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다소 즉흥적이거나 도발적이라는 오해의 소지도 없지는 않겠으나, 이호철 선생이 그가 이룬 문학적 성취에도 왜 그동안 노벨상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여기서 이 글은 출발한다. 얼마 전(13일) 우리 시대 분단문학의 거장인 이호철 선생이 팔순을 맞았다. 우리 나이 열아홉에 혈혈단신 남으로 넘어와 소설가로서 60년 가까이 ‘분단’을 소재로 천착해 온 선생이다. 이제 선배 문인들은 대부분 고인이 됐고, 생존하는 작가 가운데 어느덧 최고참 현역이 됐는데도 지난해 ‘출렁이는 유령들’에 이어 팔순을 맞아 ‘가는 세월과 흐르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냈을 만큼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천생 소설가가 이호철이다. 1955년 황순원에 의해 ‘탈향(脫鄕)’과 ‘나상(裸像)’이 추천 완료되면서 문단에 나온 선생은 61년 ‘판문점’으로 현대문학상을, 이듬해인 62년 ‘닳아지는 살(煞)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유망작가군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다져온 사람이다. 그 뿐인가. 1971년엔 민주수호국민협의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의 연장선상에서 74년 국가보안법위반, 80년 국가 내란음모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누
신풍초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초등학교로서 지난 1896년 개교 후 11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학교는 SK그룹의 창업주인 故 최종건 회장, 故 심재덕 수원시장, 박찬숙 앵커, 세계적인 태권도 사범 이준구 씨 등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그동안 3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이지만 현재 210명의 학생만이 재학 중이다. 그 이유는 구도심의 쇠퇴 때문이다. 원래 신풍동을 중심으로 한 성안은 조선시대 화성행궁과 이아, 군영 등 관아들과 팔부자 거리 등이 있었고 해방 후에도 옛 수원군청, 수원경찰서, 도립병원, 청과물시장 등이 있었던 수원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문안(성안)사람’이라고 불렸고 부자들과 중산층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동수원, 영통 등지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팔달문 인근에 형성됐던 대표적인 상권도 사양길에 접어들어 타 지역에 옛 영화를 넘겨줬다. 제일 먼저 젊은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고 취학연령의 어린이들이 줄어들면서 유서 깊은 신풍초등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수원시가 화성행궁 복원을 추진하며 옛 화성행궁 터에 위치한 신풍초등학교를 광교택지지구
지난달 25일 제명요구안이 부결처리 된 이숙정(36) 의원에 대해 성남시의회가 재징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여론을 의식한 한나라당 소속의원 12명이 징계요구에 대한 단독 안건으로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집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운영위원들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이고 정략적 의도로 소집되는 임시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 소속 의장 불신임까지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장대훈 의장은 “적법한 절차(재적의원 3분1이상 요구)에 의해 요구된 집회는 반드시 소집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회기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임시회에서는 세 차례 윤리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임시회에는 지난달 부결된 이 의원 제명징계요구 건에 대한 번안동의(飜案同意.이미 처리된 의안에 대해 의결을 무효로 하고 이를 번복해 재의결하는 절차)안도 제출돼 2개 안건 중 하나가 25일 처리될 예정이다. 번안동의 건은 지난달 25일 본회의에서 부결된 주민센터 행패 사건에 대한 제명 요구안이며 새로 제출된 징계요구 건은 주민센터 사건 이외에 미용실 소동 사
