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돌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과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가 맛있는 음식도 드시게 하고, 용돈도 드리고 온다. 물론 조금은 사는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리라. 그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꽃바구니를 보내거나 통장으로 용돈을 송금해 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평소에 부모님을 잘 모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동안 사는데 바빠 본의 아니게 저지른 불효라는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려는 마음도 없지 않다고 해야겠다. 요즘 같은 세태에 있어 효사상은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취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아려오고 더러는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언제나 괜찮다, 괜찮다 하시며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살아오신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데 대한 후회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금은 부모님이 근력이 있으시니까,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 하니까, 집이 너무 좁아 나중에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등등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잘 모시는 편이 좋을 거라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예전에 교과서에도 실려 너무나 잘 알려진 청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항상 엄마 말을 안 듣고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를 두고 눈을 감으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오늘날 우리가 화가하면 흔히 떠올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을 비롯해 8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그의 그림들 중에서 <씨 뿌리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그 그림을 보면 내 고향인 해남의 논밭과 그곳에서 평생을 보내신 내 아버님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씨 뿌리는 사람>은 고흐가 고갱과의 불화로 귀를 자르고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에 밀레의 영향을 받아 그린 그림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밀레의 그림을 모사한 그림이다. 그러나 <씨 뿌리는 사람>은 단순한 모사품이 아니다. 당시 반 고흐는 밀레의 그림을 모사하는 것을, 다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음악가와 같은 것으로 여겼다. 이 그림에는 씨 뿌리는 사람이 한 명 등장한다. 석양이 질 무렵에 씨를 뿌리는 사람은 반 고흐 자신이 아닐까 싶다. 씨 뿌리는 사람은 어둡게 보이지만 그리 슬퍼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화해하는 반 고흐의 내면이 엿보인다. 씨 뿌리는 사람에게는 어두
독일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중인 국가대표 구자철 선수가 최종전인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결승 헤딩골을 넣어 팀이 1:0으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1년 동안 고작 10경기에 출전해 2도움이 전부였던 구 선수가 아우크스부르크로 둥지를 옮긴지 불과 4개월여 10여 경기를 소화하며 ‘5골 1도움’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구 선수의 활약은 선수임대라는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던 구 선수는 벤치만 지키다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됐다. 볼프스부르크는 전력외 선수로 분류된 구 선수를 임대해 임대료를 챙겼고 아우크스부르크는 부족한 공격자원을 확보한 후 2부리그 강등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Win-Win’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구 선수나 팬들의 입장에서는 ‘Win-Win’을 넘어 ‘Win-Win-Win’으로 받아들여진다. 구 선수는 자신의 활약으로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소비자인 관중들은 좋은 경기를 관람하는 특권을 누렸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정책도 이같이 Win-Win(상생)에서 Win-Win-Win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 최근 자리를 함께한 경기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각종 정책을…
盛年不重來 젊은 날은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 하루는 두 번 새벽이 오지 않는 것(一日難再晨, 일일난재신)이니, 지금 즉시 부지런히 힘쓰라.(及時當勉勵, 급시당면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 세월불대인) 이 글은 중국의 도연명(陶淵明)이 면학(勉學)을 위해 쓴 글이다. 화살처럼 흘러가는 것이 인생인데, 그 가운데 젊은 시절은 짧고도 귀중하다. 그러기 때문에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뜻이다. 도연명뿐 아니라 주희(朱憙)나 이백(李白) 등도 짧은 인생을 자연에 비유해 쓰기도 했고,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권학문(勸學文)으로도 남기고 있다. 인생을 조로(朝露, 아침이슬)라 읊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날 자기의 백발을 보고 탄식한 이백은 그때부터 말술로 남은 인생을 보냈었고, 송나라 주희는 푸르던 오동잎이 매말라 떨어지는 것을 보고 벌써 가을이구나 하며 흐느꼈다. 두보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1천300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도 50세에 죽고, 돈을 산처럼 쌓아두고 오래 살려고 몸속을 흐르는 피를 젊은 피로 갈아넣었다는 국내 대기업 총수도 70세를 전후에 떠나기 싫어 몸부림치다가 이승과…
정부가 저축은행에 대해 고강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한주저축은행 등 네 곳의 영업이 6일 오전 6시부터 정지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3시30분 임시회의를 열어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해준 상호저축은행 6곳 중 4곳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를 포함한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부과했다. 영업이 정지된 4곳의 초과 예금액은 121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2천573억원, 하반기 1천468원에 비해 급감했다. 금융당국이 예금자 일제 진단을 해오면서 홍보를 강화한 덕에 상당수 고객이 예금액을 줄인 덕분이다. 정부는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4천500만원 한도의 가지급금 및 예금담보대출을 오는 10일부터 2개월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기관은 해당 저축은행 인근 농협·기업·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6개 은행 약 300개 영업점이다. 보호 대상이 아닌 5천만원 이상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투자자는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나 과거보다 액수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해 7곳에 영업정지를 내렸다. 그러면서 부실 징후 4개 저축은행에는…
