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모든 사람은 생로병사의 단계를 거친다. 노년기가 오기 전에 질병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다 노년기를 보내게 된다. 노년기는 자기가 살아온 평생을 결론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또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야 하고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다. 따라서 활기차고 보람된 노년기를 향유하는 것은 개개인의 인생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의 생기를 북돋우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적인 시각도 다르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노인들의 능력이 젊은이들 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년기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사회에서 경제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난 후 무기력하게 현실에 순응해 나가는 잉여기간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으로서 효를 사회적 근간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의 능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나서기 싫어하고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인들은 체력이나 순발력, 참신한 아이디어 면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뒤질 수 밖에 없겠지만 아직도 사회적 활동을 하기에 충분히 건강하다. 거기에 삶의 연륜…
교단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을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학부모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호가 재출범 하면서 부르짖었던 교육혁신과 일벌백계의 의지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채 제식구 안으로 감싸는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어 적지 않은 불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도 교육청이 성희롱 교장에 이어 수학여행 계약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교장들에게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도 교육청 교원징계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수학여행 등 학교 단체여행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교장 9명에게 정직과 감봉을 의결하고 같은 달 30일 징계결과를 해당 교원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앞서 도교육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교장들에 징계양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교육비리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던 약속이 공염불에 그쳤음을 보여준 것이다. 도 교육청의 ‘제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만도 여교사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초등학교 교장에 대해 교감으로 강등한 후 다른 학교로 전보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강등조치된 의정부 모초등학교 교장
광명시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 참패 후 야당의 승리로 단체의 장이 바뀌었고, 지방의회 역시 주도권을 야당이 가져가면서 지역적인 색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이효선 전 광명시장은 지난 2007년 단체장에 입성한 후 줄곧 호남비하 발언과 각종 말 실수로 당을 탈당해 임기 내내 어려움을 안고 시정을 이끌었다. 또한 이 전 시장의 임기중 선임된 사람들이 운영하던 갖가지의 사업들이 시 자체 감사에서 예산 낭비 등 많은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어, 현 양기대 시장은 이에 대한 개선책은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전임시장의 임기 중 사업에 대한 감사 집행과정에서 ‘순수한 시 예산집행을 감사하기 위한 감사가 아니다’는 지역에 떠돌고 있는 의혹을 먼저 없애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지난해 말 광명의 M 단체가 전임시장과의 갈등으로 예산 전액 삭감 등의 불이익을 당했지만, 이를 정치적인 집단이라며 시민 단체 등에서 전체이사의 퇴진을 요구했던 단체였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 후 단체의 수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켜 이 단체의 장에 출마한 사람들이 공동사퇴 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현재 직무대행을…
안성은 미륵의 고장이다. 대표적인 미륵불로는 삼죽면 기솔리의 쌍미륵과 국사봉에 있는 일명 ‘궁예미륵’, 그리고 죽산면 매산리의 태평미륵을 꼽을 수가 있다. 굳건하면서도 친근한 미륵불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성엘 가면 왠지 ‘민중의 힘’이 느껴진다. 스스로를 미륵이라 칭했다던 궁예의 전설이 그렇고, 임꺽정과 관련한 칠장사, 장길산과 관련한 청룡사 설화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민초들의 삶은 안성지방에 남사당(男寺黨)이란 독특한 민중문화를 낳았다. 안성 남사당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청룡사다. 서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청룡사는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으로 유명해졌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懶翁)선사가 이곳을 지나면서 ‘지혜의 해가 거듭 나고 자비의 구름이 광채를 냄에 신비한 징조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절에서 하루를 묵게 되는데 과연 꽃비가 내리고 상서로운 구름이 일면서 용이 오르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절에 주석(駐錫)하게 된 나옹은 산 이름을 ‘서운(瑞雲)’, 그리고 절 이름을 ‘청룡(靑龍)’이라 고쳐 불렀다. 황석영의 소설엔 청룡사를 근거지로 한 남사당패와 장길산이 연합해 가는 과정이 묘사돼 있다. 양반사회에서 천대 받던 남사당패는 마을출입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채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특혜와 반칙이 비단 이번 일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에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의 구조와 운영에 특혜와 반칙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사회’임을 의심하는 국민이 갈수록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동체 의식은 한국고유의 긴밀한 네트워크인 혈연, 학연, 지연에 있다. 연을 중시하는 전통은 인간관계의 긴밀도를 높혀 내 일과 남의 일을 굳이 가리지 않는 공동체 의식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83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 TV를 통해 상봉장면이 중계되자 온 국민이 마치 내 형제부모처럼 눈물을 흘렀던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혈연 지향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온 국민이 빨간색 셔츠를 입고 붉은 악마로 변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장롱속의 금붙이를 성금으로 쏟아냈다. 우리가 남인가라는 의식이 특별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연줄은 일종의 확대가족주의로 한국전쟁과 위기시에 국가가 개인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시기에 세상의 거친 바람으로부터 개인을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했다. 이