지난 1990년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지역 문화시설 건설 붐은 지역예술단체에게도 큰 기대를 가져 왔다. 지역의 문화시설을 통해 발표공간이나 지원의 부족함을 느꼈던 지역예술단체로서는 기회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그들의 문화예술 활동의 영역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축의 하나로 지역 문화시설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역 문화시설의 건설과 이에 따른 예술경영의 등장은 앞으로 지역 예술단체 성장 동력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이 지역의 문화 소비자층이 형성되지 않아,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지역문화 기반시설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소비할 수 있는 층을 확대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흔히 예술경영의 문제점은 시장이 승자독식의 원칙이 예술경영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는 데 있다. 관객은 우선 기억용량의 한계, 제한된 기억 공간으로 인해 일단 스타의 반열에 오른 예술가들만 기억하고 그들에 열광하고, 다른 사람이 인정한 스타들만 기억함으로써 검색비용을 줄이려는 속성이 있다. 특히 예술분야는 승자독식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시간은 생각하지 않아도 잘 흘러가고 있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자기의 직분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그 임무에 충실하다. 손발도 눈코도 없는데 이 순간 도도히 잘도 가고 있다. ‘짹깍 짹깍….’ 고요함을 깨우는 초침을 듣노라면 전율 같은 희열 속에 내가 갇혀버리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 누가 말했던가, ‘촌음을 아껴 써라’란 말을…. 창밖의 아침 햇살 속에 일곱점(7시) 시간을 응시하고 몸을 일으킨다. 갈 곳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시간은 나의 일상에서 늘 나를 긴장시키고 안내한다. 나를 기다리는 그들이 있어 행복한 날이다. 시간과 더불어 나이테를 두르고 지금껏 버티는 큰 나무 같은 사람들, 그들과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걷는다. 칠십을 넘어 팔십을 넘어, 고개마다 눈물이요, 가난이었다고 푸념하는 할머니 학생들과 만나기 위해서다. 가난해서 못 배우고 여자라서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한탄한다. 못 배운 한을 풀어보겠다고 한글을 가르쳐 달라는 그들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그들의 눈빛을 보노라면 기역(ㄱ) 니은(ㄴ)이 무색해진다. 고목처럼 굽고 휘였지만 그들은 집이 되고 어머니가 되어 큰 나무로 버틴 세월의 흔적이 훈장으로 우뚝 서 있지 않는가. 언니같은 학생, 친구
일본 정부는 14일 오전부터 계획정전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전력부족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앞장서 전기를 아껴 부족분을 메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도쿄역에 있는 다이마루 백화점은 절전을 위해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에 개장해 3시간 앞당긴 오후 6시에 폐장했다. 미처 이 소식을 모르고 오전 10시부터 찾아간 사람들이 1시간여 백화점 앞에서 대기했으나 백화점 측에 항의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계획정전으로 운행이 중단된 구간이 생기는 바람에 출근길 혼잡이 예상됐으나 시민들은 질서를 지키면서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 탑승했다. 쓰나미로 초토화된 도호쿠(東北) 해안 지역에서도 이런 시민의식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미야기(宮城)현 기센누마(氣仙沼)시의 대피소에선 아직도 식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 충분한 식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재해본부 측에서 지급하는 식료품을 타려고 장시간 길게 줄을 서면서도 불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식품 부족으로 전체 인원의 3분의 1밖에 먹을거리를 지급받지 못했지만 서로 나눠 먹으며 배고픔을 견뎌냈다. 센다이(仙臺)시의 한 쇼핑센터 앞에는 수백 명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를 의미하며 주민자치(住民自治)란 주민이 일상생활에 밀착된 지방행정(地方行政)을 국가가 정부기관에 의지하지 않고, 지역 주민이 스스로 또는 그 대표자(代表者)를 통해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하에 행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자치는 주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자치능력이 있고 그 능력을 토대로 지방자치가 전개되는 것이다. 이점에서 지방자치는 한나라의 민주화가 달성되는 기초적 조건이며 정치발전의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는 지역정책의 우선순위를 지역사회에 사는 주민대표들이 민주주의의 원리인 ‘행위의 자기 결정성’과 ‘행위의 자기 책임성’에 따라 주민의 여론과 참여를 통해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그 지역의 다양한 현실적 이익을 대변한다. 물론 정치발전의 개념은 복잡하고 모호하지만 사회복지향상, 주민참여의 확대,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 강화, 민주주의 원리의 실현 등을 정치발전의 기본요소로 지방자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실적 성숙 정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권재민(主權在民) 사상의 표현이라 볼 수 있는 시민의 자율적인 정치참여는 민주정치(民主政治)의 기본적 요소로써 정치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지
