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천절이다 /고종목 바늘눈 구멍을 내 몸이 통과한다 쪽가위로 톡 자른 실 끝을 어리짐작 눈대중에 맞춘 바늘구멍에 들이민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이제는 돋보기를 써도 구멍이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실 끝에 침을 살짝 발라 다시 꼿꼿이 세우고 구멍 근처에다 어리짐작 비벼대면 참 신기하게도 쏘-옥 들어가는 그 느낌이 떨려온다 바늘밥 한 오십년 먹은 것이 헛먹은 게 아니야 오늘은 개천절이다 단번에 하늘로 들어간다 쏘ㅡ옥 - 고종목 시집 ‘바늘의 언어’ 실이 바늘눈 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그저 단순한 손끝 행위가 아니다. 귀가 솟고 눈이 솟고 마음이 솟고 온몸 자리한 세포들이 일시에 한 덩어리로 솟는 그 미세한 감각의 일이다. 시인은 바늘밥을 먹은 지 오십 년이 넘었다. 평생 한길을 걸어온 장인이자 재봉 일을 소재로 시를 썼다. 모든 예술이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하듯 천을 캔버스 삼아 붓 대신 바늘로 그림을 그리며 채색을 하는 시인은 이제는 어리짐작만으로도 바늘구멍에 실을 꿴다. 돋보기를 써도 구멍이 보이지 않아 여러 번 실패하기도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어리짐작 구멍 근처에 실 끝을 다시 세워 비벼대면 그 실은 쏘옥 구멍을 찾아 들어
20세기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길을 잃기 시작하였다. 문명은 발전한 듯하였는데 그 문명이 길 잃은 문명이 된 것이다. 이런 처지를 살핀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가 한 말이 있다. “오늘의 인류는 목표는 있다. 그러나 그 목표에로 나아갈 길이 없다” 길은 희망이자 도전이다. 한 시대의 역사이며 문명이기도 하다. 개인에게도 민족과 국가에게도 아무리 고상한 목표가 있을지라도 그 목표에 도달할 길이 없다면 그 목표는 헛되이 사라지고 만다. 로마제국은 돌을 고르게 깔아 길을 건설하였다. 그 길이 이태리 반도에서 독일까지 이어졌으니 그들의 수고와 집념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길은 누구도 그 길을 벗어날 수 없는 시작과 끝이 정해진 길이었다. 중간에 막히게 되면 목표에 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러나 유목민들이 닦은 실크로드는 달랐다. 곳곳에 쉼터(역)가 있고 사람들이 그 쉼터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길이었다.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길이었다. 로마의 길이 보병의 길이라면 유목민의 길은 기병의 길이었다. 로마의 길이 중앙집권형이었다면 유
요새 가장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는 공약이 실종됐고, 총선이 한 달여 남았음에도 자신의 지역구 후보자도 모르는 상태가 연출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언론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은 현상을 쫒기도 하지만 당위론과 현상을 비교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당위론에 치우친 질문이라는 생각이다.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정책이 관심을 못 끈다는 점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선거는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우리의 경우 무상급식이나, 이번 주 총선을 치른 독일의 난민 정책처럼, 유권자 본인이 직접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면, 총선에서 중앙당 차원의 정책에 관심을 보이기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선의 경우 다르다. 대선의 경우, 대권 후보들이 워낙 잘 알려진 사람들이어서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뿐 아니라, 전국 선거이기에 중앙당에서 발표하는 정책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대선의 경우, 지지 정당 후보와는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경
112신고는 비상벨이다. 경찰의 비상벨은 범죄나 사고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아주 특별한 수단이다. 비상벨은 언제 사용해야 할까. 경찰의 도움이 절실할 때 사용해야 옳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귀가하는 가족이 조금 늦어지고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신고하고 휴대폰 위치추적을 요구한다. 달리는 차량이 과속을 한다거나 서행하니 눈에 거슬린다고 하지도 않은 음주운전으로 신고한다. 이런 신고는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신고다. 지난달이었다. 신고자의 딸이 동료들과 모임을 갖고 귀가 시간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출동하고 휴대폰 위치추적까지 들어갔다. 신고자의 딸은 노래연습장에 들러 노래를 불렀고 음악소리가 커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범죄로부터 피해는 없었다. 며칠 전에는 이런 신고가 있었다. 앞서 달리는 차량이 음주운전을 하니 출동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차량번호와 색상을 알려주고 진행 방향까지 알려준다. 관할 지구대와 가까운 경찰서에서 동시에 출동해 확인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여성이 늦은 밤까지 귀가하지 않는다면 범죄를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가는 차량의 운전습관을 탓
하루가 멀다 하고 난폭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및 형사사건들이 언론보도에 등장하고, 인터넷상에는 자기 차 앞으로 끼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주체못해 도로에 내려 싸우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예전에는 막상 가해자를 처벌하려고 해도 법규가 정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고 처벌 수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월 12일부터는 새롭게 바뀐 도로교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난폭운전자의 처벌수위는 상당히 높아질 예정이다. ‘난폭운전’이란 ▲신호 및 지시위반 ▲진로변경 금지위반 ▲중앙선 침범 ▲급제동 금지위반 ▲속도위반 ▲앞지르기 방법 및 방해금지 위반 등이다. 이같은 행위를 두가지 이상 연달아하거나 한가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구속이 될 때는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형사입건시 벌점 40점, 특별교통안전교육이 실시된다. 