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조금은 쌀쌀하던 3월 어느 날, 산중에서 몸을 챙기던 선배의 모습은 여전히 강인하고 당찬 모습이었다. 4년 전 중앙 일간지 기자생활을 정리하고 ‘섬기는 정치’를 실천하겠다며 현실정치에 입문했던 선배에게 남겨진 것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의 패배와 함께 설상가상으로 찾아든 치유할 수 없는 병마와의 힘든 싸움이었다. 투병 중에도 한 보따리 책을 풀어놓고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던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이겨내서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며 두 손 굳게 맞잡아 위로하며, 속으로는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헤어졌는데 급기야 며칠 전 하느님 품에 잠든 선배의 빈소를 찾고 보니 어찌나 속이 허하고 시리는지…. “깨끗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자세로 봉사하는 정치를 통해 살맛나는 세상을 꿈꿉니다. 나라와 민족 구성원 모두의 풍요로운 삶을 꿈꿉니다. 부자와 강자만이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까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듬어서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고 공교육을 강화해서 사교육비 걱정을 덜어드려야 합니다. 내 집 마련과 노후걱정도 덜어드려야 합니다.…
소설가 이순원 씨의 <어머니는 왜 숲 속의 이슬을 떨었을까>에서 “어른이 된 뒤에야 그때 어머니께서 떨어주시던 이슬떨이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아마 그렇게 떨어내주신 이슬만 모아도 내가 온 길 뒤에 작은 강 하나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라는 회상한다. 어머니는 기꺼이 저자의 아들과 함께 인생의 동행이 돼 아들이 봉착한 수많은 고비마다 이슬받이가 돼 주셨다. 이 글에서 동행은 어머니의 무한한 자식 사랑이다. 얼마 전 아주 오랜 만에 해후(邂逅)한 친구가 있었다. 아마도 강산이 한 번 변한 것 같다. 3시간 가량 걸리는 산행을 함께 동행했다. 온 산이 연녹색으로 푸른 피를 분출하는 가운데 울긋불긋한 산 벚꽃은 군데군데 점령해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산은 바야흐로 색의 향연(饗宴)을 펼쳤다. 그 기운에 흠뻑 취해 한 치도 못되는 마음은 무량의 도량을 이뤄 장강이 됐다가 태산이 되기도 하고 사해를 둥둥 떠다니다가 수미산 정상에 구름이 돼 걸터앉은 듯 막힘과 거침이 없었다. 그 어떤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바람의 방향에 민감할 필요도 없는 그저 그냥 고요한 평정의 바다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이 친구도 자연의 합창인 무언(無言)의 교향곡을
고양시가 명품 자족도시로 조성하려던 장항·대화·송산·송포지구(JDS지구)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개발사업은 2008년부터 고양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지난해 최성 시장이 당선된 뒤 전면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타당성 검토가 진행돼 왔다. 여기에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참여가 어렵게 된 데 이어 개발에 부정적이어서 사업 백지화 쪽으로 가닥이 잡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고양시는 이르면 6월 안에 JDS지구 명품 자족도시 개발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백지화할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JDS지구 개발 예정지인 장항·대화·송산·송포동 일대 28.166 ㎢(약 853만 평)에 3년 기한으로 고시한 개발행위제한이 오는 10월6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지난달 경기도와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에 각각 공문을 보내 개발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JDS지구는 일산신도시의 1.8배에 달해 정부나 정부기관, 경기도가 나서지 않는 한 고양시의 독자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양시는 통합과정에 막대한 부채 문제로 사업 참여가 어려워진 LH를 대신해 수자원공사가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난히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5천년 넘게 같은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아는 이들은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왜냐하면 우리민족은 고조선 시대로부터 끊임없는 외부와의 전쟁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전쟁은 민족을 섞는 역할도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주변 민족과의 전쟁을 수없이 겪은 데다 활발한 국제교역까지 실시했던 우리민족은 순혈 100%의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외국인을 시조로 삼는 성씨도 많다. 그런데다 최근 외국인근로자 대거유입과 국제결혼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런 시점에서 본보가 가정의 달을 맞아 연재한 기획진단 ‘도내 다문화교육, 이대로 좋은가?’시리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시리즈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은 지난 2008년(4월 기준) 4천307명, 2009년 5천729명, 2010년 7천176명, 올해 8천586명으로 매년 1천여명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다문화학생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교현장에서는 편견과 차별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더욱
‘우리나가 2050년이면 전 세계 국가 중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2011년도 ‘고령화 진전에 따른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전망한 결과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가 154년, 미국이 94년 등 비교적 장기간이 소요됐으나, 우리나라는 불과 26년만에 초고속으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노령화 문제에 대해 아직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간과하고 있는 부문이 산업부문이다. 지난 20세기 후반 역경의 시대를 모두 헤쳐내고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중소기업 창업 1세들의 노령화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20대에 소기업으로 창업해 결국 성공을 이뤄낸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20~30대 청년창업이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재 세계 10위권의 우리나라 경제를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 창업 1세들마저 노령화로 무너져버린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밝은 미래는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산업부문의 노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창업 2세의 육성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창업 1세대
