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 선생은 동지(冬至)가 좋다고 했다. 그 날을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밤이 너무 길으니 너무 답답하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선생은 올해 나이 일흔 아홉인데도 여전히 현역을 자랑하는 대단한 노익장(老益壯)이다. 요즘도 만보기를 허리춤에 차고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산과 요가로 건강을 챙기는 선생이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인 정규웅은 북에서 혈혈단신 월남한 탓에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자기방어력이 선생을 지탱해준 힘이 됐을 거라고 말한다. 어찌 됐든 이 날은 예부터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경사스럽게 여겨왔다. 동지는 24절기 중 하나로 1년 중 가장 밤이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중국의 역경(易經)에는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고 복괘(復卦)로 11월에 배치했다. 따라서 중국의 주(周)나라에서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삼아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속담에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팥죽을 먹을 때 나이 수만큼 새알
우리나라의 대도시 대부분은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층, 즉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여져 있다. 따라서 하늘에서 내린 비는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그냥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내려가 버린다. 이로 인해 심각한 물순환의 왜곡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도시와 공단지역의 투수층이 사라졌기 때문에 지하수 급감현상이 나타났고 하천의 건천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물은 도시의 홍수도 초래한다. 따라서 일본은 일찌감치 빗물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도쿄 등 대도시 지하에 엄청나게 큰 규모의 빗물 탱크를 만들어 도시 홍수도 예방하고 물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도쿄돔은 천장의 빗물을 저장해 이용하기도 하고 일반가정에서도 빗물을 모아뒀다가 수동펌프로 퍼올려 채소밭에 주거나 비상시에 식수로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극소수 개인을 제외하고는 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었다. 그러나 수원시가 지난 11월23일 ‘레인시티’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수원종합운동장에 빗물 1만4천톤을 저장할 수 있는…
한나라당 인천시당과 인천광역시 생활체육회가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의 생활체육관련 예산삭감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시의회는 제189차 본회의를 열고 지난 2일 인천시 생활체육회가 요청한 예산 54억원 가운데 15억1천270만원을 삭감했다. 또 10일에는 전국 생활체육대축전 개최비 26억원 전액과 직원 인건비 2억3천만원도 전액 삭감하는 강수를 이어갔다. 결국 16일 본회의에는 요구액의 10%가 조금 넘는 8억6천만원만이 의결돼 내년도 인천시 생체회의 살림과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개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인천시당과 인천시 생체회는 이러한 예산 삭감이 정치적 배경을 깔고 있다고 주장해 파장을 더하고 있다. 홍종일 한나라당 인천시당 정책위원장은 이러한 예산 삭감은 한나라당출신 인사가 단체장을 맡고 있는 인천시 생체회에 대한 보복성 행태로 정치도의상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인천시 생체회가 유치한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은 정당의 정치논리와 상관없는 순수 민간차원의 행사로 인천시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찬물을 뿌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천시 및 인천시의회 수뇌부와 인천시 생체회장간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태의 진정한 승자는 신세계 이마트 아닐까?”. 도내 SSM 사태 해결을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의 의미있는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는 ‘SSM 갈등’이었고 대형마트 중 지역 상권과 마찰의 강도가 유독 심했던 곳은 홈플러스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골목상권 진입 시 지역 상인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업조정제’를 회피하기 위해 가맹점 체제로 전환하면서 ‘편법과 꼼수’라는 비난을 받았고, 지역 상인들의 눈을 속인 기습개점으로 대기업 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홈플러스와 달리 신세계 이마트는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선택한 듯 보인다. 지난 5월 신세계 이마트와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대·중소유통업체의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정부가 이를 간접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마트의 유통망을 이용해 지역 슈퍼마켓에게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을 공급시키겠다는 방안으로, 정부가 SSM에 대항하기 위해 추진 중인 지역 슈퍼마켓 전용 물류센터 건립이 오는 2012년에나 가능한데 따른 대안책이다. 이에 대해 도내 슈퍼마켓 조합들은 “향후 거대 지배력에 동네슈퍼들이 종속될 수 밖에 없어 사업추진이 무산돼
불치병 환자를 가진 가족의 희망이었던 황우석 박사가 기억에서 잊혀진지도 5년이 흘렀다. 지난 16일 서울고법 형사3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줄기세포 논문의 조작 사실을 숨기고 지원금을 받아내거나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는 보도가 있은 후 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생명공학계와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등에 따르면 황우석 박사는 3년여에 걸친 법정 공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동안 연구해온 ‘특정 유전자를 가진 질병 동물모델 생산’과 ‘동물복제’ 분야에서 나름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잇달아 내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내분비학과 대사 분야의 국제학술지 105개 중 최고 학술지로 꼽히는 ‘내분비학 리뷰(Endocrinology Reviews.인용지수 24)’ 최근호에 게재된 2편의 연구성과다. 이 논문에서 황 박사팀은 당뇨병모델 복제 개를 처음으로 생산한 데 이어 알츠하이머 질환을 가진 복제 개도 출산에 성공했다고 보고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에서도 당뇨 개는 기존의 흰쥐와 달리 사람과 유사한 섭식습관을 갖고 있어 당뇨병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동물로서 더 유용한 데이터
