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대표적 관광자원인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4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수원시는 그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꾸준한 관광객의 증가를 이뤘다. 특히 역사문화의 대표적 인물인 정조의 상징적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화성을 통한 문화창조 도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학교들과 연계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형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화성의 문화적 가치를 상품적 가치로 전환하는 전략의 부재로 인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진보된 감성마케팅 수단을 활용해야 하며, 더 나아가 선진화된 시민의식 배양을 통해 관광도시로서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치단체장의 확고한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하며, 마케팅 프로세스의 통합을 통해 고객 지향적 마케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수원시가 제시하고 있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라는 의미를 광의적 측면의 관광마인드로 승화시켜 찾아주는 이를 모든 시민이 귀빈으로 모시는 관광공급자의 의식으로의 전환을 유도해 모든 이
여덟시 무렵 버스에 오른다. 퇴근시간과 중 고등학생들 하교 시간이 맞물러 버스 안이 혼잡하다. 시장바구니를 든 여인부터 서류가방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가장, 하루의 일과를 쏟아내는 학생들의 수다로 시끌하다. 맨 뒷 좌석의 남학생 한 무리가 유독 시끄럽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쏟아내는가 하면 서로 치고 받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쉴 새 없이 장난인지 싸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다. 가끔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그 사이로 일행의 웃음이 차 안에 흥건하게 고여 들기도 한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휴대전화 속 이야기들. 버스에 남겨놓은 자신의 전화번호와 낙서등 주변의 상황엔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고3인 학생이 컴퓨터 게임만 한다는 어머니의 꾸지람을 견디지 못하고 본인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식과의 다툼 끝에 차라리 나가 죽으라고 어머니가 윽박지르자 그 길로 뛰쳐나가면서 죽을 테니 잘 살라는 문자를 보냈고 어머니 역시 화가 치밀어 그래 죽어라 라고 문자를 보낸 후 바로 쿵 소리가 났고 그것이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낸 마지막이었단다. 자식을
예전 초등학교 운동회는 지역의 큰 축제였다. 운동회날이면 학부모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교 인근 마을주민들로 성황을 이뤘다. 대개 운동회는 봄, 가을로 나뉘어 봄 운동회는 소운동회, 가을운동회는 대운동회로 불렸다. 봄 운동회는 학생들로만 체력을 겨루는 약식(?)으로 열렸지만 가을 운동회는 달랐다. 지역의 대동제나 다름없었다. 운동회 날짜도 추석 다음날로 잡는 등 명절 분위기를 이어갔다. 운동회 종목도 학생들 뿐 만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고루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모두가 함께 신나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운동회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896년 5월 2일 한성 외국어학교가 동소문밖 삼선평(三仙坪, 현재 삼선교 부근)에서 개최한 ‘화류회(花柳會)’다. 오늘날과 같은 경기대회라기 보다는 일종의 야유회로 좁은 교실을 벗어나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교외에서 운동회를 겸해 심신수련과 호연지기를 배양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독립신문은 ‘영어학교 교사와 학도들이 이튿날 동소문밖으로 화류를 갔나니, 오래 학교속에서 공부하다가 좋은 일기에 경치 좋은데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는 것은 진실로 마땅한 일이니 다만 마음과 지각만 배양하는 것도 매
지난달 6일 한 의류매장에서 13만9천원 상당의 재킷에 스카프를 계산하지 않고 가방에 담아 나온 혐의로 경찰에 의해 불구속 입건돼 현재 검찰에 송치된 용인시의회 한 의원이 제명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본보 5일자 23면) 4일 열린 용인시의회 본회의에서 제명이 결의된 것이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주민의 의사를 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감시하라고 뽑아준 ‘민의의 대변자’ 시의원이 남의 물건을 훔친 파렴치범이 됐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혀를 차며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다.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최근 유난히 많이 신문지면을 아름답지 못하게 장식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성남시의회 소속 시의원도 판교주민센터에 들어오자마자 구두를 벗어 바닥에 집어던진 뒤 가방을 공공근로자를 향해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워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4월 14일에는 화성시의회 의원이 예산편성 실무를 맡은 과장을 의회 전문위원실로 불러 무릎을 꿇게 한 뒤 폭언과 의자를 집어 던지며 20분간 행패를 부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직 광주시의회 모의원은 2008~2010년 아파트 시행업체 대표로부터 개발행위허가 담당 공무원 청탁 명목
‘독사가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이 되는 것처럼 지혜롭게 배우며 깨달음(菩提)을 이루지만 문자나 말에 얽매여 어리석게 배우면 생사(生死)에 빠진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이 지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나오는 말이다. 지눌 보조는 조계종의 종조(宗祖)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국근대불교사의 복잡한 이면(裏面)이 있다. 원래 종조는 태고(太古) 보우(普愚,1301~1382)였다. 오늘날 한국불교를 논할 때 그 전환기적 시점을 광복 이후 1950년대, 이른바 ‘교단정화운동’에서 찾아야 한다. 고불총림(古佛叢林)인 백양사(白羊寺)의 중흥조로 추앙받는 만암(曼庵, 1876~1956)스님은1954년 조계종 종정에 올랐으나 당시 정화파의 강경세력이 종조를 태고 보우에서 지눌 보조로 바꾸자 ’환부역조(換父易祖)’한 무리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종정자리를 박차고 백양사로 내려갔다. 어쨌거나 보조국사의 가르침은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과 더불어 출가자들을 경계하고 있다. 문제는 ‘아만심(我慢心)’이다. 출가자가 먼저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을 버려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몇몇 때문에 종종 사회적인 문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터득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미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해 한글을 배워 읽고 쓰기를 웬만하면 다 할줄 안다. 