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 ‘소아(小雅)’편에 ‘밭두렁에 오이가 있는데 절여서 조상님께 바치세’라는 구절이 있다. 바로 오이지다. 물론 시경에 나오는 오이는 지금 우리가 먹는 오이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의 오이는 시경이 편찬된 훨씬 후인 기원전 2세기 무렵에 동아시아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한나라 때 외교관인 장건(張騫)이 서역에서 오이를 가져와 퍼뜨린 걸로 나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경에 나오는 오이는 동아시아에서 토종으로 자라는 참외 종류였을 것이다. 광주(光州) 신창동에서 발굴된 기원전 1세기경 유적에서 오이씨가 발견된 것은, 오이가 전래된 시기를 삼국시대 이전으로 앞당기거나 오이가 대륙을 통하지 않고 해로(海路)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가 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보면 ‘염지’라 하여 ‘무를 소금에 절인 음식을 겨울 내내 반찬으로 삼았다’는 글이 나온다. 여기서 ‘지’는 ‘물에 담근다’는 뜻이다. 김치란 이름은 이 ‘지’가 고려말기에 ‘저(菹)’로 변하여 쓰이다가, 조선 초기에 ‘딤채’가 되고, 구개음화(口蓋音化)로 인해 ‘김채’에서 지금의 ‘김치’가 됐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
한 언론보도는 우리를 어색하게 만든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에게 ‘엎드려 뻗치기’ 체벌을 한 남양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33)씨에게 경고처분을 내렸다는 보도다. 복잡한 학생인권조례를 접목시키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보도내용을 보면 A교사는 지난 3월 말 1학년 2반 수업중에 B(16)군이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을 봤다. A교사는 이 휴대전화가 같은 반 C군이 다른 반 친구에게서 빼앗은 것을 알아내고 B군과 C군을 수업후 학생인권부 휴게실로 데려가 수업중에 영상통화를 한 것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것을 훈계했다. 이 자리에서 A교사는 두 학생의 태도가 불량하자 학생에게 엎드려 뻗치기를 4~5초간 시키고 학생의 볼을 살짝 잡고 흔들며 잘못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의 부모가 “교사가 체벌을 했다”며 도교육청에 민원을 냈고, 도교육청이 감사를 벌여 A교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 “학생인권조례에 체벌은 금지되어 있다”며 A교사에게 불문경고처분을 이달 초 내렸다는 것이다. A교사의 행위가 지난 3월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서 금지하고 있는 학생체벌을 했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이 주장하는 처벌 이유다. 이 대목에서 궁금
반 만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은 수많은 시련과 고통, 그리고 절대왕정, 절대군주의 통치 아래 있으면서 수많은 변화를 경험해 왔다. 단 한 번도 이웃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외세의 침략을 이겨내면서 살아온 우리는 고도의 국가 성장과 문화의 혜택을 누리면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격변하는 세계의 소용돌이 속에 일제 식민지 생활을 접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우리나라는 줄곧 민주주의의 이념을 지향하며 현실적으로 구현하면서 여러 양상으로 제도의 변천을 경험하게 됐다. 특히 통치자의 철학에 따라 제도 자체가 변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피할 수 없었지만 주민의 소득수준이 향상하면서 주민의 국정 참여욕구는 나날이 확대되었다는 기본적 흐름에는 변함이 없고 그에 따라 중앙 정부에서는 지방정부에 상당한 권한을 이양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방권력에 대한 통제 장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라 지방 행정권한이 무분별하게 예산을 집행하여 결과적으로 재정을 낭비하는 사례가 드러나는 등 지역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의사를 결정하여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정도라는 것이다. 5.16 군사 정부에 의해 중지된 지방자치가 다시 부활한지도 꼭 20년이 지났다. 1991년 4월 15일
참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정신 차리기도 힘이 듭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챙겨 담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주머니에 정신없이 주워 담기에 바쁩니다. 담아 챙겨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잠시라도 쉬면서 곱씹다 보면 자칫 뒤처질까 염려스럽고, 그래서 원하든 원치않든 쳇바퀴를 멈추지 못합니다. 힐끗 주위를 살펴보더라도 모두가 열심히 바퀴를 구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일상도 언젠가는 일시에 정지되는 시점이 옵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우리는 인생의 끝을 맞이해야 합니다. 죽음은 탄생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분명하게 찾아옵니다. 그때는 누구나 아무것도 가짐없이 길을 떠나야 합니다. 처음처럼 그 끝도 가짐없이 맞이하는 것이지요. 국회의원 한 분이 홈페이지에 지역 주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지역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분이 계시는데, 자신에게 알려주더라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옷은 모두 주머니가 있는데, 주머니가 없는 옷은 딱 하나, 수의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들이 모두 주렁주렁 주머니가 가득한데 세상 떠나갈 때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가지고 갈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수원에 이종학(李種學)이란 분이 있었다. 서지학자로서 사재를 들여 각종 고문서와 서책을 수집,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줬던 분이다. 생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료(史料)를 수집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일제시기 항일운동, 수원화성, 이순신 장군, 독도 등에 관련된 사료들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독립기념관, 동학혁명기념관, 현충사에 기증 됐고 방대한 사료집을 발간하여 국내·외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선생의 사후, 유족에 의해 모두 수원시에 기증됐고 수원시는 ‘사운’이라는 그의 호를 사용한 사운사료관(수원박물관 내)을 마련해 전시하고 있다. 특히 사운 선생이 평생 수집한 독도 관련 사료 기증은 울릉군 독도박물관 건립에 결정적인 바탕이 됐고 선생은 명예관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운 선생이 지난 2002년 11월 23일 75세의 나이로 별세한 뒤 독도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3.1절이나 8.15광복절에 즈음해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독도관련 발언 또는 교과서 문제가 터질 때나 분노할 뿐이었다. 이런 때에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만든 독도홍보관이 최근 문을 열었다는 보도는 눈길
