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8월 29일,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국권 상실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갖게 됐다. ‘한일강제병합(韓日强制倂合)’이라는 뼈아픈 사건에 앞서 최근에는 ‘합방(合邦)’이냐 ‘병합(强制)’이냐는 용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 사건을 ‘한일합방조약’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끝에 조약을 붙여 마치 나라를 빼앗을 의도가 없었던 것처럼 꾸몄다. ‘을사늑약’을 ‘을사보호조약’이라고 한 것과 같이 조선 침략 의도에 대한 속내는 ‘눈 가리고 아웅’한 식이다. 우리도 ‘합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병합된 것에 대한 수치를 무의식적으로 방어하기도 했다. ‘합칠 합’ 자에 ‘나라 방’자로 이뤄진 ‘합방(合邦)’이라는 용어는 둘 이상의 국가가 상호 합의에 의해 한 나라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우를 병’에 ‘합할 합’으로 쓰이는 ‘병합(强制)’은 외국 영토의 일부나 전체를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것을 말한다. 두 단어는 유사한 듯 보이지만 100년 전의 사건을 우리 스스로 한일합방이라 칭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또 합방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역사의식, 민족의식을 떠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도의 역사
방랑시인 김삿갓은 영주 부석사 안양루에 올라 경관에 취해 이런 절창을 남겼다.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김삿갓의 탄식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 제주도에 숨어있다. 이름도 희한한 ‘엉또 폭포’가 그것이다. 70mm 이상의 비가 쏟아져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엉또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은 건천인 관계로 평소엔 폭포를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억수로 비가 와야만 50m 높이에서 김수영 시인의 표현대로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수 십 차례 제주를 찾았지만 이 폭포를 만난 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흔히 3대가 공덕을 쌓아야 지리산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엉또 폭포도 그와 마찬가지라는데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올레길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7-1코스 언저리에 숨어있는 엉또 폭포의 뜻은 ‘엉’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한다. ‘엉’은 작은 바위 그늘 집보다 작은 굴, ‘도’는 입구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휴가철을 맞아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여행만한 것도 없다.
님비(NIMBY)현상은 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현상으로 ‘내 뒷마당에서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는 지역이기주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정부 간의 갈등,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의 갈등,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이 나타난다. 지역이기주의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핵폐기물처리장·하수종말처리장·쓰레기매립장·시립화장장 등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유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님비현상은 국가발전과 지역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해 온 입장에서는 억울한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가 그런 경우다. 도내에 설치돼 있는 서울시 소유 기피시설 가운데는 아예 경기도 내 자치단체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설치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제144조 3항’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공공복리를 위해 설치하는 공공시설은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받아 그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밖에 설치할 수 있다’고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도 말이다. 지난달 경기개발연구원이 발간한 ‘기피시설 주변지역 주민피해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보고서를…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서는 호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각 경제연구기관와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세계적인 경제전망 전문기관인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한국의 2분기 성장을 바탕으로 강한 회복세를 전망한다’는 분석보고서에 이같이 전망했다. 이밖에 삼성 등 대기업이 역대 최대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호성적으로 보이고 있어 정부 역시 경제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회복 효과가 대기업 위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 속에 폐업이 속출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소위 “아랫목은 뜨끈한데 윗목은 냉기가 도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계속되고 지표는 좋은데 중소기업은 고사하는 경제의 이중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나서 대기업에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주문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그 성과에 회의를 품게 된다. 이같은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경기도의 수부도시인 수원시의 산업공동화를 부추기고 있다. 수원시내 기업중 부도를 맞거나 타지역으로 이전한 중소규모 공장들이 속출하면서 지역사회의 현안으로 부상했다. 수원시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나라 안팎이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던 70년代 말, 기억하시리라.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대한민국이 아님) 홍수환 선수가 비행기를 여섯 차례 갈아 탄 끝에 파나마에서 15회전 상대방을 링 위에 눕혀 놓고 난 뒤, 어머니와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승전보(勝戰報)와 함께 모자간(母子間)의 대화는, 지친 모든 이에게 시원한 감로수(甘露水)였다. “대한국민 만세”는 한 때 유행어처럼 번졌는데 고스톱 판에서도 쓰리고를 성공한 후, 두 팔을 벌리고 대한국민 만세!…. 안중근 의사는 대한국인(大韓國人)이라 썼다. 옥중에서 쓴 그 어른의 글은 낙관(落款)도 없이 시커먼 손바닥 도장과 함께 대한국인 안중근!…. 분연한 결의(決意)를 느낀다. 국민이 모여 민국을 만드는데, 임기가 한정돼 있으니 임시직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가끔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한국민을 무시할 때 많이 섭섭하더라. 이야기가 빗나갔다. 다시 홍수환 선수 이야기….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얻어터지고, 마지막 내뻗은 펀치에는 어머니에 대한 보은(報恩)의 선물이 아닐까? 어떻게 4번이나 링 위에 널브러져있던 그가 마지막 한 주먹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 있는지
