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사라졌다. 식을 것 같지 않던 더위가 하늘이 마술이라도 하는 듯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절기는 못 속인다고 그 덥던 더위도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새벽녘이면 이불을 끌어 덮어야하고 일찍 일어나기도 살짝 싫어지기 시작했다. 8월 초에 심어야하는 김장배추와 무를 더위를 핑계로 미루다 일이주 미루어 심었는데 날씨가 별안간 싸늘해지니 올 김장이나 제대로 담글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아침저녁으로 시선은 텃밭인 채마밭으로 향하게 된다. 이른 아침에 들에 나서보면 완연한 가을이다.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 절기가 다가오니 논두렁을 결을 때면 바지 깃을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이 촉촉이 적신다. 달포 전 수줍은 파릇한 미소로 얼굴을 내밀던 벼이삭도 어느새 제법 성숙한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참 세월 빠르다. 모내기 준비로 바삐 뛰었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 추수를 할 때가 되었다. 가을 명절인 추석이 이달 15일이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인 것은 맞는데 왠지 풍성함을 느끼기보단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과 이렇게 올 한해도 다가는 구나 그러고 보면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도 한사람의 생애를 모두 담을 수…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독자들에게 묵시록의 기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곧 종말이 도래할 거라고 성토하는 노인들, 정말 종말이 도래하기라도 했는지 연달아 일어나는 흉흉한 사건들, 교황권과 국왕권력이 대치하고 있는 극적인 상황 등은 그때를 말세라 여기기에 충분했던 증거들로 보인다. 무엇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도원 건축물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도원은 오스트리아에 위치하고 있는 멜크 수도원을 모티브 삼았다. 멜크 수도원의 가장 큰 건축물은 소설의 배경인 시점보다 몇 세기 뒤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절벽 위에 높은 성벽을 쌓아올린 점이나, 수도원이 교회와 집회소, 숙사, 본관 등으로 이루어진 점은 소설 속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젊은 수도사 아드소는 절벽 아래에서 바라본 수도원의 인상을 묘사하고 있는데, 본관의 압도적인 크기와 그 석벽이 찌를 듯이 하늘로 솟아있는 모습은 그날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젊은이의 마음을 압도하기 충분했다고 증언한다. 수도원 본관은 장서관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서책들을 필사하다 다른 책들도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젊은
1965년, 31살이던 청년 변호사 ‘랠프 네이더’는 GM의 스포츠카 ‘콘베어’가 결함차라 주장하며 끈질기게 허점을 파고들었다. 당시 미국 최고의 자동차회사였던 GM은 처음에 시큰 둥 했다. 그리고 변호사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약점을 잡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결함은 증명 되었고 GM은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법적 책임을 짐과 동시에 결함 차의 ‘리콜’을 결정 해야만 했다. 지금도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부로 존경 받는 네이더 덕분에 ‘리콜’은 현재 최고의 소비자 보호제도로 자리 잡았다. 적용범위도 자동차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체가 이미 판매한 모든 제품으로 확대 됐다. 특히 상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생명ㆍ신체의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경우 강제성도 포함되고 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하여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위해예방 조치를 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어서다. 제품 뿐만 아니라 리콜의 적용 대상과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은 미취업 졸업생에게 제공되는 재교육 또는 교육의 애프터서비스인 ‘졸업생 리콜제’를 시행하고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는 건설업계에선 ‘계약금 리콜제’를 내세우기도 한다.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으며 탄생한 경기도일자리재단(이하 일자리재단)이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경기도가 설립을 발표한 지 꼭 1년 만이다. 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민선6기 핵심 공약으로 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경기도가 그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남 지사가 틈만 나면 투자유치를 위해 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일본, 중남미, 유럽, 동남아 등 해외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 더 역점을 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심장’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젖줄’인 경기도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것이다.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우선과제로 손꼽히는 것도 이를 방증해준다. 더욱이 경기도는 지역내총생산, 경제 성장률, 경제활동인구, 취업자수, 5인 이상 제조업체수(3만4천766개), 수출액(557억 달러), 공장등록수(3만7천128개), 투자유치 건수 등 경제지표를 읽을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걸쳐 부동의 전국 1위다. 그만큼 경기도의 경제가 살아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숨
그동안 수원을 비롯해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경기도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 실시되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지난 1일부터 안성에서도 실시됐다.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전체로 확대 시행되는 것이다. 현재 도의료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다. 간병인이나 가족 대신 간호사가 치료도 해주고 식사도 도와주는가 하면 각종 의료서비스를 해준다.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특히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다행히 시간이 있는 가족을 둔 환자는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할 수 없이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간병인을 쓰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하루에 7~10만원의 간병비가 들어간다. 이는 의료보험 적용도 안된다. 서민들의 허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실시되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6인실의 경우 일반 병동에 비해 하루 5만6천44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나 건강보험공단에서 전체비용의 80%를 지원해 준다. 그래서 환자 실제부담액은 1만1천288원이다. 민간 종합병원의 경우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이용하면 일반 병실 이용 시
