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동네 뒷산 모락이 눈만 내리면 서슬 푸른 이마를 자랑하던 겨울이 물러가나 보다. 하얀 눈 이마에 얹고 점잔 빼며 앉아서 멀리 남쪽으로 달아나는 자동차 꼬리를 물며 해찰한다. 해 저물고 동동 떠오른 달을 맞이하는 일상을 닳은 무릎으로 절절하게 버티고 있다. 모질어질까 마음부터 단단해지던 겨울날들이 물러가고 물씬물씬 거리며 봄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흰빛으로 날카롭던 이마는 점점이 연초록으로 물들어갈 부푼 꿈에 얼마나 들썩일 것인지. 진즉 열려버린 봄의 입구, 우수절(雨水節)도 지나갔는데 폭설이 봄의 아이 몇을 업고 달아났다. 상처를 덮고 아릿한 봄맛 혀끝에 굴리며 심장이 뛰기는 할 것인지. 무거운 어깨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춘절(春節) 오기는 온 것인지. 마음은 자꾸만…
지난 주말 인기드라마 ‘정도전’에서 문하시중(門下侍中)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이인임이 숨을 거뒀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나라의 모든 정치를 총괄했지만 결국 또 다른 정치논리에 희생돼 비운을 맞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조선(朝鮮) 건국의 주역 정도전(鄭道傳)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실 고려시대 말 문하시중의 권한은 드라마와 달랐다. 권한이 매우 미약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6조의 장관과 역할이 거의 비슷했다. 다만 그들의 수장으로서 문서를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역할만 달랐다. 때문에 국사를 제대로 이끌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정도전은 조선 건국 초기 재상의 권한을 강화해야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는 논리를 강하게 폈다. 정도전은 ‘재상론(宰相論)’에서 “재상이란 위로는 왕을 보필하고,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며 만민을 다스리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권한’을 이렇게 강조했다. “재상은 왕을 실질적으로 대행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잘못해 변고가 일어날 경우, 왕 혼자 책임지는 게 아니다. 재상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재상은 하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재상의 자리는 이처럼 막중하다. 따라서 정권은 하루라도 재상에게 있지 않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2일째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의 입장에서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사고초기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숱한 문제들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사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의 절규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그의 심정에서 사퇴 결심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안고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도 보인다. 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진작 책임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사고 직후부터 사퇴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게다가 정부와 공직사회의 계속되는 혼선 등 무능하고 안일한 긴급대응 태세를 여지없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FC 감독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돌아온 노장 박종환 감독이 또다시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감독직을 자진사퇴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성남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6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성균관대의 연습경기 중 박종환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는 내용의 글이 실림으로써 표면화됐다. 성남 자체 조사결과 ‘신체적 접촉’이 확인됐다. 본보 보도(17일자 18면)에 의하면 박 전 감독은 구단 조사에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신체적인 접촉을 한 점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며 “구단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잘 하라는 의미로 이마에 꿀밤을 1∼2대씩 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이 일면서 22일 ‘선수들의 경기력을 독려하기 위함이었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
슬픔을 무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인간의 삶은 언제나 참기 어려운 아픔을 안고 역사를 이어간다. 아픔을 자신의 몫으로 떠안은 사람들에게 그 아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워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게 마련이지만…, 인간들은 그것으로 삶을 끝내지 않는다. 아니 끝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이 아픔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면 “산다”라는 사실뿐 아니라 “아프다”라는 사실조차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제 이 사회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실종자 수색의 연장과 선박인양 여부를 결정하고 수개월에 걸쳐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사고 책임을 져야할 기업에 대한 민·형사상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보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따르겠지만 사건 처리의 직접적인 과정은 아니다. 마침 지방선거가 목전이어서 여·야 간에 얼마간의 정치적인 멱살잡이도 예상되지만 이 또한 이 사건의 필요적인 처리 절차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해 모르고 지나 온 시간이 반세기나 됐다. 앞으로 통일을 위해 정치·사회·문화적 차이 등에 대해 소통(대화)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특히 폐쇄돼 있는 북한의 사회제도는 많은 이질감이 내재하고 있어 초기에 극복하는 게 통일의 지름길일 것이다. 2013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통일의식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50대 이상은 62.7%, 20대는 40.4%로 연령이 낮을수록 통일에 대한 인식이 낮아졌다. 정부는 1988년에서 2008년까지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북한주민의 마음을 열진 못했다. 또 대북지원을 둘러싼 정치권갈등과 보수·진보 간 이념전쟁으로 현재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제협약(ICCPR)이 규정한 북한의 인권기준을 보면 모든 부문에서 인권실태는 억압적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집단주의를 바람직한 가치관으로 보고 있다. 또 경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의 토대를 둔 계획경제체제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란 생산수단과…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꼴불견 1순위인 운전자 행위는 운전 중 피우던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지는 사람이었다.우리 국민들에겐 정작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기초질서 지키기가 아닌가 묻고 싶다. 서울 근교의 지방도로 국도를 지나다 보면 행락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남이 안 본다는 확실한 믿음? 속에 차 밖으로 던지는 온갖 쓰레기에 지역주민들은 격분한다. 음식쓰레기는 물론 망가진 가전제품까지 요즘은 휴일과 밤 시간을 이용해 버린다고 하니 서울 근교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혐오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현상을 지역 이기주의만으로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먹을 것도 다 싸오면서 갈 때는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는 원주민들의 푸념 속에서 서울 행락객을 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요즘 정치개혁이니 규제개혁이니 하며 우리사회를 밝고 투명하게 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이다.이 사회를 변혁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일이 이 시대에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숙제인 것처럼 몸에 배인 질서의식 하나만이라도 정착되길 바란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주먹 쥐고 외치며 한번에…
이별 /김점미 어느 날 이른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머리에서 달아나는 당신을 보곤 나도 막 달려갔지요 그러나 잡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아 통곡하고 일어나니 구름이 걷히고 아침 해가 내 눈물을 말리더니 두통이 사라지고 두 다리가 가벼워졌어요 무서움도 외로움도 모두 가슴팍에서 사라졌어요, 나는 다시 어린애가 되었어요 모든 게 투명해졌어요 -김점미 시집 <한 시간 후, 세상은>에서 사랑할 때에는 사랑하거나 사랑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잘 모르기 쉽다. 마냥 행복하기 때문이다. 실은 그 행복감조차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별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랑했음을 혹은, 사랑 받았음을 알게 된다. 이별은 대개 불시에 오게 마련이고 그래서 준비하기가 어렵다. 한바탕 피울음을 울고 나면 체념도 가능하고 새로운 사랑도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피울음이 바로 사랑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깊은 사랑은 이별하자마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기억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장종권 시인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나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회생절차는 법원의 관리·감독 아래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 등에 의한 사적 협상을 통하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워크아웃(work-out)’과 구별되고, 사업을 재건하여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재건형 절차라는 점에서, 자산을 신속히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한 후 소멸하는 청산형 절차인 ‘파산절차’와 구별됩니다. 회생절차는 채무자 또는 채권자, 그리고 주주·지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시작됩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있다고 인정되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합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에는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는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회생절차개시결정 역시 법원에 따라 다소간에 차이가 있으나 통상 1개월 이내에 발하고 있습니다.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나올 때 원칙적으로 기존의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임명하지만,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