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눈이 내리면 상가 슈퍼마켓 주인 할아버지께서 누구보다 빨리 골목의 눈을 치웠다. 그런데 금년에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 24시간 편의점에 가게 터를 넘기고 장사를 접었다. 할머니와 같이 열심히 장사를 하여 자녀들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켰던 삶의 터전이었다. 이처럼 한평생 해오던 사업을 접는 자영업자들이 한 분 두 분 늘어나, 자영업자 세 곳 중 한 곳이 일 년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는 음식점 열 곳이 창업을 하고 아홉 곳이 폐업을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경기가 어렵고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전통시장,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구조조정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동네빵집, 만화가게, 금은방과 같은 전통 업종이 골목상권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프랜차이즈형 점포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0∼70년대에 농지를 중요한 국가 자원으로 정하여 전담기관을 두고 경지정리, 용수개발, 수로정비 등을 잘 관리하여 농업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이어 70∼80년대에는 공업을 진흥하기 위해 곳곳에 국가공단, 지방공단 등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전문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90년대를 지나면서는 아파트 중심의 신도시를 만들고…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단다. 뜨거운 감자였던 종교인에 대한 과세 문제가 근로소득세 부과로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1월 중 종교인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도록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그동안 종교인 비과세는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쉬쉬해온 관행적 특혜였다. 명문화된 법 규정이 없으나 국가발전과 사회 안정에 기여한 종교계에 대한 암묵적 지원으로 해석돼 왔다. 종교인 과세는 우선 시대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인식변화에 따른다. 선생님들 스스로가 노동자를 자임하는가 하면 공정사회를 원하는 국민들의 법 감정이 강화됐다. 국민 대다수가 종교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종교인 과세에 압도적 찬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의 현실화는 종교인들 스스로 자초한 면이 강하다.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해친 일부 종교인들의 비뚤어진 행태가 범인이다. 최고급 아파트와 최고급 외제차를 향유하며, 엄청난 자산인 교회를 대물림하는 일부 목사님들의 파행을 국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고하고 싶어 했다. 호텔에 둘러앉아 양주를 마셔가며 뿌연 담배연기 속에서 고액의 도박판을 벌이는 스님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개했다. 교회와 사찰을 사고팔며, 신도 수에 따라 권리
경기가족여성연구원(경가원)이 최근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는 일견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북을 떠나 남으로 들어온 이들이 갖는 두려움과 불안, 정착과정에서 겪는 차별과 소외는 이미 시중에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남한 사회의 관심과 정보가 피상적이고 일과성 이슈 제공에 그치고 있다는 데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2만4천명을 넘어섰지만 그들이 남북의 미래 사회통합에 어떤 함의를 던지는가를 진지하게 질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가원의 이번 조사 결과도 꼼꼼히 뜯어보면 막연히 짐작해 왔던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적, 사회적 형편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남한에 들어와 국정원의 조사를 받을 때부터 10명 중 4명이 직접적인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기간에 대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는 북한이탈주민이 무려 57%나 된다. 국정원의 이런 고압적인 태도는 현 정부 들어 가파른 대치국면에 돌입한 남북관계와 무관치 않을 터이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의 신분이 아무리 특수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이탈주민의 절반이 직장 및 사회생활 과정에서 불평등과 불이익을 당했다든가,
오는 9월 수원에서는 ‘생태도시 2013 수원’이라는 세계적인 행사가 펼쳐진다. 이 사업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차 없이 친환경 교통수단만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세계 최초의 프로젝트이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게 되며 수원시와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유엔 HABITAT(유엔 인간주거계획)가 공동 추진한다. 이 글로벌 프로젝트는 미래 생태교통도시 재현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교통부문 대안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행궁동은 4천300명의 시민이 거주한다. 주요 행사는 ▲2013 생태교통 세계회의 ▲다양한 생태교통 이동수단 전시와 체험-세계 도시의 벨로택시, 세계의 생태교통 수단 및 이동수단 ▲재생에너지와 생태적 이동 수단의 만남 ▲차 없는 일요일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 기간 동안 이 모든 과정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인류는 세계 최초로 펼쳐지는 이 프로젝트를 주목하게 된다. 이 행사는 한마디로 자동차보다는 보행,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기본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결단코 없다. 하지만 이에 앞서 사회 인식의 변화와 도시계획이 잘 만나야 한다. 생태교통도
‘기억력보다 무딘 연필이 낫다’는 독일 격언처럼 기록습관 들이면 사회학적 연구에 보탬 우리네가 일본사람들에게 배울 점을 들라 하면 자질구레한 일도 꼼꼼하게 기록(記錄)하는 습관을 으뜸으로 친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일본은 없다’, 그 책에 ‘결혼 삼십년의 청구서’란 글이 있는데…. 어느 호기당당(豪氣堂堂)한 일본 사내는 술을 마시면 같이 마신 꾼들을 새벽 한 시건, 두 시건 꼭 자기 집에 데리고 간다. ‘술상 올려라!’ ‘이것도 안주라고 내놓느냐!’ 트집을 잡지만 놀라운 것은 부인이 기모노를 단정히 입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공손히 ‘하이, 하이’ 하면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더란다. 그런데 그 친구 직장에서 정년퇴직과 동시에 이혼 당했다는데…. 결혼 사십년 악행(惡行)을 조목조목 기록해서 법원에 제출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외박은 몇 년 몇 월 며칠, 손찌검한 횟수, 그리고 자신이 당한 정신적 쇼크, 한밤중에 손님을 데리고 온 날짜와 시간, 그리고 동반자 이름까지. 한때, 남자들의 로
