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말은 논리와 감정을 수반한 의사소통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정치인의 일과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정치인을 말로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 법으로 정치를 규제받거나 주거가 제한되는 경우엔 오디오나 비디오테이프로 지지자들과 만난다. 그는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막히고 비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문자답하면서 출옥 후의 화려한 꿈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정치인은 말을 많이 하다보니 거짓말도 쏟아놓는다. 이른바 섹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 르윈스키와 성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던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그녀와의 성교 사실이 폭로되자 “오럴섹스는 재판부가 정의한 섹스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로 궁지를 모면하려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0년 6월 27일 저녁 “전쟁에서 이기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 안심하라”는 요지의 방송을 내보낸 후 자신은 한강을 건넌 후 이튿날 새벽 한강 다리를 폭파케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통령 불출마선언과 정계 은퇴를 번복하는 등 굵직한 식언을 했다. 최근 이해찬 전 국무총리 겸 청와대 정무특
이상무 얼마 전 민족 고유명절인 설날을 맞아 우리가족은 고향 길을 가다 생긴 일이다. 명절이면 의래 그렇듯이 국도나 고속도로 할 것 없이 모든 도로가 주차장화 된 것처럼 극심한 체증을 빗어 우리는 차량이 붐빌 것으로 생각하고 이른 아침부터 모든 준비를 마치고 국도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국도마저도 고향을 가기위해 밀려드는 차량들로 인산인해였다. 우리가족은 10분이라도 고향집에 빨리 도착해 부모님과 친지들을 보려는 마음으로 국도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영동 고속도로에 진입하기위해 속도를 줄이고 I.C 진입하려는 순간 우리를 태운 차량은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시동이 꺼지면서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다행이 고속도로 진입로라서 뒤따라오던 차량들도 속도를 내지는 않았으나 바로 뒤를 따라오던 차량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추어 서있는 우리차량을 간신히 피해 옆으로 지나가면서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바람같이 지나갔을 뿐이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우리차량이 부러 뒤따라오는 차량에 골탕을 먹이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잡은 것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손가락질을 해가며 욕설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정비를 게을리 해 차량이…
지난 반세기 이상을 원수로 지내던 북한과 미국이 올봄부터 갑자기 깊은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변한만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변하고 있다는 조짐이다. 이대로 가면 두 나라가 한반도에 그토록 기다렸던 ‘평화’를 선물할 기세이다. 이렇듯 견원지간이던 다른 민족끼리도 대화를 통한 화해와 상생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과 언론은 ‘개헌’이라면 대화나 지상 토론마저 거절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만들어 개헌 논의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얼른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탓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율과 개헌발의 행위 또는 조건부 유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는 대선 기간 중 국민에게 자신의 임기 중 ‘개헌 발의’를 공약한 바가 있다. 다만 지난해 쓸데없이 한나라당에게 연정 제안을 해서 시간만 낭비했는데, 차라리 개헌 발의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 다수는 개헌은 찬성하지만, 그 시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대통령 때라야 좋다는 생각인…
인천시 계양구의회는 통장의 나이를 65세에서 60세 이하로 낮추고, 통장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통반설치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하여 통장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고 한다. 통장(統長)과 이장(里長)은 각각 시와 자치구, 군(郡) 기초지방정부의 읍·면·동 보조기관으로써, 지방자치법 제4조 제6항 규정 ‘통반설치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통장(이장) 선출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하여 일반적으로 통별(리별) 주민들의 추천으로 읍·면·동장이 위촉하고 있다. 통장은 법적으로 독립된 행정기관이 아닌 읍·면·동장의 지역적 보조기관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행정기능이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종착점이며, 또 한편으로는 시민 행정수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풀뿌리 자치행정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통장의 임무는 지역주민의 화합단결과 복리증진에 관한 사항, 통·반의 발전을 위한 자주적 이고 자율적 업무처리, 행정시책의 홍보와 지역주민 여론 및 요망 사항을 수렴하여 동사무소 등 행
1.11부동산대책의 근간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수도권 아파트에 국한시켜 ‘분양가 내역 공시제’로 표현을 바꾸어 국회 건설교통위 법안 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앞으로 건교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되면, 실종되었던 주택정책의 분양가 규제가 10년 만에 복원되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규제 대책과 그 입법화를 반대하던 시장논리 맹신자들은 주택법 개정으로 민간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43대57인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공급 비율을 57대43으로 바꾸어 대비하겠다”는 건교부의 발표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장을 무너뜨려 놓고 그 공백을 스스로가 메우는 잘못을 범한다며 질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입법의 부작용과 그 폐해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 법안의 반시장적 문제점과 시장 왜곡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선동적인 인기영합주의에 편승, 한나라당까지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허물고 있다며 여야를 싸잡아 욕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공급기능으로 