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만 같아 햇살이 밝아도 바람결이 조금만 부드러워도 설렌다. 냉이도 나오고 버들강아지도 은빛 실눈을 뜨더니 뒤쫓아 개나리가 노란 입술을 내민다. 그렇지만 봄이라고 좋은 일만 있을까. 그 못지않게 성가시게 하는 일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도 그렇게 저장 공간이 부족한 탓에 쏟아지는 문자를 지우면서 저절로 짜증부터 난다. 국회의원 후보 캠프에서 보내는 문자와 어느새 줄을 섰는지 지지를 부탁하는 내용도 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을 치면서 이합집산을 하는 모습은 스스로 표현하기로 시정잡배만도 못한 추태를 서슴없이 보이고 있다. 한동안 또 얼마나 보기 싫은 꼴을 보아야 할지. 이 봄에 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이런 건 사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일만은 아니지 하는 마음도 있다. 뉴스를 보면 언제나 정치권 이야기로 시끄럽다. 위정자들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주저함이 없고 국민들은 그들에게 실망을 넘어 염증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누구도 공약을 실천하거나 국민의 편에 서서 정치 활동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위정자들은 국민들로부터
난데없는 일이었다. ‘우리’(그러니까 ‘사람’) 쪽 이세돌 9단이 ‘알파고’라는 괴물과 겨룬다고 했고 ‘어? 어?’ 하는 새 내리 세 판을 졌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맞은편의 ‘저건 사람이지 싶은 사람’은 1202개의 CPU(중앙 처리 장치), 176개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 1천대의 서버로 구성된 인공지능(AI)의 지시대로 바둑돌을 운반만 한다고 했고 그 괴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손수레뿐인 곳에 돌연 으르렁거리며 나타난 중장비와의 시합 같아서 좀 억울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넷째 판만 이겨서 그렇지 다섯째 판도 이겼다면 괴물이 장난감으로 전락하거나 ‘우리’ 대표가 신선이 되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전적 1:4는 딱 적당한 결과였다. 처음엔 ‘속수무책’이라고 해야 할 분위기였다. “두 살 인공지능, 5000년 인간 바둑을 넘다” “알파고의 아버지,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사나이” “이세돌, 알파고 팀에 경의” &ldq
케냐는 지난 2005년 독립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개헌안 투표의 용지에 바나나와 오렌지 그림을 그려넣었다. 절반에 달하는 문맹 유권자를 위해 찬성하면 바나나에, 반대하면 오렌지에 기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2011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엔 사람의 손 그림이 투표용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손 하나는 남부 수단의 분리독립 찬성을, 두 손이 서로 맞잡은 그림은 남북 통합의 유지를 뜻했다. 이는 남부 수단 주민의 문맹률이 8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문맹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도에서는 정당을 상징하는 더욱 다양한 그림들이 투표용지에 등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꽃, 자전거, 손바닥, 자명종, 낫, 코코넛 등등. 1960년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문맹률이 높다 보니 출마 후보의 기호를 1·2·3 같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막대 개수로 숫자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당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엔 후보가 28명이나 출마해 막대를 28개나 그려 넣었다니 후보의 기호를 찾아 정확히 찍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 싶다. 최근 일부 국가에선 투표용지에 입후부자의 사진을 게재해 유권자를 선택을 돕기도 한다. 이집트
사물의 멍 /김보숙 다리에 깊스를 한 그녀가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 녹이 슨 그넷줄에 머리를 기댄 그녀가 휘파람을 분다. 그네를 타고 있는 이국여성의 휘파람이 멎은 골목을 흘러 다닌다. 쓰러진 목발을 그네 곁에 세워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아이와 세워진 목발을 또다시 쓰러트리는 겨울바람이 오늘 그녀가 본 이국의 풍경이다. 이곳은 아플 때 휘파람을 불지 않아요. 부디 호흡을 삼가해주세요. 휘파람을 불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하얀 눈이 내린다. 석고가루처럼 휘날리다가 입술을 붙인다. - 계간 ‘아라문학’ 가을호에서 인간이 고립되다 보면 끝내는 사물화 된다.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할 때 인간은 가장 커다란 절망에 빠진다. 살아있다고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이고,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 받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랑 받지 못할 때에 인간은 곧 사물화 된다. 적어도 이국화 된다. 멍이라는 상처는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올 때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 치명적이다. 온몸에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것은 그래서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살아 있어 우리는 사랑도 한다. 살아 있음에 축배를 들자. /장종권 시인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인하여 한반도는 씻을 수 없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이후 모두 인지하고 있듯이 현재까지도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은 휴전중이며, 60여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도 분단의 아픔이 지속되고 있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흔을 남기고 있다. 이 분단의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남과 북의 충돌이 있어 왔다. 1967년 56함 피격침몰 사건부터 1970년 대한민국 해군 방송선 피랍사건, 1983년 다대포 무장간첩 침투사건, 그리고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마지막으로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하여 그 속에서 수많은 호국 영웅들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나 무력충돌은 북방한계선(NLL)이 위치한 서해 해상에서 많이 발생하였다. 