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취약계층의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회보장 ‘사각지대’의 규모가 410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며,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딱한 것은 한국 노인 빈곤율은 45%로 OECD 평균의 3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노인인구 증가 추세로 미루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에는 경남 남해군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70대 노인이 시청에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2010년 이후 벌써 여섯 번째다. 이들에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 김희연 센터장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엄격한 자격기준의 기계적 적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의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85% 이상이면 부양능
1981년 프랑스에서 2차 대전 뒤로 30년 넘게 이어진 우파 집권을 끝내고 프랑수아 미테랑의 사회당이 정권을 잡았다. 그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근대적 의미의 공화국을 세운 민주국가 프랑스였지만, 좌파로의 정권 이동은 새로운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노동운동과 일자리 문제, 복지 문제, 이민 정책 등등, 이전의 우파 정부와 비교하면 놀라운 차이가 있었다. 물론 모두 14년의 짧지 않은 기간을 통치하고 1995년 막을 내린 미테랑의 좌파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의 유산은 현재 집권 중인 올랑드 사회당 정부를 통해서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할만한 사건이 하나 있다. 1995년 새로 들어선 우파 정부의 투봉 문화부장관은 바스티유 극장 음악감독 정명훈을 해임시킨다. 한국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그의 해임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계약 기간이 엄연히 남아 있는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압박행위였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언론들은 이러한 사태를 국가적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바스티유 극장 음악감독만의 해임이 아니라, 사
안씨가훈(顔氏家訓)에 보이는 이 글은 우리가 어지러운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말해주는 교양서이기도 한데 ‘욕망을 함부로 풀어 놓아서는 안 되며(欲不可縱) 뜻을 가득 채워서는 안 된다(志不可滿) 세력으로 사귄 사람은(以勢交者) 세력이 기울면 끊어지고(勢傾卽絶) 이익으로 사귄 사람은(以利交者) 이익이 다하면 흩어진다(利窮卽散). 권세를 위해 사귀는 사람은 권세가 기울면 끊어진다.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의 그늘 밑에서 권세에 빌붙던 사람들은 권세가 사라지면 또다시 다른 권세를 찾아가면서 이전의 관계를 냉정하게 잘라버리는 소인배들의 행태를 보인다. 잇속만을 차지하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은 이익이 몰리는 곳으로 휩쓸려 다녀 야박하고 삭막한 풍토를 만들어 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 한 구절에는 그가 귀양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문집을 구해 보내준 우선(藕船)에게 그 보답으로 그려준 것으로, 세상이 다 세리지교(勢利之交)의 판국이네. 이같이 애써 구한 것을 실세에 바치지 않고 바다 건너 한물간 사람에게 주었으니 세상 사람이 권세가를 향하는 것과 닮았구나. 사마천이 말하기를 ‘세리지교’는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사귐도 멀어진다 하였다고 비유하여 세
난 수원에 산다. 인구 115만의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인 수원시는 내 고향이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고향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수도권의 한 변방이다. 경기도의 도청 소재지라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서울에 치이면서 인천의 상전벽해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수원은 차별의 산물 그 자체다. 대부분의 수원시민들이 그렇듯이 1997년 울산광역시의 탄생과 맞물려 수원도 광역시가 될 거란 기대는 정치논리에 사그라졌지만, 그래도 한줄기 희망의 빛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후 15년 넘게 흐른 지금 수원의 공무원 1인당 주민수는 428명으로 213명인 울산의 배가 넘는다. 당연히 등본 한 장 떼기 위해 관공서에 가도 눈치 보며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민원에 대한 대답이 늦어도 일에 치이는 공무원들이 차마 안쓰러워 그냥 묵묵부답으로 참는 게 다반사다. 그래도 수원사람들은 참 양반이다. 한번쯤 떼도 쓰고 이렇게 해 달라 할만도 한데 순진하게 또 ‘인센티브’라는 말에 수원·오산·화성 통합에 기대를 걸었다가 정치적 이기심과 결과만 통보받은 여론조사결과에 통합이 물 건너가도 또다시 꾹 참는다. 그리고 중앙정부도
수원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 ‘수원 삼성블루윙즈’에 볼거리가 추가됐다.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한 ‘인민 루니’ 정대세 선수가 입단해서다. 그는 단단한 체구에 파괴력 있는 돌파와 득점력으로 일본 J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대세는 지난 월드컵에서는 경기 직전 북한국가가 흘러나오자 뜨거운 눈물을 흘려 주목을 끌었다. 그 해 9월에는 미국거주 한국인 유학생들이 그의 눈물을 주제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평화를 가장 잘 전하는 동영상”이라는 평가 속에 미국의 권위 있는 인터넷 잡지 ‘와이어드’가 주최한 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정대세라는 이름에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라는 3개국의 흔적이 혼재돼 있다. 늘 웃는 정겨운 얼굴이어서 그늘이 없어 보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인이라는 차별을 이겨내야 했다. 또 남한국적이었음에도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면서 겪은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대세는 그런 혼돈을 뚫고 월드컵에 출전한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장래 꿈을 쓰라면 ‘조선 축구국가대표’라고 적었다는 정대