‘연합(聯合)’과 ‘야합(野合)’의 공통점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인이나 단체가 하나의 조직체를 이루는 것이고, 차이점이라면 ‘연합’은 ‘일정한 범주 안에서의 공동의 목적 달성’이므로 질서정연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한다. 반면 ‘야합’은 ‘좋지 못한 목적으로 어울림’이므로 무질서하고 논리 비약적이며 감정적이고 즉흥적 비합리성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2011년도 벽두에 문화예술단체에서는 임원을 선출하는 사례가 많았다. 인간 사회에서 합종연횡은 자연스럽다. 그 중에서도 선거는 다수결의 원리로 집약되며 그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민주적인 절차 과정으로 핵심이다. 이런 선거 수단을 통하여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도모한다. 대체로 표면적으로는 명분에 합당한 연합을 지향한다. 매우 이성적이고 합목적이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내면을 정밀하게 검열할 필요가 있다. 좋지 못한 목적으로 야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합’이냐 ‘야합’이냐 할 때 객관적으로 편차가 없는 도덕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무난할 것이다. ‘연합’은 질서정연하게 이익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덜하며 일반적으로 조직체가 건전하게 존립할 ‘
새 학년을 맞고 두 주일이 지났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들은 친구도 낯설고 주변도 익히지 못했다. 재학생들도 새 학급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첫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이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왠지 불안감도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보내놓고 내 아이가 열심히 해 줄지 걱정이 앞선다. 이렇듯 3월은 학교에 있어서 기대와 설렘 속에 맞는 달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생김이 다르듯이 성격이나 취미도 다르다. 모두 자기만의 개성과 소질을 갖고 있다. 이 것을 찾아 길러주는 일이 중요하다.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데 그 다른 능력으로 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집에 작은 화단이 있다. 몇 가지 나무와 꽃들이 있지만 종류별로 다르다. 물을 주면 맞는 소리가 사뭇 다르다. 팔손이는 잎이 넓어 많은 물을 주어도 다 밖으로 흘려버리고, 잎이 없는 부겐베리아는 줄기 사이로 잘도 받아먹는다. 시크라멘은 환한 꽃으로 물을 받아 더 빛난다. 군자란은 의젓하게 받고 동양란들도 덤덤히 물세례를 받는다. 평소 당당하고 의젓해 보이던 관음죽은 호들갑을 떨며 요란스레 물을 받는다. 잎이 강해서 요란하고 주관이 뚜렷해 보인다. 이렇게 다른 화초들을 보면서 우리 학
지난 일요일, 봄비가 제법 굵게 떨어지는 이른 아침. 서울 홍익대학교 홍문관 앞에서 한참을 바라봤다. 이날은 공인 회계사 시험을 치는 날이었는데 이곳 홍대도 몇몇 시험 장소 중 한 곳. 두툼한 책을 끼고, 혹은 책가방을 둘러멘 젊은이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었다. 퀭한 눈에 샌드위치를 손에 들기도 하고 도시락 가방을 든, 트레이닝복 차림의 수험생들. 그들은 마치 완전군장을 하고 50Km 행군을 막 끝내려는 지친 군인들처럼 고지를 눈앞에 두고 필사적으로 돌진해 들어오듯 그야말로 전투적인 자세다. “이 시험만 붙으면 만사가 오케이라 카는데....,‘ 컴퓨터 사인펜을 팔고 있는 노인의 억센 사투리가 빗속에서 웅웅거리고…. 딸아이의 두꺼운 상법신강(商法新講)책을 옆구리에 끼고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 딸을 향한 애절한 눈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늘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요 부모님들의 초상같았다. 연속되는 시험. 시험. 시험…, 편리한 줄 세우기에서 시작되는 고입, 대입, 입사의 과정 중에 보게 되는 스펙쌓기의 연속인 시험. 그만하면 굳은살이 박힐만도 할 텐데 늘 바라보기만 해도 위축이 되고 긴장이 된다는 건 결코 시험은 놀이가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시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