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공자 정치철학의 요체로, 인구에 자주 회자되는 경구이다. 공자는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제자 자공의 질문에 대해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하게 하며(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답하면서, 경제와 국방의 중요성과 함께 국민의 신뢰를 정치의 3대 요소로 꼽았다. 특히, 공자는 ‘이 셋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순서를 정해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군사와 식량도 중요하지만 백성의 신뢰를 마지막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아침, 덕담 대신 ‘공자님 말씀’부터 꺼내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논어의 이 구절이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이런 점이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내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대선공약 이
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을 보낸 느낌이다. 추울 땐 섭씨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따뜻할 때는 영상 2∼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과 함께 눈도 제법 많이 내려준 날씨가 겨울을 다른 계절과 확연하게 구분해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비교적 평온하게 겨울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구 생물 종은 여전히 위기에 처해 있다. 매년 4만종의 생명 종이 멸종해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의 경고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향후 30년 이내에 지구 생물종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내용의 반쯤만 수용해도 수 천종의 생명이 지난 겨울에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음을 경고하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을 촉발시킨 레이첼 카슨 여사는 봄에 들리던 새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적막함을 ‘침묵의 봄’이라는 책의 제목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하천 물이 오염되어 그 곳에서 살아가는 물고기가 농약에 중독되고, 그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들이 죽어간다는 내용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이며 생태계임을 잘 설명해 주었다. 한 생물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생물 종과 연관된 수많은 생명들의…
‘한양이 무섭다고 과천부터 긴다’는 옛 속담에 과천시가 등장한다. 서울 인심의 야박함을 비유하는 속담은 서울 중심의 시각에서 생겨났다. 과천은 그저 서울로 가기 위해 거치는 곳으로 치부됐다. 도시규모나 인구 또한 적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과천시가 1980년대 제2정부종합청사가 들어서면서 살만한 도시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을 잇는 지리적 편리성은 물론이거니와 전화번호는 서울과 함께 ‘02’를 배정받아 정서적 거리감도 없었다. 종합청사 입주로 중앙공무원들이 대거 과천시에 둥지를 틀면서 집값은 치솟았다. 한때는 서울 강남이나 분당보다 비싼 시절도 있었으니 기세가 대단했다. 공무원으로 흥한 과천시가 공무원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국토균형발전계획에 따라 과천 종합청사에 입주했던 중앙부처 중 14개 부처 5천500여명이 대거 세종시로 옮겨갔다. 그 가족들까지 추산하면 과천시 인구 7만여명 가운데 10% 넘는 인구가 증발한 셈이다. 공무원들의 단골식당마저 세종시로 이전을 준비 중이고, 몇몇은 이미 부지까지 마련했다니 충격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주민들은 불안했고, 집값은 곤두박질쳤다. 상점은 파리를 날리고, 식당은 문을 닫았다. 예상은 했지만
흰 눈이 밤새 20cm가 넘게 쌓인 2월4일 월요일, 서천으로 출발하였다. 전국여성지방의원 네트워크의 2013년 정기 세미나가 있었다. 전국여성의원 네트워크는 여성 지방의원이 좀 더 폭넓게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고, 현안의 의정 사안을 공동으로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매년 네 차례의 세미나와, 해외연수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여성의원들이 하는 연수는 빡빡하다. 이번에도 4개의 강좌를 듣고, 분과별 회의, 그리고 밤늦은 시간까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즐겁게 공부했다. <거버넌스와 지역복지 정책>,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 재생>, <유럽 책마을 모델>, <협동조합 비즈니스 모델>. 아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강의도 고개를 돌려보면, 다른 의원들은 열심히 듣는다. 부끄러워진다. 분과별 토론, 쉬지 않고 이어지는 간담회. 정말이지, 대단한 여성의원들이다. 서울시 서천공무원연수원은 바다가 보이는 한가롭고도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풍경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들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해 회환과 희망을 엇갈리며 토로하고 전망했다. 60여명의 여성의원들이
‘여성(Feminine)’, ‘감성(Feeling)’, ‘상상(Fiction)’.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30년 전 이 세 가지(3F)를 21세기를 주도할 키워드이자 기업 경쟁력의 화두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견처럼 21세기는 3F시대를 맞고 있다. 남성들의 강인함, 통솔력, 권위주의 등으로 대변되던 ‘하드 파워 리더십’의 시대가 가고 부드러움, 포용력, 유연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소프트 파워 리더십’ 시대가 온 것이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제계도 소위 여성이 강력한 파워를 갖는 ‘위미노믹스(womenomics: women+economics)’시대에 와 있다. 여성이 참정권을 인정받기 시작한 게 100여년밖에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가히 격세지감이다. 사흘 후, 2월25일 우리나라에도 첫 여성대통령시대가 열린다.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여섯 번째 정부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우리나라 첫 여성
