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73) 씨의 객관적 경력은 경찰관과 목사이다. 경찰관과 목사라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경력에 올릴 정도로 이 씨의 인생은 굴곡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군(軍) 헌병대를 거쳐 경찰에 입문했으며 퇴직후 목사안수를 받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씨에 대한 국민의 기억은 그가 ‘고문 기술자’라는 것이다. ‘고문’과 ‘기술자’의 합성으로 파생한 신조어인 ‘고문 기술자’는 생경할 수밖에 없지만 1970~1980년대를 지내온 이들에게는 낯선 명칭이 아니다. 민주화와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던 활동가들에게 ‘이근안’이라는 이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국민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이 씨의 이미지는 지난 연말 타계한 민주화의 대부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을 소위 칠성판에 묶어 전기고문 등 갖은 악행을 자행한 것이 알려져서다. 김 고문은 이 씨에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정치생활중 말이 어눌해 연설에 애를 먹었고 급기야 파킨스병을 앓다가 사망에 이르렀다. 또 이 씨로부터 수많은 인사들이 고문을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심지어 이 씨에게 고문을 당하던 여성은 모진 고문 중에 때아닌 생리가 터지자 이 씨가 속옷과 생리대를 사다 준 기억을 되살리며 인간성이 망실된 잔
외국에 나가면 제일 부러운 것이 별로 크지 않은 도시에도 번듯한 미술관이 있고, 유명한 작품들을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국 맞아?”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10대 무역국이라는 나라가 미술관 운영의 열악함은 물론 미술관 건립비용도 마련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로 보면 우리와 비슷한 거 같은데, 그들은 대체 무슨 묘수(妙手)를 부려 그렇게 훌륭한 미술관들을 건립·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를 사랑하는 그들의 조상덕으로 돌리려다가도 은근히 부아가 난다. 10여년 전 문화입국을 외치며 1천개의 미술관·박물관 시대를 외치던 때, 나름의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외국의 미술관들을 견학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자부심은 사라지고 이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서울·광주·부산·대전·전북·경기·대구에 이어 인천·강원도도 대형 공공미술관 건립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계획과는 달리 지역 미술관들의 건립이 부진했던 이유는 물론 재정문제 때문이었다. 사실 지자체들이 막대한 건립비용과 운영비용이 드는 공공 미술관을 건립·운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그 답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사회는 여전히 저 멀리 있는 이상향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 가량은 가난의 원인으로 사회구조를 꼽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또 우리사회의 공정성 및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는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공정사회를 위한 친서민정책 개선방안’ 보고서에 인용된 ‘공정성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가난 발생에 대해 응답자의 58.2%가 사회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노력부족 또는 태만, 재능부족, 불운 등 개인에게 원인이 있다는 응답비율은 41.8%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우리사회의 공정성이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도 ‘그저 그렇다’는 응답비율이 37.3%로 가장 많았고, ‘약간 개선됐다’는 응답은 35.0%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28.8%), ‘법치주의 정립’(28.4%), ‘기회균등’(19.9%), ‘시민의
예전엔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지붕에 사용하는 슬레이트 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골이 파여져 있어 기름이 빠져나가고 고기가 잘 익는다는 말에 야외로 놀이를 떠나는 사람들은 불판 대신 슬레이트를 챙겨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지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슬레이트는 석면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인체에 극히 유해한 석면 덩어리를 지붕에 덮고 사는 것도 위험한 일인데 거기에 고기까지 구워 먹다니... 물론 모르고 한 일이었지만 그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석면의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석면은 불에 대한 내화성으로 인해 여러 부문에서 이용돼 왔다. 브레이크 라이닝, 건축재료, 전기기기, 방화복에도 사용되며, 극장용 커튼과 공공건물의 방화천장 같은 곳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석면이 인간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석면 공포로까지 확산됐다. 석면은 석면침착증(石綿沈着症), 폐질환 및 급속히 진행되는 치명적인 폐암인 중피종(中皮腫)을 발병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환경부는 석면으로 인한 건강피해자 및 유족을 보호하기 위해 2010년 3월 22일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 2011년 1월 1일부터…
국가와 회사를 막론하고 어느 조직이나 간신(奸臣)이 주도하면 망한다. 이는 만고의 진리로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역사상 손꼽히는 간신인 조고(趙高)는 어린 황제를 유린하며 진나라를 농단했다. 오죽하면 신하들이 황제가 있는 자리임에도 조고가 사슴을 보고 말(馬)이라고 우기자 모두가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을까. 이같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성어를 만들어 낸 조고가 중국을 대표한 간신이라면 우리 역사에는 대한제국을 일본에 판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 대표적 간신으로 기록됐다. 간신의 특징은 국가나 사회, 국민들보다 자신의 안위와 개인의 영달을 우선시한다는 것으로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회사는 어찌되던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이다. 덧붙여 환관인 조고가 그랬듯 조직을 이끌 혜안도, 능력도, 숙련된 기능도 없지만 최고의 권력을 휘둘러 조직의 필요한 인재들을 도태시킨다. 그러면서도 최고 권력자에게는 해서는 안 될 아부와 교언영색으로 측근을 자처하며 주위를 맴돈다. 건국초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리현상을 옆에서 듣던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며 두 손을 비볐다는 이야기는 신화처럼 전해진다. 