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기업 양극화의 주된 해법으로 부각된 것이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다.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곤 한다. 재계 총수들은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중소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마땅히 이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임을 강조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국가 경제의 밝은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벌 그룹의 계열사가 줄어들기는커녕 마구 불어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이런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계열사 현황 조사에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재벌의 참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3월초 현재 자산총액 5조원을 넘는 51개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1천364개로 불과 11개월 사이에 100개(8%)나 늘어났다고 한다. 경영난 등으로 계열사가 줄어든 곳도 있지만, 주요 대기업 그룹은 대체로 계열사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그룹들이 규제 완화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내 회사에 순자산액의 40%를 넘겨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된 것도 이를 부추긴 측면이…
드디어 어머니들이 ‘입시전쟁’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소극적이었다는 게 아니라 수만 명이 모여 보다 적극적·직접적 전선(戰線)을 구축하고 “우리가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입시혁명 사이트’라고 불리는 ‘국자인’(cafe.naver.com/athensga) 이야기다. ‘국자인’이란 ‘국제교류와 자원봉사와 인턴십과 비교과’의 약자(略字)이다. ‘국제교류’ ‘자원봉사’ ‘인턴십’ ‘비교과’ 이 카페의 정체를 설명하자면 이 단어들의 뜻을 그대로 새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녀와 함께 대학입시를 치른 어머니들이 스스로 체득한 정보와 노하우를 모아 고3 어머니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속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든 카페의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 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정권마다 바꾸어온 대입·고입 정책과 그에 따라 더욱 정교해지고 비대해지는 사교육의 상술(商術)에 지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입학전형의 다양화를 추구해온 결과 2011학년도 4년제 대학 수시·정시 전형의 종류가 3천600가지를 넘게 됐고, 최근에는 성적은 물론 봉사활동, 적성 등 이른바 ‘여러 가지 스펙’을 요구하는 입학사정
날씨가 한동안 포근하던 끝이라 잠결에 들리는 빗소리를 단비려니 했는데 다음날 함박눈을 맞는 갓 깨어난 풀잎을 두고 계절은 매정스레 겨울로 돌아갔다. 회의 참석 후 남한산성을 지나오며 설경에 정신을 빼앗긴 채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북한강을 달리는 동안 햇살은 따뜻해 보여도 바람은 쌀쌀했고 강은 아직 결빙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차가 멈칫거리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강물도 유속을 잃는 지점에서 서서히 얼어붙었을 것이고 차도 속도를 잃자 도로위에 멈추었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질주하는 소음이 비웃 듯 머리 위로 지나가고 산뜻한 차림으로 달리는 자전거가 한 없이 부러웠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걸 괜히 올해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설경에 정신이 팔려 고생이라고 푸념을 해가며 집이 가까워 갈 즈음 신호등 앞에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다 건너고 허리가 많이 굽으신 할머니께서 혼자 불안하게 걸음을 옮기고 계셨다. 이내 보행자 신호가 깜빡거리고 늘어선 차들은 더 이상의 머묾을 용납하지 않을 기세다. 차에서 내려 부축해 드리자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할머니를 자세히 보니 아는 분이어서 차에 모셨는데 병원에 가시는 길이라고 하시며 어서 죽어야지를 연발하신다. 도시의 길은 늙은 육신에게도…
최근 속칭 홍보관, 또는 체험방이라는 임시 매장을 차려놓고 건강(기능)식품, 주방기기 등을 판매하고는 사라지는 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일명 ‘떴다방’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노인이나 부녀자 등 취약 소비자계층을 유인해 피해를 입힌다. 식품을 질병치료 효능이 있다고 허위 과대광고하면서 판매하는데, 허위·과장된 방법으로 상품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계 기관에 따르면 이들은 주택가 인근 상가 등에 홍보관, 체험관을 차려놓고 노인이나 주부들을 모은 후 하루에 2~3차례 게임·노래 등 여흥이나 건강강좌를 제공하고 사은품을 나눠준다. 노인들은 ‘친아들이라도 이렇게 살갑게 놀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외로운 노인들은 친밀도를 높이며 접근해 온 이들이 권하는 고가의 건강식품이나 의료.생활 기기들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정이나 공짜에 더없이 약한 노인이나 주부들의 심리를 이용해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을 강매하거나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것이 이들의 영업 전략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제력이 없는 소비자가 홍보관에서 고가의 제품을 충동 구매한 후 반품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고 대금납부를 독촉한다. 뿐만 아니다. 예고 없이 점포
“졌습니다!” 뭘, 졌단 말인가. MBC 뉴스데스크 이웃집 아저씨 같은 최일구 앵커가 정치자금법 개정 강행에 일침을 날렸다. 최 앵커는 6일 방영된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사실상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정치자금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정치권에서도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본회의 처리 강행태세다”고 지적했다. 그는 “졌습니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최 앵커의 ‘촌철살인’이 가히 살인적이다. 최 앵커는 이보다 앞서 5일 ‘뉴스데스크’에서도 “여야가 똘똘 뭉쳐 10분만에 처리했다. 누구를 위해 방망이를 두들겼는가”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민생현안을 이렇게 땅땅땅 처리했다면 국회의원 잘 뽑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결국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으며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가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여야가 예정에도 없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행안위에서 10분 만에 합의해 통과시켰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처리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행안위가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
