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 그리고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에 이르기까지 예부터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이 같은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였다. 지금은 비록 줄어들긴 했어도 아직 도시,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입춘축은 가정의 건강과 복을 빌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나라에서도 입춘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입춘이 새해에 드는 첫 절후라 해서 궁중에서 의례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고려사(高麗史) 입춘하례의(立春賀禮儀)’에 의하면 ‘인일(人日)의 축하 예식과 동일하나 다만 입춘에는 춘번자(春幡子)를 받는다’고 했고 ‘입춘날에 백관이 대전에 가서 입춘절을 축하하면 임금이 그들에게 춘번자를 주고, 이날 하루 관리에게는 휴가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입춘하례(立春賀禮)가 있었던 셈이다. 임금이 하사한 춘번자는 비단을 잘라 만든 작은 표기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문신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 좋은 것을 뽑아 연잎과 연꽃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서 궁궐 여기저기 붙였다.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따르면 이를 춘첩자(春帖子)라 했으며 적는 글은 입
나는 나를 떠먹는다 /이재무 아내는 비정규직인 나의 밥을 잘 챙겨주지 않는다 아들이 군에 입대한 후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날 나는 물그릇에 밥을 말아 먹는다 흰 대접 속 희멀쑥한 얼굴이 떠 있다 나는 나를 떠먹는다 질통처럼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없어진 얼굴로 현관을 나선다 밥 벌러 간다 모름지기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거나 씁쓸하다. 거기에는 어떠한 대화도 유대도 놓여 있지 않다. 찬밥 신세다. 물에 밥을 말아먹는 일은 정상적인 식사가 아니다. 그릇 속에는 혼자서 밥을 먹는 자의 슬픈 얼굴이 담겨 있다. 밥을 먹는 일은 나의 슬픈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니 곧 ‘나는 나를 떠먹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바로 그 ‘밥’을 벌기 위해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오늘도 ‘현관을 나선다’. 아니 나서야만 한다. 이것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자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생활 시 혹은 삶의 시가 사라지고 개인의 넋두리만 난무하는 요즘 시들 속에서 이재무의 진솔한 생활시들은 얼마나 귀한가.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
필자가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장관급까지 지낸 어느 선배와 점심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선배는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다른 일을 시작했을 텐데 여생이 얼마 안남은 줄 알고 계획없이 지냈다’고 후회하는 말을 하셨다. 그분은 53세에 퇴직하였는데 그 말씀 하실 때는 72세였고, 금년에 80세인데도 아직 건강하시다. 본인이 만든 작은 연구원에 출근하고는 있지만 적극적인 생산적 경제활동을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700만명을 웃도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시기를 맞고 있다. 전후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나 각고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기여한 세대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이들 세대는 능력과 경험이 충분함에도 산업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고스펙, 고임금일수록 더 위험하다. 우리사회는 저금리시대를 맞고 있어서 은행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만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게 되어 퇴직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5억원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이자수입에서 세금 떼고 나면 월 100만원 수준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후 20년 또는 30년 노후생활 기간중 계속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젊은이들도 취업을 못
‘매일 사고현장을 찾던 아버지의 모습에 늘 안타깝기만 하던데, 그렇게 너그럽게 베푼 마음이 태어날 손녀와 당신 아들에 고스란히 전해져 좋은 곳에서 편히 눈감을 겁니다.’ ‘whtmznfzja’라는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 지난 10일 새벽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하던 강모씨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어 숨졌다.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해오던 그는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임신 7개월의 부인을 위해 화물트럭 운전을 하면서 뒷바라지해 왔다. 그는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집으로 가던 중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크림빵 아빠 사건’이라고 부르며 이른 바 ‘네티즌수사대’를 꾸려 번호 판독 및 특이점, 여러 사진과 함께 분석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올리는 등 범인 검거를 적극 도왔다. 그리고 취중 사고를 낸 뺑소니 사건 범인은 자수했다. 자수를 결심한 그의 용기, 자수를 설득한 아내의 정의로운 판단에 죄의 유무를 떠나 인간적인 동정심이 생긴다. 그런데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골든 타임(Golden time)이라는 단어가 근래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을 지칭한다. 소방차는 출동부터 재난현장 도착까지 5분(응급환자 이송은 4분) 안에 조치를 함으로써 초기 화재진압 성공과 신속한 환자이송으로 인명소생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소방차의 골든타임인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더욱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다. 신고출동 선응답, 타 관할지원 출동 장려, 112 신고 수요에 맞춘 선제적 대응시스템 운영, 식사 및 근무 교대 시간에도 관내 취약지역에 순찰차 미리 거점배치, 112 신고자인 대국민에 대한 신고 요령 홍보 등 모든 프로그램들이 신고자에게 빨리 도착하기 위한 즉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광명경찰서의 평균 현장대응시간은 대략 3분 중반 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경찰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교통상황이다. 출동 길에 앞을 차가 막고 있다면 위와 같은 노력들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것을 나무라기만 할 수도 없
