측은 “상대 선수가 유명 배우여서 판정이 한쪽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너무 치우쳤다”는 주장이다. 인터넷도 뜨겁다. 편파판정이라는 측과 이 선수를 옹호하는 측으로 나뉘어 열띤 설전을 진행 중이다. 특히 김 선수가 2점이나 감점을 당한 오픈블로우(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치는 반칙행위)가 쟁점이다. 판정결과가 22:20으로 근소했기에 더욱 민감하다. 편파판정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복싱협회가 이시영을 이용해서 인기 좀 올려보려는 것”, “이시영의…
실로 악랄한 전쟁이다. 적군의 얼굴도 모르고 실체도 없는 그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그 전쟁 치르느라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매일매일 좌절하고 있는가. 도대체 누가 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의 불바다로 그들을 던져 넣고 허우적이게 하였단 말인가. 동부 이촌동 Y중학교 앞, H대기업 신입·인턴사원 모집 시험을 치르기 위해 구름 떼처럼 몰려든 그들은 오늘 또 한 번 치열한 각개전투를 치르게 될 것이다. 차라리 총칼에 다친 상처라면 상처라도 내보여 엄살이라도 떨어 볼 텐데. 속으로만 멍들어가는 그들의 상처를 누가 읽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으로의 입문을 앞둔 떨림이나 기대보다 또 한 번의 전쟁을 맞아야 한다는 오기에 가까운 그들의 씁쓸한 표정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노란 개나리 뽀족뽀족한 그 발랄한 꽃잎처럼 해맑게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는 그저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 훌륭한 사람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그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던히도 참고 준비하고 또 참고 준비했는데. 대학은 in서울 in서울 노래를 하길래 in서울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지름길인 줄 알고 in서울도 했고, 어학연수는 필
역시 김문수다. 시애틀 등 미국 서부 방문 4박5일 만에 모두 2억4천500만 달러(한화 2천747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1천542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니 말이다. 이 엄청난(?) 전리품을 앞세우고 김 지사는 지난 21일 금의환향했다. 이 가운데 백미(白眉)는 누가 뭐래도 김 지사가 경기도와 시흥시, ㈜신세계사이먼과 함께 시흥시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조성하기로 한 투자유치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대목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신세계사이먼이라는 한·미 합작회사가 김 지사와 이번 LOI(투자유치의향서)를 통해 1억 달러(1천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은 세계가 김 지사의 영도력(?)을 인정했다는 것의 반증이다. 이 엄청난 실적에 스스로 감격해서일까. 김 지사는 지난 20일 미국에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신세계와 미국 사이먼-시흥시-경기도 사이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시흥 군자매립지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하겠다는 LOI를 맺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21일 “도는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적극 전개하고, 제조업 중심의 시흥시를 서비스산업과 조화되는 명품도시로 발전될 수…
요즘 전통시장의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경제적인 불황 탓도 있지만 기업형 슈퍼마켓의 공격적 경영에 밀려 점점 그 설자리를 잃는가 하면,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도 이 같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적극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발표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 1년도 안 돼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발표 당시 기대에 부풀었던 시장상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인기위주로 발표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가 도대체 서민을 위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무엇이냐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당시 행정안전부를 비롯 중소기업청,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가 합동 발표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은 이렇다. 하반기부터 전통시장에서 파는 배추, 한우, 사과, 멸치 등 주요 상품의 저렴한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전통시장 대표상품 가격공시제’를 시행하고 전통시장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상품이 대형마트보다…
교육 주체들이 학교 매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교육협동조합 시범사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성남시, 경기도교육청,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지난 23일 성남시 복정고에서 협약을 맺고 이 학교 매점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했다. 학생·교직원·학부모들이 조합원으로서 매점을 직접 운영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방식이다. 교육협동조합으로는 국내 처음인 만큼 거는 기대가 크다. 협동조합의 취지를 교육 현장에서부터 살려나간다는 의의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들이 생활에 필수적인 영역들을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협동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체험으로 익힐 좋은 기회다. 학교 매점은 학생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장소다. 하지만 매점의 운영권은 최고입찰가 방식으로 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어서 영리 위주의 영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권에 얽힌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당연히 학생들의 건강보다 이윤이 많거나 대량으로 팔리는 먹거리 중심으로 운영되기 일쑤다. 시설도 낡고 협소한 곳이 많다. 가뜩이나 학업에 짓눌리는 학생들은 짧은 휴식시간에 북새통인 매점에 달려가서 선택권 없는 수동적 소비자로 구실을 하는 게 고작이다. 매점 협동조합은
봄답지 않은 날씨 탓에 예년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긴 끝에 지금 온 국토가 꽃으로 뒤덮였다. 누가 뭐라 해도 봄의 주인공은 꽃이지만 흐드러지게 핀 꽃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한 자태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상을 벗어나 꿈결 같은 꽃 세상의 향기와 화사함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의 들과 산으로 나서고, 때를 맞추어 봄꽃 축제도 봄날의 흥을 돋우고 있다. 만개한 꽃들이 어우러진 봄날 축제처럼 우리 인생도 날마다 축제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752개의 축제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린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축제, 지자체에서 주관 또는 주최하는 축제, 지자체에서 경비를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축제, 민간에서 추진위를 구성하여 개최하는 축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등이다. 경기도는 74개 축제에 328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대부분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종류이다. 여기에 사설 단체 및 동 또는 마을 단위의 소규모 축제들까지 통계에 포함시키면 축제의 숫자와 예산은 규모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외형만으로 보면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들이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명분 아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는 4·24 재보선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언했다. 이어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경실련 등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많은 논란 속에 도입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과 함께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 이슈는 정치 개혁의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여성의 정치참여’라는 명제 앞에서 여성계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로 인해 지난 20년간 계속해서 상승하던 여성들의 정치 진출이 주춤하거나 크게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지방자치 원년, 기초의회 여성 비율은 0.9% 였다. 1995년 1.6%, 1998년 1.6%, 2002년 2.2%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정당공천제와 비례대표제가 함께 도입된 2006년 15
음습한 느낌의 ‘비밀계좌’는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손님이다. 특히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는 검은 돈을 관리하려는 이들에게 필수적이다. 엄격한 비밀주의로 예금주 신분을 숨길 수 있음이 가장 큰 매력이다.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는 최소 10만 스위스 프랑(1억여원) 이상의 고액 예금주들을 위한 번호계좌로 예금주 보호를 위해 이름 없이 숫자와 문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언론인이 한국의 전직 대통령 비밀계좌라며 공개한 계좌번호도 ‘626, 965, 60D’였다. 특이한 것은 비밀계좌는 유동성예금이어서 이자가 붙지 않으며, 1980년 이전까지는 예금자가 오히려 보관료를 물었으나 익명성 보장에 따라 독재자의 정치자금, 범죄관련 불법자금 등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들 불법자금이 독재자를 보호하고, 마약자금으로 쓰이는가 하면, 테러에까지 관련됐다는 비난여론이 일자 스위스은행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3년 미국의 마약업자가 예치한 2천200만 달러를 미국정부 요청에 따라 양국이 50:50으로 나눠 가졌다. 또 1998년에는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예치한 5억7천만 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반환했다. 스위스은행의 변화에 검은 돈의 은신처도 바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