“최악의 시간도 짧다.” 작년 연말에 오랜 친구가 보내 온 박노해의 詩 ‘동그란 길로 가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누구도 산 정상에 오래 머물 수 없듯이 골짜기에도 오래 있을 수 없으며, 괴롭다고 너무 좌절하지도 말고 좋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 것이며, 인생이란 동그란 길로 돌아나가듯이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듯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시인은 위로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누구나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詩라고 생각했다. 성장률 올라가도 체감경기 비슷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눈도 많이 내리고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매서운 추위를 선보이고 있다. 춥다보니 올 겨울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처럼 길고 추운 겨울도 곧 지나갈 것이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고 했던 시인의 말처럼 곧 따스한 봄이 오고 화사한 봄꽃들이 선보일 것이다. 2013년 우리 경제는 이처럼 추운 겨울의 꼭대기에 서 있는 것과 같고, 깊고 어두운 골짜기에 내려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마치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이 보이지 않고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절망하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을 유치하려는 수원시와 전라북도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절정이다. ‘수원-KT’, ‘전북-부영’으로 짜인 승부는 이르면 오는 11일에 결판난다. 양측의 장단점은 이미 언론을 통해 상세히 알려졌다. 다만 수원시가 10구단을 유치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혹은 가장 절실한 이유가 묻혀 아쉽다. 1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경기도의 거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역사창조를 위해 프로야구팀이 필요하다. 행정구역 단위가 아닌 진정한 경기도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도민들의 유대의식이 절실하고, 유대감 형성에는 확실한 연고의식이 뿌리내린 프로야구팀만한 게 없다. 한 번이라도 야구장을 찾은 이들은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동류의식이 주는 찐한 감정에 놀라게 된다. 눈인사를 나눈 옆자리 관객이 자신과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더 이상 좌석이 비좁지 않다. 3~4회 동안 응원할라치면 김밥을 나누고, 음료가 오간다. 5~6회가 지나면 은근히 맥주잔이 건네지고, 오징어를 씹으며 편파적 해설에 의기투합한다. 7~8회가 되면 파도타기응원에 이어 어깨동무를 한 채 목청껏 응원가를 함께한다. 그러다 9회 말, 끝내기 안타로 응원팀이 승리하면 이산가족 상봉과…
지난달 동생이 이은미의 송별 콘서트에 갔다. 눈이 내리는 토요일. 이화여대 대강당 넓은 홀이 가득 찼다. 그 많은 사람들을 녹여내는 이은미의 열창! 노래 한 곡을 불러도 온 힘을 다해, 다음 곡을 어떻게 부르려나 걱정이 들 정도로 가슴이 터지게 노래한다. 이런 뜨거움, 이런 진정성이 이은미 팬을 만드는 것이겠지. 이은미의 <너는 아름답다>를 들으며 머리에 맴도는 것이 있었다. 내 자신이 정치인(의원을 정치인이 아니라 하는 것은 정치를 폄하하는 의식 때문이다)이기에 그 ‘치열함’을 자신에게 대비해보게 되었다. 현실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당당히 맞서야하는 것, 그것도 ‘치열’하게 맞서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화려한 조명이 흔들릴 때마다 떠올려졌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아껴주고 격려해주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고, 미워하기도 했다. 그 기간 동안 내게 쏟아진 공통적인 표현은 이것이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야” “왜 혼자 욕먹어.” 그렇다. 욕도 많이
‘100% 대한민국’은 100% 가짜다. 순금 순도도 99.9%가 최고다. 하물며 복잡다단한 인간사에서 100%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언어란 참 매력 있다. ‘100% 대한민국’에 공명하는 국민이 절반 넘는다. ‘멘붕’에 빠졌다는 나머지 48%도 사실 저 슬로건의 매력을 완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완전 감동이든 조금 감동이든, 감동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원대한 비전이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아니 단군 이래 그 비전은 끊임없이 다른 버전으로 새로 태어나지 않았던가? 알면서도 속고, 몰라서 속는 게 정치의 언어이고, 정치의 비전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 마음을 콕 찍는 데 일단 성공했다. 박 당선인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굳혔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엄청난 약속을 그가 제대로 지키고 싶어 하리라는 걸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도 정치인이므로 완벽한 100%는 불가능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단지 100%에 가깝게, 100%를 향하여 확고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일…
원로시인 김지하가 39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유신시절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정치인, 장군, 재벌 등을 풍자한 ‘오적(五賊)’을 발표하고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까지 받은 그였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대학에 다니던 이들은 딱히 운동권이 아니더라도 김지하를 안다. 당시 김지하라는 이름은 금기어이자 불온한 이름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는 김지하의 저항시를 등사기로 복사해 읽으며 그의 시대정신에 몰입하는 ‘지하의 밤’ 행사가 줄 이었다. 김지하의 시는 시원했다. 똥을 똥이라고 하고, 된장을 된장이라고 말했다. 숱한 고초를 겪으며 그의 시는 날 선 저항의식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하는 상징이 됐다. 우리사회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김지하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 갔다. 간혹 생명사상에 심취한 그의 글이 언론에 비치기는 했지만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 박 당선인을 지지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색안경을 통해 보는 이들이 없으리라는 안도감에 이야기하건만 김지하의 박근혜 지지는 당혹스러웠다. 건강한 보수와 유능한 진보를 원하는 중립지대의 백면서생이 보더라도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