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생각 /권현형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 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 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 삼월의 창문을 열어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 소리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 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비 돌리며 바람이 좋아 바람이 너무 좋아 고백하는 내게 어머니는 봄바람엔 뭐든 잘 마르지 하신다 초봄 바람이 너무 좋아 어머니는 무엇이든 말릴 생각을 하시고 나는 무엇이든 젖은 생각을 한다 - 권현형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에서 살아가면서 가끔은 새로운 바람이 한번쯤은 불어오기를 누구나 바란적 있을것이다. 진부하고 식상한 삶속에서 높새바람처럼 후끈거리는 바람, 아니면 하늬바람처럼 청량해지는 바람, 아니면 삭풍처럼 가슴 시린 바람, 삶의 정황에 따라 그런 바람을 기다릴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는 바람이 좋아 좋아, 하며 자꾸 목이 길어지는 딸과 바람이 좋아서 무엇이든 잘 마르겠다는 어머니와의 풍경이 이채롭다. /정겸 시인
수원과 인천이 2017년 FIFA U-20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우선 두 도시 시민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그동안 이 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우리는 왜 국내 도시들이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큰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지 잘 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의 감동과 개최 효과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보다야 못하겠지만 이 대회는 FIFA에서 주관하는 두 번째 큰 대회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닦아 온 기량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무대로서 각국 유명 프로축구단은 이 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FIFA U-20 월드컵대회는 2017년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 대회는 수원·인천·대전·천안·전주·제주 등 등 6개 도시에 분산돼 열리는데 모두 24개 팀이 참가해 52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번에 개최도시로 확정된 수원은 그동안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2007년 FIFA U-17 대회에다 이번에 FIFA U-20 월드컵 등 FIFA가 주관하는 4대 메이저 대회를 전부 유치하는 전 세계 2번째 도시(첫번째 도시는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이자, 아시아 최초의
독서의 계절 가을에 많은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통계상으로는 매년 독서인구가 줄어가고 있다. 격변하는 사회변화로 인한 시간부족이 이유이기도하다. 물론 전자 단말기와 스마트폰 독서앱 등이 서적을 대치하는 이유도 있다. 업계는 최근에 서적 시장이 냉랭한 원인을 스마트폰 보급 영향 탓으로 분석한다.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은 도서구입에 의한 독서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롯데마트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유·아동서적, 일반서적 등 서적 카테고리의 매출은 매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올 9월에도 서적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가량 감소했다.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왔음에도 서적 구매가 늘어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가 시간과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서핑, 게임, 동영상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책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독서방법이 전환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 입시와 취업 대란으로 인해 10~20대 청장년 세대들이 자격증과 외국어 등 스팩을 위한 일회성 서적 위주로 구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9월16일에 개봉한 영화 ‘사도’는 개봉 첫 주 만에 18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소위 ‘대박영화’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8일 만에 세상을 달리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도세자와 영조를 중심으로 한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오늘은 영화 ‘사도’ 속 이야기가 펼쳐졌던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보자. 영화 ‘사도’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참으로 잔인한 출발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장면이 영화 속에서는 궁궐 법전 앞마당인 조정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곳은 창경궁 문정전 앞마당이다. 문정전은 창경궁의 편전(便殿)으로 왕의 집무실이다. 편전은 왕이 신하들과 일상적인 정치현안을 처리하는 곳으로 어전회의가 주로 열리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힐 당시 문정전은 ‘휘령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휘령전은 영조의 첫 번째 왕비였던 정성왕후의 혼전(魂殿)으로, 왕비가 승하하신 후 국상을 치른 뒤에 종묘에