평생 빈민운동을 해 ‘빈민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여야가 반값 등록금 경쟁을 벌이는 요즘의 정치 상황을 격하게 비판한 것이다. 강 의원은 대학 때부터 판자촌에서 빈민운동을 했고, 18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들어왔다. 이런 그가 복지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안으로 떠오른 반값 등록금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달아오르자 마침내 작심하고 입을 연 것이다. 강 의원은 “4년제와 2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모두 281만명이고, 이 중 23%인 약 64만명이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고 있다”며 “반면 돈이 없어 급식예산을 지원받는 청소년의 수는 137만명이다. 표 없는 137만명은 눈에 보이지 않고, 표 있는 대학생들만 보이느냐”고 했다. 그는 “내가 지난 3년간 빈곤문제 해결을 말했지만 누구도 특단의 대책을 펴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두들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섰다. 한나라당 쇄신파도 틀렸고, 당 지도부도 모두 틀렸고,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강 의원의 통렬한 비판은 가슴을 후련하게 할 정도다. 그가
남미의 잉카가 원산지인 토마토가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 문제는 실제로 미국에서 법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887년 미국의 관세법은 채소에는 관세를 부과했지만 과일에는 부과하지 않았다. 때문에 토마토의 분류는 법적인 중요성을 갖게 됐다. 이 논란은 1893년 미국의 대법원이 채소로 판결하면서 일단락 됐는데 이 판결은 관세법상의 해석일 뿐 식물학적인 분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토마토는 타임지가 ‘몸에 좋은 10가지 식품’으로 꼽았을 만큼 인체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뛰어나다. 유럽에서는 토마토를 최음제(催淫劑)로 취급해서 성욕을 자극한다는 의미로 ‘러브 애플(love apple)’ 즉 ‘사랑의 사과’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청교도 혁명 후 크롬웰 공화 정부는 토마토가 도덕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토마토에 독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는 모두 단죄했는데 정력에 좋은 토마토를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토마토 재배를 하지 못하도록 재배 금지령까지 내렸다. 영국에서는 아직도 토마토를 ‘러브 애플’이라고 부르며, 미국에서는 ‘울프 애플’로 부르기도 한다. 토마토를 먹으면 늑대와 같은 정력을 갖는다는…
오래 전 개봉됐던 영화 중에 ‘굿바이 미스터 칩스’라는 영화가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회의 제반 부조리 밑에서도 분명한 신념을 지니고 의연히 어려운 상황에 맞서서 교육자로서의 강인한 자세와 아울러 사랑의 만남과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 영화로 교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불신과 불확실의 세대에 생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생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해와 순수한 사랑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과 더불어 나 아닌 다른 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공감하고 공존한다. 또한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성취해 나가는데 큰 목적을 둔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교양정신을 높이며 생명적인 것을 추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정치권을 비롯해 반값 등록금 문제로 대학들이 본의 아니게 소용돌이에 휩쓸려 시끄럽다. 시끄럽다고 표현한 것은 문제의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의미 없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 다만 문제의 본질보다 외면적인 사안을 가지고 가열된 분위기로 인해 그 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염려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언론을 비롯해 사회의 여
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란 말이 있다.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는 말로, 큰 도리를 익힌 사람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어릴 적부터 노나라 동쪽에 있는 동산을 자주 등정했다는데, 산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그 큰 읍성도 보잘 것 없는 한줌의 땅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고, 또 장성해서는 중국 오대악산(岳山) 중 하나인 태산에 자주 오르면서 천하가 작은 세계라는 것을 간파했다고 한다. 산 아래에서 아웅다웅하며 살다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생각이 협소해 질 수 밖에 없기에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고집하며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큰 바다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강이나 시냇물을 가지고 크냐 작으냐를 시비한다. 경험이 미천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최고라고 여겨 남을 가소롭게 평가하고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우열을 가리려 한다. 공자가 말한 군자의 도를 보라. 해와 달은 그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춰 준다. 흐르는 물도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워 놓지
수원시가 발행하는 인터넷신문 e수원뉴스에는 시민기자 서정일 씨의 주목할 만한 글이 실려 있다. 수원의 서울방향 입구인 지지대 고개에 수원 제1관문을 세우자는 것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1996년 수원화성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지지대 고개에 가칭 ‘효행문’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수립된바 있었다. 예산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해서 사업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지대 고개는 수원사람들에게 있어 효의 성지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효행문을 만들자고 했던 것이다. 지지대고개는 조선시대 정조의 효심이 담긴 곳이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영면하고 있는 화산땅과 자신의 노년을 보내기 위해 축성한 수원화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아버지가 묻힌 곳을 볼 수없기 때문에 자꾸 지체했다 해서 지지대라고 불린다. 이곳에는 지지대 비가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휴게소와 어린이 미술체험관(공사중, 구 효행기념관), 프랑스군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정조대왕 동상 등 시설이 있고 노송지대가 펼쳐지고 있어 여건만 구비되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만한 곳이다. 그런데 지지대 비 앞으로는 1번국도가 지나가고 있어 관광객이나 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