대입 정시모집 발표가 잇따르자 각 고등학교 정문에는 현수막이 걸린다. ‘00대 00명’ 등 이른 바 명문대 합격 숫자와 ‘서울 4년제 000명’ 등 특정 학교 합격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에 질세라 중학교에도 같은 내용들의 현수막이 여지없이 걸린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자율고 영재고 등의 합격자 이름이 게시된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에 의한 학벌 차별 관행 개선을 위한 의견표명’을 받아들여 각급 학교에 현수막 철거 및 홈페이지 공시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학벌차별을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의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수용해 관내 학교에 안내하며 게시 관행 자제를 당부했다. 학교 측이 남보다 열심히 가르친 결과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주민들에게 홍보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부추기고 학력, 학벌에 의한 차별화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받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합격홍보 현수막 게시의 병폐를 조사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요즘의 학교폭력은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우선 대상의 범위가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접어들어 가·피해층이 점점 더 저연령화 된다는 것과 학교 내외의 공간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카톡이나 SNS 등의 사이버 공간으로 폭력의 범위 확대되어간다는 점이다. 보통 학교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상대방의 신체에 해를 끼치거나, 옷이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물리적 폭력, 놀리거나 모함하고 욕설 등으로 위협해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언어적 폭력이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발달되면서 청소년들이 즐기는 인터넷에서 행해지는 사이버 폭력과 같은 신종폭력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물론 지금 시대 이전에도 학교폭력은 있었고 그로인한 학생과 학교, 교사와 사회가 많은 눈물과 슬픔으로 갈등을 겪었겠지만 오늘날처럼 단순히 학생들의 다툼 정도로만 여길 수 없을 정도로 그 유형과 범위, 원인이 다양화되고 교묘화되지는 않았다. 학교폭력 사례에서 볼 때 언어폭력은 단순한 유형의 하나라기보다는 다른 폭력 행위 발생을 촉발시키는 시발점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친구를 향해 아무 뜻 없이 뱉어내는 흥얼거림이나 놀림, 그리고 계속적인 비아냥거림과 반복적 비속어, 은어, 속어 등은 제 3자에
전통시대에 무예는 기본적으로 전투에 활용되었기에 무기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중 칼을 사용하는 도검술은 다른 어느 병장기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아무리 긴 창이나 월도와 같이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는 군사들도 기본적으로 짧은 칼을 사용하는 훈련을 했으며, 심지어 원사무기를 활용한 궁수(弓手)나 조총수(鳥銃手)도 근접거리 전투를 위해 허리에 짧은 칼을 패용하고 전투에 임했을 정도였다. 검술 수련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칼이 움직일 때 만들어내는 기본 각도를 몸이 이해하도록 훈련하는 기본기법 수련, 둘째는 칼의 공방을 가상으로 만들어 연결 지어 수련하는 검법 수련, 셋째는 일대 일 혹은 일대 다수가 직접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서로 몸과 몸을 부딪치며 힘과 충격력을 느끼는 교전법 수련, 마지막으로 정확한 힘과 속도를 가늠하기 위하여 인체가 아닌 대나무나 짚단 등 다양한 소재를 직접 공격하는 베기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네 가지 수련법을 적절하게 안배해야 좋은 검선(劍線)과 실전성을 구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근래에 무예가 신체수련에 그치지 않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시범 공연화 되면서 네 가지 수련법 중 오직 베기에 치우친 모
최근 가스 누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누출된 가스 양과 추가 누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거나 대피시키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가스폭발이 일어났다면 해당 소방관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는 가스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다 58108판결). 2008년 9월22일 여주군에 있는 상가 건물 지하에서 원인 모를 가스가 상당량 누출된 후 폭발하여 상가건물이 완파되고 건물 주변에 있던 많은 주민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가스 폭발 사고(2명 사망, 30여명 부상)가 있었는데, 사고의 피해자들이 가스시공업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판결이 6년 여만에 확정된 것입니다. 통상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및 형사재판이 먼저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 결과가 민사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위 사건에서도 먼저 진행된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스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와 관련하여 가스가 누출된 장소, 누출된 원인, 점화원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