못 꿈 /맹문재 양 발바닥은 못투성이 어떤 못은 발등까지 올라와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못뽑이 삼아 이를 잡듯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손댈 때마다 겨울바람을 맞는 얼굴처럼 따가와도 수박을 먹는 것처럼 시원했다 뽑아놓은 못마다 피가 묻어 있었지만 물린 모기를 잡았을 때처럼 후련했다 피를 무서워하지 않다니, 나는 보리밭으로부터 멀어져 있구나 보리밭 끝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못을 계속 뽑았다 어느덧 손은 피범벅이고 얼굴에도 피가 묻었다 맨발로 못을 밟고 온 나를 맨손으로 못을 뽑고 있는 나를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맹문재 시집, 『사과를 내밀다』(실천문학사, 2012) 지금 우리는 마치 설산(雪山)을 오르는 산악가처럼 날카로운 아이젠 몇 개씩 내 발에 박고 인생을 오르는 것은 아닐까? 내 발바닥이 못 투성이라면 내 발길에 밟혔던 풀들과 꽃들과 벌레, 그 길에서 만난 모든 생명들에게 얼마나 미안한가. 인생은 오직 내 발의 튼튼함으로 가는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찌르고 상처 내며 걸어온 길, 피 흘리며 걸어온 길 그 피의 발자국을 돌아본다. 내 발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마침내 내 발에 박힌 야생의 삶, 탐욕의 못들 하나씩 하나씩
인천 시민사회가 엊그제 나근형 교육감을 구속수사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나 교육감은 감사원 감사에서 측근 승진을 위해 근무평정을 조작하고, 승진순위 조작압력을 행사했던 사실이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나 교육감 외에도 인사와 관련해 전북과 충북 교육감의 비리의혹이 제기됐고,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장학사 선발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비리 교육감은 당연히 죄과대로 엄중히 처벌받아야 하며, 즉각 교육 수장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기화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무엇보다도 비리 척결과 민주적 직선제는 별개의 문제다. 직선제를 간선제로 돌리거나, 임명제로 회귀한다고 해서 비리가 척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유권자에 의한 직접 선거야말로 최소한의 수준에서나마 피선출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직선제 폐지론자들은 교육감이 ‘교육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권한이 막강한데다 직선 과정에서 선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리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가 맞는다면 가장 권한이 막강하고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대통령직선제부터 폐지해야 한다. 폐지론자들이 잊은 것인지, 모른 체 하는 것인지는
본보는 어제 부탄왕국이 세계 최초로 자국 농업 전체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설을 내보낸바 있다. 부탄은 앞으로 살충제와 제초제 판매를 금지하고 농경에 석유, 석탄 등의 연료를 원동력으로 이용하는 기계력 대신 가축의 힘을 원동력으로 이용하며 농가 부산물을 퇴비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감동 받은 것은 ‘동물도 살 권리가 있고 식물과 곤충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밝힌 페마 기암초 농림업 장관의 발언이다. 부탄왕국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왜 높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부에서 유기농이 행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농가는 농산물 증산을 위해 농약과 비료를 듬뿍듬뿍 주고 있다. 공장은 야간이나 장마철에 폐수를 불법배출하고, 일반 가정과 음식업소에서도 생활하수를 하수구에 무심히 흘려버린다. 중금속 등 각종 환경 유해물질이 포함된 그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농산물은 중금속에 오염된다. 또 바다로 들어간 유해물질은 바다 생명의 보고인 갯벌과 바닷물을 오염시키고 어패류들을 폐사시킨다. 자연과의 조화가 깨지면서 연안에서는 수산물 어획량이 대폭 감소했다. 이에 국민들은 당국에 폐수배출 사업장에 대한…
산수화(山水畵). 자연 현상과 경치를 주제로 그린 그 그림에는 여유로움, 넉넉함, 그리고 배려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쯤 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 그림 속 아주 작은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산/수/화(山水華). 언제부터인가 오산, 수원, 화성 3개 시(市)를 아우르는 이 신조어는 주로 통합, 상생, 협력, 미래, 발전 등과 어울려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산/수/화에는 동양화 속 여유로움도, 넉넉함도, 배려도 보이지 않는다. 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또 다른 현실만이 투영되어 있다. 답답할 따름이다. 과거에 산/수/화 지역은 역사적·공간적으로 하나의 지역 공동체였다. 현재는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행정구역 분리를 통해 독립된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로서 법적 지위를 갖고 발전하고 있다. 미래는 어떠할까? 2013년 지금의 현실은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 2월12일 한국행정학회의 산/수/화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동연구용역 최종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제시된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3개 시는 2012년 2월 산/수/화 공동연구용역 협약식을 맺고 통합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