이번에 바뀐 난폭운전자 처벌 규정은 미국의 처벌 수준과 동일하게 상향 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운전자에게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정신과 치료를 의사와 일대일(1:1)로 받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한번 집고…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한심해한다. 여당은 계파 간 공천싸움에, 야당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지리멸렬이다. 애초에 개혁공천이라는 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발표되는 것만 봐도 기대 이하인 데다 싸움하느라 날이 지새는 줄 모른다. 심지어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살다 나온 사람도 부랴부랴 복당시켜 경선에 슬그머니 끼워넣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현역 의원에 대해 의구심만을 가지고 공천에서 아예 배제시키기도 했다. 뭐가 기준인지 자기들도 알 수 없는가보다. 골치아픈 지역은 누구 눈치를 보는지 아예 발표를 미룬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여야 대진표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느닷없는 살생부 명단 거론에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서야 겨우 경선지역으로 결정됐다. 살생부를 거론한 두 의원은 단수추천됐다. 김무성 대표의 공천배제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공천문제는 보류됐다. 위의 눈치보랴, 국민 여론의 동향을 보랴 정신이 없는 지경이다. 공천을 둘러싼 회오리에 겉잡을 수 없이 빠져 들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친노 패권주의 당이라며 대거 빠져나와 창당한 국민의 당 역시 창당…
몽골에서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울란바토르 대학에 설치된 세종학당의 경우 이곳에서만 한 해 1천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몽골 전체적으로는 4천명이 넘고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도 작년 10월 기준으로 4천355명이다. 이는 중국, 베트남, 일본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것이다. 몽골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몽골에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 몽골의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과 경제 발전 과정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또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 노래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음식, 역사, 언어를 배우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갖고 있는데다 더해서 언어적 유사성 때문에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몽골 국제울란바토르대학교에서는 매년 한글 문화행사인 ‘한글 큰 잔치’가 열리기도 한다. 한국어 말하기대회와 글짓기대회, 한국노래자랑, 예쁘게 쓰기 대회, 한국음식 체험 등이 열리는데 작년 11월엔 한인 동포와 학생, 현지인 등 1천여 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한국어 보급에는 경기
정년 퇴직한 후 도시에서 특별히 별일 없이 지내기보다는 공기 좋고 여유있는 농어촌으로 귀농하여 경제활동을 계속 하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2011년 이후 매년 1만 가구 이상이 귀농하고 있으며, 2014년은 1만 1천144가구가 귀농하였다. 귀농 가구주의 연령은 50대가 39.6%, 40대가 22.4%로 40~50대가 62%를 차지하였고, 60대가 21.4%, 30대 이하는 10.7%, 70대 이상은 5.9%로 순서이다. 정년을 채우지 않은 4050들이 조기 은퇴하여 귀농의 중심을 이루는 추세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농어촌에서 중소규모 경작·축산·조림 등을 통해 은퇴 없는 경제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귀농한 후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세금을 내야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세금을 내야하고 세금 혜택은 어떻게 되는 지 알아본다. 첫째,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 재배업은 과세되지 않으며, 채소·화훼작물·종자·과실 등 작물재배의 경우 수입금액 합계액 10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과세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벼농사 등과 소규모 채소 재배를 통한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
봄과 함께 경복궁의 야간관람이 3월 2일 시작되었다. 경복궁 야간관람의 경우 암표 단속까지 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매번 너무 빨리 마감되어 표를 구할 수 없다는 지인들의 하소연이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은 야간관람이 한창인 경복궁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경복궁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경복궁에 대한 자긍심이 없음을 느낀다. 자금성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특히나 심하다. 자금성의 크기에 비하면 경복궁은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경복궁이 자금성을 본 따 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기도 자금성보다는 작게 지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복궁은 자금성보다 12년 먼저 짓기 시작했다. 경복궁은 1395년에 지어졌다. 그러나 자금성은 1407년에 짓기 시작하여 14년이 걸려 완공되었다. 그렇다면 왜 먼저 짓기 시작한 경복궁인데 크기는 그렇게 차이가 날까? 이는 건물을 짓는 우리 조상들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복궁 창건에 앞장섰던 정도전은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하였다. 이는 『삼국유사』 「백제불기」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