10년 전 등장한 전화를 이용한 사기 수법인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경찰의 단속이 심해짐에 따라 보이스피싱의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어눌한 연변 사투리에 ‘누가 속겠나 나는 안속겠지’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능숙한 표준말, 역할 분담, 그리고 계좌번호, 비밀번호는 절대 말하지 말라는 등의 얘기로 교묘히 시민들을 속이고 있다. 또한 가짜 은행이나 검찰 사이트를 만들거나 문자메세지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돈을 인출해가는 파밍이나 스미싱으로 진화하게 됐다. 지난 경찰청이 3월에서 6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 3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중 20대가 32.9%, 30대가 32.9%로 전체 피해자의 절반을 넘어 작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보이스 피싱 피해가 증가하면서 대비책의 하나로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 피싱 수법의 실제 목소리를 ‘보이스 피싱 지킴이’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공개했다.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젊은…
우리나라에는 총 1천953개의 지구대·파출소가 있고, 그 곳에 경찰관 10만9천364명 중 약 45%정도의 인원이 배치되어 국민과 가장 밀접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2014년 기준)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매일 24시간 뜬눈으로 범죄예방 순찰, 범인검거를 비롯하여 모든 112신고 출동·처리를 한다.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선 현장경찰관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것은 강력범을 검거하는 것도 아닌 바로 ‘주취자’를 상대하는 것이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있는 사람, ‘술에 취해’ 시비 붙어서 싸우는 사람, ‘술에 취해’ 파출소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사람…. ‘술’에 대한 너무나도 관대한 우리나라 문화 때문일까? 우리 경찰관들은 주취자들의 소란·난동행위로 인해 폭행, 모욕을 당하고 야간근무의 대부분은 이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여기에서 피해자는 경찰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경찰
안심하고 절망하기 /이외현 해꽃이 우주를 돈다. 달꽃이 지구를 돈다. 별꽃이 땅을 돈다. 칩이 구른다. 룰렛이 구른다. 꽃잎이 구른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끝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 퀴퀴한 지하실, 천 길 땅속, 차라리 열려라 지옥문, 몽환이 새끼집을 짓는 사이 쿵, 소리가 난다. 꽃잎이 으깨진다. 뿌연 초승달이 끌끌 혀를 차며 언뜻 가렸다가 보였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전율이 인다. 찢어진 꽃잎 사이로 보이는 흐린 하늘,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틈을 타 달이 손 내밀어 일으키네. 별이 흙을 툭툭 털어주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하네. 이제야 꽃은 안심하고 절망한다. -이외현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에서 당연히 인간은 비극적 존재이다.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가 끝내는 죽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끝내 죽게 되지는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마치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분명하게 진행되는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생명이라는 것도 이런 자연과 우주의 이치처럼 순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어떤 비극
광주시가 ‘문화·역사의 도시’라고 자랑하는 가장 큰 매개체는 세계인이 인정한 세계유산 남한산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남한산성이 위치한 행정구역인 중부면은 조선시대 당시 지역 내 둔전이 있어 둔전병들이 군악으로 풍물을 쳤으며 둔전제도가 폐지되면서 농악으로 정착했다. 이는 농번기, 중추절,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의 풍년과 안녕, 마을 공동체의 단합을 목적으로 하는 농악으로 변형되어 현재까지 계승·발전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농악은 중부면 광지원리에 속해 있는 옛 고을인 ‘안말(안쪽 끝 동네)’, ‘바깥말(길 건너 바깥에 위치한 마을)’, ‘섬말(광지원교를 건너 섬처럼 떨어져 있는 마을)’ 세 마을에서 주로 정월 대보름날 달집태우기의 일종인 ‘해동화놀이’와 연관되어 지금까지 전승되어 왔다. 광지원리 농악은 정월 초이튿날부터 대보름 전날까지 집집을 돌며 지신밟기(음력 정초에 지신을 밟아 달램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녕과 풍작을 축원하는 민속놀이)를 하고 대보름날에는 주민 각자
경기도 북부지역의 국가산업단지인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는 1999년에 설립되어 출판·인쇄·유통 분야에서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중심역할을 하기 위해 국제적 문화정보 교류 및 공연·전시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러한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출판의 경제적 활동거점 및 첨단정보 산업·문화중심 기지의 역할에 더하여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를 ‘지역산업 특화형 도제특구’로 지정함으로써 청년취업 활성화 및 출판·인쇄 분야의 핵심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특히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일대는 출판문화정보산업 관련 기업이 밀집되어 있어 최근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현장교육 활성화를 위한 NCS 및 일학습병행제를 적용·확산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가 운영하고 있는 ‘도제특구지원센터’는 참여기업 발굴부터, 출판·인쇄 산업과 지역의 특성에 맞는 표준운영모델 개발, 수료자 평가까지, 전체 훈련단계에 걸쳐 체계적으로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일학습병행제 사업은 사업특성상 청년취업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