춘삼월 슬슬 결혼시즌이 다가온다. 책상에 수북이 쌓이는 청첩장, 축의금 부담도 있지만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지갑은 비록 얇아지지만…. 비가 오면 종이 장사는 울지만, 우산 장수는 웃는 법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반드시’라할 만큼 혼주 이름 위에 주례XXX, 이렇게 기명(記名)을 하고, 또 청첩인도 적어 놓았다. 주로 집안 대소가의 유명한 분들로 구성했는데…. 아마 가세(家勢)가 너름을 자랑 함이리라. 요즘 가끔 주례 부탁 때문에 골치 아프다. 스스로의 미천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주례 자격 이란 것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자고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결혼한 자녀들이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품행(品行)도 방정해야 한다. 특히 이 대목에서 자신이 없다. 그러나 턱도 없는 사람에게 주례 부탁이라니…. 저 사람 정말 분수없는 사람이라고 흉보면 어쩌나? 처음 주례는, 강제 봉사 활동이었다. 나이 서른 중반, 식장 중간 중간에 연탄난로가 벌겋게 난방을 한 원시적(原始的) 시절이었다. 산림조합장이 주례를 하기로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 했다.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금방 확인 할 수 있지만….…
유난히 춥고 눈이 많던 지난 겨울, 살살 다가오는 봄이 얄궂기만 하다. 누구인들 봄을 반기지 않을까만은 유례없던 폭설로 수시로 제설작업에 동원됐던 이런저런 관계인들의 봄을 맞는 심정은 남다를 것이다. 내 집 앞 눈치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네 눈 치우는 일은 현장공무원들과 관(官)에서 주는 작은 직함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4개 동(洞)의 지역구 시의원인 나도 동네 눈 치우는 일에 종종 부름(?)을 받곤 했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라가지 못해 불과 몇 번 참석했을 뿐이다. 바로 그 몇 안 되는 눈치우기 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무리의 동네 단체원들과 안 되는 삽질, 비질을 해가며 얼어있던 눈을 한창 깨고, 쓸고 있을 때다. 엄마와 아이로 보이는 이가 내 옆을 지나 앞으로 가며 작은 소리로 한마디 한다. “저 봐, 공부 안하면 저렇게 몸이 힘든 일을 하는 거야..”내 아이가 어렸을 적에 나도 몇 번은 써봤음직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그 말, 그 논리가 예사롭게 넘어가지질 않는다. ‘가만, 시의원은 몸으로 일하는 사람일까, 머리로 일하는 사람일까….’ 물론 그 엄마야 눈
중동 사태로 인한 석유제품 값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이후 상승세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무연 보통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4.73원 오른 1천901.83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휘발유값이 1천900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 2008년 7월29일(1천902.25원) 이후 2년8개월 만이라고 한다. 자동차용 경유가격 역시 같은 날1천709.07원을 기록했다.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리비아 등 중동 정세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석유공사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휘발유와 경유의 1월 소비량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최근 지식경제부의 ‘2011년 1월 원유 및 석유 수급실적’에 따르면 1월 경유 소비량이 한 달 전과 비교해 16.4%(2010년12월 907만4000배럴→2011년1월 776만7000배럴)나 줄었음을 알 수 있다. 휘발유 소비량도 한 달 만에 9.3%(579만3000배럴→525만8000배럴)나 감소했다. 고유가에 부담을 느낀 국민이나 기업체 등이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이 또 떨어졌다고 한다. 가계저축률은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저축은 미래를 대비한 투자재원으로 경제성장과도 직결된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2.8%로, 비교 가능한 20개 회원국의 평균 저축률 6.1%에 크게 못미쳤다. 한국의 저축률은 ‘소비왕국’이라는 미국에 조차 역전된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비를 줄여 저축률이 크게 올랐다. 미국의 저축률은 2007년 2.1%에서 2010년에는 5.7%를 기록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인인구의 비중이 커지면서 저축률의 하강압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률의 끝없는 하락 원인으로 우선 가계소득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지출은 크게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연평균 가계소득 증가율은 1980년대 16.9%였으나 1990년대 들어 12.7%로 하락하고 2000년대에는 절반 수준인 6.1%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소득 대비 가계지출 비중은 전국 2인 이상 가구 실질기준 82.2%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경직성 비용이 늘고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 등이 과중해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이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데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경기침체로 많은 노동자들이 생활고에 허덕였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여성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이듬해인 1909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2만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나라는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핀란드 등 세 나라에 불과했다.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에야 비로소 여성에게 완전한 참정권을 인정했다. 이 기간 참정권운동을 하다가 투옥 당하거나 목숨을 잃은 여성들도 적잖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투쟁 없이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권리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일찍이 1898년 9월 1일 서울의 북촌에 사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선언문이 발표됐다. ‘여권통문(女權通文)’이라고 한 이 선언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에 의한 인권선언문, 여성해방론이다. 이 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113년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