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지난해 3월 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준 글이다. “평소에 제가 워낙 많이 놀아서 이제 공부도 할 겸해서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반장 선거를 나가서 반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학교운영위원회라는 데에서 각반마다 얼마씩 내라고 배당하는데 가격이 너무 많아서 어이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면서 몇 년 동안 옷 한번 제대로 못 사 입으셨는데…제가 반장되었다고 좋아하셨는데…. 눈물이 비 오듯 합니다.” 학교 찬조금과 촌지에 대한 불평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다음주 중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찬조금을 학교 현장에서 몰아내는 데 힘쓸 것을 다짐하는 ‘학부모·교사 자정 선언’을 발표하고 실천 운동에 나서겠다고 6일 밝혔다. 전교조도 이달 중순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갖고 찬조금 없는 학교 만들기, 촌지 안 받기, 교복 공동구매 운동, 수학여행 등 교내 부조리 척결 운동 등을 펼칠 예정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집단으로 나서서 찬조금과 촌지를 근절하겠다는 것
강지연 <수원시 정자동> 3월 새학기가 시작됐다. 1학년 교실에는 병아리 같은 새내기들이 입학해 재잘거리고 각 반에서는 한 해동안 학급을 대표할 반장을 선출하느라 분주하다. 비단 교실안뿐 아니라 밖에서도 반장 선거에 열을 올리는 고학년 학생들을 마주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어렴풋이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우리 때 선거라고 해 봐야 담임 선생님이 지명해주거나, 고학년 들어서면서 급우들 앞에 나가 공략을 얘기하면 비밀투표를 하거나 거수를 통해 선출했었다.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양 옆사람에게 안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눈이라도 감고 거수를 할 경우에는 머가 그리 궁금한지 실눈을 뜨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것 같다. 반장선거나 학생회장 선거나 성인들의 정치선전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입장과는 달리 직접 그 일을 겪는 사람들은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몇일 전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의 얼굴색이 어두워 물으니 아들이 이번학기 반장선거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기분이 찝찝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돌리지 않은게 문제가 된 것 같다’는 말
대기업의 횡포를 참다못한 아파트 주민들이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2002년 말 내집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용인 구성 삼성 래미안 1차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은 입주 첫날부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양 당시 각 동의 엘리베이터가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연결된다는 광고를 보고 분양신청을 했지만 막상 입주를 하고 보니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곧바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 래미안의 상표 명을 보고 분양신청을 했던 주민들은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에 분양당시 홍보했던 대로 재공사를 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삼성물산은 ‘시행사의 설계대로 공사를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용인 구성 삼성 래미안 1차 아파트 입주민들은 입주민의 70%가 고령의 노인인데다 지체장애인도 있어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때마다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지하주차장의 엘리베이터 직접 연결은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주장했지만 삼성물산 측은 계단을 일부 이용해야하긴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지하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삼성물산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집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
‘미술’이란 개념과 ‘미술대학’이란 교육적 제도가 우리 삶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일종의 제도화된 관행과 틀을 거쳐야 비로소 미술을 배울 수 있고 그로 인해 미술전공자, 작가가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제도는 미술전문인과 비전문인을 분리하고 구별 짓는 일종의 장치가 된 셈이다.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작가로서 행세할 수 있으며 외부의 시선 역시 그를 미술전공자, 작가로 인정해주게 된 것이다. 당연히 미술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 이들은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입시와 미술학원, 대학과 대학원 과정, 또는 공모전은 바로 그 전문인이란 칭호와 타이틀을 부여해주는 강력한 권력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권위를 좀더 많이, 현실적으로 강화해주는 곳이 보다 선호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무엇보다도 우선시 된다. 하물며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고 작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고 난감한 일이다. 언젠가 미술공모전에 독학의 작가가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대서특필되는 경우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런 사실이 그렇게 크게 얘기되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굽이치고 넘실거리며 헤아릴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는 깊고 오랜 세월을 유유히 흘러온 포토맥 강을 바라본다. 빈 나뭇가지에 아직 새싹이 돋지 않았는데 이제 봄이 오려나. 겨우 내내 제 자리를 지켜 온 얼음덩어리들이 녹아 흐른다. 강줄기를 따라 더 큰 강으로 흐르는 돛단배들처럼 흐르듯 나아간다. 제 갈 길을 알지 못한 채 물줄기를 따라 흐르기만 하던 어린 시절 냇가에 띄우던 종이배처럼 흐른다. 그 모습이 때론 나무토막 흐르듯 기우뚱거려 위태해 보이고 때론 나뭇잎 흐르듯 유유하다. 수십 수백의 작은 배들이 물줄기를 따라 흐르고 있는 것만 같다. 작은 배들이 흐르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흐르는 것이다. 흘러 온 물길을 바라본다. 굽이치며 흘러온 저 끝은 굽이굽이 돌고 돌아 보이지도 않는데 그곳에서부터 강은 이렇게 흘러오고 있다. 흐르는 이 강물들은 지나 온 세월, 두고 온 시간들이 그립지는 않을까. 두고 온 물줄기들이 그립지는 않을까. 굽이마다 내려놓은 제 삶의 흔적들이 사무치듯 그립지는 않을까. 깊고 깊은 사랑에 마음 뜨거웠던 날들이 사무치듯 그립지는 않을까. 그 사랑을 잃고 달빛만 고요하던 어느 골목에서 흐느껴 울고 목…
