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식가로 불리는 브리야 사바랭은 200여년 전에 미식에 관한 저서를 펴내며 “인간은 미각이 만족되지 못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먹는다는 것은 우리를 있게 해주는 숭고한 행위이며 동시에 즐거운 일이 돼왔다. 최근 우리 식탁의 식생활 문화도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으며 웰빙 붐과 더불어 고급채소의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많은 채소 중에 이름도 생소한 ‘아스파라거스’는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서양의 고급채소로, 요즘은 어지간한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지중해지역이 원산지인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서양의 육식요리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급채소이다. 봄에 움이 트는 새순을 식용하는 아스파라거스는 지금이 제철이다. 태양의 왕 루이 14세는 궁궐 내에 아스파라거스 전용온실을 갖춰 공급 받았으며, 괴테는 연상의 여인과 사랑을 하면서 아스파라거스를 같이 먹기를 열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스파라거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는 특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도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여자 어린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철새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남부에서 북부로 AI가 본격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조짐으로 들려 걱정된다. 베이징에 북상했다면 한반도까지 오는 건 시간문제다. 당연히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절실한 건 섣부른 예단이 아니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고 민첩한 대비에 힘쓰는 일이다. 이미 우리 방역당국도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고, 봄철마다 으레 펼쳤던 AI, 구제역 대책수준 이상의 경계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이 신종 AI 감염 환자를 공식 인정한 이래 14일 현재 감염자 수는 4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1명이 숨졌다. H7N9이라고 명명된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특이한 변종이라고 한다. 조류 바이러스인데도 정작 조류에서는 저병원성이지만 인간에게 감염될 경우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람간 전염 의심사례도 발견됐다. 그동안 상하이, 장쑤, 저장, 안후이 등 중국 남부 창장삼각주를 벗어나지 않던 감염 환자가 약 2주 만에 베이징까지 확산된 경로도 현재로서는
요즘 한 케이블TV 코미디 프로그램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패러디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몰라요 청문회’라는 말을 유행시킨 윤 후보자는 노량진 ‘수산시장 관리반장’에 출마한 ‘노량진 주민 윤진숙’으로 나와 웃음거리가 됐다. “왜 자꾸 웃으세요? 긴장하세요!”라고 추궁하자 “원래 긴장을 해야 하는데, 방송출연을 많이 해봐서…”라고 윤 후보자와 거의 똑같이 응답했으며 수산시장이 몇 구역이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해 씁쓰레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거나 자주 웃어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자질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산항 개발 예산에 대한 의원의 질문에 “(공부) 해놓고 잊어버렸네…”라고 답변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으며 인사청문회 출석 소감 질문에는 “떨리는 것은 없다”며, 웃었다가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이후 국민들 사이엔 ‘9급 공무원 자질도 안 되는 사람’이란 조롱과 ‘빨리 정리하라’는 여론이 지배적으로 형성됐다. 해수부 장관 임명이 늦어짐에 따라 관련업무도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 113만명의 광역시 규모로 성장한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 취임 이후 ‘거버넌스행정’을 앞세워 고도성장을 향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수원시의 관광산업 발전에도 ‘거버넌스행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올해 9월 열릴 ‘생태교통 수원 2013’ 역시 주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다. 햇수로 4년째를 맞은 수원의 ‘거버넌스행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생태교통 수원 2013’ 준비단계에 있어 주민과의 마찰에 대해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은 “‘거버넌스행정’ 시행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이런 성장통을 통해 수원만의 ‘거버넌스행정’이 수원 정서에 맞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거버넌스행정’이라는 새로운 행정개념이 도입되면서 ‘탁상행정’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 반발하고 있다. 시의 행정에 있어 주민들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이면에는
지난 4월 10일 안전행정부는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요골자는 읍·면·동 단위의 행정은 자치회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자치회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공공시설물 위탁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 고유 업무도 생긴다고 한다. 마을로 일컬어지는 가장 기초행정 단위 주민들의 자치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상응하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치회 위원 선정은 상위 시·군·구 단위의 선정위원회에서 공개 모집해서 20∼30명의 선출된 위원을 자치단체장이 위촉한다. 전국 공모를 통해 30여개의 읍·면·동을 선정해서 1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자치회 성공모형을 유형화하여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이번 사업은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서
