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쿰부히말지역을 트레킹할 때의 일이다. 히말라야 오지의 산길을 걸어가는데 길가에 ‘DONATION'이라는 글자가 적힌 박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얘긴즉슨 길을 닦는데 필요하니 좀 도와달라는 취지였는데, 마치 피안(彼岸)의 세계인양 설산(雪山)이 하늘에 걸려 있는 낯선 땅에서 기부의 손길을 바라던 박스가 문득 생각난다. 기왕에 네팔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볼까 한다, 히말라야를 여행하다보면 곳곳에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자취가 남아있다. 힐러리 경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셰르파들을 돕기 위해 '에드먼드 힐러리 히말리안 트러스트 재단'을 설립하고 수백만달러의 기금을 모금해 120여 차례나 네팔을 드나들며 병원과 학교를 지어줬다. 아름다운 기부의 전형을 보여준 그는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탐험가로서의 명예보다 네팔을 돕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우리에게 ‘도네이션(기부)’이라는 단어는 그리 친숙한 편이 아니다. 좀 알은체를 한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 차원의 기부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물론 일반인의 성금 모금도 기부행위다. 기부행위가 다양해지면서 요즘 새롭게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연구년을 맞아 호주 시드니대학에 방문교수로 온지 1달이 조금 지났다. 전부터 호주는 몇 가지 면에서 나의 흥미를 끄는 나라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북반구에 있는 반면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한다. 거대한 대륙 전체가 한 국가인 곳은 호주 밖에 없다. 호주는 원래 애버리진이라 부르는 원주민들이 살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백인 위주의 백호주의 국가로 인종차별이 심하다. 호주는 200여 년 전 영국이 죄수를 데려와 세운 식민지로 출발하였다. 호주의 여름은 우리의 겨울이다. 쇠고기, 양모, 석탄, 철광석 수출 등을 제외하고는 별로 뚜렷한 기업이 없으면서도 호주의 GNP는 우리의 2배를 넘는다. 550여개의 자연 공원과 15개의 세계유산 등록 명소를 간직한 호주에서는 늘 대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다. 특히, 고유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관광지들이 풍부하다. 이런 것들이 호주에 오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이었고 이번 기회에 호주에 머물면서 진짜 호주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호주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10시간이 조금 안 걸려 도착하는 가까운 나라였다. 15시간 이상 걸리
우리나라에 외국인과의 국제 혼인이 성행하게 된 것은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젊은이들의 이농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후다. 너도나도 도회로 떠나가고 농촌에는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노총각들만 남았다. 도시처녀들은 평생 논.밭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 농촌총각들과의 결혼을 기피하게 되고 이들의 결혼문제는 사회문제로 부상할 정도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국제결혼이 성행하게 되고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도 많은 외국인 며느리들이 흔하게 눈에 띄게 됐다. 우리사회에서 국제결혼은 더 이상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동안 단일 혈통을 강조했던 단일민족이라는 틀 속에 갇혀있던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사회로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현대는 인터넷이나 무선전화로 전세계와 연결돼 있고 경제도 글로벌 경영시대에 접어든지 오래여서 국경이 유명무실해졌다. 이제는 오로지 내 나라, 내 민족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전 세계의 모든 민족이나 국가와 진정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화합의 시기가 온 것이다. 이렇듯 최근 국제결혼이 늘어나고 미등록 국제결혼정보업체가 난립하고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광릉숲’에 대한 유네스코(UNESCO) 생물권보전지역 등재가 사실상 확정됐다고 한다. 경기도 제2청은 지난해 9월 유네스코에 신청한 ‘광릉숲’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대해 유네스코 자문위원회가 검토한 결과 신규 지정을 본 회의에 권고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등재가 될 경우 남북한을 통틀어 7번째가 되며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우수 생태계 지역으로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경기북부 관광산업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 107개국 553곳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한반도에는 남한의 설악산과 제주도, 신안 다도해와 북한의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등 6곳이 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은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과 달리 인간과 생물종이 공존하는 가운데 생물다양성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위한 프로그램으로 핵심지역(Core Area), 완충지역(Buffer Zone), 전이지역(Transition Area)으로 구분된다. 포천과 남양주, 의정부시 등 3개 지역에 걸쳐 6천44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광릉숲(2만4천465㏊)은 핵심지역 755ha(광릉시험림 소리봉 일원, 죽엽산 천연림지역)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을 말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있었다. 촛불을 들지 않으면 민주시민이 되지 못한다는 손가락질에 시달려야 하는 경험도 했다. 정부와 정의는 검붉은 촛불에 덮여 있던 무서운 세월이었다. 불과 2년전의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금방이라도 광우병에 걸린다고 부르짖던 대학교수, 의사 등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 2주년에 즈음해 ‘촛불 보고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취임초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했던 촛불사태를 재평가함으로써 사회적인 책임 규명과 반성의 계기로 삼고 이를 역사발전의 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라는 게 청와대 핵심참모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라면서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반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촛불시위를 촉발했던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관련 방송에 대해 법원이 일부 허위, 왜곡 보도를 인정했으나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나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주장했던 지식인들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위 중의 하나가 먹는 음식을 속이는 것이라고들 한다. 