열대성 나무 장사가 돈이 될거라는 얘기가 나돈지는 꽤 됐다. 열대,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에 대비해 열대기후에 맞는 식물들을 미리 선정해 재배해 두면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반도의 열대화는 어느 정도 진행 중일까. 국토해양부는 지난 11일 남해 동부해역에 서식 중인 해양생물이 모두 1천846종으로 확인돼 서해·남해의 5개 해역 가운데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세계에서 처음 보고되는 신종생물 1종과 신종후보군 2종 및 국내 서식이 처음으로 확인된 미기록종 생물 3종이 발견돼 해당 지역의 아열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남해 동부해역 34개 정점에서 조사한 결과 남해 상주와 거제 연안에서는 그간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미기록종인 갈치베도라치와 갯가재류 등이 각각 출현하는 등 아열대 생태계가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시 대부도에 열대, 아열대 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검은바람까마귀’가 날아와 먹이를 찾는 모습이 언론에 실렸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57·안산시 환경정책과) 씨는 “대부도 일대에 갯벌과 습지가 잘 보존돼
민주당 지지율이 3년 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을 제쳤다. 4·27 재·보선 승리 효과인데 지난주 처음 확인된데 이어 여전히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덩달아 분당을에서 승리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도 뛰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넘어 2위를 기록 중이다. 한 성급한 여론조사는 부동의 1위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와 양강구도가 시작됐다고 점치기도 한다. 여하튼 손 대표로서는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도 역력해 보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존재감마저 미미했던 민주당 김진표 의원(수원 영통)이 원내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기지사 야권 단일화에서 유시민 후보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그로서는 지난 시간들이 어쩌면 와신상담(臥薪嘗膽)과도 같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지난 1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에 당선됨으로써 ‘정치인 김진표’라는 제대로 된 명함을 갖게 됐다. 김 의원은 당선인사에서 민주당을 확실한 수권(受權)정당, 대안정당으로 바꿔놓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경제·교육 부총리를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인 재선(再選)의 김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택한 것은 국정
엽전은 지급과 교환등 유통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엽전을 둥글게 만든 것은 세상 어디든지 굴러 다녀 백성에게 두루 퍼질 것이고 또한 매일 사용해도 무디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금속으로 국내 최초의 해동통보(1102년)가 만들어 졌다. 그리고 엽전이 둥근 것은 하늘을 뜻하고 안쪽의 정· 사각 공간은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돈이란 인생사에서 지금이나 옛날이나 무척 귀한 것으로 각종 애환과 사연이 있어 웃고 울었고. 죽고 살기도 했다. 오죽하면 돈 없는 서름 때문에 ‘엽전 열닷냥’이라는 구슬픈 노래와 함께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해학적인 유행가 가사도 있다. 돈과 관련된 속담도 많이 전해오고 있는데 사람의 능력보다 돈이 판치는 세상을 비유하여 ‘돈이 양반이요, 돈이 장사이다’ ‘돈만 있으면 총각 부랄도 산다’ ‘돈만 있으면 똥개도 명첨지’라는 익살스러운 속담도 있으랴. 함께 돈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것을 비유하여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 ‘돈 벌기보다 쓰기가 어렵다’는 속담도 있다. 돈에 대한 자린고비의 구전 설화도 전해오고 있는데 짭짭한 굴비 한 마리를 사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술 먹
왕송호수는 의왕시 초평동에 있는 저수지로 제방은 수원시와 접해 있다. 한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수질 오염도가 심각한 죽음의 호수로서 지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특히 부곡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되면서 수질개선이 이뤄져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왜가리·두루미· 청둥오리·원앙(천연기념물 327) 등 각종 철새들도 이곳에 찾고 있다. 도시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수면이 넓어 호반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붕어·잉어 등이 많이 잡혀 낚시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교통도 편리하다. 지하철 1호선 의왕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왕송호수 주변에 철도박물관·백운호수·청계사 등의 관광지가 있어 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왕시는 이 일대를 환경생태공원으로 꾸미기 위해 2001년부터 토종 꽃과 식물을 중심으로 한 자연학습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왕시가 초평동 왕송호수 주변 철도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레일바이크를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의왕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본보 13일자 22면) 의왕시와 왕송호
미국의 연구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물이 부족한 정도를 파악한다. 강우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눠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천㎥ 미만은 물 기근국가, 1천㎥ 이상에서 1700㎥ 미만은 물 부족국가, 1700㎥ 이상은 물 풍요국가로 분류한다. 이 연구소에 의하면면 한국은 물 부족국가에 해당한다.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천283㎜이지만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간다. 또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머지않은 기간에 물 사정은 그리 좋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 들린다. 그러나 지구촌은 이미 물 부족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 부족과 오염에 의한 사망자는 전쟁에서 사망하는 사람 수의 10배 이상인 매년 5백 만명에 달하며, 전 세계 약 23억 명이 오염된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