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오 희뿌연 황사 속에 감춰진 세상 계절은 숨 가쁘게 봄을 준비한다 마른 가지의 수맥 위로 세상을 향해 일어서는 생명 신비롭다 힘차다 어느새 목련 꽃망울의 아기 솜털이 귀를 세운다 봄이 오는 길목에 따뜻한 숲 바람이 인다. 어느덧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가고 있다. 며칠 전, 가로수로 심어놓은 은행나무를 보았다. 도시의 매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는 아기 손처럼 아기자기한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봄은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죽은 듯 땅속에 묻혀 있던 모든 생명체들이 봄이 오면 고개를 내민다. 동면을 하던 곰에서부터 야생화까지,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지금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봄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봄이 왔지만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희망이 싹트기를 바라본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절기상으로 우수, 경칩을 지나 이제는 봄이려니 했는데 다시 겨울이다. 길가에 세워둔 승용차도, 앞집 할머니가 밀고 다니시는 유모차도 눈에 살짝 덮여있다. 떠나가던 겨울이 밤사이 발길을 돌려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 바람에 다른 해보다 빨리 온다던 봄은 주춤거리며 제 자리를 못 찾고 훌쩍 멀어진 느낌이다. 잠시 바깥을 보다 추워져 얼른 집으로 들어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녹차 티백을 우려 천천히 마시고 있으니 휴일 아침이 더 없이 편안하다 싶어 오늘 하루가 좋은 날이 될 것만 같은 행복한 예감이다. 짧은 시간에도 사람은 추우면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녹이며 살지만 이제 막 움이 트고 자라는 풀이 갑자기 찾아온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아침잠이 많은 내가 새벽에 운동을 시작했을 때 모두들 며칠 안 가서 그만두겠지 하며 가끔 물어 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고 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른 따뜻한 잠자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새벽길을 나서면 조종천 건너편 산에는 눈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소나무나 잣나무 숲이 보인다.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서 있는 소나무의 기상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본받아야 할 표상으
6월 4일 지방선거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지방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민에게 선택받기 받기 위한 정당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무릇 선거란 제로 섬(zero sum game)이다. 당선되면 모든 것을 얻고 떨어지면 얻는 것이 없다. 선거만 없으면 정치를 해 볼만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술만 없으면 의사를 해 볼만하다는 이야기 수준이다. 선거를 통해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공천제가 논란이다. 이를 두고 정당 구조 개편의 기준으로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나누어지는 사안이다. 정당공천이 되면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정당에 유리할 것이다. 반면 새롭게 진입하고자 하는 신진 정치인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것이다. 기존의 구도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정당도 이를 반대할 것이다. 그간 한국 지방자치와 민주화의 성숙을 위해 논의해온 구도가 변질되어 진행될 것으로 우려된다. 선거를 앞두고 부각되는 쟁점이라 장기적 관점에서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유·불리에 따라 왜곡되어 결정될 우
소한(小寒)에 부는 바람을 매화풍(梅花風), 3월 춘분(春分) 무렵에 부는 바람을 해당풍(海棠風)이라 한다. 그리고 그 닷새 후엔 이화풍(梨花風)이 불고, 곡우(穀雨)에 마지막으로 연화풍(蓮花風)이 불면 입하(立夏)로서 여름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중국 고대 풍속지인 세시잡가에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3·4월에 부는 바람을 꽃바람이라는 뜻의 화풍(花風)이라 했고, 이런 화풍을 ‘봄을 전한다’ 해서 화신풍(花信風)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고 좋은 일에는 질투가 있다고 했던가. 봄을 전하는 것을 방해하는 바람도 있다. 화풍 중에도 ‘꽃을 시샘하는 바람’ 투화풍(妬花風)이 있으니 말이다. 요 며칠 투화풍이 불어서 그런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어제는 눈까지 내렸다. ‘꽃샘추위’란 말이 새삼 어울리는 일기의 연속이다. ‘꽃샘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설늙은이’ 즉 자기 나이도 모르고 방심하는 사람이 꽃샘추위에 당한다는 뜻이다. 중국 속담엔 ‘춘동골두 추동육(春凍骨頭秋凍肉: 봄추위는 뼈가 시리고, 가을 추위는 살갗이 시리다)이란 말이 있다. 겨울의 길목인 가을보다 가는 겨울의 횡포가 더 심하고 맵다고 해서 생겨난…