지난 2004년 제정된 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읍·면·동에 청소년문화의집을 1개소 이상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행법은 일선 읍·면·동에 청소년문화의집을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보 보도(4일자 1면)에 의하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도내에는 현재 545개 읍·면·동이 있으나 청소년문화의집은 38개소(설치율이 6.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사를 쓴 기자의 표현대로 ‘있으나마나한 법’임이 확실하다. 그나마 38개소의 청소년문화의집은 수원·성남·안양·부천·용인·평택 등 20개 시·군에 한정돼 있다. 광주·의왕·과천·남양주·의정부·구리·연천·포천·가평 등 9개 시·군에는 청소년문화의집이 단 1곳도 없단다. 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들이 간단한 수련활동을 실시할 수 있는 시설과 설비를 갖춘 정보·문화·예술 중심 수련시설이다. 안양시의 경우 소속시설 5개소에서 다양한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만안·동안청소년문화의집은 토요일 강좌프로그램을 체육, 예술, 문화, 어학분야에 수련관 별로 80~90개 반을 월 4회로 확대 운영 중이다. 수원시는 4개소를…
지난 19세기에는 신(神)의 죽음을, 20세기에는 인간의 죽음을 선포한 현대 문명은 이제 그 종착점을 향해 가속적으로 달리고 있으며, 21세기 과학의 발달로 물질문명과 정신문명, 전체 인간 문명이 투영시키는 영상의 역기능 또한 만만찮게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 만물의 영장이란 숭고한 정의를 부여받은 인간의 삶은 그 정의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끔 만들었고 인간 특유의 사고 능력은 그 고유의 속성으로 인해 인간을 더 비참하게 질책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당연히 인간에게 주어져 영위해야 할 진실된 삶, 인간다운 삶보다는 알맹이 없는 맹목적, 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본질과 더불어 존재의 가치조차 가벼이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뒤틀린 현실 속에 참된 의미에서의 인간성 회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삶에 있어 내용이 결여된 형식만의 추구, 본질보다는 기교에 대한 선호 현상은 이미 팽배해졌다.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것에 대한 소중함을 추구하기보다 외적인 테크닉에 우리의 가치와 귀중한 시간을 더 투자함에 따라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성을 상실한 삭막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토막 살인을 비
지난 1일 오후 7시30분이 가까워진 성남일화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 주변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 리그 일본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몰려드는 관중들로 시끌벅적했다. 예전과 사뭇 다른 생동감의 분위기다. 이는 성남일화가 관중 없는 볼썽사나운 경기장 분위기를 일신해 보이겠다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 가능한 일이다. 한두해 전만해도 1만6천 관중석이 텅텅 비어 함성없는 경기장으로 축구계의 놀림거리가 됐으나 박규남 사장의 솔선수범 의지에 감독, 선수, 사무국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고객 위한 다양한 행사를 펴왔고 성남상의, 신구대 등 대 기관간 상호업무협력체결에 나서 관중없는 지린 경기장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모양새다. 관중이 타고온 즐비한 승용차와 줄이어 경기장으로 몰려가는 관중들의 뒷모습에서 성남일화 축구의 미래가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포터즈의 함성은 경기장 기운을 압도했고 관중들도 이에 뒤질세라 목청에 힘을 더해 응원에 나서 비록 경기는 비겨 아쉬웠으나 경기장 분위기는 힘으로 달궈졌다. 전반 11분쯤 프리킥 상황에서 한상운이 쏜 골이 터져 조별리그 1차전에서 2대2로 무승부의 아쉬움을 터나 싶었는데, 후반 27분쯤 나고
모차르트, 괴테, 나폴레옹, 마르크스, 스탈린, 프랭클린, 맥아더, 루스벨트, 레이건, 클린턴, 빌 게이츠, 처칠, 대처, 뉴튼, 갈릴레이, 여기에 카사노바까지 시대와 국가, 역사적 배경을 달리한 이들의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소위 전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조직으로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의 멤버들로 알려졌다. 사실 영화가 묘사하는 거대한 음모의 냄새는 이들이 아닌 동서양의 여러 밀교 조직에서 더욱 진하게 풍긴다. 인류사를 들여다보면 프리메이슨과 같은 비밀 결사체는 수없이 많은데 종교와 연관된 초자연적인 현상을 추종하는 세력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세 유럽은 한때 연금술에 대한 광풍이 종교성을 띠었고 탄트라같은 동양 밀교나 유명한 장미십자회 등이 같은 범주에 속한다. 요즘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오컬트(Occult) 혹은 오컬티즘(Occultism)은 이런 심령주의와는 구별된다. 심령주의적 조직은 비이성적으로 초자연적 현상에 접근해 무당이나 영매 등을 통한 천사등의 초월적 존재와의 소통을 주장한다. 반면 오컬티즘은 매우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프리즘을 통해 초자연적 영역에 다가가려는 형이상학의 과학이라고 규정된다. 초자연과 과학적…
오늘날 문화의 흐름은 ‘현재’라는 개념을 재정립하면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듯 하다. 모든 문화 컨텐츠들과 책들이 ‘지금’을 외치고 소개하는 것이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추진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럼 우리는 시간의 개념을 달리 보고 달리 듣고 달리 느껴야 한다는 것일까? 그렇다. 미래는 무언가 모르는 시간적 차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재가 밀고 가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개념이 현재의 연속으로 봤을 때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이 사용되는 비율은 약 30%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미래를 향해 밀고 나아가는 ‘현재’의 나머지 70%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것은 통섭적 사고를 바탕에 둔 상상력과 창조적인 사고로 채워야 한다. 즉, 다가올 시대는 기존의 전통적 가치와 축적된 경험과 지식과 함께 상상력에 바탕을 둔 창의적,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지금 이시대의 패러다임은 ‘통섭 교육’, ‘융·복합적 사고’가 문화적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앞서 시간 개념의 확장이라는 패러다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