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서해5도 어민들이 해양수산부·해양경비안전본부·국방부합동참모본부·행정자치부·인천시·옹진군 등 정부 대표단과 만났다. 이른 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서해5도 어업인 피해대책 관계기관 회의’였다. 해경이 미처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로 600~700척씩 들어와 물고기를 싹쓸이 하고 어구까지 걷어가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중국어선들은 창과 칼 등으로 무장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조업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중국어선이 나타나면 우리 어민들이 다칠까봐 피하라고 옹진군 어업지도선이 방송할 정도라니 할 말이 없다. 영해 주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다. 관계당국의 대책은 늘 똑같다. 중국과 협력해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관계기관 회의 이후에도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계속됐다. 서해는 물론이고 제주도 인근 해상이나 동해상 울릉도 지척에서도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어구
무예는 신체학문이다. 인간의 몸을 사용해서 그것 안에 담긴 다양한 사상과 철학을 연구하는 것이 무예학이다. 단순히 상대와 몸을 맞대고 승패를 겨루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몸을 사용하는 기본 원리를 시작으로 하여 몸을 기르는 방식 즉, 양생(養生)의 단계까지 확대시킨 것이다. 그래서 무예학 공부는 단순히 기술적인 체육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구조 파악이나 생리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의학부터 인간의 몸을 어떤 방식으로 사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만 무예의 본질에 접근할 수가 있다. 근래에 인터넷을 비롯한 가상공간에서 종종 무예와 관련한 다양한 논쟁들이 펼쳐지곤 한다. 어떤 무예가 실전성이 있느니, 없느니 혹은 서로 다른 무예를 수련한 사람이 겨루기를 하면 누가 이기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쉼 없이 논쟁으로 떠오른다. 그 논쟁에서 승자는 말 그대로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는 인터넷 강자들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무예수련을 하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 해당분야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어 연구하여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 누군가의 수련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이론화
종종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려내는 드라마, 영화를 보게 된다. 조폭을 주제로 의리로 뭉친 남자들의 집단으로 그려내거나 한탕주의로 범죄를 계획해서 성공해 인생 역전을 하는 내용도 있다. 이러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갈 경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인터넷에 의한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하고 시간이 흐른 뒤 TV를 통해 볼 수 있기에 이러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은 무색하다. 이러한 범죄를 미화하는 영상물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큰 악영향을 끼쳐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인기있는 연예인이 나와서 조폭역할을 하거나 한탕주의 범죄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은 멋있다고 생각하며 모방하고 싶어 한다. 그 단적인 예로 폭력써클을 만들어 학교폭력을 일삼는 경우와 조폭문신을 멋있다고 생각해서 아르바이트나 또래 학생들에게 금품을 갈취해서 문신을 새기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흉내를 내는 청소년들이 결국 조직폭력배 일원이 되어 평범한 삶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조폭문신을 몸에 새긴 학생들은 후에 성인이 되어 문신시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나이 들어 문신을 지우려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많은 비용과 피부에 남
경찰청에서는 지난 12일 경찰청 대강당에서 경찰청장을 비롯 320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해자 전담경찰관 발대식을 개최했다. 피해자 전담경찰관의 역할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피해자 보호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것인데 구체적 지원 대상은 ▲살인·강도·방화 ▲중상해, 체포·감금, 약취·유인 등 주요 폭력사건 ▲교통사고 중상해, 사망사건 피해자 등이며, 기타 성폭력·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도 이에 해당된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책으로는 강력사건으로 인해 사망, 중상해를 입은 경우 피해자 및 유족이 유족구조금, 중상해 구조금 등을 사건 관할 검찰청 민원실(범죄피해자지원센터 포함)에 신청하여 보상받을 수 있으며,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된 전문심리상담 기관에서 심리 치료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해자로부터 형사조정제도, 지급명령제도, 배상명령 등을 통해 피해회복을 구하는 방법 외 가해자가 불명인 범죄 사건의 피해자인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 또는 중증 후유 장해를 입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와 가족(기초생활 수급자 또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500만년이라고 할 때, 그것을 1개월로 줄여서 시대별로 계산하면, 인류가 유목민으로 살아온 제일 긴 기간은, 29일 22시간에 해당하고, 근대 산업사회의 생활은 1분 30초에 해당하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전자정보시대는 불과 12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장 짧은 12초의 순간에 불과한 전자정보시대는 인류역사상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오늘날 발달한 고도의 정보 통신기술은 인류에게 시간과 공간의 속박을 해방시켜 놓아,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조성하는 경험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주로 이 시대의 주류미디어를 사용하는 세대를 ‘신인류’로 표현한다. 그것은 삶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뒤바꿔 생활혁명을 이루어 놓은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의 미디어 전문가 데이비드 와인버거(David Weinberger)는 오늘의 지식과 정보는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거의 모든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로 접속하여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고, 검색하며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
