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투표가 있던 날 따로 나가 독립하여 살고 있는 작은 딸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받아보니 “아버지,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응, 작은 딸 무슨 일이니?”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며칠 전 투표를 하러 온다는 소리를 들으며 오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투표하러 왔는데 투표소가 어디에 있어요?” “아니, 너는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하고 언성을 높이는 순간 작은 딸은 조금 전보다 더욱 상냥한 목소리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안 알려줘도 돼요, 스마트폰으로 알아보면 되니까. 그리고 오늘은 투표만 하고 회사로 바로 갈 예정이니 기다리지 마셔요.” 하고 내 대답은 듣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난 딸들과는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달라서 선거 때가 오면 항상 갈등이 커진다. 그때마다 내 아내는 같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각자 생각도 소신도 다르기 때문에 누구의 생각대로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면서 누구를 지지하는지 내색조차 하지 않곤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중한 한 표
과거 수박은 여름철 대표 작물이었다. 고온성 작물로 여름철 노지에서만 주로 재배됐기 때문에 여름이 아닌 계절에 수박을 먹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마트에 나가면 다양한 채소들을 언제나 맛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농업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랑할 만한 증거다. 1954년 공업용 폴리에틸렌 필름이 생산되고 1960년대 이것이 농업용으로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하우스 시설재배가 이뤄지게 됐다. 이 시설재배 면적이 급격히 증가한 1980년대, 우리나라 들판 곳곳이 비닐하우스로 덮이면서 ‘백색혁명’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시설재배로 인해 농가의 소득은 올라갔고 시설의 현대화와 자동화로 노동력은 절감되고 품질은 향상됐다. 원예시설은 토지 의존도가 비교적 낮고 자동화 및 환경조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토지와 노동력이 부족한 나라에 적합했다. 이러한 원예시설 보급은 경제 성장에 따라 소비자의 채소 소비량이 증가되고 고품질 원예작물의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에 시작됐다. 지금도 국민소득의 향상으로 식품 소비 구조의 고급화 및 트렌드의 변화, 다양화에 의해 원예작물의 시설재배 면적이 꾸준히 유
하느님이 보낸 간첩 /박광배 요 근래 추운 줄도 더운 줄도 모르고 살았다. 대뜸 화장실 문을 열고 똥 누는 마누라 주댕이에 쪽 하니 입을 맞추자 한마디가 날아온다. “미친눔.” 그러자 건넌방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년이 한마디 한다. “아침부터 욕먹고 싶나.” 나는 하느님이 무심코 던진 짱돌이란 걸 요새 알았다. -박광배 시집 <나는 둥그런 게 좋다/시인학교 2013> 짱돌은 짱돌을 알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런데 짱돌이 스스로를 알아버렸다. 삼십년이다. 불도 뚫고 왔다. 바위도 깨부수고 왔다. 지긋지긋한 세월을 정면으로 살아왔다. 쇠를 씹어 삼켜도 보았다. 골계미가 빛나는 시집이다. 새로 이사한 넓은 집에서 시인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수영이 살아서 보았다면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듯이,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돌렸지 않았을까. 큰일 났다. 짱돌이 짱돌을 알아버렸으니. /조길성 시인
한 드라마 대사가 생각납니다.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온 나라가 뜻하지 않은 ‘세월호 참사’로 난리입니다. 지난해 연말 여행을 다녀온 그 선사(船社) 화물여객선이라 더 놀랍습니다. 갑판 위 여린 햇살이 바람에 너울지던 아침나절, 그 기억들이 소름으로 돋아납니다. 앞산에 진달래도, 등굣길 꽃잔디도 어김없이 피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의 그들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아직 피지 못한 어린 꽃들의 수학여행이 이별여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자식들이 따뜻한 가족 곁에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뒤안길, 추억 따라 떠난 장년의 초등학교 동창들도 있었습니다. 소풍날 행여 비가 올까 머리맡에 삶은 계란에 사이다, 과자봉지를 두고 잠을 설쳤던 그때 그 이야기를 채 나누기도 전에,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말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육지와 바다를 오가던 화물기사의 꿈도 거짓말처럼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고단했던 삶마저 차가운 납덩이가 되어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떠나고 우리 곁에는 분한 눈물만 남았습니다. 저도 세월호 참사가 있기 며칠