세계적으로 식량파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7∼2008년에 비하면 아직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일부의 입장도 있다. 이 당시의 세계 식량난은 그야말로 전쟁 상황이었다. 러시아와 이집트는 곡물 수출 중단으로 인근 국가들과 전쟁 직전까지 갈 정도였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와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적으로 40여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이 중 아이티와 마다가스카르는 식량파동으로 급기야 정권이 붕괴될 정도였다. 그때 만큼은 아니라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식량 파동은 심히 우려가 된다. 심각한 지구촌 경제 위기, 기상 변화 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식량위기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이번 곡물 파동은 세계의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호주의 대가뭄과 파키스탄의 대홍수 등 세계적인 기상 변화에서 비롯됐다. 특히 세계4위의 곡물생산국가인 러시아는 내년 말까지 밀을 비롯한 모든 곡물의 수출을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식량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런던곡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값은 1톤당 231.5파운드로 1년전의 141파운드보다 무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가 열린 지난 3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의 정책적 효과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DTI 완화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만큼 실수요자의 부동산 거래를 돕기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DTI를 풀면 집값 상승, 가계·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은행창구도 한산하기만 하다고 각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DTI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8·29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살아나는 조짐이 현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부동산 규제 완화 발표 이후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낙찰률, 낙찰가율, 경쟁률과 같은 주요 지표가 일제히 상승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은 32.3%를 기록했으나, 30일과 31일 양일간은 41.8%로 9.5%포인트가 올랐다. 낙찰가율도 75.7%에서 76.9%로 작게나마 올랐고, 1건당 평균응찰자 수도 5.6명에서 6.9명으로 1.3명 늘었다. 실제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호수마을아파트 119㎡는 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이 쓴 “잃어버린 명예”란 작품이 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면 서점가는 잠시 활기가 도는데, 평소 책을 멀리한 사람도 신문 광고에 현혹(眩惑)되어 서점을 기웃거린다.(사실은 좀 창피하다.) 나도 이 경우에 속하는데 홈쇼핑을 보면서 ‘충동구매(衝動購買)’ 하는 것과 유사했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나의 선택에 흡족했다. 대부분 노벨상 수상 작품은 작가가 주는 의도(意圖)한 바가 있어서 읽기에 머리가 아픈데, 이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섬뜩했다. 언론의 치부. 언론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들추어 낸 작품이다. 어느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범은 카타리나 블룸이란 나이 스물일곱 살의 모든 것이 보통이랄 만큼 평범한 여인, 우리 이웃의 말 없고, 자기 분수를 알고 능동적이 아닌 항상 피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처녀를 연상하면 된다. 식당 서빙에서부터 가정부로 일해서 작은 아파트와 중고차(中古車)를 마련한 아주 소박하다. 그리고 근면했다. 한국식 표현대로 하면, 법 없이 살 수 있는 여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소곳하더라도 사랑을 갈망하는 뜨거운 피
흔히 국악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현대 감각에 맞지 않고 지루하고 따분하며,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더욱이 이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들은 국악에 대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또 현재 국악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뮤지컬과 클레식이 수많은 공연장을 찾고 많은 관람객들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선입견을 바꿔주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료 또한 많이 준비해야 한다. 지난 1월 경기·서울지역에 젊은 전문 국악연주자 24명으로 구성된 민간 국악관현악단 ‘그린챔버 오케스트라 오브코리아(Green chamber orchestra of korea)’가 탄생했다. 단체명에서 보는 바와 같이 Green을 주제로 경기지역, 더 나아가 우리네 자연의 아름다움을 국악관현악의 연주 음악형태로 표현하고자 함에 의의를 두고 있으며,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성곽, 고찰, 사적 등을 연주곡으로 재구성하면서 그 역사적 의의와 후대에 주는 선인들의 메시지와 정보를 정례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더불어 전통과 현대적 의미의 연주형태를 통해 우리문화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자녀가 모두 학교에서 왕따여서 위장전입을 했다”고 가슴아픈 가족사를 고백했다. 좋은 대학 나와 신문기자 생활을 거쳐 고위직 공무원에 올라 승승장구 출세가도를 달리는 아버지와는 달리 자녀 셋은 모두 사회공동체에서 외톨이가 되는 현실을 믿고 넘어가갸 할지 머리가 복잡하기만 하다. 자녀문제라면 물불 안가리는 우리네 부모들이 그렇다고 쳐도 신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선뜻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학교만 옮기면 자녀들이 그동안 겪어야 했던 각종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학교 선택이 왕따문제를 해결할 수 있들 근원적인 열쇠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 장관후보자의 위장전입에는 숨기고 있는 또 다른 속내는 없었는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특별채용 특혜 논란에 책임을 지고 결국 퇴진하게 됐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기 전에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도덕적 해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거듭 확인케 했다는 점이다. 이번 일만 갖고 공직사회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