휴가 대신 시원한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옛말이 돼 버렸다. 연일 30도가 훌쩍 뛰어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부 지침에 따라 실내 온도 28도를 유지해야 하는 관공서의 경우 민원인들은 물론 항상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고초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국무총리실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8조’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에너지 이용 효율화 조치 등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지난 3월 24일 ‘국무총리 지시 제2010-03호,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 지침’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오산시청을 비롯한 도내 각 관공서들은 ‘공공건물은 난방설비 가동 시 평균 18도 이하, 냉방설비 가동 시 평균 28도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는 지침 제24조에 의해 올해 여름 실내 온도를 28도 이하로 낮추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이로 인해 오산시청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들은 오후에만 잠깐 에어콘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2일, 수원과 오산 등 경기 남부지역의 오전 기온이 28도를 웃돌면서 오산시청의 경우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북측 사무실의 경우 사무기기 등에서 방출되는 열로 인해 오전 11시 기온이 30.4도까지 치솟았다.…
최근 두 명의 전(前)수도경비사령관이 이틀 간격으로 세상을 떴다. 한 사람은 ‘12·12 쿠데타’에 맞선 ‘참 군인’ 장태완 장군이고 또 한 사람은 이들 쿠데타 주체인 ‘하나회’의 대부로 불리던 윤필용 장군이다. 지난 달 26일 세상을 뜬 장태완 장군은 경북 칠곡 출신으로 대구상고를 다니던 중 6·25가 터지자 육군종합학교를 지원해 군인의 길로 들어서 육군본부 군사연구실장, 교육참모부 차장 등을 거쳐 1979년 수도경비사령관에 취임한다. 그러나 한 달 뒤 12·12 사태가 일어나자 이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신군부 측에 반기를 들다 강제 예편됐으나 그 후 12·12 사태가 재조명되면서 ‘참 군인’으로 명예를 회복한다. 이보다 이틀 앞서 24일 작고한 윤필용 장군의 부침은 군부가 장악했던 1970~80년대 한국 현대사의 곡절과 맞닿아 있다. 육사 8기 출신으로 5·16 쿠데타 후 최고회의 의장실 비서와 수도경비사령관(1970년) 등 박정희의 곁을 지키며 승승장구 하던 중 1973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형님이 각하의 후계자”라고 말한 것이 빌미가 돼 쿠데타 모의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된다. 하지만 그는 1980년 하나회를 주축으로 한 신군부가 권력을 잡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교통부담금을 피하기 위한 얄팍한 사업축소에 경기도내 교통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LH와 경기도,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광역교통개선대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내 일부 택지개발지구의 사업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축소는 교통부담금을 회피하고 알짜 지역만 개발하기 위한 사실상의 사업 쪼개기여서 여론의 반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LH의 사업 쪼개기는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정상화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어 막을 명분도 약해 경기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H는 안성시 아양동일대 402만3천266㎡ 규모의 택지에 1조759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기본계획을 변경, 당초 계획의 20%에 불과한 82만㎡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사업규모가 100㎡ 이하로 축소되면 광역교통개선대책비용을 피해갈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LH는 안성 아양동 개발사업에서만 교통부담금 2천428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화성 장안지구 133만2천㎡ 6천세대를 개발하는 택지개발의 경우 3천93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나 이 역시 100만㎡ 이하로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 경우에도 광역교통개선대책을 강제하지 못해…
한국 경제가 2분기에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분기 8.1%에 이어 2분기에도 7.2%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7.6%로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 7.4%를 웃돌았다. 이는 2000년 상반기 1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증가세를 지속한데다 설비투자와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하지만 서민경제로 눈을 돌려보면 답답하다. 화려한 지표경기에도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과 수출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과 서민층은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등 아랫목에서 시작된 온기가 중소기업과 서민 등 윗목으로 퍼지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양극화가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단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음은 통계상으로 확인된다.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상류층은 1996년 20.3%에서 2009년 24.1%로 3.8%포인트, 빈곤층은 같은 기간 11.3%에서 19.2%로 7.9%포인트 증가했다. 중산층이 감소하며 결국 우리 사회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분화되고 있는 모
6.2 지방선거도 끝났고 7.28 재·보궐선거도 끝났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들고 나왔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5%, 4.9% 올리고, 시외버스 운임도 4.3%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 인상계획은 이미 이달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 도시 서민들은 공공요금 인상안에 억 소리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전기요금은 작년 6월에 평균 3.9% 인상한 지 1년도 채 안 돼 추가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전력 수급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 누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인상 폭도 작년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안이 정부가 주장하는 만큼 절박한 수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물가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의 형편을 살펴 전기요금을 또 올리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한전은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한전은 공공기관 2009년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