남자들끼리 모이면 군대 생활을 아무리 허풍을 쳐서 떠들어도 뻔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듣는 척 해준다. 희망에 허풍을 포장하기 때문이다. 집에 금송아지 있다는 것은 비교적 애교 있는 허풍이고, 입대전 근무지가 동리 이발관이 호텔 이발부로, 변두리 자장면집이 호텔중식당으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 그르려니 웃고 넘기는데….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남자들의 수다인 ‘군대 이야기’이다. 월남 스키부대(?)에서 베트콩 잡던 일, 탱크를 빨리 몰다 과속 딱지 끊긴일…, 황당한 예가 한둘이 아니다. 어찌됐던 힘들었던 군대생활이 재미있고 그리운 이유는 공평(公平)함에 있다. 부자이던 많이 배운 사람이던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침상(寢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억울함이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환경의 공평함이 도외시 됐다면, 이처럼 과거가 그리울 수 있을까? 그러나 외적(外的) 억울함보다, 등 뒤에서 꽂히는 비수내적(內的) 억울함이란, 감당하기 힘든 법이다. 일본 속담에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을 쓰면 반드시 낭패를 보는 사람 있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행위를 남에게 들키지 않게, 남의 약점을 그럴듯한 포장을 해서 밀고(密告) 하는 것. 투서(投書)
송년회는 한해를 보내며 속해 있는 모임이나 직장, 친인척들이 모여 그 해를 돌아보며 서로 격려하거나 반성하고 새해에는 더욱 보람찬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덕담과 음식을 함께 나누는 행사다. 예전에는 ‘망년회’라고 해서 그해의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모였으나 요즘은 대부분 송년회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는 제 몸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12월 내내 이어지는 술자리로 인해 몸도 파김치가 되거니와 송년회에 이어 2차, 3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여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들은 당연히 송년회를 앞두고 음주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얼마 전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 모임으로 ‘술을 지양하는 조촐한 모임’이 35.6%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송년회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흥청망청 ‘부어라 마셔라’식 송년회 대신 불우이웃에게 봉사를 하거나 성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공연장을 찾아 연극이나 영화,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영통구 공직자 전원은 지난 최근 송년 파티 대신 관내 전체 경로당과 홀로 사는 노인을…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는 내년 예산확정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생우선’이라는 양당의 공통적 가치에도 당운을 건 양당의 대결은 예산파국을 걱정하는 지경으로까지 치달았었다. 결국 정치권 일부가 야합이라는 비난을 하는 가운데 여야간 ‘빅딜’을 통해 민주당은 이름이 친환경급식으로 바뀌기는 했으나 최대 현안이던 무상급식예산을 얻어냈다. 반면 한나라당은 안정적 도정수행을 위한 집행부의 각종 정책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민생우선이라는 양당의 가치가 헛구호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도의원 개인의 편의 혹은 수혜예산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구렁이 담넘어 가듯 챙긴 의원용 ‘공짜 스마트폰’ 예산이다. 1억원 정도에 불과한 예산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나 양당이 당리당략에 따른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의원들이 자기 주머니 챙기기에는 여야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현재 도의원들이 무선 인터넷 요금으로 매월 1인당 1만~1만2천원씩 지원받아 비용 부담없이 정보검색이 가능함에도 추가로 스마트폰 예산을 챙기는 것은 이중예산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 홈폐이지와 각종 포탈사이트에
연평도엘 갔다. 시절이 하수상하다고는 하나 어쩌겠는가, 천안함 폭침에 이어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또다시 충격에 빠진 서해 5도다. 갑작스럽게 연평도행을 결심하고 난 그 날, 사격훈련을 재개한다는 발표가 났다. 그러자 ‘팩트’를 확인하려는 신문, 방송, 통신기자들로 뱃길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눈발이 흩날리고 파도가 친다. 오전 10시에 출항한 배가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 시간은 예상보다 늦은 오후 1시경. 바닷바람에 섞여 더욱 거세진 눈보라 때문인지, 비장감마저 감돈다. 이내 날씨가 평온을 되찾자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가까스로 민박을 정하고 난 뒤 포격의 현장을 둘러본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포염에 그을린 소주병을 들어 보이며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했다던 구멍가게,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탄피라고 했다 해서 구설수에 오른 골목길, 포탄소리에 놀라 황급히 대피소로 달려가는 모습이 생생한 연평면사무소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모습은 그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택가에 그렇게 포탄이 떨어졌는데도 주민들의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포격이 있던 시각,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업인 바닷일을 나가 집을…
무상급식의 원조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지난해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김 교육감은 당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다. 그 위력을 피부로 느낀 민주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채택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나라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반대 했지만 그 표의 위력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제 무상급식은 대세론을 타는 것 같다. 무상급식을 능가하는 파괴력 있는 그 어떠한 정책공약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필패’일 수 밖에 없다는 위기론이 한나라당을 엄습해 오는 듯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히 반대해 왔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정치가도에도 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본보의 지적대로 경기도는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친환경 학교급식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이 주장해온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주는 대신 김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행사성 예산과 맞바꿔치기 하는 ‘빅딜 예산’이 현실로 드러났다. 김 지사는 도의회와 협상을 벌여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으로 대폭 늘려줬다.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