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세 여인이 만났다. 물론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니 만났다기보다 마주하게 되었다가 맞는 표현이다. 모두들 단풍처럼 밝은 빛깔의 옷을 입고 새벽길을 걷는다. 윤달이라고 뜸하던 청첩장 이야기가 급기야 혼사로 이어진다.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여인은 남편에게 손녀를 맡기고 와서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지난해 아들 결혼을 시키면서 돈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며느릿감도 어릴 적부터 보아온 처지라 별 어려움 없이 혼사를 치르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크나큰 실수였다. 아들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아이라 둘이 사귀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갑자기 아기를 가졌다는 말과 함께 결혼을 서둘러 달라는 얘기에 눈앞이 캄캄했다. 휴학을 하고 입대를 해서 부사관에 지원을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군생활 몇 년을 하면 목돈을 만들어 학자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했었다. 어찌 되었거나 미룰 수도 없는 일이라 될수록 빠른 날에 간소하게 식을 올리자고 하려던 것이 상견례자리에서 신부 어머니의 말과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지금이라도 마음 모질게 먹으면 당신 아들 신세 망칠 판인데 우리가 구제해 주니 감지덕지하게 생각하라는 말은 두고두고 가슴을 후볐
헌법재판소에서 선거구획 기준이 되는 인구 최고 최저 비율 3:1이 위헌이니 2015년 말까지 2:1로 조정하라는 판결을 함으로써, 입장에 따라 여야의 양상은 다르지만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야당과 여당 일부는 차제에 선거제도를 개선하려는 논의에 불씨를 살리려고 모색하는 등 그동안 일부에서 간간히 주장해오던 개헌론과 맞물려 변화의 기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간에 세월호 참사를 목도한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는 여론을 팽배하게 조성했지만 여야 간의 답답하고 비생산적인 줄다리기에 국민들은 정치권을 손가락질하면서도, 매번 그래왔던 것처럼 나라의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꿔야한다고 했던 의지는 체념으로 대체되고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마음만 일상화돼 갔다. 다행히 참사 200여일 만에 여야 합의안이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던 중 다음 총선부터 시행하라고 헌재에서 판결한 선거구획 조정은 신선한 역할을 하게 됐다. 정치권이 극한 대결과 비생산적인 행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개별적인 헌법기관이면서도 공천권을 가진 대표와 지도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율성을 갖지 못하고
애플(Apple)이 운영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은 ‘애플 생태계’라는 말까지 낳을 정도로 경영의 독특함을 갖추고 있다. ‘애플 생태계’란 아이폰·아이패드 같은 하드웨어와 이를 작동시키는 운영체제(iOS), 보고 즐기는 콘텐츠, 기기를 사고파는 오프라인 매장(애플 스토어)과 애플리케이션(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를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애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런 생태계 전체를 갖고 있다. 다시말해 기기를 만들어 애플 스토어에서 팔고, 아이튠즈에서는 음악을, 앱스토어에서는 앱을 판매한다. 애플의 시장 장악력은 이렇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데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운영의 엔드 투 엔드 방식이라 부른다. 애플과 전혀 반대 방식의 운영으로 세계적 가구기업이 된 회사가 이케아(IKEA)다. 사람들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물건을 조립하면서 느끼는 재미와 모험심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는 심리를 최대한 활용, 기업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가구의 DIY전략이다. DIY는 1945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확산되었는데, 1950년대 들어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도 자신의 집 안팎을 공사할 수 있