우리의 속담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하지 않았던가. 옛 시(詩)에도 떠나와 멀어져 버린 고향을 바라보면서 애달프게 몸부림치며 그리워한 내용이 있다. 성문을 나서서 바라보니 보이는 것이라곤 언덕과 무덤뿐이네(出郭門直視但見丘與墳). 옛 무덤 뭉개져서 밭이 되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베어져서 장작이 되었네(古墓與爲田 松佰?爲薪.) 사시나무엔 슬픈 바람이 휘몰아쳐 쓸쓸히 사람의 애간장을 끊는구나(白楊多悲風 簫簫愁殺人). 고향마을에 돌아가려 마음 먹어보지만 돌아갈 수 없는 처지를 어이할꼬(思還故里閭 欲歸道無因). 인생무상을 노래했다. 어릴 적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슬퍼하며 견디기 힘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는 절망과 서운함에 의욕마저 잃고 매일 장취(長醉)하던 날이 그 얼마였던고. 언젠가는 고향도 멀어지고 사람들도 멀어지고 누구나 멀어지면서 이별을 하게 되는 것. 우리는 그리 많지 않은 소중한 시간 속에서 오늘 하루도 따뜻한 사람들과 맑고 향기롭게 보내고 싶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가끔은 타고난 변덕을 어쩌지 못하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눈을 날리기는 해도 바람이 순해지고 옷차림이 가벼워진 걸 보면서 봄을 실감한다. 밤늦도록 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목마른 대지는 젖 빠는 아이처럼 단비에 흠뻑 젖어 온갖 풀과 나무에 새싹이 돋겠거니 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산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안쓰러워 집 주위를 돌아보니 겨우 찻숟가락 만하게 자란 질경이 싹이 파란 얼굴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온다. 오랜만에 장날이면 나오는 옛날 찐빵과 꽈배기가 생각나 부지런히 뛰어가면 지금 막 끝내려고 하는 판이라며 주섬주섬 덤으로 얹어 다 팔았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돌아서려는데 바로 앞 손님이 아는 얼굴이라 맛이라도 보라며 몇 개 건네주는 인심이 있어 그 자리에서 한 잎 베어 물고 오물거리며 돌아오는 발걸음은 또 얼마나 가볍던지. 우리는 지금도 연탄을 때는데 바쁠 때는 정신없이 일을 하다 연탄 갈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꼼짝 없이 온 집안에 번개탄 연기를 피워야 하겠구나 하고 화덕을 들여다보면 몇 구멍이 살아서 담뱃불처럼 빨갛게 보이는 불은 나에게 있어서 바다에서 등대를 만난 것 그 이상의 환희로 나를 채운다. 고향에 사는 친구들은 오가며
학기 초마다 학생들과 함께 보는 동영상이 있다. 헌법학자 이국운 교수(한동대)의 짧은 특강을 담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읽는 세 가지 방식>이다. CBS 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가운데 한 편인데, 인터넷에 제목을 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학기에도 민주주의 얘기를 꺼내기 전 동영상부터 틀었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본 영상인데도 진한 여운이 남는다. 헌법학자의 진심이 화면을 뚫고 전해진다고나 할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읽는 게 첫 번째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숨은 주어를 찾아내 살려서 읽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들 문장에 주어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가 지목하는 주어는 헌법 전문에 나오는 ‘우리 대한국민’이다. 그는 이렇게 한 번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 대한국민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선창하는 그의 목소리는 벅찬 감정을 애
질긴 겨울의 끝자락이 따사로운 햇발에 밀려난다. 영영 세상을 호령할 기세였던 겨울이 떠나자 스르륵 봄이 다가섰다. 이렇게 가고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진대 사람이라고 별날까 싶다. 이럴 때 읊조리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섬세한 속살의 느낌을 대신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시(詩)는 종교적 색채를 떠나 헤어짐의 역설을 통한 만남을 이어준다. 시에 대한 전문적인 통찰이나 분석이 없어도, 그저 시어(詩語)가 주는 느낌을 따라 감정의 썰물과 밀물이 반복된다. (시는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고, 느끼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으니 마음껏 농단해도 양해가 되리라.) 하여튼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다니 천재적 감성을 누가 흉내 내고, 그 속내를 아노라 자랑할까. 하지만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니 쓸쓸함은 가슴에 맺힌다. 대상이 누구든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했지만 그래도 “이별은 뜻밖의 일”이란다. 이별은 아픔이고, 눈물이며, 아쉬움이 분명하다. 그러나 헤어짐은 인생의 일부다. 의식이 생성되던 순간부터 함께했던 부모도 떠나간다. 늘 곁
북한 위협에도 프로야구는 성황이다. 겨우내 시즌 개막을 기다렸던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린다. 연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계속돼 팬들은 박수로 환호하며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만원(滿員)에 암표까지 판치는 야구장 가운데 파리를 날리는 곳이 두 군데 있다. 개막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4월 10일 현재) NC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의 구장이다. 두 팀 가운데도 올해 프로리그에 뛰어든 NC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창단팀이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명장 김경문 감독이 믿음직했다. 또 거액의 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 우선지명, 타 팀의 중진급 선수 수혈 등으로 상상이상의 기적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NC의 성적은 참담하다. 개막전부터 내리 7연패하면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NC 관계자들의 속이야 새까맣게 타들어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NC를 바라보는 수원 또한 불안한 속내를 숨길 수 없다. 그동안 제10구단의 연고권을 따내는 데 전력하느라 팀 성적에 대한 구체적 복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원 10구단은 NC의 창단과정을 롤 모델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렇게 흘러왔다. 2014년 2군 리그를 시작으로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