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내자동에서 통의동을 지나 통인동 창성동 사이를 거쳐, 자하문 세검정으로 넘어가는 도로 이름이 ‘추사로(秋史路)’다.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추사로를 따라가다 보면 차도 옆으로 작은 표석(標石)이 눈에 띈다. 1987년 서울시가 세운 이 표석엔 ‘골목 안 약 50m 지점 백송이 있는 창의궁 터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 선생이 태어난 집터’라고 돼있다. 백송은 바로 천연기념물 제4호인 통의동 백송(白松)이다. 백송은 충남 예산의 추사고택이 있는 용궁리(龍宮里)에도 있다. 추사가 24세 때 동지부사인 생부(金魯敬)를 따라 중국에 다녀오던 길에 가져와 고조부 김흥경(金興慶)의 묘 옆에 심었다고 전한다. 창의궁(彰義宮)은 영조가 왕이 되기 전에 살던 잠저(潛邸)다. 그리고 영조의 부마인 추사의 증조부 월성위(月城尉) 김한신(金漢藎)에게 줬다. 그곳이 추사의 서울 집으로 백부인 김노영(金魯永)에게 입양돼 월성위가의 가계를 잇게 된다. 지금의 추사고택이 있는 충남 예산군 용궁리는 영조가 월성위가에 내린 별사전(別賜田)이다. 이곳에 충청도 53개 고을(郡縣)에서 한 칸씩을 부담해 53칸의 집을 지었다. 통의동 표석대로라면 추사의 탄생지는
성남 분당을선거구 보궐선거는 지역구를 맡고 있던 임태희 국회의원이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치러지게 됐다. 선거일이 임박해 오지만 여야 모두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내홍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며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임을 강조하면서도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판을 갈아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전운을 불사르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여러 선거구 가운데 분당을이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여야 모두 정치 거물들을 저울질하며 한판승부를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로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지는데다 구제역과 전·월세대란 등 굵직한 민생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극에 달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4일부터 이틀간 경기 성남 분당을과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과 강원지사 보선 출마 후보자 공모를 마감하고, 곧바로 공천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공천심사위를 꾸리지 않는 대신 경선관리위를 통해 강원지사 보선의 경우 권역별 순회 경선으로 후보를 정하는 등 선
“내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어디다 하소연 할때도 없고 답답해서 전화를 했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강제로 살처분 당한 것도 잠이 안 올 지경인데 염소는 돼지나 한우처럼 보상단가가 책정된 것 같지도 않고 평생을 염소와 같이 살아온 터라 새끼염소라도 입식을 해야 할 텐데 농장소독도 안 되고 있고, 새끼 가진 어미염소도 살처분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이 파악은 하고 갔으나 이렇다 저렇다 소식도 없고, 뭔놈의 절차는 그렇게 복잡한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팔순에 코 앞인 촌로의 한탄이다. 일찍이 어르신께서는 경기 5악으로 꼽히는 감악산 자락에 봄에는 소쩍새, 뻐꾸기, 그리고 여름이면 푸르름이 짙어가는 청정 무공해 지역에서 염소와 닭을 인공사료를 주지 않는 자연식 염소농장을 가꿨다. 또 청정 야채를 재배하고 우리 콩으로 농원에서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을 맛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체험 농장을 운영해 도시민들에게 고향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하는 앞서가는 농업인이었다. 나도 이러한 모범 영농사례를 경험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도내에 널리 알리고자 지난해 여름 1박 2일간 이들 노부부의 농장을 방문해 농장 체험과 함께 그분들이 사는 생활상도 들어봤다. 그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유급(有給)보좌관제 도입 및 의회사무처직원 인사권독립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집행부와 의회간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23일 도의원 131명 전원에게 보좌관(정책연구원) 1명씩을 두는 조례안과 도의회 의장이 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조례안 2건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데 대해 경기도가 11일 재의(再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두 조례안이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을 어긴 것이라며 재의(再議)를 요구하고, 재의결된다 하더라도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말 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도와 의회간의 갈등은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마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번 조례안 통과에 대한 재의 요구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당시 투표결과를 보면 각각 재석의원 100명 중 99명, 102명 중 10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지방의회 권한을 늘리는 데엔 여야(與野)가 따로 없었다. 재의결 여부는 오는 18일 열리는 제257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도는 도의회가 기존 조례를 재의결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유급보좌관제는 경기도 뿐 만 아니라 광역의회의 단골 요구사항이다
‘상하이 스캔들’, 또는 ‘한국판 색계’라고 불리는 부끄러운 막장 외교관 사건은 한국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외교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외국의 비웃음까지 사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격’까지 먹칠하고 있다. 이 일이 단순한 치정사건인지, 스파이사건인지, 로비사건인지는 나중에 가려질 것이다. 상하이 뿐 아니다. 이번에는 몽골에서도 현지 여성과의 불륜 스캔들이 발생해 몽골대사관 고위 외교관이 공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009년 주 몽골 대사관에 근무하던 고위 외교관이 현지에서 채용한 내연관계의 여비서가 임신을 하고 거액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나라 외교관들은 신분상 해선 안 될 짓을 해서 자신은 물론 나라의 위신을 추락시켰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인터넷에는 ‘외교관이 아니라 외도관’ ‘외교관을 전부 거세시키면 이런 일이 없다’는 등의 심한 글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더 이상 외교관들이 저지르는 국격 훼손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외교관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이다. 따라서 당연히 국제 정세에 밝고 외국어는…