그 만큼 서해는 우리나라의 핵심 안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 동안 국가보훈처에서는 서해를 수호하다 목숨 바친 호국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매년 각각의 기념행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호국영웅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런 움직임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5년간 정부행사로 실시했던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희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한 선택상황에 접하게 된다. 비록 내가 태어난 곳과 나의 부모님을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태어난 이후에는 인생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된다. 기억이 채 형성되기도 전의 어린 시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어른들의 애정 섞인 물음에 짧은 순간이지만 처음으로 곤혹스런 선택의 순간에 마주한다. 학창시절엔 어느 대학을 갈지 어떤 전공을 할지, 졸업 후엔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누구와 결혼할지 등 밤새 고민하면서 힘들어했던 선택의 순간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성인이 되면 또 다른 중요한 선택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바로 우리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선거’다. 이전의 선택들이 적어도 개인적인 것에만 영향을 주었다면, 이 새로운 선택은 나와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오랜 왕조국가의 전통이 있었다. 정해진 가계에서 군주가 세습되었다. 물론 그 군주는 어릴 적부터 전문능력을 익히고 인성을 기르면서 군주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즉 선거를 통하여 우리의 대표자를 선택한 역사가 아니었다. 이후 지독스런 일제 식민통치시대가 끝나고, 해방과 함께 서구의 선진화된 정치제도
날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어 어린집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라날 때에 부모도 안심하고 일을 하게 된다. 최근에 인천시 어린이집연합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집단 휴원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는 최근에 누리비용이 걱정 없는 보육현장 구현을 촉구하였다. 인천지역의 누리과정예산 편성 문제에 대한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협상을 타결해야할 당면과제다. 어린이들을 돌보는데 어떠한 지장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인천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부 동의와 재의신청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이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3월분 누리과정 예산이 아직도 시교육청이 예산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월 일선 군·구에 340억 원의 재원조정교부금을 조기에 지급해서 교사처우개선비 등의 미지급사태를 모면한 바 있다. 이에 연합회는 시의회와 시교육청의 예산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애꿎은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전국 각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과 같이 부 동의와 재의신청을 한 서울의 경우 유치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4.8개월 치 추가
유승민 의원이 결국 새누리당 탈당과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당의 공천 모습에 대해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면서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보수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의 ‘고사(枯死) 작전’ 속에서 자진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그의 입장에선 무소속 출마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전날까지도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 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후보 등록기간 당적을 이탈·변경한 무소속 출마를 금지한 규정에 따라 유 의원은 23일 자정까지 탈당을 선택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처지였다. 유 의원이 탈당할 때까지 새누리당은 공당으로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유 의원 지역구 공천 지연은 그의 낙천 결정에 뒤따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높았지만 새누리당은 끝내 결정을 미루며 ‘출마하려면 탈당하라’고 공을 떠넘겼다. 집권당의 공천은 어느 당보다 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말(言)들이 얼룩말 되어 /김은옥 창밖으로까지 뛰쳐나간 너의 얼룩말은 내 자동차 범퍼를 발길질하기도 한다 커피 속에 잠긴 야생의 내장들 코뿔소가 들이받아 흩어진 창자 속 신선한 신맛이 쓴맛 뒤에서 열대를 음미하는 사이 주술을 하듯 기다란 주전자 주둥이가 천천히 기울어진다 본차이나 찻잔 바닥으로 에티오피아의 햇빛 한 줄기가 미끄럼을 타며 부드럽게 내려온다 카페는 어둡고 어둠의 깊이만큼 휘황했으나 찻잔에는 검은 대륙이 눈을 뜨고 있다 벽걸이 사진 속 어린 커피노동자의 눈동자가 재갈이 채워진 허기진 땀방울을 사진 밖으로 흘려보낼 것만 같다 고원의 상록수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수태를 한다 그 출산을 돌보는 수많은 아이들 커피콩 고르는 예닐곱 살 손길들이 찻잔 속에 보인다 먼 천둥소리로 사자가 우는 이 밤 내내 흑인 소녀의 얼굴이 주전자 주둥이에서 킬리만자로의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 계간 예술가 2015 가을호 세계는 또는 이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커피콩 고르는 예닐곱 살 먹은 손길처럼 나지막이 더듬고 있는 시이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곧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와 어린 커피노동자의 눈물을 동일시하는 이중 삼중의 아픔이 녹아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