기본적인 덧셈 뺄셈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배워도 늦지 않을 것들을 이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닥달해 가르친다. 또 한글을 읽고 쓰는 모습을 보며 학부모들은 기특해 하기도 한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공부라는 굴레에 일찌감치 예속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꼭 거쳐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에서는 놀고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대화하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면 어떨까. 초등학교 입학해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여러 과목들을 배우면 되건만 이미 입학 전 사교육을 통해 공교육을 초토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 전 사교육이 단순히 의무교육으로 전환이라면 곤란하다. 야권에서 선거 때마다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들고 나왔을 때 예산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정부에서 만5세 어린이에게 국가가 정한 공통과정을 가르치기로 했다고 한다. 내년부터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연간 1조원의 예산이 필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한쪽에서는 이제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그동안 미뤄 왔던 복지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면서 ‘복지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문제가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복지문제를 다룰 때 ‘잔여주의(residualism)’와 ‘보편주의(universalism)’라는 두 원칙이 있다. 잔여주의는 재산조사를 통해 특별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개인에게만 복지급여 수급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국가는 시장과 가족을 통해 복지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에만 개입한다. 보편주의는 계급이나 시장에서의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1표의 투표권을 가지는 것처럼 모든 국민은 복지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모든 개인들이 동등하게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복지원칙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잔여주의와 보편주의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보편주의에 충실한 북유럽 국가에서 복지수준이…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적과의 동침’은 한국전쟁 당시 평화로운 시골마을 석정리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배세영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외할머니가 겪었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영화는 6·25 당시 시골마을이 배경이다. 구장 손녀딸 설희의 결혼을 앞둔 석정리는 온 마을 사람들이 잔치 분위기로 들떠 있다. 잔치를 앞둔 어느 날 라디오마저 잘 안 나오는 이 외진 마을에 인민군이 쳐들어온다. 마을 사람들은 살기위해 인민군에 협력한다. 그러나 인민군 장교 정웅은 전쟁에는 관심이 없다. 여기에 복선(伏線)이 깔린다. 설희와 정웅이 이미 오래 전에 만나 가슴 아픈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영화는 순박한 마을사람들이 방공호 유치작전에 나서는 등 아이러니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선 배세영 작가의 실제 외할머니가 인터뷰에 나서 리얼리티를 더한다. 석정리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에 위치한 마을이다. ‘적과의 동침’은 지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연상케 한다.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인민군과 양민이 한편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 줄거리가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전쟁이라는 사실에 판타지
생물의 다양성 및 각 생물이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나타내는 이유는 유전자의 다양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각 생물을 구성하고 있는 유전체에 대한 해독이 이뤄졌는데 식물에서는 2002년 애기장대 풀이 완성되면서 벼, 옥수수, 오이, 포도 등 각종 유용 작물의 유전체 해독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이다. 이러한 유전체 해독은 생물 정보학(bioinformat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등장시켰고 유전체 구조 및 해석으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이용해 식물의 진화 관계뿐 만 아니라 특징 형질관련 유전자 정보 등 수많은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얻어진 유전체 해독 정보를 기반으로 해 동일한 작물 내에서의 품종 구분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어린 유묘 식물일 때 이미 우수형질을 갖고 있는 품종을 유전자 수준에서 구별할 수 있는 기법의 개발로 실제 현장에서 적용돼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이들의 이용 범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생물이 나타내는 고유한 특성은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여러 유전자들의 네트워크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작물의 전체 생장발달 단계 즉, 종자발아부터
한없이 평화롭던 농촌마을에 근대화의 물결이 급격히 몰아치던 1986년, 부녀자들이 실종되면서 우리 마을의 비극은 시작됐다. 살인사건, 그것도 6년간 9건의 비슷한 수법의 살인 사건이라면 지역의 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의 주목을 받을만한 사건이었다. 당시를 회상하자면, 승용차가 거의 없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는 버스정류장까지 먼 거리를 매일 여성가족을 마중 나가야만 했다. 직원들이 급히 떠나버린 공장들도 폐업위기에 처해 침체된 마을이 돼버렸다. 피해자들은 어린 중고등 학생인 우리의 여동생이었으며, 퇴근하는 남편이 비 맞을까봐 우산을 들고 마중 나가던 착한 아내였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우리의 어머니였으며,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새벽기도에 참석하던 우리의 할머니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흉흉한 소문 속에 피해자의 부모, 형제, 남편, 자식들이 슬픔에 빠져 침울하게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을 위로할 길이 없었고 오로지 범인이 잡혀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만을 바랐으나 끝내 사건은 미제로 남아 버렸다. 민망스럽게도 연극 <날 보러 와요>, 영화 <살인의 추억>, 실화극장 <죄와 벌> 등의 소재가 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