미국은 선거에 있어서 네거티브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미국 정치인들마저 네거티브 캠페인을 가장 효과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뒤떨어진 후보가 꾸준한 네거티브 전법을 구사한 결과, 현격한 격차를 뒤집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일이다. 스티브 심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듀카키스 대선후보의 아내가 학생시절 성조기 방화사건을 일으켰다고 했다. 베트남 전쟁 반대활동을 벌이던 도중 성조기를 불태우는 사진도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핵심참모였던 그는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지만 ‘소문’은 ‘진실’보다 더 커져 버렸다. 그때부터 듀카키스의 지지율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시 진영은 이에 그치지 않고 듀카키스 후보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재임 당시 보스턴의 항구 오염을 개선하는 법안에 반대했다는 내용의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시종일관 네거티브 공세를 폈다. 당시 화면에 등장했던 충격적인 이미지 중 일부가 보스턴 항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촬영된 것이 드러나기도 했으나 조지 부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발언 이후 규제 개혁은 전국가적인 화두가 됐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는 ‘만악(萬惡)의 근원’인 듯하다. 그러던 차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경제우선 논리에 의해 안전우선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8일 안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자본의 입장에 치우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드러낸 최악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민변은 이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7대 과제를 발표했다. 첫 번째 진상규명 과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한 안전장치의 해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년인 여객선 선령제한을 30년으로 완화했다. 결국 노후화된 여객선 운항제도를 정부가 앞장서 도입한 셈인데, 사고가 난 세월호도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일본에서 들여온 노후 선박이다. 선령이 18년이나 된 데다 불법으로 개조·증축까지 했다. 이번 사고로 박근혜 정부의 수준 낮은 위기대처능력이 드러났고, 규제개혁도 난관에 부딪혔다. 실제로 국회
마음 시소 /정현정 버스 정거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보따리 들어드릴까 말까 지하철 입구에 엎드린 아저씨 빈 바구니 과자 살 돈 넣을까 말까 비 오는 날 심술부리던 내 짝 우산 받쳐 줄까 말까 마음 시소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정현정 동시집 ‘씨앗 마중’ / 21문학과 문화 당신은 하루에 몇 번 마음시소를 타는가? 삶의 모퉁이마다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비가 오네 약속장소에 나갈까 말까’, ‘지인이 상喪을 당했군 위로하러 갈까 말까’, ‘아프리카에 가뭄이 심하다는데 후원금 낼까 말까’, ……. 개인의 생활습관에서 기인하거나 사회와 인류의 질서와 안녕에 관련되는 공익적 참여까지, 선택의 양상은 다양하다. 당장 나의 이익과 상반되는, 그러나 공동의 미래가 담보된 선택일 때 갈등한다. 지금의 선택들이 모여 십 년 혹은 백 년 후 자손들의 삶을 결정하기도 한다. 나는 믿는다.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 자리한 선善함을. 삶은 함께 어우러져야 아름답다는 사실을./이미산 시인
실제 부동산 거래에서 공인중개사 아닌 사람이 부동산 중개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은 공인중개사 자격도 없으면서 버젓이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부동산 소유자를 잘 아는 사람이 중개를 하여 부동산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중개수수료에 관하여 분쟁이 생겼다면 부동산 중개업자가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약정한 중개수수료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까? 법원의 대답은 뭘까? 대답은 “경우에 따라 달라요!”이다. 구 부동산중개업법(현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은 제2조 제2호에서 ‘중개업’이라 함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중개를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개를 업으로 한다’고 함은 영업으로서 중개를 하는 것을 말하며, 중개를 영업으로 하였는지 여부는 중개행위의 목적이나 규모·회수·기간·태양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반복·계속하여 중개행위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