청와대의 대외 홍보 창구인 인터넷 사이트 ‘청와대 브리핑’은 지난 7일,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사학법)을 핑계로 집 없는 서민의 꿈을 외면하고 말았다.”며 2월 임시 국회의 주택법 개정작업 무산과 관련,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노 무현 대통령과 강 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월 말, 청와대의 여야 영수회담에서 주택법 개정안과 사학법 재개정안을 2월 임시 국회에서 다루기로 합의한 바가 있었다. 주택법 개정 문제는 집값 안정을 위한 ‘1.11조처’를 법제화하는 작업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법이 없으면 추진할 수 없는 것이다. 노 무현 정부 등장 이후 천정을 알 수 없이 오르기만 하던 수도권의 집값은 지난 1월 11일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발표되면서부터 하향 안정을 찾아 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 대해 법률 개정 작업을 통해 뒷받침해야할 국회가 이를 포기하고 말았으니 다시 집값이 오른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한나라당 홍 준표의원은 ‘반값 아파트론’을 제안해 큰 인기를 얻을 만큼 당 안에서는 물론이고 국민들 간에도 ‘바람직한 정치인 상&rsqu
17대 대통령선거가 10달 이 남지 않아 사회 각 분야서 대선에 대한 토론과 준비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후 우리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온 시민단체들의 대선토론 또한 여러 단체와 계기를 통해 활발해 지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국민적 신뢰와 관심 속에서 선거시기마다 새로운 아젠다와 신선한 캠페인으로 정치문화를 개혁해 왔기에 이번 대선시기 시민단체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 분야를 비롯한 경제, 여성 등 많은 개혁적 과제들이 이미 제도적 영역에서 해결되었거나 공론화 과정에 들어서 있어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상당부분 조정되고 있어 예전에 보였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의 역할 모색은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한국 시민단체들의 대표적인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지난 2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정기총회 및 사업토론회를 통해 대선시기 시민단체들의 역할 찾기 토론을 진행하였다. 참여연대는 3일 정기총회를 열어 대선시기 단체의 역할과 활동계획을 확정하였다. 여타 시민단체들도 2월과 3월 사이 회원총회를 열어 대선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간편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식사중의 하나가 샌드위치(Sandwich)아닐까? 생각한다. 샌드위치는 얇게 썬 빵 사이에 고기, 치즈, 야채 등을 끼워 넣은 서양음식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에 새로운 샌드위치가 만들어져 연일 경제신문과 언론에 시리즈로 보도되고 있다. 이름 하여 코리아 샌드위치다. 코리아샌드위치는 고효율의 일본과 저비용의 중국 사이에 끼어 꼼짝 못하게 돼가는 한국경제상황을 말한다. 최근 이건희 삼성회장이 우리나라 현 경제상황을 샌드위치에 비유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리아샌드위치 상황을 보면 정말 심각하여 샌드위치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먼저 일본의 상황을 보면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압박하여 저 멀리 달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은 LCD 패널 핵심기술인 성막(成膜) 장치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96%를 알박(Ulvac)이 장악하고 있다. 심지어 알박의 책임경영자인 『우스에 다카유키』는 이렇게 말한다. ‘삼성과 LG의 최첨단 LCD 채널공장 가동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호언장담 하였다. 또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 상용차시장 1위 업체인 북경 푸텐…
최근 국정홍보처에서 ‘2006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는 5년마다 실시되며 이번이 세 번째로 전국 성인남녀 2천58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고 한다. 조사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 특히 교육에 관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인 항목은 교육제도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 조사였다. 만족도 수준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매우 낮았다. ‘전혀 만족하기 않는다’ 15.4%를 포함하여 불만족 의견이 76.2%에 이르는 반면 만족 의견은 23.5%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면 국민 대다수가 현재의 교육에 대하여 전면적인 불신임 결의를 한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좀 호들갑을 떤다면 교육정책 책임자의 인책은 물론 현행 교육정책 및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거쳐 과감한 재편 작업을 서두르자는 논의가 왕성하게 펼쳐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조사 결과가 공개된 지 제법 시간이 흘렀건만 언론이나 학계 모두 너무 조용하다. 아마도 교육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지난 2월 11일 27명의 사상자를 냈던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화재사건은 방화로 결론이 났다고 경찰이 6일 발표했다. 경찰이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9명을 사법처리한 점으로 볼 때 이 사건의 발생과 대처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찰은 화재로 숨진 10명 중의 1명인 외국인 김모씨가 방화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이 이 외국인을 방화범으로 지목한 까닭은 “발화된 거실에 그가 혼자만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으며, 그가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질렀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방화범으로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공모는 없었지만 김 씨가 몸속에 현금 13만 원을 숨기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불을 지르고 달아나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만일 김모씨가 방화했다면 왜 불을 질렀을까. 경찰은 그의 범행동기에 대해서 “진술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김씨가 다른 보호 외국인들과는 달리 내복 위에 면바지를 입고 운동복까지 겹쳐 입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화재를 틈타 도주하려 했