지난주 나로호 로켓이 과학위성을 탑재하고 엄청난 불기둥을 내뿜으며 창공을 총알같이 날았다. 그 커다란 덩치가 강력한 힘으로 솟구치는 비행은 오, 쾌재(快哉)였다. 제반 사회적 이슈가 그저 그렇고 뭐 신나는 일도 별로 없는데, 그날만은 속도감을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나 시원시원하였다. 마의 9분을 비행하여 고도 300km에 과학위성을 올려놓았다. 수평거리로는 2천km 이상을 날아갔다니 눈 깜빡하는 사이 세상이 변했다는 옛날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성공했다. 그 위성은 지구를 하루에 10번 정도 공전한다고 했는가? 태양전지판 날개를 달고 우주를 날고 있는 ‘에리다누스 새’다. 과학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세상은 그렇게 지구촌화되었다. 글로벌시대다. 물론 선진국은 제반 시스템이 우리보다 한참 앞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가 전수받으려면 별 수 없이 한참이나 지나야 받을 수 있다. 선발 선진국과 후발국의 차이점이겠다. 그래서 우리의 인재들이 선진국에 가서 여러 가지 문물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의 형편을 혁신하려 한다. 혁신해야 산다. 30년 전 1980년대엔 자가용 보급이 미미할 때였다. 당시 2륜차 오토바이의 인기는 대단하였다. 자
그리스신화에 보면 아들딸 낳는 대로 뱃속에 다시 넣어 과보호 하는 크로노스 신이 있다. 그래서 과보호를 크로노스 콤플렉스라 하여 로마클럽은 ‘문명 붕괴의 문명병’으로 경고까지 하고 있다. 자녀 과잉보호는 심각한 사회문제 소위 ‘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리는 현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는 많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쩌면 이러한 크로노스 신과 같이 자신의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러한 과잉보호가 현재 한반도의 가장 심한 환부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극기민속(克己民俗)이 발달한 나라였는데 말이다. 옛날 서울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열 살이 되면 삼각산(三角山) 백운대를 오르게 하여 그 정상의 아슬아슬한 뜀바위(決斷岩)를 함성을 지르면서 뛰어넘게 하여 고통과 위험과 겁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길러 주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안평대군도 이 백운대에 올라 뜀바위를 뛰어넘었고, 수양대군은 그 이웃에 있는 노적봉에 올라 담력을 길렀다고 한다. 왕실에서도 과보호는 없었던 것 같다. 시골에도 극기민속이 꽤 다양하게 퍼져 있었다. 열 살이 되면 일종의 소년집회소라
우리사회에서 재벌은 ‘외계인’이다. 재벌은 1960년대 이후 외국차관과 수입물자 배정 등의 특혜로 탄생했다. 이후에도 각종 특혜를 받으며 공룡으로 성장한 재벌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치외법권’을 누리는 ‘귀족’으로 변신했다. 이제는 정치권을 향해 “정권은 유한하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말로 협박마저 서슴지 않는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재벌인 오너 2세와 3세들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5공자’, ‘7공자’로 불리며 자기들끼리 이너서클을 만들어 연예인과의 염문, 해외도박, 마약 등으로 수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단지 핏줄 때문에 오너 자리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직원들의 생사를 가르고, 검은 장갑을 낀 채 아들을 때린 이를 납치해 폭력을 휘둘렀다. 심지어 직원을 몽둥이로 패고는 ‘매값’이라며 수천만원의 수표를 쥐어주는 태생적 한계를 보였다. 오너 2, 3세는 태어나면서부터 은수저를 물고 나와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아온 탓인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 세상은 능력 있는 사람이 우대받고, 법은 공평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단, 자신들은 제외하고. 요즘 법원 때문에 재벌 오너들이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면 웬만한 문제는 ‘경제에 기
얼마 전 SBS 스페셜에서는 <리더의 조건>을 방송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기업인 등 리더의 조건에 대해 밝혔다.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개인재산이라고는 1987년 제조된 200만원짜리 자동차 한 대뿐이다. 그는 국가에서 제공한 관저를 거절한 채 원래 살던 농가에 거처하면서, 대통령 월급 중 90%를 기부하고 있다. 몇몇 리더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확인하는 반면, 그는 특권을 버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뢰받게 되었다. 미국의 손꼽히는 IT기업이자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인 SAS의 짐 굿나이트 회장은 고객보다 직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특이한 리더다. 그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신념하에 모든 직원에게 개인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직원 복지에 막대한 금액을 지출한다. 그 결과, 최근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회사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꿈의 복지’를 실천하는 회사가 생겼다. 회사 안에 수영장을 마련한 후, 수영하는 시간도 정규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회 의원의 해외연수는 필요한가? 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평범한 시민도 견문을 넓힐수록 안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과 시민의 대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걸맞게 의정을 펴려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수록 좋다. 그래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상상력도 향상될 수 있다. 모든 시민이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왜 이들의 해외연수에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는가? 그 이유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의원은 대표의 자격이 없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라 욕을 먹어도 싸다. 경기도의회가 5일 본회의에 상정된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지금까지 툭 하면 불거졌던 관광여행, 골프여행, 게이쇼 관람여행 논란을 일소하고 앞으로는 제대로 된 해외연수를 해보도록 하자는 소박한 제안마저 짓밟은 것이다. 조례안은 이미 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외부심사위원 구성 비율과 심의의결 기준 등에서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상태였다. 이조차도 못 받아들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조례안이 왜 발의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의원은 자치와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다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