2003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6차 세계보건기구(WHO)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담배규제 협약이 채택됐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오는 2020년엔 1천만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되자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나선 지 5년만에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주요 내용은, ‘5년 안에 협약 가입국에서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 후원 전면 금지’ ‘담뱃갑의 최소 30% 면적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을 싣는 등 경고문구나 그림을 삽입’ ‘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의 접근 금지’ 등등 다섯가지였다. 그러나 초기에 실천하는 나라는 얼마 없었다. 특히 ‘경고그림’을 싣는 나라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담배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를 비롯 2002년 도입한 브라질, 싱가포르(2004년 도입) 태국(2006년 도입) 등 극소수에 불과 했다. 세계 최대 담배생산국인 미국조차 2012년에 가서야 ‘끔찍’하고 ‘직설적’인 새로운 경고표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참여율은 저조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담배 포장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따라서 미국인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 흡연이며, 이로 인한 연
어떤 내재율 /김선재 이제, 헤어질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긴 계 절을 통과했던 열차를 타고 다시 새로운 계절을 지나갈 뿐 그 밖의 사실은 모두 무익한 일 그것이 이별의 내재율? 구구단을 외워볼까? 오래된 리듬을 더듬으며? 헛된 수에 기대볼까? 곧, 목소리를 낮추고 조도를 맞춘 낯빛으로 누군가는 실패한 소망 을 쥐고 누군가는 새로운 소망을 품고 네가 사라진 방향에서 내가 돌아와 누군가를 버리고 간 노트에 적는다? 익명이 될 것? 날아간 새처럼? 바람 없는 숲처럼? 고요해질 것? 달아난 이름을 쫓아? 그리 멀리 가지 말 것? 늙은 이끼처럼? 어제보다 파래질 것? 그리고 맨 마지막까지? 돌아보지 말 것? 뒤돌아보지 않을 것 -계간 〈시와 사람〉 2013년 가을호 이제 안다,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남도 헤어짐도 부단한 변화의 움직임인 것, 공원 끝에 서있는 소크라테스들, 단풍잎 내려놓고 익명이 되는 중이다, 고요한 숲이 되는 중이다, 떨어진 잎들을 그리워하지 말 것, 어제보다 고독해질 것, 겨울을 견딜 것,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중이다, 저녁 어스름 속, 어둠이 밝히는 빛의 뒷면을 보기위해, 밤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진정한 나를 만나 함께 돌아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이다. 모처럼 부모·형제, 친지들을 만나 덕담을 주고받으며 회포를 풀기도 하고 못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다시 만날 기약을 하는 모습에서 훈훈한 정을 느낀다. 노모는 자식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그동안 장만해놓은 것들을 주섬주섬 차에 실어주고 떠나는 차의 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한다. 며칠간의 북새통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벌써 그리움이 차지한다. 그게 사는 맛일까. 나도 한 열흘 동안 정신없이 살았다. 섣달 하순이 생일인 남편을 위해 생일상을 준비하여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 초대해서 밤이 늦도록 놀았다. 1년 중 우리 집에서는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하다. 곧이어 가족, 친지를 위해 선물 준비하고 차례상 차리고 어른들 찾아뵙고 세배 올리는 등 정신없이 지냈다. 친정이 가까운 관계로 나흘째 친정 나들이다. 형제가 많다 보니 동기간이 올 때마다 호출이다. 슬쩍 꽁무니 빼고 싶어도 모처럼 친정에 온 형제들 생각해서 달려가다 보니 도대체 내 자유시간이 없다.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혼자 구시렁거리고 있던 참에 홈 쇼핑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방송 사상 최저가라며 이런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강영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어느 먼 산에 어스름이 가라앉는 걸 바라보는데 이윽고 그 산이 어둠에 완전히 잠길 때 생기는 침전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인데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물 위에 뜬 검은 쌀 서너 알갱이가 산 위를 고즈넉이 날아가는 까마귀 날갯짓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목련 꽃잎 같은 쌀뜨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목련꽃 한 그루가 저녁 어스름에 서서히 물들어 가는 거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데 그대여 그대는 나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나는 그대를 어떻게 물들이는가 쌀뜨물이 가라앉는 동안 나는 침전물에 대해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인데 그대에게 침전되어 가는 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인데 -〈시와 사람〉 2014년 겨울호 이 시는 읽을수록 아리송하면서도 매력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시로 읽어본다.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집중해서 바라보는 관(觀)의 명상법이 보인다. 대단히 깊은 경지가 느껴진다. 솟아오른 감정이 가라앉는 동안, 눈앞에 어른거리던 세계가 어스름에 잠기는 걸 지켜본다. 이윽고 혼탁한 풍경이 사라질 때, 가라앉는 감정을 바라보고, 남은 부스러기마저 비운다. 목련꽃잎처럼 깨끗해진 마음을 보면서, 서서히 고요와 내가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