역사란 인간 사회가 거쳐온 변천의 모습, 또는 그 기록이다. 역사가 바뀐다는 것은 흔히 정권이 바뀌거나 통치자가 바뀌는 것을 말하며, 역사는 전쟁과 혁명, 그리고 쿠데타나 정변이 일어날 때마다 요동쳐왔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정권,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정권, 이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으로 변천돼 왔다. 독재정권이 되었든 민주정권이 되었든 또는 성공했든 실패했든 어쨌든 이 모든 정권은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변천의 모습으로서 역사란 이름으로 기록돼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전쟁이나 혁명, 그리고 정변에 의하지 않고 역사를 바꿨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이 수차례 있었다. 그것은 이념과 정체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때로는 도저히 같이 있을 수도 없는 사람들이 합당하고, 연합하거나, 후보단일화란 미명으로 2등과 3등이 야합해 하루아침에 1등을 꺼꾸러뜨리고 정권을 잡았던 일들이 있다. 바로 3당합당에 의한 김영삼 정권의 탄생, 그리고 DJP연합에 의한 김대중 정권의 탄생, 이와는 반대로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단일화와 선거 하루 전 결별로 인한 역풍으로
어제 내린 봄비에 뜰 안은 봄기운이 가득하다. 겨우내 말랐던 나무 가지가 다시는 살아 날 것 같지 않고 얼어붙은 대지는 마치 소망을 잃어버린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새 봄은 잿빛나무 가지마다 싹을 틔우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기지개를 하는 들판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침부터 집안을 청소하던 아내가 책상 서랍에 수북이 쌓인 영수증을 차곡차곡 정리 하다가 곱게 접은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 지난해 가을 수능 시험을 며칠 앞두고 현정이가 아빠의 생신을 축하한다고 내게 쓴 편지였다. 현정이는 고3 시절 대학 시험 때문에 너무 바쁘고 마음이 조급해 생신날 잘 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면서 좋은 아빠가 항상 곁에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모님께 걱정만 끼쳐 드렸지만 남은 기간 열심히 공부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편지지 끝에 예쁘게 그려 놓은 여러 개의 하트와 현정이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노래하는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편지를 읽으면서 현정이가 그동안 대학 시험 때문에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성격이 명랑한 현정이는 수능시험을 보던 날도
최근 안산의 회랑저수지에서 집단폐사한 물고기가 발견된데 이어 수원 일왕저수지에서도 물고기 수천여마리가 죽은 채 떠올랐다. 물고기들의 집단폐사는 통상 산란기나 여름철에 종종 있었지만 겨울철에 집단으로 폐사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수원시는 죽은 물고기가 발견된 22일부터 직원들을 동원해 물고기 사체를 수거하고 보건환경연구원 및 수산관리사무소에 검사를 의뢰하는 등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체가 발견된 지 한 달이 다 돼도록 확실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집단폐사 원인에 대해 산소부족, 동사 등 다양한 의견들만 난무하고 있을 뿐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 같은 사실을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안내하지 않고 있어 수많은 추측과 의문들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먹이사슬이 끊어진 상황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물고기 숫자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도내 일부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물고기 집단폐사와 관련 환경단체들은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 수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왕저수지 물고기 집단 폐사와 관련해 수원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물고기 집단폐사)원인 규명은 단순히 발생한 사건에 대한 해명수단으로 그쳐서는…
1960년대 중반 서울 무교동 뒷골목에 ‘세시봉’이란 경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세시봉(C'est Si Bon)’이란 불어로 ‘매우 좋다’는 뜻이다. 당시 세시봉에는 ‘대학생의 밤’이라는 정규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사회는 홍익대 미대생이던 이상벽이 맡았다. 이 무대에 서울대 음대에 다니던 조영남이 올라가 피아노를 치며 현제명의 ‘고향생각’을 부른다. 앙코르가 터져나왔다. 팝송 ‘돈 워리’로 화답한 조영남은 그 자리에서 일약 세시봉의 스타로 떠오른다. ‘대학생의 밤’에 출연해 인정을 받으면 세시봉을 공짜로 출입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당시 세시봉 입장료는 25원이었다. 자장면 한 그릇값이 15원 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생의 밤’에 단골출연자가 돼 노래를 부르면 출연료 대신 주인을 따라 나가 무교동 비지백반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남루한 차림새에 낡은 기타를 둘러멘 젊은이가 세시봉에 나타난다. 청년은 ‘대학생의 밤’ 무대에 올라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른다. 그 노래를 들은 조영남은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 강적이 나타났구나.’ 송창식이었다. 이렇듯 세시봉은 자타가 공인하는 1960년대 청바지 통기
지금까지 지역사회의 지배적 가치는 외형적인 경제성장과 개발에만 맞춰져 있었고, 지금도 우리의 관심은 성장과 이익의 측면에만 맞춰져 있다. 도시계획으로만 놓고 보면 개발과 삶의 질이 상호 충족되는 도시의 미래를 추구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은 지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지방자치의 주인으로서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개념이다. 우리 사회에 경제와 개발이 강조될수록 더욱 공허함과 불만의 골이 깊어져 왔던 이유도 외형적인 풍요에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규모 13위인 나라에 살면서 행복지수는 하위권인 불균형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함께 행복한 도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구제역, 물가상승, 전세난, 기름값, 등록금 등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더욱 시의원으로서 몸과 마음이 아래로 향해 시민들의 어려움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해 보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책 방향이 생산과 소비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즉 경제활동이라는 측면에서의 편리성만이 그 전부가 돼서는 안 되길 희망한다. 지역발전도 시민의 일상적인 삶과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시민생활을 중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