낙엽차 /강신애 낙엽, 낙엽 속에 파묻고 홀연 등불 켜고 빛바랜 얼굴 들추어 보았는데 미친 마음 미련한 황홀 따위 낙엽 속에 파묻고 으스러뜨렸는데 단단한 허공에서 뜯겨 쏟아져 내리는 노란 먼지 속, 뒹구는 이파리 몇 잎 주워 팔팔 끓여 마시면 우울증이 확 풀린다는데 세상에서 제일 쓸쓸한 차가 세상에서 제일 쓸쓸한 병의 즉효라니요 낙엽 때문에 앓고 낙엽 때문에 헤매다닌 몸 낙엽이 맑게 우려 일으켜주네요 -강신애 시집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시인동네 2014년) 한 마디로 낙엽이 병 주고 약주는 격인데요. 단풍철이 되면 낙엽으로 옷을 갈아입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난리가 나지요. 설악에서부터 땅 끝까지 방방곡곡 몸살을 앓지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니요. ‘미친 마음/미련한 황홀 따위/낙엽 속에 파묻고 으스러뜨렸는데’ 발길 멈추는 곳마다 꽃잎보다 고운 빛의 낙엽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요. 빛바랜 얼굴들이나 들추고 있었던 우울한 동공도 단풍빛으로 물드는데요. 왜 헤매인 여자가 아름답지 않겠어요. 낙엽 때문에 더 쓸쓸해 헤매다니던 여자. 쓸쓸한 병의 즉효라니 낙엽차 한잔 하실래요 당신? /김명은 시인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 하여 결실을 보는 요즘 작년보다 풍작이라는 벼농사가 농가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금년도 경기도 벼 재배면적(8만6천457㏊)은 전년(8만6천916㏊)보다 감소하였으나 예상 생산량은 10㏊당 514㎏으로 전년 458㎏보다 12.2%나 증가하였다. 전년에 이어 병충해, 수해 등의 피해가 크게 없었고, 벼 알이 영그는 시기에 기상여건이 좋았던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농가들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봄부터 힘들여 지은 쌀이 제값을 받을지, 또 쌀 관세화로 인해 한평생 천직으로 알고 지어온 벼농사를 지속해야 할지 걱정이 가득하다. 그래도 농업인들은 애써 가꾼 농작물 수확에 묵묵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벼농사는 우리민족과 역사를 같이하며 국민들에게 식생활을 책임지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탱해온 중요한 작물이며 우리 경기도에서도 농업의 비중이 큰 작물이다. 특히,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경기미는 예로부터 밥맛이 좋아 임금님께 진상을 하였고 지금도 최고급 쌀로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급속한 탈 농촌, 도시화로 인한 농촌인구의 고령화, 벼 재배면적의 감소
이브 /이건청 흙인 나를 밟아다오 아지랑이 언덕을 싸고 도는데 종다리 한 마리 솟구쳐 올라 푸르름 속에 소멸돼 버린다 흙인 나를 밟아다오 사과나무인 그대 뿌리를 내려다오 깊이 깊이 내려다오 내 가슴에 내려다오 깊이 깊이 내려다오 아지랑이 언덕을 싸고 도는데 종다리 한 마리 솟구쳐 올라 푸르름 속에 소멸돼 버린다 뿌리를 내려다오 내 가슴에 내려다오 깊이 깊이 내려다오 흙인 나를 밟아다오 에덴 동산은 기독교 정신의 궁극적 지향점이며 귀의처이다. 이브는 여성이고 어머니이기도 하다. 여성은 인간의 궁극적 모태인 점에서 대지의 흙이기도 할 것이다. 온갖 생명체가 발딛고 사는 근거지이기도 하고 생명체가 태어나는 발원지이면서 결국은 돌아가 묻힐 귀의처이기도 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어머니의 가슴에서 샘솟는 분비물 속에서 생명의 힘을 나누어 가졌던 것이다. 어머니의 따스한 젖가슴과 자애로운 눈동자를 평생동안 잊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두고두고 어머니 품 안을 그리워하고 그 속에 안기고 싶어하는 본능은 그럼 면에서 파라다이스인 에덴 동산을 그리워하는 본성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협회장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우리에게 진정 도움이 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감사하는 마음이 입을 통하여 말로 구체화되면, 즉 목소리로 울리는 ‘감사합니다!’의 말 한마디는 잔잔한 호수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력을 발휘한다. 이제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이다. 뿌리지 않으면 결실은 없다. 이 말은 진리다. 진실을 뿌리면 위안을 받는다. 거짓을 뿌린다면 물론 온통 고통이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매일 매일의 삶에서 진정성을 가진 씨를 뿌릴 때 추수할 때가 되면 기쁨의 결실이 기대된다. 사회는 상대적임을 알 수 있다. ‘콩 심은 데서 콩 나는 법이고 팥 심은 데서 팥이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 사이엔 그 어떤 사술(邪術)이 스며들 여지가 없음이다. 그래서 공평무사(公平無私)란 단어가 있으며 이 단어를 기억하면서 우리는 공의와 정의롭게 살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눈을 팔면 어느 순간에 사술은 우리에게 다가와 혼란스럽게 한다. 고요한 마음의 평정을 한없이 깨뜨려버린다. 풍요로운 가을, 감사의 계절에 감사함을 잊지 않는 넉넉한 마