왜냐하면 음식은 곧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해 음식을 먹으면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생명을 잃기 까지 한다. 반대로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건강하게 가꿔준다. 그런데 간혹 양심을 속이는 업주들도 있어 우리사회의 불신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는 모범음식점이란 제도를 만들어 좋은 식단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모범음식점은 지자체장이 음식점과 집단급식소 중에서 위생·시설·서비스 수준 등 일정한 기준에 적합한 업소를 지정하는 제도다. 복지부에서 마련한 ‘모범업소 지정 및 운영관리 지침’의 지정기준이나 절차를 따라 음식업중앙회의 지회/지부별 ‘음식문화개선운동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지자체에서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모범업소의 기준은 ‘좋은 식단제’ 이행 여부, 업소의 시설과 서비스 등에 의해 평가된다. 여기서 좋은 식단제란 ‘위생적이고 알뜰하며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단’을 뜻한다. 그런데 누구보다 자부심을 갖고 앞장서서 좋은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해야할 모범업소들이 원산지를 속여…
저축은행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허용되었지만 너무 허술하게 운영되어온 것으로 드러나 실망감을 안겨준다. 감독기관은 인원부족을 이유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저축은행들의 지금까지 확인된 비리행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에 금융감독원이 올해들어 지금까지 10여곳 저축은행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저축은행이 종합 비리백화점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저축은행들이 대주주나 임직원에게 불법 대출을 하거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했다가 감독당국에 적발돼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저축은행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회계처리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BIS 비율을 과대 산정했다. 이 저축은행은 작년 6월 말 결산 때 16개 거래처의 일반자금대출 317억 원의 건전성을 부당 분류해 대손충당금 117억5천만 원을 적게 쌓았고 이 금액만큼 2008회계연도 순이익을 과대 계상했다. 또 다른 H저축은행도 432억 원 규모로 개별차주 신용공여한도를 위반하고 신용대출 부당 취급으로 155억8천만 원에 달하는 부실을 초래한 데다 임직원에게 불법 대출을 해줬다가 제재를 받았다. 이 저축은행
4년마다 찾아오는 동시지방선거로 사회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 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 가운데하나가 “지역 문화예술의 부흥”이라는 내용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단골메뉴로 들고 나오는 내용이긴 하지만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전통문화가 있고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마인드다. 또 하나는 공공 공연장으로서 공익성을 우선시하면서도 관객 친화적인 역할수행을 들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시행정적으로 공연장을 건립하고 개관 이후에 그대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사실 공연장은 다른 건물과 달리 개관 이후부터가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수반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공연장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한 공연장이 콘텐츠가 없는 빈 공간으로 전락하다면 예산낭비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연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느
농림수산식품부는 10일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16강 막걸리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주류전문가 등 심사위원 23명이 각 지역 대표막걸리의 맛과 향 등을 평가해 먼저 32종의 막걸리를 선정한 뒤 이날 인기투표를 통해 16종의 대표 막걸리를 뽑았다. 16강 막걸리는 12일부터 고양 킨텍스에서 4일간 열리는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말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막걸리를 선정했다. 웰빙술로 인식되면서 막걸리는 현재 주류시장에서 맥주와 와인을 제치고 국민주의 자리를 단숨에 회복했다. 호텔에 막걸리 바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만하면 가히 막걸리 전성시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막걸리가 이렇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품질의 향상으로 인한 맛의 대변신을 꼽는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시금털털한 막걸리가 아니다. 달콤하게 혀에 착 감기는 맛은 여심(女心)마저 사로잡았다. 여기에 건강까지 챙기다보니 이제는 기능성막걸리가 대세다. 쌀로 빚은 생막걸리 일색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기능성막걸리로 진화하고 있다 막걸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술 소비량의 60~70%를 차
요즘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다. 말 그대로 2등과 3등은 없고 오로지 1등만 알아주는 세태를 빗댄 말로써 한 개그맨이 유행시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그렇다. 지난번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만해도 우리 언론의 초점은 모두 1등인 금메달에만 맞춰져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1등에 연연하지 않고 은메달이나 동메달에도 뛸 듯이 기뻐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는 남보다 잘 살아야 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이런 1등 의식이 고등학생들을 대학입시 전쟁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인문계 고교 뿐 만이 아니다. 실업계, 공업계 등 전문계 고교에도 대학 진학 열풍이 불어 닥쳤다. 본래 전문계고등학교는 대학입시가 아니라 취업을 하기위해 만든 학교이다. 그런데 요즘엔 내신성적이나 특기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인문계고가 아닌 전문계고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전문계 고교생들의 취업기피·진학선택 현상은 매년 심화되는 추세란다. 도내 전문계고 학생들의 진학률은 84%에 이른 반면 취업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