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우산을 만드는 마지막 하나 남은 공장이 경기도 가평군에 있다. 과거 800개를 넘던 우산공장은 수입산 저가에 밀려 모두 문을 닫았는데, 최고급 우산을 만드는 이곳은 살아남았다. 국내에 팔리는 고급 승용차의 트렁크에 비치되는 우산부터 호텔의 귀빈 의전용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회사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우산 하나 가격이 10만원을 넘는다. 이 회사는 오로지 기술개발과 제품 고급화에 승부를 걸고 24년의 긴 시간과 싸웠다. 우리가 일찍이 포기한 신발, 자전거, 가구로 세계시장에서 돈을 버는 중소기업이 인건비 비싼 선진국에도 많이 있다. 가평에서 공장을 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물었더니, 사장님 말씀은 의외로 간단하게 선입견’이라 한다. 찾아간 그날에도 미국 바이어가 인터넷홈페이지 보고 찾아오고, 근로자들도 대우 잘해주면 구하기 쉽고, 도로가 좋아져서 원·부자재 운송도 쉽다고 한다. 가평군에는 중소기업이 119개나 있지만 대기업 하나 없다. 이처럼 대기업이 하나도 없이 중소기업으로만 지역경제를 꾸려 나가고 일자리를 만드는 시·군·구가 상당히 있다. 중소기업이 지역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
구절초 /양문규 환한 하늘이 꽃을 내리는가 천둥 번개 울다 간 천태산 여여산방 소담하게 꽃이 열린다 햇살, 햇살이 가장 환장하게 빛날 때 저 스스로 꽃을 던져 몸을 내려놓는 그 꽃무늬를 핥고 빠는 벌과 나비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들여다보는데 미루나무 이파리 우수수 허공을 날며 돌아갈 곳이 어딘가 묻는다 -문예지 『리토피아』 2012년 겨울호 우리는 더러 풍경화의 하얀 여백에 묻히고 싶을 때가 있다. 천태산 아래 ‘여여산방(如如山房)’이라는 자기만의 방(房)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 한적한 마당에 핀 구절초를 만나고 있다. 시인과 시간의 풍경이 꽃과 나비처럼 한 공간에 펼쳐져 있다.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마치 오려 놓은 우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등에 언뜻 시간의 그늘이 비친다. 보일 듯 말 듯한 생애의 문양(紋樣)이 미루나무 이파리에 묻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을 본다. 시인이 옮겨놓은 구절초 풍경은 여여산방 마당에 맴도는 시간과 생명의 따듯하고도 상쾌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하늘과 시인과 구절초가 하나로 만나는 시간의 툇마루에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대한민국, 우리 국민을 지켜주기 위해 국군으로 복무를 하고 전역하신 분들을 일컬어 제대군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젊음을 바쳐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지키는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나왔을 때 우리들, 우리 사회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5년간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의 평균연령은 44.6세이며, 30∼40대가 54.7%를 차지하고 있어 생애주기적 측면에서 자녀학비 등 최대 지출시기인데, 이들이 체감하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제대군인의 재취업률만 살펴보더라도 최근 5년(2007∼2011년) 간 전역한 중·장기복무 제대군인 2만9천여명에 대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취업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역 후 재취업하여 재직 중인 제대군인이 60% 이하(55.9%)이어서 민간 남자 고용수준(69.8%) 대비 14% 포인트나 낮은 실정이라고 하니, 그분들의 상황은 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와 크게 관련 있는 일도 아니거니와 나의 친구들, 주변사람들의 관심사와는 거리
경기도 사학의 비리가 여전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최철한 교육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돈 받고 교사 채용, 학교 예산 멋대로 횡령·유용 등 고질적인 비리가 태연히 저질러지고 있다.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개방이사에 자기네 사람 앉힌 경우도 태반이라 한다. 지난 4년간 적발된 채용비리만 28건이고, 엉터리 이사회를 조작했다가 걸린 사학법인 임원만도 50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드러난 게 이 정도일 뿐이라는 시각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걸리지 않은 사학은 투명하고 깨끗하리라 믿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학은 총체적 불신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비리사학이 극히 일부분인데 침소봉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학이 교육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고, 지금도 교육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사학이 적지 않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학법 재개정 이후 국민들은 끊이지 않고 드러나는 사학비리에 신물이 나 있다.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비리사학일수록 문제가 곪을 대로 곪았다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설령 사학비리가 일부 학교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수술을 피할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곳의 교육기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고 있다. 원래 ‘가축’의 개념으로서 마당 한켠이나 마루 밑에서 키울 뿐 방안에 들이지 않던 동물들이 이제는 사람들과 함께 방안에 살고, 심지어는 같은 침대를 쓰기도 한다. 가축에서 애완동물이 됐다가 이젠 그것도 모자라 반려동물로 ‘격상’됐다. 그런데 사실 ‘애완’보다는 ‘반려’가 맞기는 하다. 