중국 춘추·전국 시대엔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혈(穴)이란 전법을 썼다. 성벽 밑에까지 버팀목을 대면서 땅굴을 파 그 버팀목을 불태워 성벽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또 지돌(地突)이라 해서 성벽밑으로 땅굴파고 그곳을 통해 성내로 진입하는 전법도 구사했다. 모두가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기습공격의 방법들이다. 당시엔 이를 방어하는 전술도 아울러 발달했다. 높은 망루에서 적의 진지를 정찰하여 땅을 파낸 새 흙더미가 있는지 조사하고, 땅굴이 확인되면 활, 투석기 등으로 입구를 공격했다. 또한 성 안에 지하수가 있는 곳까지 우물을 파고, 우물 속 항아리에 가죽을 씌운 것을 청음기로 삼아 넣어두고 적의 침입로를 찾아내고, 반대 땅굴을 파서 땅굴 속에 연기나 불을 불어넣어 질식사시키거나 불태워 죽이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때로는 땅굴 속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용도의 땅굴이 1200여년 지난 1974년 11월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돼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북한이 기습전을 목적으로 파놓은 땅굴이 발견된 장소는 경기도 고랑포 동북방 8㎞ 지점이며 남방한계선을 불과 800m 남겨 놓은 곳이어서 충격을 더욱 크게 했다. 특히 전체 길
지난달 24일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이 다가올 재앙을 우리는 어찌 대비할 것인가? 다행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당초 내년 말에서 2020년 이후로 재연기하기로 합의하고 평택으로 이전하려 했던 한미연합사와 미군 화력부대도 그대로 임무 수행한다니 일단은 안심이다. 미군의 화력부대는 북한의 8천여문이나 되는 장사장포를 전쟁초기에 무력화 시키는 핵심 전력이라 전방에 배치되어야만 한다고 한다. 평택으로 이전 배치될 경우 일단 유사시 북한 전력을 제압하는데 거리상이나 전술 이동상 어려움이 많아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단다. 게다가 북한의 침략으로 미군이 피해를 입게 되면 미국 본토에서 50만∼60만명의 병력이 즉시 투입이 가능하지만, 우리 국군만 대치한 전투에 미군 병력을 파병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과 병력 전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전쟁초기에 승기를 잡아야 하는 현대전에서 미군 투입시기를 놓치게 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미연합사의 평택이전은 군사적으로나 지리적·전술적으로 다
다급한 일이 생기면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신고를 하던 모습들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개인의 휴대폰 사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신고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12신고는 현재 시민들에게 일반화 되어 신고자와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는 않지만 경찰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과의 최접점에 위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의 빠른 현장 도착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사건을 초기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에 시간 단축을 위해 경기 경찰은 최근 범죄신고 초기의 골든타임을 확보하여 시민들이 범죄의 불안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고내용을 모두 청취하고 지령을 내리면 시간이 경과하여 초기대응이 어려운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긴급 신고라고 판단될 시 먼저 현장경찰에 지령을 내리는 선지령, 신고 지령을 받고 출동을 하는 수동적인 신고 출동에서 지령을 내리기 전 먼저 응답하여 현장에 출동하는 선응답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능동적인 신고대응 체재를 확보하였고, 자신이 근무하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고출동을 꺼리는 등 그동안 현장경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신고출동 문제를 신고장소 최근접에 위치한 순찰차량이 출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시민들의 불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