바벨(아령)은 주로 이두박근을 만드는 운동기구다. 그런데 중간을 버리고 무게가 실리는 양끝만 선택하는 양극화전략인 바벨전략은 주로 주식투자에서 사용된다. 전혀 리스크가 없는 투자를 하거나 먼 미래를 보며 리스크가 큰 기술에 투자하는 바벨전략을 교육이나 R&D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만일 이미 발달한 무인자동차나 인공지능의 주력부분에 선진국의 투자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구력과 자본을 투입한다면 지속적으로 후발주자가 될 것이다. 멱함수 지프의 법칙(Power Law)에 따라 투자비만 날리고 수익은 거의 없을 수 있다. 지프의 법칙으로 1위 업체는 84%, 2위는 15%, 3위 업체부터는 전체 시장의 1%를 나누어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무인차 시장은 1위가 95%, 2위가 4.5%, 3위부터 0.5%의 시장을 나누어야 할지 모른다. 인공지능과 무인차는 GPS와 인터넷으로 통합되기에 표준기술을 더 많이 가진 업체로의 편중성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무인차 R&D에도 바벨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사무실이 될 경우 고정된 건물은 그 값어치가 더 떨어진다. 무인차에 가상현실 4D영화가 펼쳐지면 영화관은 다른…
우리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광고판이나 게시판 등에서 ‘소소심’이란 글자를 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는 소소심이 뭐야 하고 무심코 지나가는 분도 있겠지만 소소심이란 우리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기본소방시설을 일컫는 말로, 국민안전처에서는 안전을 위해 소화기, 소화전, 심폐소생술을 가르켜 소소심이라 지었다. 첫째로 소화기는 어느 장소에서나 가장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소방시설로서 화재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소화기를 사용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불길을 진화할 수 있다. ‘소화기 한 대가 소방차 한 대보다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스스로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고 초기진압을 실시한다면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둘째 건물 내 설치된 소화전은 소화기로 진화하기 어려운 화재의 경우 손쉽게 효과적으로 진화 활동이 가능한 소방시설이다. 소화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화재가 생긴다면 우선 소화전의 발신기를 꾹 눌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시고 수압이 강한 호스를 다 같이 힘을 합쳐 불을 향해 뿌려주면 더 수월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집회시위는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방안이다. 헌법 제21조 1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을 만큼 우리 사회는 자유롭게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집회 시위를 보장하고 있다. 과거의 집회시위는 화염병 이용 등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져 마찰이 잦았지만, 최근 국민들의 높아진 시민의식으로 인해 집회시위 문화가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 이제 폭력적인 집회 시위 문화는 사라졌지만 최근 새로운 문제점이 대두 되고 있는 사항으로 폴리스라인 침범 등 집회 시위의 질서 문제가 조명되고 있다. 집회 장소에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폴리스라인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13조 1항에 따라 사용되고 있는 장치로 안전하고 질서 있는 집회를 위해 제작되었다. 하지만 최근 집회 시위 현장에서 폴리스라인을 침범하는 등의 행위의 증가로 경찰과 빈번한 마찰이 생길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등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집회 시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무질서한 집회…
2016국제보자기포럼에 오는 강연자들과 작가들은 국제적으로 높은 지명도를 획득한 사람들이다. 보통은 자부심이 강해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시작 한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가 마리안의 첫인상은 너무나 편한 이웃집 할머니 같았다. 수원으로 들어오는 공항버스에서부터 시작된 사진찍기의 호기심은 모든 것에 관심과 한국문화에 대한 적극적 수용에 높은 점수를 마음속으로부터 주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보다 며칠 일찍 들어와 수원 화성행궁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여 아름답다며 구석구석을 걸어다니고 작가적 호기심으로 수원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같이 식사하며 보게 된 그의 손은 투박하고 거칠어 얼마나 열심히 작업을 했는지 말을 하고 있었다. 또한 펼쳐 보여준 그의 작업은 매일 매일을 섬유로 일기를 쓰듯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었고, 공기처럼 날아 갈 듯한 가벼움을 지녔으나 그 속에 깊은 삶의 철학을 담고 있었다. 서양사람도 무르익으면 이렇게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구나 하고 속으로 느끼며, 한편으로는 그가 보여준 작업을 다시 보며 사색에 잠겼다. 국제적으로 미술에서 창의성을 표현하는 것은 단지 작가가 즐겨 쓰는 재료의 차이라는 그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81년 2.5명에서 84년에는 1.75명으로 떨어졌고, 외환위기 때인 98년 처음 1.5명 아래로 내려온 뒤 지금은 1.2명도 채 되지 않는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출산율이 너무 높아 산아제한정책 등을 통해 필사적으로 인구증가를 억제했던 시절도 있었다. ‘세 살 터울로 세 자녀만 35세 이전에 낳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60년대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70년대, 덕분에 80년대 들어 출산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정부의 인구억제정책은 멈추질 않았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며 1가구 1자녀를 강요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인구구조 변동 예측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성과주의로만 추진, 결과적으로 실패를 가져왔고 요즘 사회 곳곳에서 그 후유증이 심각히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는 ‘인구절벽’ 현상이 대표적이다. 일본 상황에서 드러났듯 출산율이 떨어지면 고령화가 빨라지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것처럼 우리도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2012년에 정점을 찍고 수평을 유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