왜냐하면 이제 이런 동물들은 옆에 두고 귀여워하는 정도인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어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며 같이 살아가는 가족, 즉 반려동물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우던 반려동물이 집을 나가 길을 잃거나 죽었을 때 가족들은 사람을 잃은 것처럼 큰 슬픔과 상실감, 충격을 겪어야 한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많다. 동물이 병들거나 늙어서, 또는 장기간 여행이나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아예 집을 찾아오지 못하도록 섬에다 버린 개가 항구에 배만 들어오면 뛰어나와 주인을 기다리다가 지쳐 바다에 빠져 죽은 눈물겨운 이야기도 TV에 방영된바 있다. 집을 잃었든 버려졌든 길에서 헤매는 유기견들은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된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있으나 이미 너무 많은 유기견들로 포화상태다. 광견병 예방과 생활
원래 중국공산당 문화혁명 때 사용됐던 말로, 반동적이고 반혁명적인 인물을 거울삼아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줄이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마오쩌뚱은 전투에 지고 쫓기면서, 기약 없는 내일을 향해 대장정을 할 때 험준한 산허리를 넘으면서 말위에서 석양에 떨어지는 해를 보았다. 그때 한수의 시를 읊었는데 그 시구에 이런 말이 있다 ‘노을 속에 저 하늘 피와 같도다’(殘陽如血). 이 말은 중국 전체 인민들에게 오늘의 중국이 있게 한 金言(금언)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 치의 시간도 가벼이 말라(一寸光陰不可輕)’는 말과 통한다. 이번 대선을 보면서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이 반면교사다. 정치평론가 입에서, 기자들 입에서 익숙해질 만큼 수없이 들었다. 곧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당부인 것이다. 이에 正面敎師(정면교사)란 말도 생겨났다. 정면교사는 모범적 사례와 같은 것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을 가리킬 때 쓸 수 있다. 반면교사와 반대어인 이 말은 상대적으로 생겨났을 뿐 근거는 없다. 반면교사와 비슷하게 쓰인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은 詩經(시경)에 있는 말로 다른 산의 돌멩이라도 자신의 옥을 가는 데 쓸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어 우리가 자
연초 준예산 사태를 불러온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안이 7년여의 지루한 역정을 뒤로하고 제193회 시의회 임시회 마지막 날(2월28일) 본회의장에서 마침내 처리됐다. 하지만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 낸 결과여서 당분간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임시회 산회로 당장 추경안 의결이 안 돼 때 아닌 준예산 사태를 맞는 형국이 또 다른 우려를 빚게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최대 현안이 된 데는 이재명 시장의 강한 설립 욕구와 새누리당의 반대 당론이 정면충돌했기 때문이다. 이 현안의 물꼬는 이 시장의 연초 기자회견 내용이 아닌가 싶다. 이 시장은 공사 인원 최소화, 사업별 법제화, 시의회 점검 철저 등을 제시해 설립반대 이유인 방만 운영을 차단하며 반전에 성공한 셈이 됐다. 하지만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반대 속에 통과된 것으로, 그 여파가 상당기간 가겠지만 실정법상으로나 관례상으로도 이재명 시 정부의 강한 욕구를 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야가 현실을 직시하고 성공의 길로 정진함이 옳을성싶다. 통과된 후에도 불협화음이 일면 시민들은 식상해 할 것이다. 전국에서 도시개발공사 설립 때마다 건전재정 운영과 투명한 인사 관철 등을 약속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국민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고용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매년 증가해 8%대로 고공행진 중에 있다. 청년실업률이 증가하면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직업교육 지원, 일자리박람회, 창업지원 등 청년일자리창출 정책을 다방면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고 결과물로 취업률 통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정부의 취업률이 실제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취업률은 저조하고 기업에서는 쓸모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청년 실업 해소의 묘책은 무엇일까. 경기도는 31개 지방정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지방마다 특성화된 산업단지와 강소기업들이 많다. 지리적 위치나 환경이 맞춤형 기술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지역이다. 제대로 교육하면 수요는 얼마든지 많다는 뜻이다. 경기도는 청년실업률 줄이는 소극적 정책에서 벗어나 전문 인력 육성 정책에 소매를 걷어 붙일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는 실업계 특성화고등학교와 직업학교가 있어야 한다. 경기도가 기업과 학교를 씨줄·날줄로 엮어 현장에서 당장 활용 가능한 ‘실전형 인재’를 길러내는 직업학교육성정
눈밭에 서있는 나무 /김후란 밤새 눈이 내린 그 이튿날 눈밭에 발을 담근 겨울나무들 여럿이서 혼자서 세상을 응시하는 철학자 되어 장엄한 침묵 속에 서있다 모차르트의 ‘구도자의 저녁기도’가 흐르고 추운 겨울나무에겐 길게 흘러내린 그림자뿐 말없이 내게 기댄 그림자처럼 시와시 /2012/ 가을호/ 푸른사상사 적막한 풍경을 앞에 두고 서있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고요히 창 앞에 서서 눈밭에 발을 담그고 서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이의 내면 풍경은 어떤 것일까. 봄날의 눈부신 새싹들, 여름날의 출렁임, 가을의 만추가 다 지난 다음 고요한 흰 빛 위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서있는 나무들은 침묵하는 철학자의 모습이겠다. 그것을 발견한 시인의 눈도 이미 세상의 연연하던 것들로부터 마음을 놓아 보내고 ‘구도자의 저녁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