기업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년 8월 8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되어 중앙정보부 공작선 용금호에 실려 바다에 수장되려던 순간 미국의 헬리콥터가 이를 제지하여 목숨을 건지고 13일 동교동 자택으로 귀가한 사건은 인권과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경악과 분노를 자아내게 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 대통령을 역임한 김대중씨는 지난 9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자신의 납치사건에 관한 조속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촉구함으로써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은 일본 정부의 수사 결과 한국의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일본의 법을 어기고 도쿄에 잠입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납치하여 살해하려 함으로써 일본의 국권을 침해하고 외교 관례를 깨뜨린 중대한 범죄로 결론이 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종필 국무총리를 일본에 보내 일본의 국권 침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범행 과 관련된 지문이 채취된 김동운 서기관마저 기소하지 않은 채 이후락 당시 정보부장을 경질하는 것으로 사건을 매듭짓고 말았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동태와 범행 현장을 파악하고 있던 미국의 개입으로 위
우행 <객원논설위원> 얼마전 한국문인협회 선거가 치러졌고 필자가 아는 분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동정이 궁금해 한국문인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평해거사’란 닉네임을 쓰는 문인의 글 한편을 읽었다. 이 글의 요지는 중국 지명을 우리말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우리 동포들은 비록 국적은 중국이지만 아직도 우리말과 우리 풍속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지명을 우리말로 부를 뿐 아니라 중국인명도 우리말로 부른다고 했다. 필자도 서너 차례 연변지방을 방문해 보았지만 이분의 글처럼 동포들은 엔벤, 선양, 베이징, 헤이룽장, 상하이, 난징 대신 연변, 심양, 북경, 흑룡강, 상해, 남경 등 우리말로 발음하고 있었다. 지명 뿐만 아니라 인명도 마찬가지였다.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사오핑이 아니라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이었다. 글 쓴 이는 ‘동북공정이니 백두산공정이니 하는 중국의 억지에 이불 속에서 활개치듯 울분할 게 아니라 우리도 좀 주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질타한다. 사실 중국사람들은 우리 대통령 이름을 ‘노무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경기문화재단 건물은 ‘문화’라는 단어를 빼야 할 만큼 삭막한 느낌이 강하다. 도 산하단체인 문화재단은 딱딱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체적으로 건물 1층에서 연중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시도를 했지만, 도민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거듭나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1층에 있는 금융기관 이용률이 높아 은행 건물로 익숙한 편이다. 도민, 그리고 지역현장과 밀착한 기관이 되어야만 하는 문화재단이 자신들의 네모반듯한 공간 안에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2층에 자리 잡은 다산홀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심포지엄 등 행사가 때때로 열리고, 연습실을 전문 또는 아마추어 예술 단체가 활용하고 있어 특정 도민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미술의 흐름을 만들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인 전시실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최근 문화재단은 조직개편을 확정하면서 2층에 있는 전시실을 활용한 기획전을 없애고, 신진작가 지원사업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공간은 대관을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주일에 35만원이라는 저렴한 대관료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술인들은 이 전시실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품을 걸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지만 관
선진적인 사법제도 구현을 목표로 한 사법개혁의 과업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2003년 10월 활동을 시작한 사법개혁위원회와 그 후속기구로서 2005년 1월에 발족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종래의 관변위원회와 달리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관련 행정부처 등을 망라한 기구로서 내실있는 개혁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활동의 결과물로서 어렵게 도출된 로스쿨설립법안, 국민참여형사재판 도입법안, 공판중심주의 확립 등의 형사소송법개정안, 법조윤리 확립 법안 등 25개의 사법개혁 관련 주요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대변되는 불공정한 형사사법시스템을 비롯하여 법조비리와 법조유착, 높은 사법서비스 비용 등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고질적인 병폐를 일대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조인의 양성단계에서부터 사법제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치유책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 염원을 담은 사법개혁 관련법안이 여야당의 정쟁에 휘말려 표결에 이르지도 못한 채 국회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한나라당이 별개의 사학법개정 문제와 연계시켜 법안처리를 거부함으로써 법안들이 국회에 고스란히 잠들고 있었던 것이다. 당리당략…
◆카트만두의 겉을 핥다 히말라야로 가는 루클라행 비행기 표를 끊고, 모조품 뿐 인 등산 장비점에 들렀다. 대충 가져오긴 했지만 생각보다 추위가 심할까봐 오리털 파카와 소품 몇 가지를 샀는데 짝퉁인 주제에 싸지도 않다. 한 참을 흥정한 뒤에야 가게를 나왔다. 네팔에서 공산품은 많이 비싸다. 산업이 미약해서 ‘짝퉁’이라도 가까 운 인도 등에서 수입한 것을 여행객을 대상으로 파니 쌀 수가 없을것이. 오후에는 다른 분들이랑 택시를 빌려 가까운 유적지(세계문화유산) 몇 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관광이란 게 겉 만보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 맘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지역을 눈에 익힐 겸 따라 나섰다. 보우더나트(불교사원)-파슈파티나트(힌두사원:화장터)-파턴(중세도시) 덜발광장-카트만두 덜발광장(시내에 위치한 구, 왕실광장)-스와얌부나트(불교사원:몽키템플)를 돌아오니 해질녘이 되었다. 역시 할 짓이 아니다. 여행자는 모름지기 느리게 움직여야 하는데…. 한군데를 하루 이틀 이상씩 시간 내어 들러도 모자랄 일을 후다닥 돌아보느라 머릿속에 남겨진 게 없다. 오늘 하루가 너무 바빴다는 기억만 남는다. 시간 나면 혼자 천천히 다시 돌아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