이러한 간신들을 연구한 동양 최초의 간신 연구서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입찰과 계약과정에 이의제기가 증가하면서 입찰무효와 관련된 분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경쟁 업체가 다른 업체의 입찰 내용을 샅샅이 조사해 사소한 서류의 누락을 이유로 무효임을 주장하거나 법원에 제소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행정력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업체 내부 정보까지 파악해 이의를 제기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계약은 연기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사업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간접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수입산 물품을 공급하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외 제조자 증명서나 공급 확약서, 원산지 증명, 수입 신고필증과 같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일부라도 누락하면 입찰 무효 사유가 된다. 입찰 무효에 대해서는 규정을 매우 엄격히 적용, 재량의 여지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다양한 정황이나 개개업체의 소명을 반영할 여지는 없다. 기계적 공평성이 입찰 질서나 객관적 공정성 확보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실수도 입찰 무효로 직결된다. 무효 판정을 받은 업체들에게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현재의 제도 내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법령에 의해 입찰
제 23대 박정오 성남시 부시장이 최근 취임했다. 이번 취임은 전임 부시장의 명퇴에 이은 일상적인 것과 다르다는 게 시청안팎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는 희망을 거는 기운이 커 부시장의 행보는 시민들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는 그가 행시 출신의 평생 공직자란 점도 있지만, 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꽉막힌 무소통으로 일관해 오는 데서 오는 답답함을 해결해 주는 산파역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이 기대는 시청 여느 부서에서 또 지역정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동시에 들려 박 부시장의 역할이 자못 커보인다. 그래서 확인컨데 박 부시장은 사실상의 민선 5기를 대변하는 부단체장으로서 단체장의 원활한 시정운영을 위해 의정의 당사자인 시의회간 협력 다짐에 나서는 일이 그 첫번째 일로 시민사회에서는 벌써 이에 적합한 인물이 부임했다는 소리까지 하고 나섰다. 이는 그가 지방과 중앙, 도내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점도 있지만 그만큼 대의회간 성남시정이 꽉막힘의 소모전으로 일관해 왔기에 그렇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는 예산파동(?)과 그에 따르는 시 집행부-의회간 불협화음, 또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행태 등으로 양자가 화합의 길을 걷기보단 짙은 파행의 길로 치달을 낌새까지 엿
어떤 아이는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렸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런데 개구쟁이 또 다른 아이는 일곱 개 밖에 틀리지 않았다며 좋아한다. 언젠가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내용이다. 나는 이 광고를 볼 때마다 요즘 세태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것 같아 씁쓸하다. 상식적으로 시험문제를 많이 틀린 아이가 속상해 하고 울상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아이는 자신의 일이 아닌 듯 싱글벙글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개 틀리고도 울상인 아이는 그 동안 시험에서 틀린 적이 없었다. 일곱 개 틀리고도 싱글벙글 아이는 7개 정도는 수시로 틀려온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에 일곱 개 틀린 것도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우리주변에는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빈둥빈둥 놀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빈둥빈둥 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늘 그렇게 놀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쫓겨나기 직전인데도 회사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다. 자신의 능력부족이 얼마나 심각하지 모르고 있다. 평소 그런 위기감 한 번 갖지 않고 살아 왔기 때문이다. 사기나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제가 뭐 잘못됐습니까?”라며 오히려 경찰관에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박 국회의장은 18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오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면서도 ‘모르는 얘기’라고 거듭 밝혔다. 검찰 수사에 따른 사법적 책임은 추후에 지겠지만 당장 여야 모두 요구하는 ‘의장직 사퇴’라는 정치적 책임은 거부한 것이다. 박 의장의 해명에도 여야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의 검찰 수사 적극 협조를 촉구했다. 이는 사실상 박 의장의 검찰수사 협조 등 자진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통합당도 이미 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로, 앞으로 이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간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장이 해명한 대로 돈봉투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수 있다. 또 당시 5차례의 선거를 몇…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최근 7대 특별·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2011년 도시민 농촌관광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흥미롭다. 발표된 자료를 보면 앞으로 농촌관광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판단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도시민의 농촌관광 경험률은 13.8%였다고 한다. 즉 도시민 100명 중 14명 정도가 농촌관광을 해봤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 2004년(7.7%)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조사대상의 70.4%가 ‘앞으로 농촌관광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농촌관광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농촌관광 방문객들의 지역 농특산물 구입률도 2003년 20.3%에서 2011년 45.2%로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데 지난 1년 동안 농촌관광객들의 거의 절반이 지역 농특산물을 구입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고령화, 황폐화돼 가고 있는 농촌이 일부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활성화되고 있본지 1월18일자 13면에 사설 ‘1339와 119 통합 재검토 환영한다’가 게재됐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1339와 119 통합 결정이 회의를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