1991년 가을 처음으로 외국에 나갔을 때 놀란 것은 선진국의 청년 실업 상황이었다. 당시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못 미치던 우리보다 몇 배 더 부자인 나라에서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받고 있었다. 당시 내가 프랑스어 연수를 받던 보르도 대학은 법과대학의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에 해당하는 기관도 이 도시에 있었다. 수도 파리와, 유럽의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법과대학을 갖고 있음에도 법학 석사를 마친 친구가 취업교육을 받으며 실업 수당을 타서 살아가고 있었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며 대학생활을 한 나로서는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프랑스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꿈에 그리던 프랑스 대혁명의 성지에 막상 도착해보니 내가 그려왔던 풍경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성취욕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보이지 않았다. 이민자 문제로 인한 갈등, 세계무대에서 희미해지는 존재감, 무엇보다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기력한 경제와 실업률… 게다가 당시는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사회당 정부의 정치철학이 10년…
근절되지 않고 있는 학생폭력 예방을 위해서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학교폭력은 학기 초인 3~4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학생 청소년들이 내일의 이상과 꿈을 키워가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보다 폭력예방이 우선이다. 지적발달을 위한 학습교육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함을 교육시켜 갈 때에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이 판치는 사회이지만 초중고 학교에서는 전인교육의 본질인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일상 속에서 실행해가야 한다. 미래사회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질의 함양을 위해서도 학교폭력은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이 학기 초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서 폭력예방을 위해 앞장서 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학기 초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위한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갈 때에 학교폭력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특히 도교육청은 지난 2월에 학교폭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패턴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해 배포하고도 대안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어 문제다. 7년간 경기도에서…
그동안 북수원 지역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빈약해 다른 지역보다 문화예술분야가 소외된 지역이었다. 구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십 수 년 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택지개발 지역도 문화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기껏해야 만석공원 남단에 위치한 단순 전시기능의 미술전시관과 장안구민회관이 전부였다. 제2야외음악당이 있긴 하지만 맨바닥에 무대만 달랑 만들어진 것이어서 문화시설이라고 하기엔 모자란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아쉬움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 같다. 수원이 모태인 SK그룹이 이곳에 전문공연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자동에 건립된 수원SK아트리움을 수원시에 증여하는 행사가 3일 개최된 데 이어 6일 개관식도 열렸다. 이 시설은 정자동에 40여 년 간 자리한 SK케미칼 공장이 도시화와 경제여건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2010년 말 폐쇄하고 그 자리에 SK뷰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발생된 이득금으로 SK그룹이 건립한 문화시설이다. 대지면적 3만9천㎡, 건축면적 5천622㎡, 연면적 1만4천997㎡, 지하2층 지상3층, 대공연장 950석, 소공연장 300석 규모다. 그동안 사업비 350억이 투입됐으며 지난 2012년 4월9일 착공, 2013년 10월25일 완공됐다. 지
날마다 자고 일어나면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인이 있어 행복하다. 시인은 지구를 아름답게 색칠하는 페인트공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색칠하는 정명희 시인은 수원 정자초등학교 교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그를 가까이서 보면 ‘열정’보다는 성실한 삶에 대한 ‘관조적인 시선’을 마주한다. 얼마 전 필자는 아주 특별한 시화전이 마련된 ‘경기평생교육학습관 행복 뜰 북카페’를 찾았다. 이 행사를 마련한 경기도교육청 학습관의 배려로 도심 속에 유익한 교육의 현장이 마련됐다. 이곳을 찾는 학생과 주민들은 차 한 잔을 마시며 시화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이러한 풍경을 감상하며 모처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시화전 한편에 마련된 작가의 말이 팸플릿에 담겨 있어 시선이 갔다. “더하기를 함께하고 빼기도 함께하며, 어깨를 나란히 해 봅니다. 참을 수 있고 살아있을 수만 있는 것도 무한한 행복입니다.” 시인 교장선생님의 시집 서문에 담긴 이 말이 팸플릿에 담긴 것이었다. 필자와 시인의 길을 오랫동안 같이하고 있기에 그의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